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일본이야말로 한국을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
일본은 한국이 미국도 마음대로 조종하고 전 세계를 속여 거짓을 진실로 만들 정도의 힘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생각 속에 한국은 세계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는 초강대국!
미국도 못 할 짓을 한국이 한다고 믿는 유일한 나라 일본!
저런 식으로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 일본에서는 그 비웃음을 신경도 안 쓰고 ‘우끼끼’거리기를 계속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반응을 보며 일본이 왜 망해 가는지 알겠다고 수군거렸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된 것은 한국이었다.
장갑맨이 범죄자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의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하는 즉시 미국과 방송국 측에 연락해서 이 문제에 대한 협력과 방영 중지를 요구했다.
물론 깨끗이 무시당했다.
대체 어떻게?
미국 정부는 물론 WWF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역시 공식적인 단체다. 범죄자를 보호하고 주권단체의 요청을 무시한다니 기이한 일이었다.
그러나 답은 간단!
세 단체 모든 같은 답변으로 한국 측의 요청을 씹었다.
‘장갑맨이란 범죄자가 귀국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 사람이 그 범죄자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라는 것.
실제 예고 동영상에서조차 저 사람이 장갑맨이라는 것은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았다. ‘오직 지금은 내 사냥감이죠!’라고 한국어로 말했을 뿐!
이에 한국정부는 WWF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그의 신분 확인을 요청했다.
물론 이것도 다 예상되어 있던바!
두 단체는 즉시 미리 마련해 뒀던 사람을 내세워 사실은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오는 데 한국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이것은 외국에도 알려져서 상당한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한국 측에서도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이란걸 알고 강하게 나서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정부가 범죄를 용인한다는 인상을 줄 수 없을 뿐, 장갑맨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나 여러관료들 중에서도 이미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으니까.
그렇게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흥분의 가운데 방영날이 되었다.
영상이 방영되는 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은 유튜브 측과 계약을 맺어 전 세계 동시 중계가 될 수 있도록 이미 조치를 취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동영상 공개 시각쯤이 되자 유튜브는 전례에 없던 트래픽이 발생!
하지만 미리 대처하고 있었던 덕분에 문제없이 동영상 송출은 성공했고, 장갑맨의 곰사냥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그리고 지구는 들끓었다!
***
곰을 때려잡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공개되고 난 뒤, 장갑맨에 대한 세계의 환호는 물론 거대했다. 여러 나라의 메이저 신문에서 언급하며 인간 육체의 새로운 신기원이 열렸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열광의 파도가 인터넷을 통해 지구를 한 바퀴 휩쓸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
이를 통해 WWF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얻은 경제적 수익은 단기적으로만 일억 달러 이상일 거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영상이 너무 놀라웠다.
너무 놀라운 것을 보게 되면 그걸 진짜라고 보기보다 우선 의심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
그리고 사실 그런 시각이 합리적이다.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검증 없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짓! 적지 않은 매체에서 찬사를 보내는 한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적인 매체만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그 영상을 본 이들 가운데서도 같은 의문을 가진 이들은 적지 않게 있었다.
물론 그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은 역시 일본인!
그들은 신이 나서 ‘날조의 대국, 한국’이라고 떠들었다.
***
쾅!
문이 열렸다.
흥분한 학생 하나가 학원의 교실로 달려들었다.
이미 모여 수군거리고 있던 그의 친구들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학생은 그런 이야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듯, 친구들이 모인 곳에 도착하자마자 외쳤다.
“봤냐?”
“아, 그럼 안 봤을라고?”
다른 설명은 모두 제거된 채 ‘봤냐?’라고 말했을 뿐이거늘, 다들 그게 뭘 뜻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장갑맨의 대결 다큐멘터리!
흥분한 표정으로 그의 친구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으아, 끝내주던데!”
“그래!”
다들 다큐멘터리를 회상하고 거기서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전율에 빠진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곧 한 학생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좀 아쉽더라. 너무 빨리 끝났잖아.”
“그건 그래. 잔뜩 기대하게 하고는 싸움은 십 초도 안 걸렸잖아.”
다른 학생이 거기 동의했다.
