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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41화 (141/227)

141화

미군!

미군은 힘이 세다!

좀 센 정도가 아니다. 사기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군은 외계인 침공군을 바른다.

많은 이들이 이를 미국의 패권주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 비판은 좀 억울하다.

고증에 충실하고 리얼리티에 충실하기 위해 그랬다고 말한다면 아무도 그걸 비판할 수 없으니까! 실제로 외계인이라도 침공해 왔을 경우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미군뿐이다!

전 세계 각지에 자군의 기지를 두고 수십 년 이상 그걸 운영한 미군이 각국의 군대보다 훨씬 더 강하다!

오직 미군만이 가능한 이야기다.

냉전시대의 소련이나 약간 비교가 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말해 미군이 강하게 나오는 건 아무도 비판할 수 없다. 사실이 그러니까.

그러한 위엄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천조국이다.

천조국!

한국의 인터넷에서 미국을 칭할 때 가끔 쓰는 말.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천조(天朝)라고 해서 제후국에서 제국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미국은 한국의 상전 국가란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천 조(兆)다.

숫자로는 1,000,000,000,000,000.

그리고 이 천조는 미국의 국방비를 의미한다.

국방비로 천조를 사용하는 나라!

그래서 미국이 천조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미국의 국방비는 7,000억 달러. 머지않아 천조에 도달한다. 한국의 국가 예산이 불과 300조 규모인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국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돈질!

오늘도 천조국의 천 조짜리 부대는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삽질도 여전히 하면서!

*

현 국방장관의 이름은 티모시다.

그의 요즘 큰 관심거리는 역시 중동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부시 행정부가 미국에 싸지른 똥은 정말이지 처치 곤란해서 그의 생명력을 하루하루 갉아먹고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은 좋았다.

9.11테러!

그런걸 당하고 가만히 있을 수야 있나!

그러나 그걸 위해 애꿎은 중동 지역에 쳐들어갔다가 별반 성과가 없이 전비만 매일 날리고 있다. 이라크전이 특히 그러한데, 명분도 실리도 잃은 대표적인 전쟁이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지옥!

저 돈 먹는 하마에게서 이제나 저제나 몸을 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미군이 사라지면 지역 균형이 깨져 민족 갈등이 생기고 학살이 벌어진다.

미군이 개입해서 후세인 정권을 날려버리면서 그 계기가 생겼기 때문에 책임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이제까지 날린 전비는 완전 헛돈이 될뿐더러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역시 엉망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러면 연쇄 효과로 인해 다른 중동 세력들 역시 미국의 영향에서 빠져나갈지도 모르는 상황!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석유가 많은 땅이고 전쟁으로 부서진 것도 많아 미국 기업이 진출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도 되니 버틸 만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석유 좋아하네!

전후 복구 좋아하네!

그것도 최소한 현지인이 죽일 듯 달려들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폭탄테러가 터지는데 그걸 무슨 수로 개발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결국 돈만 잔뜩 들어가고 얻은 것은 없었다.

그나마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아 죽였다.

겨우 체면치레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나쁜 놈이다.

그런데 미국이 저지른 짓들이 많고 이라크전에서 터뜨린 병크가 커서 사람들은 도리어 오사마 빈 라덴을 영웅으로 여겼다.

울화통 터지는 일이었다.

거기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다.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다.

양적 완화라며 말이 많지만, 그냥 돈을 찍어다 시중에 푼다는 거다.

그게 다 빚!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휘청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국방비 삭감의 압력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고대부터 전쟁만큼 돈을 많이 잡아먹는 경제 활동은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전선의 교착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건 힘들었다. 탈레반은 미국에 대한 반감을 틈타 기승을 부리고, 정권을 잡아 개판 종교 국가로 각국을 병신꼴로 만들어 퇴화를 거듭하는 상황.

이미 중동의 미군 개입은 베트남전 이상의 수렁이 되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휴우…….”

때문에 티모시의 주름은 오늘도 늘어 간다.

위장도 상한다.

그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미 해군의 참모총장인 더글라스였다.

“무슨 일인가.”

“장갑맨에 대해 아십니까?”

경례를 하고 들어온 더글라스는 다짜고짜 말했다.

티모시는 살짝 찌푸린 얼굴이 됐다. 장갑맨이라면 그도 들어본 적이 있다.

“장갑맨? 인터넷 영웅 말인가.”

“그렇습니다.”

“들어봤지. 그러나 다 사기 아닌가?”

티모시는 장갑맨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저 세상에 또 다른 괴인이 하나 나타났구나 하고 생각한 정도였다.

