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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24화 (124/227)

124화

문이 열리고 강민이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강민은 경악했다.

집안이 쓰레기장과 비슷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가득 쌓여 있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는 이 집 주인의 평상시 생활이 어떤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강민은 집 안으로 들어가 그중에서도 큰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전체적으로 쓰레기장에 가까운 환경 가운데서 그나마 사람이 사는 방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당연했다.

실제로 거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까.

세나는 그 방에 설치된 여러 개의 모니터 모두에 주식 화면을 띄워두고 주식 매매에 열중해 있었다. 잠시 그녀의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다가 강민은 다가가서 물었다.

“재밌어?”

“재밌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한 세나의 답이 당장 돌아왔다.

강민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일단 돈이 되잖아,”

그야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십억, 이십억에 일비일희하기엔 이미 강민단의 실질적인 재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원래 세계에는 그런 재산조차도 먼지 같다고 느낄 만한 재화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기는 것 자체가 재밌지. 이건 직접 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일 뿐, 어마어마한 격전이나 마찬가지니까.”

즐겁게 웃으면서 세나는 설명했다.

“그래?”

“그럼! 내가 겪은 전투를 다 통틀어도 이만큼 끈질기고 철저한 전투는 얼마 없어. 온갖 욕망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싸우는 거야. 그 격전을 거쳐 승리하고 승자가 패자의 돈을 싹쓸이하는 거지. 아주 즐겁다고.”

강민은 외치듯이 말하는 세나의 눈동자 가운데서 번쩍이는 살의와 흥분을 읽었다.

비록 모니터 화면 저편의 상대이긴 하나 정말로 상대를 잡아 죽이겠다는 각오로 돈놀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니 관심이 생기네.”

“물론 차트와 수급을 전투처럼 즐기려면 보통 안목과 실력으론 무리야. 그래서 너한테 추천은 안 해. 아니 못해.”

세아는 비웃으며 말했다.

강민의 얼굴이 팍삭 찌그러졌다.

“너는 너무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호호, 하지만 사실이야.”

강민의 말문이 막혔다.

세나라면 강민을 머리가 나쁘다고 무시해도 어쩔 수가 없다. 실제 두 사람의 지능은 차이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나 강민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니가 너무 똑똑한 탓이지!”

마법사는 보통 똑똑하다.

그런 마법사들 가운데 천재라 할 수 있는 이들만이 그럭저럭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천재들 사이에서 천재로 인정받으면 나라를 대표하는 마법사인 궁정 마도사가 될까 말까 한다.

그런 이들 죄 모아봐야 죄 바보 취급할 수 있는 것이 대현자!

그래서 세나가 나타나기 전까지 대현자는 공석이었다.

“그것도 그렇긴 해.”

세나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은 세나의 인정을 받았지만, 한층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너는 매우 재수가 없어.”

“사실을 말할 뿐인데.”

“그게 재수가 없단 거야!”

세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하는 말이었다.

세나는 재수가 없다.

잘난 척이 심해서다.

근데 사실이라 깔 수가 없다.

깔 수가 없으니 더욱 재수가 없다!

이런 무한 순환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세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강민의 열등감을 즐기며 웃다가 기분 좋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온 거야?”

“너무 방구석 폐인처럼 있지 말고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해 보라고 찾아온 거지.”

강민도 걱정이고 에이리도 앙숙이지만 처박혀서 주식만 하는 게 걱정이었다.

사실 에이리는 예전부터 그랬다. 모험을 나가기 전만 해도 현자의 탑인지 오덕의 탑인지 하는 곳에 처박혀서 책만 보고 살았다.

그곳의 모습도 지금 이 방의 모습과 사실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에이리의 종용으로 강민이 찾아와서 이 운동부족의 문자 오덕 폐인녀를 밖으로 끌어내기로 한 것이다.

강민이 끌어내자 물고기는 좋아하며 떡밥을 물었다.

“그래? 데이트 신청?”

“뭐 그렇게 생각해도 좋고.”

어쨌거나 밖으로 끌고 가는 게 목적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서 따라 나와 주면 좋은 일이다. 세나는 기대했던 것처럼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 그렇다면 거절할 수 없지.”

“그럼 같이 나갈까.”

“응!”

세나는 쾌활히 답했다.

방은 거지꼴로 만들어 두는 주제에 자기 치장은 언제나 확실해서 지금 당장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현재 세나의 차림은 단정했다.

원판이 너무 좋아 사실 따로 꾸밀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유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러나 기분 좋게 밖으로 나가려는 세나를 강민이 말렸다.

“잠깐 그 전에…….”

“왜 뭐 할 거 있어?”

강민이 쓰레기장 꼴의 방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업자를 불러 방 청소를 하자!”

