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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50화 (150/227)

150화

호성과 강석도 살짝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그 이야기를 듣던 중 지연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뭐가?”

“그…… 피부랑 몸매 이야기요.”

세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맨몸으로 강민이 얼마나 힘을 내는지 봤잖아? 그런 힘을 키우는 건데, 잘 안 늙고 피부가 탱탱하고 몸매가 좋아지는 정도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 그렇군요.”

“그런 거군요.”

지연의 옆에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혜경 역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은 혜경을 돌아봤다.

“언니…….”

“응. 나도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앞으로 강민에게 이야기해서 기사단의 무술을 배워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강민이 산만해진 분위기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 과거에 관심 있었던 거 아냐?”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다른 매력적인 얘기가 나오다 보니 그만.”

다들 한마디씩 하며 다시 강민에게 관심을 집중시켰다. 호성이 헛기침하면서 강민에게 들은 이야기 중 이상한 부분을 물었다.

“어흠, 그런데 또 이상한 게 너희 부모님 살아 계시잖아.”

“시간축이 달라서 그래.”

강민은 재깍 답했다.

강민단원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이었다.

“뭔 소리야?”

“내가 갔을 때보다 돌아올 때가 과거였다는 거지.”

“그런 게 돼?”

놀라서 강석이 물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니!

신기한 이야기를 벌써 많이 들었지만, 더욱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강민은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세계가 다르니까 안 될 것도 없었지.”

세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불가능한 건 아냐. 강민이 부모님을 구하고 싶다고 꼭 과거로 보내 달라는 거야. 그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

“그래서 성공적으로 구출해 냈던 거지.”

“그랬구나…….”

강석이 강민의 위아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네가 이상하게 젊은 것도…….”

“그래. 원래는 지금 이 나이에서 한 열 살 정도 더 먹었어야지.”

강석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아듣고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의 현재 나이는 스물이지만 사실 실제 나이를 따지자면 서른 정도다.

강민단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엇,”

“그건 곤란한데.”

“그러게.”

“으음, 갑자기 열 살이나 윗줄이 되어버리면…….”

다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이걸 어쩌나 싶은 듯이 수군거렸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동년배로 대하던 친구가 열 살이나 더 먹은 형님이 되어버리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 모양이었다.

강민은 손을 내저었다.

“아, 됐어. 니들한테 형님소리 들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 그래?”

“다행이다.”

“갑자기 형님이라고 부르기엔 부담스러울 거 같단 말이야.”

“그러게.”

강민단원들은 안도했다.

강민도 갑자기 열 살이나 더 먹어 아저씨 소리를 듣게 되는 대재앙은 피하고 싶었으니, 젊은 기분을 내기 위해서라도 스무 살이라고 우기는 게 훨씬 좋았다.

지연이 그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나는 바가 있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 그렇게 되면…….”

그리고 지연이 바라본 것은 다름 아닌 세나!

“언니?”

“언니라고 생각은 해 왔지만…….”

그리고 혜경과 함께 그렇게 수군댔다.

세나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한데…….”

지연이 문득 지적했다.

“그럼 실제 나이는 서른을 넘는…….”

“앗!”

그리고 세나가 손을 내밀어 거기서 말을 딱 잘랐다.

“거기까지만 얘기하죠.”

세나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지연이 보기에 그녀의 번쩍이는 눈에는 정말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역시 여자의 나이는 비밀!

몸무게도 그렇지만!

“네. 시, 실수할 뻔했네요.”

“호호호.”

세나는 모르는 척 웃었다.

강민단원들의 강민에 대한 호기심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강석이 대표로 나서서 물었다.

“근데 또 궁금하게 있어.”

“뭔데?”

“왜 지구에 온 거야?”

“그러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들은 대로라면 강민은 이세계에서 모든 것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데 왜 굳이 지구에 올 필요가 있단 말인가.

와서 편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영웅놀이를 한다고 매일이 바쁘다.

“본래 지구인이 지구에 오는 게 이상하냐. 부모님도 구해야 했고.”

