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세나의 몸매와 아름다움 역시 에이리와 동급.
반칙이라 할만했다.
“물어볼까?”
“물어봐요.”
둘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지연이 세나에게 물었다.
“저기, 몸매 관리 어떻게 하세요?”
세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고기 많이 먹고, 늦잠 자고, 콜라를 많이 마시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엉터리 답변이었다. 그야말로 답해주기 싫다는 것과 동급! 그래서 혜경과 지연은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세요……?”
“아하하하…….”
“진짠데!”
둘의 태도에서 거짓말로 답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음을 안 세나가 억울한 듯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실제로 세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니까 방이 쓰레기 처리장 꼴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여성진의 대화를 듣던 강민이 혀를 차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거기에 마법을 덧붙여야 납득 할 걸.
그렇다. 만일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세나는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
강민과 세나는 숙소에서 나와 밤의 해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성수기이기 때문에 밤의 해변이라고 해도 사람은 아주 많았고, 행사도 많이 하고 있었다. 둘은 그런 행사들 사이사이를 헤치며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문득 세나가 물었다.
“그런데 강민단은 어디까지 할 거야?”
“어디까지라니?”
강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친목회 정도에서 끝낼 건지, 아니면 정말로 대단한 단체로 만들어서 너를 돕게 할 건지 말이야.”
“나도 결국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잖아.”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면 내가 여기서 하던 일을 뒤이을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란 소리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긴, 괜찮다고 생각해.”
세나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세계는 넓다.
아주!
강민이 아무리 초인이라도 홀몸. 많은 일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왕에 시작한 이 일을 금방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조촐하게나마 꾸준히 해서 자신과 같은 존재를 남겨두는 것은 모든 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됐다.
정의의 상징이라고 할까!
그러니 꾸준히 그러한 정의의 횃불을 이어 나갈 동료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물론 악용되거나 타락하면 커다란 문제겠지만…….
“사귄지도 좀 되고, 이제는 다들 믿을만하니까.”
강민은 그렇게 여겼다.
사실 재철 일당이나 호성은 그다지 좋은 성격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하게 강민을 도우면서 과거와는 다르게 성격이 많이 변했다.
다들 믿을 수 있을 만큼 착해졌다.
“그래도 저주는 걸어야지!”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
강민이 갑자기 한 말에 세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를 건다는 것은 마법적으로 어떤 맹세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 벗어나는 짓을 하게 되면 저주에 걸린 상대는 심한 고통을 받거나 죽게 된다.
강민은 향후 강민단원들을 대단한 초인들로 키울 생각이라서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저주는 꼭 걸어둘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의향을 묻도록 하겠지만.
세나가 말했다.
“그러면 사실을 밝히는 게 좋지 않겠어?”
“믿어줄까?”
강민이 회의적으로 반문했다.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보여준 게 있는데 안믿을까봐. 나도 그럼 거들께.”
“고마워.”
“천만에.”
강민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슬슬 자리를 마련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해변을 걸었다. 어두운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
놀러 온 마지막 날이 밝았다.
다들 신나게 놀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모두 저녁을 먹고 돌아갈 채비를 했고, 채비를 마친 다음에 다소 지친 상태가 됐다. 그리고 각자 아쉬운 마음으로 쉬고 있었다.
갑자기 강민이 입을 열었다.
“오늘 이야기할 게 있어.”
“뭔데?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하고.”
모두의 시선이 강민에게 집중됐다.
강민은 지금 잔뜩 굳은 얼굴을 한 상태였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강민단원들은 다들 약간 긴장해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라는 거야.”
“그래?”
“기대되는데.”
“뭘까.”
강민은 말을 이었다.
“흠흠……. 이렇게 진지하게 폼을 잡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 진정한 정체에 대해 밝히고 싶어서야.”
모두의 두 눈이 커졌다.
“진정한 정체!”
“항상 궁금했어!”
반응이 즉시 돌아왔다.
하기야 장갑맨의 정체는 전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갑자기 나타난 세기의 초인!
왜 그런 일을 하는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궁금한 건 어떻게 초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 실제로 미국을 다녀간 이후 미국의 운동생리학계는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인간 육체에 대한 모든 이론이 뒤집히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장갑맨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장갑맨의 존재는 설명할 수 없는 예외로 그냥 놔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강민이 장갑맨의 정체라는 것을 아는 이들 입장에서는 의문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사람이 확 변해버렸으니까 말이야.”
“변했다는 정도로 될 소리가 아니지. 초인이 되어버렸으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해!”
재철 일당과 호성, 그리고 강석이 함께 수군거렸다. 장갑맨이 되기 전 강민은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는 그럭저럭했지만 그냥 평범한 고딩!
그게 이 자리에서 드디어 밝혀지려 하는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다고!”
“몇 년이나 얘기 안 해 줘서 포기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뭘까.”
“그러게 뭘까.”
다들 궁금해하며 강민을 바라봤다.
“조용조용.”
강민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기대에 부푼 강민단원들은 훈련된 개처럼 지시에 충실하게 따라서 입을 꽉 다물었다. 강민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정체는 더 마그누스. 세계를 구한 용사지.”
“…….”
“…….”
“…….”
정적만이 이어졌다.
너무 생뚱맞은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 호성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뭐 영화 각본이라도 발표하는 게 목적이었어?”
강민은 버럭 외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진짜로 더 마그누스라는 용사였다고.”
그러나 그런 말로 이해가 될 리가 만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그래. 좀 쉽게 설명해 봐.”
“모르겠어…….”
“그래. 모르겠어.”
다들 불평만 했다.
강민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인 다음 말했다.
“젠장. 어쩔 수 없군.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할게.”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이 할 말을 기다렸다.
“그때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지. 평범하고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불인하게도 왕따라는 꼴을 당해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거야!”
그러면서 강민이 노려본 것은 물론 재철 일당과 호성!
“헉.”
“억.”
“으윽…….”
다들 강민의 시선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지은 죄가 있으니 당연했다.
강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누구라고 지목은 안 하지만 찔리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그, 그러게. 그런 나쁜 놈들이 있었다니.”
“그래.”
“아, 아주 나쁜 놈일세.”
그들은 모르는 척하며 떠들었다.
강민은 잠시 혀를 차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 형편에서 갑자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거야. 그리고 나는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게 되지.”
모두 경악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 너무 다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살이라니!”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는데!”
“너희 부모님 멀쩡하잖아!”
다들 당황하며 강민에게 물었다.
강민은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아, 조용히 하고 들어. 다 나중에 설명되니까.”
당황한 기색은 역력했지만 일단 조용히 하기로 했다. 강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괴한 설명을 이었다.
“그런데 나는 죽을 팔자가 아니었던지 자살을 했음에도 살아서 눈을 뜨게 된 거야. 그런데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용이었어.”
단원들은 의아한 단어가 나오자 즉시 반응했다.
“용?”
“불 뿜고 날아다니는 용?”
“그래. 그 용.”
강민이 맞다고 하니 강민단원들은 한층 더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세나만은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강민이 말하는 용은 모험 중에도 함께 행동했던 그녀의 동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강력한 존재이긴 한데, 오지랖이 넓은 게 흠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난 건 그 용이 마법으로 날 다른 세계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더군.”
모두들, 마치 소설을 듣는 것 같은 기괴한 이야기에 점차 빨려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