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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43화 (143/227)

143화

붙어 달리던 두 사람은 양옆으로 갈라지며 건물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그사이에 타당타당 하는 소리가 여러 차례 울려 퍼졌다. 실탄 소리가 아니라 훈련을 위해 녹음된 소리가 격발에 반응해서 퍼진 것이다.

강민은 소리에 반응해서 얼른 달렸다.

그의 달리는 속도는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훈련된 병사들조차 표적을 놓치기 일쑤! 그들의 사격은 인간의 동작 반능을 예측해서 하는 것인데 강민은 보통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놓치는 게 당연!

탕!

타당!

요란한 총성만 계속 터질 뿐, 강민은 한 번도 맞지 않았다.

그사이 그는 한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창문으로는 돌입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미군이 노리는 바! 벌집이 되고 만다. 실제로 벌집이 되는 건 아니라도.

이런 건 의표를 찌르는 게 중요! 창문 옆의 벽을 발로 걷어찼다.

콰앙!

큰 소리가 나며 벽이 박살 나고 구멍이 나타났다.

구멍 사이로 경악한 병사들이 보였다.

“찾았다!”

강민은 재빨리 달려가 눈앞에 보이는 병사를 제압하고 그의 몸을 들어 방패로 사용했다.

삐삐삐삐!

다른 병사들이 총을 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이 쏜 총은 강민이 들어 올린 벽사의 몸 위 패드에 있는 센서에만 반응했다. 그사이 강민은 안으로 몸을 던지고는 들고 있던 병사를 던져 다른 병사와 충돌시키는 한편, 주변을 포위하듯 퍼져 있는 병사들을 향해 공격해 갔다.

“왓……!”

“읏!”

강민의 동작은 너무도 빨랐다.

빠를 수밖에!

군인들은 반응하지 못하고 강민의 공격에 노출됐다.

방안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제압됐다. 하지만 마지막 병사는 강민이 제압하기 바로 전에 권총을 꺼내 그를 조준하려던 참이었다.

“어우, 자칫하면 맞았겠군.”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그리 말했다.

“그렇지만!”

“컥!”

군인은 가벼운 수도에 비명소리를 내고 바닥으로 엎어졌다.

이걸로 모든 군인이 제압당했다.

놀라운 속도였다.

하지만 그 순간 방문이 쾅 소리가 나며 박살 나더니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흰 가스가 거기서 뿜어졌다. 제압용 최루가스였다. 강민은 찌푸린 얼굴로 호흡을 참고 연기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때 마스크를 쓴 미군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강민이 오히려 공격해 오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반응이 일초 정도 늦고 말았다.

일 초!

짧지만 강민에겐 충분한 시간!

그는 선두에 있는 군인을 제압해서 자신의 방패로 만들고는 다른 군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 방 안에 처음 쳐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군인들을 두들겨 패서 제압했다.

순식간이었다.

“자, 다음은 어디지!”

강민은 쾌활하게 외치면서 미군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다.

*

모의전투가 끝났다.

활영도 끝났다.

강민과 에이리는 미군 식당에 있는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호호호.”

에이리는 아주 즐거운 모습이었다.

“젠장.”

강민은 투덜거리고 있었다.

에이리는 강민을 보면서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겼어.”

“쳇, 네 배치가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강민이 투덜댔다.

에이리는 고개를 저었다.

“비겁한 변명인데.”

“사실이잖아!”

강민은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에이리는 손가락 하나를 들며 쯧쯧하고 혀 차는 소리를 냈다.

“과거의 너라면 그런 것쯤은 더 빨리 해치우고 내가 맡기로 한 곳 까지 돌입해서 남은 군인들을 처리해서 넘겼을걸.”

“그건 그렇지만…….”

에이리의 지적에 강민은 할 말이 없었다.

에이리는 기쁘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러니 진거야. 쓸데없는 변명은 그 정도에서 그치도록 해.”

“으으…….”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진 건 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강민이 반론하지 못하는 모습에 에이리는 기쁜 듯이 더욱 웃었다.

“호호호호!”

“쳇……!”

“아, 기분 좋다.”

강민에게 이기는 건 오랜만이다. 원래 세계에서 강민은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초반에 몇 번 싸워 이긴 걸 제외하면 줄곧 밀렸다. 지구에 와서는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세계 최강 군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 강민을 이겼으니 진짜로 이긴 셈이 아닌가! 에이리로서는 역시 기쁜 일이었다.

잠시 투덜거리던 강민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화제를 바꿨다.

“세계 최강 군을 상대해본 소감은 어때?”

