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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36화 (136/227)

136화

톰은 미국 버클리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버클리라 하면 유명한 명문!

그만큼 등록금은 비쌌지만, 장학금 제도가 잘되어 있어 쓸데없는 아르바이트 따위를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에만 전념해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명문대니 어쩔 수 없다. 그런 그의 낙은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과제와 에세이를 끝내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다음 자기 전에 느긋하게 유튜브를 구경하는 것.

유튜브는 신기하고 재밌는 동영상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찾아다니면서 구경하면 TV 따위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그리고 오늘은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아주 끝내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한다. 어메이징하고 어썸하다고 평판이 자자했다.

톰은 기대를 품고 그 동영상의 주소를 입력했다.

“응?”

동영상의 제목은 언빌리버블 배틀이었다.

믿을 수 없는 싸움이라. 뭘까 기대하며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은 5분 정도로 길지 않았다. 곧 영상이 시작됐다.

몇몇 사람이 숲을 거니는 영상이었다.

새로운 영화 광고인가 싶어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이 검어지더니 협찬사가 나타났다.

WWF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었다.

“뭐야 이거?”

톰은 알 수가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WWF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있단 말인가. 점점 더 이 영상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영상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북부 침엽수림 지대에 와 있습니다.

바스락바스락.

마른 풀숲을 헤치는 소리.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곰을 쫓기 위해서죠.

사냥 프로그램인가 하고 생각하며 톰은 시청을 계속했다.

-강력한 곰입니다.

기사와 뉴스의 단편적인 화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두 어떤 곰에 의해 사람들이 죽고 다친 것에 관계된 것이었다.

-벌써 사람을 셋이나 잡아먹었고, 지능도 높아서 지역 경찰과 사냥꾼들을 엿먹이고 있습니다. 현재 주정부에서는 많은 인원을 동원해 사냥에 나섰지만, 허탕이었고 사냥꾼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니 출입을 감지했습니다.

저희 내셔널 지오그래픽팀은 현재 WWF와 협력해 바로 그 곰을 추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화면에 강력해 보이는 곰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그 살인곰인 모양이었다.

톰은 이제 좀 흥미진진해졌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강력한 격투기 선수들을 모아 단체로 곰을 사냥하는 프로그램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총을 사용할 텐데 격투기 선수라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걸까 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추적 장면으로 돌아왔다.

-야, 여기 봐!

카메라가 바쁘게 달려가 어느 나무를 비췄다. 나무 표면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이 아주 많이 나 있었다.

-곰의 손톱자국입니다.

화면이 바뀌고 곰의 여러 가지 모습이 나타났다.

-곰은 강력한 생물이죠. 내려치는 손톱에는 일 톤에 달하는 힘이 실려 있고 달리는 속도는 60km를 넘어섭니다. 생명력 역시 무시무시해서 심장에 총을 맞아도 쉽게 죽지 않을 정도죠. 숲의 왕자라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강력한 힘과 속도를 자랑하는 곰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스크를 하고 장갑을 한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 사냥감이죠.

톰이 알지 못하는 아시아의 말이었다.

자막이 떠올라 무슨 뜻인지를 나타냈다. 그 말만을 하고 남자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마어마한 경악에 입을 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자막이 떠올랐다.

-장갑맨 대 살인곰! 곧 공개됩니다!

거기서 영상은 끝났다.

“왓!”

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

“왓왓왓! 오우 잇츠 크레이지!”

그러고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방을 돌면서 계속 미친놈처럼 외쳤다. 너무 시끄러워서 미리 와서 자고 있던 룸메이트가 짜증 나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헤이! 셧업!”

“돈 비 스투피드!”

그러나 톰은 적반하장!

이런 순간에 잠이나 자고 있는 룸메이트야말로 세상에 다시없을 천치라는 듯 외쳤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룸메이트는 졸린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

“오우……. 왓츠업?”

“허리 업 앤 룩 디스!”

화낸다 싶을 정도의 표정으로 톰이 재촉했다.

신경질적인 얼굴로 룸메이트가 움직였다.

그가 오자 톰은 보았던 예고 동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뭔가 하고 룸메이트는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오우?”

룸메이트는 놀랐다.

“오우!”

또 놀랐다.

“왓 더 퍽!”

영상이 다 끝났을 때 그는 톰이 그랬던 것처럼 거칠게 외치며 양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둘은 불타는 눈동자로 서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방영날 수업 짼다!

학점이 걱정됐지만 괜찮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최소한 남자들은 다 같이 쨀 테니까!

***

동영상 하나가 엄청난 폭풍이 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곧 방영하기로 한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언빌리버블 배틀의 예고편!

무언가 하고 본 사람들은 모두 공황 상태라 할 만큼 흥분하고 말았다.

그럴만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이 그 예고편에 찍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 사냥감이죠!

마지막에 여유롭게 그렇게 말한 정체불명의 남자!

그는 틀림없이 장갑맨이었으니까!

장갑맨!

이미 전 세계 남자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장갑맨!

진정한 한류의 주역!

그가 곰을 일러 내 사냥감이라 했다.

이걸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공개할 영상의 정체는 뻔했다. 장갑맨 대 살인곰인 것이다!

인간 남자의 무한한 꿈인 강함의 정점에 선 장갑맨이 이제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인증을 받고 이제는 동물의 영역에까지 그 강함을 증명하려는 것!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흥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약하다.

한심하고 불쌍할 정도로 약한 동물이다.

속도도 느리고, 근력도 약하고, 병에도 잘 걸리고, 피부도 연약하다.

맨몸으로 야생에 던져놓는다면 토끼처럼 불쌍하게 사냥당하는 처지가 될 생물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오직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

인간의 몸 자체는 정말이지 전투능력다운 전투능력이 없다!

그나마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하면 지구력 정도일까. 털이 없는 덕에 땀으로 열을 잘 배출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달리기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엔 전멸!

그렇기 때문에 故최배달 극진 가라테의 창시자인 오오야마 마쓰다츠가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잡았던 것만으로도 전 세계가 그렇게 흥분했던 것이다.

한데 이제는 곰!

지상 최강의 맹수, 곰이 상대!

연약한 인간들로서는 흥분할 수밖에!

영화와 소설, 만화에서만 강력한 인간을 등장시켜 맹수들도 때려잡는다는 망상을 즐겨 왔으나, 이제 인간이 정말로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장갑맨을 통해 당당하게 실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에 나타난 슈퍼 히어로!

빌런만 있으면 슈퍼 영웅 만화가 현실이 된다고 떠들어대는 만화광들은 미국 인터넷 사이트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

중국!

인도!

중동!

물론 한국도!

남자가 서식하는 곳이라면 어디나 흥분했다.

다만……. 모두가 그렇게 기뻐하며 방영을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일본이 시큰둥했다.

드글드글 넘쳐나는 혐한들이 날조라며 인터넷에서 외치며 장갑맨에 대해 부정하려고 애썼다.

‘날조 춍이 미국도 속이고 있다.’

‘역시 미국 놈들은 멍청해. 저런 거짓말에 속다니’

‘장갑맨이란 게 있었어? 한국에서 만들어낸 날조 영웅이잖아?’

일본의 넷에서는 저런 말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진지하고 상식적인 일본인들은 물론 저러지 않았지만 넷에서 혐한 질이나 하는 패배자들로서는 그렇게 한국을 까는 게 인생의 낙이니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국에서도 그것을 알았지만 저런 반응은 이제 질릴 정도로 뻔해서 다들 별 반응도 없이 비웃기만 했다. 이런 반응은 외국에도 넘어가서 일본을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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