사실 그런 데에 신경을 쓸 심리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런건 그의 입장에선 가십에 가까운 일인데, 거기에 신경을 쓰기엔 그가 현재 씨름하는 현안이 너무 골치 아팠다.

더구나 단편적으로 얻은 정보만 해도 코웃음을 치기에 충분했다.

곰을 잡았다던가?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저 말도 안 되는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확신했었다.

더글라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품에서 신문을 꺼내 티모시 앞에 내밀어 보였다. 신문에는 윈프라쇼의 한 장면이 사진으로 크게 실려 있었고 초인 등장이라는 헤드라인이 찍혀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며칠 전 윈프라쇼에 나와서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였지요.”

“대단하군…….”

크게 뜬 눈으로 더글라스는 신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허황됐다 싶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여기 나온 이야기대로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장갑맨은 초인이었다.

티모시는 더글라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 초인의 이야기를 왜 여기서 꺼내는가.

그것이 티모시가 더글라스에게 묻는 바였다. 물론 티모시도 이 일을 많이 해온 만큼 이미 어느 정도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다.

더글라스는 말했다.

“우리 군에 그가 필요합니다.”

“쓸모는 많겠군.”

티모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의 기본은 육군이다.

미군이 저런 말을 하면 사실 좀 우스울 수도 있다. 해군과 공군의 힘이 엄청나니까.

사실 공군 지원을 통한 우선 선제 폭격은 미군의 장기다. 그래서 항공모함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래도 육군은 결국 중요하다.

이라크에서!

그보다 과거에는 베트남에서!

미군이 왜 고생했던가 생각하면 결국 싸움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건 육군일 수밖에 없다.

“네. 그를 고용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전략적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려 하겠나?”

티모시는 회의적으로 말했다.

군인은 목숨이 위험한 일이다. 미군의 사망률은 적에 비해 훨씬 낮지만 그래도 실제 위험한 곳에 가서 전투를 수행하는 부대다.

누가 좋아서 군인이 되려 할까. 사회적 지원은 물론 각종 복지, 혜택을 통해서 하층민들 위주로 겨우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군인의 질적 저하는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

장갑맨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었다.

특히 장갑맨은 군대 따위와 연결되지 않아도 부와 명예를 얼마든지 거머쥘 수 있는데다 미국인도 아니다. 미국 군대와 협력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래도록 영웅적인 일에 종사해온 만큼 우리가 하려는 일에 찬동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살인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 거절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글라스가 장갑맨이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미군이 고전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전투 결과가 수십, 아니 수백만 명의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잘했다고는 안 한다.

정의의 군대라고도!

전쟁 수행은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연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이 퇴각한 자리를 차지할 것들은 정말 끔찍하다.

지금 중동에서는 명예살인이라고 해서 여자가 강간을 당하면 강간한 남자가 아닌 여자가 공개적으로 처형을 당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게 다 꼴통 종교정치 조직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벌어진 일!

이슬람 여자들의 옷 차도르도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꼴통 광신도들이 정권을 잡고 나서 일어난 일!

그리고 그게 이슬람의 정통 해석도 아니다.

이슬람 율법 학자들은 오히려 그런 놈들이야말로 때려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얼마 전에는 그놈들이 세계적인 불상이 이슬람의 것이 아니라며 박살을 냈다.

바로 바미안 석굴!

그러니 장갑맨을 잘 설득하면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더글라스는 생각했다. 일단 장갑맨은 무엇보다 범죄자를 때려잡은 것으로 명성을 얻었으니까.

“그런 건 부차적이지. 장갑맨이 자네가 말한 만큼 강하고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손을 더럽히면서 위험한 전쟁터에서 움직인다고? 어려운 이야기네.”

“하지만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교관으로 초빙하는 데만 성공해도 미군의 전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매력적인 이야기군.”

장갑맨이 정말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성공한다면 더글라스의 말처럼 전력 상승은 분명했기에 티모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적은 거대한 국가가 아니라 쥐새끼들입니다. 쥐새끼들을 상대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탱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요. 상식을 넘어서는 정예 병력의 침투 작전을 통한 요인 체포와 암살이야말로 지금 우리 군이 처해있는 난국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해볼 가치는 있겠군.”

“그렇지요.”

티모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 남은 문제는 이걸 정식 작전에 넣을건가 아닌가 하는 건데…….”

“그건 접촉 후 결과에 따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더글라스가 말했다.

티모시도 그 말에 동의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대통령에게는 내가 말씀드리지.”

그리고 미국 정부 측에서 장갑맨과 접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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