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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32화 (132/227)

132화

“합숙처럼 여름에 어디 놀러 가는 것도 좋다곤 생각하고 있어요.”

강민이 선뜻 한 말에 모두 기뻐했다.

“오오.”

“그거 좋은데.”

“괌에 별장을 빌릴 수 있어!”

호성이 외쳤다.

“하와이도요!”

지연도 지지 않는다는 듯이 외쳤다.

“뭐 어지간한 곳은 별문제 없단 거지.”

호성이 자신만만하게 한 말에 지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둘 다 어지간한 부잣집 가계가 아니라서 유명한 관광지에 펜션 하나 둘 가지고 있는 정도는 신기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계열사 중에 관광 사업을 하는 곳도 있으니까.

그러나 강민은 그런 도움을 얻을 생각이 없었다.

“성의는 고맙지만 그런 데 가면 아무래도 눈에 너무 띌 것 같기도 하니 강민단의 운용자금으로 가는 쪽으로 하자. 그것만 해도 문제없잖아.”

호성이나 지연의 이름으로 뭔가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주변에서 보게 되는 시선이 늘어난다.

그러면 자칫 피곤해질 수 있으니 그런 시선을 피할 겸 그냥 조촐한 동아리 행사의 양식을 가장해 놀러 갈 생각이었다.

“그러지 뭐.”

“그럼 장소는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단 스케줄은 7월은 곤란해.”

“왜?”

강민이 한 말에 지연이 물었다.

“학교생활 하느라 손봐주지 못한 악당들도 좀 정리해야 할 테고 해외에 나가서 좀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해외에?”

모두 해외라는 말에 흥미를 보였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강민의 진정한 정체가 장갑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활약이 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까지 뻗치는 데 대해서도 흥미가 많았다.

“뭐 사람도 구하고 좋은 일도 할 겸.”

강민은 가볍게 고래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오오, 장갑맨이 드디어 활동무대를 해외까지 뻗어 나간다는 말인가.”

“그런 거지. 근데 장래엔 너희들도 같이 움직여야 할 테니까 놀지 말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훈련도 해.”

재철 일당을 보면서 강민이 말했다.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재철 일당은 반가운 모습이었지만 과거의 상황을 생각할 때 정말 그런지 자신이 없기도 해서 그들은 주저주저하며 강민에게 물었다.

“굳이 우리가 필요 있어?”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이란 얼마가 있든 부족한 법이야. 세상을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려는 것도 아닌데.”

강민의 답은 간단했다.

“그런가.”

“악당만 때려잡는 데서 만족한다면 몰라도 그 이상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필요해지기 마련이니까.”

혜경이 웃었다.

“꼭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

“그런 적이 있긴 하지.”

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지연히 흥미를 보였다.

사실은 지연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강민단원들 전부가 그랬다. 강민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어야 할 시기부터 너무도 특별한 힘과 인맥, 그리고 활약을 보였다.

그 특이함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데 그 단서가 될 수 있는 말을 세나가 했으니 다들 흥미를 보일밖에.

하지만 강민으로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주제라 얼른 말을 돌렸다.

“그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놀러 가는 건 8월로 하자고. 일단 그걸로 오케이?”

“알았어. 계획은 미리 짜 둘게.”

다들 실망했지만, 강민이 별로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캐물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럼 부탁해. 나는 7월 한 달간은 꽤 바쁠 테니까.”

그리고 강민은 뭘 기대하는지 빙그레 웃었다.

*

두 남자가 도심의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주변은 모두 판잣집.

경기 불황으로 인해 새로이 생겨나기 시작한 신빈곤 거주층이 모인 곳이었다. 헐레벌떡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던 그들 앞으로 갑작스레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깜짝 놀랐지만, 악에 받친 듯 눈에 살기를 띠고 품에서 무언가를 들었다.

번쩍이는 날붙이.

칼이었다.

“이 새끼!”

“죽어!”

기세는 좋지만 자세는 불안정했다.

그러나 누가 저 돌진 앞에서 여유로울 수 있을까. 설령 어설프더라도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피부는 강철로 된 것이 아니라서 저 정도만 해도 충분히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물론 장갑맨을 빼고서의 이야기다.

“후후!”

강민은 가볍게 그들을 비웃으며 발을 움직였다.

쉭!

예리한 소리가 그의 손끝에서 나고 두 남자는 연이어 비명을 터뜨렸다. 그들의 손이 위로 들렸고, 쥐고 있던 칼은 놓치고 말았다.

허공에 떠오른 철덩이가 빛을 반사하며 번쩍이다 허무하게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 칼을 다시 잡기 위한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칼을 잡아야 할 손이 방금 발에 얻어맞아 뭉개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우우…….”

“으으…….”

그들은 박살난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두려운 눈으로 강민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민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며 야유했다.

“무서운 모양이지?”

이어 강민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당했던 사람들은 어떨까.”

강민은 재빨리 움직였다.

번개가 된 듯한 그의 동작 앞에서 쫓기던 남자들은 서둘러 응대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상대는 장갑맨.

육십억 분의 일을 공인받은 사나이!

퍽!

퍼억!

고기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고 남자들은 배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커윽……!”

“끄르륵…….”