“혁신적이야.”

놀라움을 담은 눈으로 에이리는 답했다.

“그래?”

“전투 방법이 생각도 못했던 거잖아. 놀라운데? 나도 돌아가면 적용해 보고 싶어.”

분대 단위로 군을 나누어 전투를 하는 현대전의 방식은 에이리가 살던 과거에서는 상상하지 못하던 것이다.

그 전투력과 효율, 지휘 체계의 내구력 같은 것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우월했다.

“하지만 거기에 걸맞은 무기가 있어야지.”

현대와 같은 편제가 성립하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특히 원거리로 공격하는 총기와 멀리 떨어진 부대와 연락할 수 있는 무전기가 이런 걸 가능하게 했다.

에이리가 있는 곳에는 둘 다 없으니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없다. 하지만 에이리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도 그렇지. 근데 그건 세나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걔라면야……. 근데 대량 생산이 힘들걸.”

강민도 세나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군대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만드는 건 아무리 세나라도 힘든 일이었다. 몇천, 몇만씩 만들어야 할 테니까.

“그런 건 차츰 생각해 보도록 하지. 나도 지휘관으로서 많이 배웠어.”

에이리는 일단 그렇게 정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일 리가.

“그리고?”

“정말 센데.”

기분 좋은 어조로 에이리는 그리 평했다.

“그렇지?”

강민도 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모의전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건 방심에 기인한 측면도 많았다.

‘초인인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군인을 상대로 그런 게 통할 리가 없다!’라는 방심.

그리고 그 방심이 아니라 해도 강민과 에이리의 전투방식은 그들이 접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의외성이 대응을 맞추었고, 둘은 수월히 이겼다.

수월하다고?

아니다.

결과적으로 수월해 보였을 뿐, 위험했던 순간도 많았다. 강민도, 에이리도 총탄에 맞을 위험을 서너 번 정도 겪었다.

“응. 그 총기 공격이 우리한테 정말 위협이 될 수 있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적의 숫자가 늘고 화기를 다양하게 사용했다면 좀 위험하겠다 싶었던 순간도 있었어.”

에이리는 일단 오늘 미군이 사용한 총 정도는 큰 위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맨몸에 맞아도 좀 따끔한 정도?

하지만 그게 무기의 전부가 아니란 건 에이리도 안다. 그녀가 생각할 때 대물저격총이라 불리는 총의 탄환쯤 되면 맞을 때 눈물을 쏙 빼게 될 것 같았고, 1분에 수천 발을 쏜다는 미니건에 얻어맞으면 상당한 부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리고 헬기나 비행기에 장착된다는 기관총이라면 역시 죽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나도 그런 경우가 한두 번 있었어.”

“근데 또 크게 위협 거린 아니야.”

에이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처음 위협적으로 평가하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 말이었다.

“그것도 같은 생각이지.”

강민도 동의했다.

“응. 정면 대결이 그렇다는 거니까.”

“살짝 숨어서 공격하면 이 정도는 쉽지.”

위험하다면 그건 오직 정면 대결일 때뿐.

숨어서 공격하는 방식이라면 천 명이나 만 명이라도 문제없었다.

“그래.”

“어쨌든 미국에 오길 잘했어.”

만족한 얼굴로 에이리는 말했다.

강민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뭐 덕분에 좋은 구경도 했고, 목표도 달성했고.”

“그래.”

“한국에 가면 이야깃거리가 많겠어.”

“다들 질투하겠지.”

벌써 두 사람은 강민단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며 즐겁게 웃었다.

이어서 에이리는 승리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

“특히 세나가!”

“하하하.”

강민은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사실은 말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억지로 나온 웃음. 정말 에이리가 그렇게 자랑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 후폭풍은 강민에게 올 수밖에 없으니까.

***

티모시는 더글라스를 만나고 있었다.

티모시의 앞에는 정리된 파일이 있었다.

그 파일의 앞에는 ‘글러브 맨1’이라고 적혀 있었다. 티모시는 그것을 들어 페이지를 넘겨보며 말했다.

“이것이 보고서인가?”

“그렇습니다.”

티모시의 앞에서 더글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보자…….”

티모시는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며 내용을 확인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보고서의 내용을 훑어본 티모시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그렇습니다.”

더글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티모시의 말.

그것은 처음 보고서를 보았을 때 더글라스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다. 그리고 보고서의 끝은 한층 말도 안 되는 것이 적혀 있었다.

티모시는 고개를 흔들며 그 내용을 중얼거렸다.

“핵병기를 제외한 모든 현행 무기 체계를 넘어서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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