강민은 어깨를 으쓱이며 반문했다.

“그래도…… 부모님 구하고 돌아가면 끝이잖아. 몇 년이나 여기 있는 건 이상하다 싶어서.”

“그래. 더구나 너, 거기서 대단한 영웅에 왕이었다면서.”

“있을 거 다 가지고 있는 입장인데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 게 좀…….”

“듣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

의심 어린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민은 기가 막혔다.

“허참, 누가 들으면 내가 사기라도 치는 줄 알겠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궁금한 거야.”

“그래. 그런 높은 사람이 몇 년이나 자리를 비워도 되나 싶기도 하고.”

세나가 재철 일당의 의문이 옳다고 생각해 말했다.

“뭐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지.”

강민은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말했다.

“흠 이건 좀 밝히기 거시기 한데.”

강민이 밝히길 꺼려하는 데서 모두들 호기심을 느꼈다.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지?”

“반란이라도 일어난 거야?”

“아니면 마왕이 지구에 오게 된 건가!”

“그런 무서운 일이!”

“하지만 강민이 와서 죽치고 있는걸 보면 그럴 가능성도…….”

“그건 그래…….”

방금 나온 의견에 모두들 경악했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이룰 것을 다 이룬 강민이 이세계에 안 있고 지구에 붙어 있다면 그 이유는 지구에 뭔가 큰일이 생길 거라는 정도밖에 없지 않은가.

강민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이대로 놔두면 이야기가 계속 불어나겠다 싶어 진화도 할 겸 얼른 끼어들었다.

“나는 도망 왔어!”

“뭐?”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단원들이 반문했다.

“도망 왔다고!”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두 번 들어도 역시 알 수가 없었다. 호성이 당황하며 물었다.

전쟁에 져서 나라를 빼앗겨 망명이라도 왔단 말일까?

아니면 마왕의 잔당이 있어 그들을 피해 온 것인가?

아니면 쿠데타라도 일어나 정적을 피하는 건가?

여러 가지 예상을 했지만, 어느 것 하나 들어맞진 않았다. 그런 일이 있으면 심각한 모습도 보여줘야 할 텐데 강민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여유만만!

강민은 열중한 목소리로 설명을 개시했다.

“전쟁이 끝났단 말이야. 전 세계가 휘말린 대전쟁이!”

“이겼잖아.”

“이겼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하는 강민단원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며 강민은 바닥으로 손바닥으로 탕탕 쳤다.

“그러나 태풍이 어디 지나가고 나서 끝이냐. 그 뒤처리가 더 큰 일인 법이라고.”

“전후 처리?”

강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 끔찍한 악몽이었지.”

“응. 악몽이었어.”

세나도 마찬가지로 어두운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갈며 강민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무리 결재하고 결재해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무한한 서류! 하나를 해결하면 다섯 장씩 추가되는 일을 보면서 나는 마왕과 싸울 때보다 더한 공포에 시달렸단 말이야!”

그때를 회상하는 듯 강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뿐이랴! 여기서 돈 없다고 징징! 저기서 인원이 부족하다고 징징! 으으……. 접견은 하루에도 백 명씩 해야 했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단 말이야.”

“그래서 도망쳤다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호성이 물었다.

“그래! 나는 마왕도 때려잡았어! 세계를 구했다고! 왜 거기에 잡혀서 몇년이나 고생을 해야 해! 좀 쉬어도 괜찮잖아!”

강민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태도로 외쳤다.

“그 말도 일리는 있나.”

“마왕을 죽였다잖아.”

“그러면 쉬는 게 당연할지도…….”

강민단원들은 열변에 설득당한 듯 수군대며 강민의 말도 옳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업적만 생각하면 쉬고 싶을 때 좀 쉬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세나가 강민의 뒤통수를 한 손으로 후려갈겼다.

팍!

“억!”

강민이 노한 표정으로 세나를 노려봤다.

“왜 때려!”

세나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도리어 강민을 압도하는 분노가 서린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내가 당한 게 생각나서 그렇지!”

“윽…….”

강민은 반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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