바닥에 쓰러진 채 벌레처럼 꿈틀대며 비명을 내지르는 자들을 보며 강민은 그저 냉혹한 눈빛을 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현재 이곳에 쓰러져 있는 자들은 강간 살해를 하고 잡혀가던 흉악범으로 경찰의 관리 소홀로 인해 도망치고 만 자들이었다.

한발 늦게, 건물의 지붕을 뛰어넘어 에이리가 강민의 옆에 뛰어내렸다. 그녀는 이미 작살나 있는 범인들을 보고 아쉬운 표정을 했다.

“아 늦었다.”

“내 매복이 좋았던 덕분이지.”

“쳇, 다음엔 내가 잡을 거야”

강민이 혀를 찼다.

“뭘 그렇게 아쉬워해. 요즘 너도 많이 때려잡았으면서.”

“그렇긴 하지만.”

작게 웃으며 에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시작한 장갑맨 활동을 통해 검거하고 박살낸 흉악범의 숫자는 이미 오십이 넘었다.

그중 절반 이상을 에이리가 처리했으니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범인 검거는 경쟁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항상 에이리는 강민에게 선수를 빼앗기면 아쉬워하곤 했다. 그런 호승심이 있기 때문에 그랜드 마스터라는 지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것이겠지만 말이다.

강민은 이어 아직 꿈틀거리는 자들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것들 참 악질인데 그냥 경찰에 넘기면 그것도 너무 자비로운 짓이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에이리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어렵게 살아가던 자매를 오랫동안 노리다가 강간살해를 한 뒤 도망친 악당들로, 그런 상황에서 경찰의 실수로 도망쳐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던 쓰레기였다.

강민이 앞으로 나섰다.

“히익!”

“으으으!”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들이 뭔가 위험한 짓을 할 거란 걸 깨달은 두 범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용서를 구했다.

“요, 용서해 주십시오…….”

강민은 마스크 안쪽에서 상큼하게 웃었다.

“너한테 당한 사람들은 용서 받을 짓을 한 게 없는데 더러운 꼴 당했잖아?”

그리고 발로 그들의 몸을 걷어찼다.

퍽!

“아악!”

퍼억!

“케엑!”

얻어맞을 때마다 범죄자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당연했다.

강민이 그들의 몸을 걷어찰 때마다 몸이 아예 변형되다시피 하고 있는데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발이 박살나고 다리가 박살났다.

영원히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하게끔 만든 상태!

결국 그들은 정신을 잃고 기절했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몸을 걷어차 보기 좋은 병신 체형으로 만든 다음 강민은 그들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자 그럼 이만하고 갈까.”

“경찰에 연락은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할 거지?”

고개를 끄덕이며 에이리가 물었다. 시민들의 장갑맨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불편을 겪은 적이 없다.

“그래야지. 우리 전화길 사용하면 들키니까.”

“전화 아니라도 마찬가지지.”

“그건 그래. 메일이라든가…….”

거기까지 말하고 강민은 투덜거렸다.

“한국은 개인정보를 너무 병신 취급한단 말야. 무슨 공공재도 아니고.”

“나도 스팸이 떠서 정말 싫어.”

동감의 뜻으로 에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녀에게 오는 문자 메시지의 절반이 스팸일 지경이었으니 짜증날 만도 했다.

“스팸 정도면 다행이고 사기꾼 새끼들이 전화 거는 것도 많아.”

특히 중국발 피싱!

조선족을 고용해 계좌이체 낚시질을 하는 놈들은 어떻게 족칠 방법도 없다.

“그래서 피해를 당해도 정보관리 소홀히 한 새끼들은 피해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니지.”

“나도 봤어. 규모도 크던데?”

“몇천만 명씩 개인정보 수거해 놓고 해커들한테 탈탈 털린 게 한 두번이 아냐. 그래 놓고서 개인정보 수집은 어찌 그리 좋아하는지.”

“제대로 처벌은 있었어?”

분한 표정으로 에이리가 물었다.

강민은 시니컬하게 답했다.

“전혀.”

“어이가 없군.”

“한국의 시민들은 재벌을 위한 빵셔틀에 불과하니까.”

재벌을 위한 빵셔틀.

직접적이지만 현재 한국인의 사회적 지위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다. 기업에게 싸게 전기를 주기 위해 민간용 전기만 누진세로 족치고, 재벌의 수출 산업을 위해 환율도 조작해서 국내 물가는 매년 폭등한다.

동시에 실질임금은 동결!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재벌이 잘되어야 낙수효과가 일어난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민은 거지가 되어 재벌님들이 흘리는 빵 부스러기만 주워 먹으란 소리! 그런데 그 빵 부스러기조차 골목 상권을 재벌님들이 재패하면서 다 박살나고 있다.

“쯧쯧쯧.”

어이가 없어 에이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답이 없다 싶어 암담한 기분이 된 건 강민도 마찬가지.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가자.”

“응.”

에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이 대답을 하는 순간부터 에이리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강민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많이 기대되는 모양이지?”

“그럼, 당연한 거 아니겠어?”

“하긴 나도 살짝 기대가 되는군.”

오늘 이자들을 때려잡는 걸 마지막으로 둘은 함께 WWF 주최의 빅 이벤트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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