실제 동영상의 총 길이는 50분 정도였는데 싸우는 시간은 대략 1분 정도였다.
뒤에 해설이니 설명이니 해서 5분 정도 더 있긴 하지만 결국은 해설에 불과할 뿐.
그것도 제대로 싸운 게 아니라 견제에 걸린 시간 같은 걸 포함한 거라 실제로 싸운 시간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줄어들었다.
툭툭 치니까 갑자기 퍽 쳐서 죽어버린 형국.
나이가 좀 되는 한국 사람이라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전설적인 말이 기억날 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학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만큼 장갑맨이 세다는 거지.”
다들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겠다.”
“진짜 쩔긴 쩐다…….”
“곰을…….”
그런데 좀 떨어진 자리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학생 하나가 못 봐주겠다는 얼굴로 일어나서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바보들아!”
“뭐야!”
“쯧쯧, 어디 그런데 속냐.”
그는 고개를 흔들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한창 장갑맨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속다니?”
“지금 벌써 넷에서는 그 영상이 가짜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데.”
일그러졌던 학생들의 표정이 한층 쭈그러들었다.
“무슨 소리야!”
“조작 영상이라고! 곰이랑 싸운 건 진짜일 수 있어도 미리 약하게 만든 다음에 대결시켰다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해?”
학생들은 반박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가짜설을 주장하던 학생은 태연했다.
“아, 진짜라니까. 의심되면 인터넷 들어가서 찾아봐! 좋은 스마트폰 사서 엿바꿔 먹을 일 있냐. 이럴 때 사용하는 거지!”
“어디 어디.”
학생 하나가 얼른 인터넷에 접속했다.
가짜 설 지지 학생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정부에서 발표도 있었잖아. 진짜 장갑맨과 관계가 없다고.”
“그거야 눈 가리고 아웅이지.”
“어허, 나라에서 농담을 할까. 진짜인 거야.”
가짜설을 지지하는 학생은 특이하게도 정부 발표에 커다란 신뢰를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가.”
“뭐 어디 찾아보면 되겠지.”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수군거리며 검색에 돌입했다.
먼저 검색을 시작했던 학생이 외쳤다.
“찾았다.”
“보자. 뭐래?”
우르르 학생들이 몰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조작의 증거라면서 여러 화면들을 캡쳐해서 하나하나 동그라미를 쳐 이래서 조작이다 저래서 조작이다 주장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일본에서 만든 게 한국에 퍼져서 누가 그걸 번역해 다시 올려놓은 모양이었다.
끝까지 다 본 학생들은 심각한 악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역시 조작된 거라고.”
“그럴까. 나는 진짜 같던데.”
오늘 공부보다 이 동영상의 진위가 더 중요하다는 듯한 태도!
학생 하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WWF면 몰라도 뭐 기다리면 다 드러나지 않겠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이런 걸로 사기를 칠 리는 없으니까.”
다른 학생이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갑맨 본인이 나서서 이런 걸로 사기치다 걸리면 박살 낸다고 했었잖아.”
“그것도 그렇네. 이게 가짜라면 가만히 있지 않겠지.”
“더구나 WWF잖아.”
“이전에 박살 났던 걔들.”
그렇게 되자 처음에 가짜라고 주장했던 학생도 말이 궁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장갑맨은 자기 이름으로 해괴한 짓을 하는 놈들이 나타나면 호되게 응징하겠다 했고, 그래서 WWF를 박살 냈다.
만일 가짜라면 장갑맨이 직접 나설 것이다.
사실 그게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증명 방법이긴 했다.
물론 일본인들은 그 역시도 믿지 않을 테지만. 하기야 그놈들은 장갑맨의 존재 자체를 날조라고 주장한다.
***
강민은 탄식했다!
“이게 무슨 홍길동전인가? 진짜를 진짜라 밝히지 못하고…….”
종찬이 곤혹스레 말했다.
“그게 워낙 충격적인 영상이었으니 말입니다.”
제임스가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영상에서 당신이 보여준 것은 인간의 한계를 훨씬 초월해 있는 겁니다.”
다큐멘터리 조작 의혹이 발생한 지 사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그 이야기는 의외로 생명력을 얻고 지지자를 조금씩 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