“하긴 내가 좀 정리정돈을 못하는 편이긴 하지.”

그게 좋다는 걸 인정하는 듯이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곳마다 쓰레기장을 만드는 주제에…….’

강민은 업자 전화번호를 찾으며 구시렁댔다.

그의 심정 같으면 방을 이렇게 쓰레기장 꼴로 만드는 것도 재능이라며 이것도 위대한 세나의 마법의 힘 덕분 아니냐고 놀려주고 싶을 정도!

그러나 그러면 후환이 두려우니 속으로 구시렁대기만 했다.

***

업자를 부르고 방을 맡긴 다음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일이 생겼다고 희희낙락하며 달려온 업자는 세나의 방 꼴을 보고 경악!

세상에 돈 벌기 역시 쉽지 않다는 진리를 깨닫고 망연자실 했다. 그러나 강민이 보수를 높게 쳐주기로 하고 그를 달랜 다음 도망치듯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나온 곳은 근처의 한 공원.

평일의 낮이다 보니 공원에 사람들의 숫자는 적었다. 있다 해도 노인이나 어린이가 보통이고 아줌마들이 수다 떨러 나온 정도.

자연히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둘은 그런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공부는 잘돼?”

“괜찮아.”

강민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데 세나는 피식 웃었다.

“뭐 너야 치사한 짓 오랫동안 했으니 괜찮겠지. 다른 단원들은 어때?”

“걔들도 다 치사한 짓 하고 있다고!”

분해서 강민이 외쳤다.

세나가 말하는 치사한 짓이란 명상법을 사용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강민의 성적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게 아니었다면 강민이 서울대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알았어, 알았어.”

세나는 건성으로 강민의 외침을 들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엎어 치나 메치나 멍청하긴 매한가지!

진지하게 들어둘 이유가 없었다.

잠시 투덜거린 다음 흥분을 가라앉히고 강민은 이야기했다.

“하여간 그 덕에 다들 성적은 좋아. 무난하게 전원 합격을 기대할 수 있겠더군.”

“그런데 꼭 대학에 가야 해? 사실 네가 하려는 일은 별로 대학에 안 가도…….”

세나는 의아하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사회적인 시선이란 게 있으니까. 안정된 영웅놀이를 하려면 그만한 신분이 필요하다고 할까. 백수에 농고 있으면서 그런 일 하면 부모님의 눈치가 아무래도 보이지 않겠어?”

“그렇긴 한가.”

강민의 설명에 세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을 유지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고 안정적인 신분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파이가 그러한 것처럼.

그렇지만 한 일 년 정도 한국에서 살면서 역시 이해가 안 된다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학을 너무 중요시하는 거 아냐? 거기다 너무 대학에 많이 가기도 하고.”

사실 대다수 한국인이 같은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는 없는 병폐에 대한 지적! 그러니 강민도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뭐 별수 없지. 안 그러면 대접을 못 받으니.”

“낭비야! 남자들이 다 군대에 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동 생산력의 낭비인데 그런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전부 대학을 기본적으로 가니.”

조직을 운영하는 지도자의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나는 분노했다.

군역만 해도 한창 일할 시절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경제력의 손실을 낳게 된다. 그런 데다가 대학이라니! 고급 인력을 만들어 내긴 해도 그걸 수용할 시장이 있어야 하거늘 그런 시장은 충분한 규모의 제조업 시장이 없어선 소화가 안 된다.

근데 개나 소나 대학이라니!

“그건 그런데 안 그러면 루저 확정이라.”

강민은 세나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어쩔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리 간단히 설명했다. 보고 들은 바가 있는 세나도 강민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도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군.”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 아니겠냐.”

강민이 그리 지적했다.

한국은 문제가 많은 사회다.

누가 그걸 부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어느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강민이 갔던 이계 사회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기야 하지만.”

“너는 계속 주식 게임 할 거야?”

강민이 세나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으니까 계속하겠지만 역시 이것만 하면 이왕에 여기 온 건데 의미가 없겠지? 다양하게 뭔가를 해 봐야 할 텐데…… 뭐가 좋을지는 좀.”

“이왕에 휴가 온 거니까 그게 좋을 거야. 에이리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잖아.”

방구석폐인을 벗어나게 만들 기회라 생각하며 강민은 세나의 등을 떠밀었다.

세나는 투덜댔다.

“그 계집애는 운도 좋지.”

“적합한 일을 빨리 찾긴 했지.”

“나도 직업이라도 구해볼까…….”

“그것도 괜찮을 거야.”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뭘 하려 해도 세나가 에이리보다 훨씬 편하게 적합한 일을 찾을 수 있다. 에이리는 몸을 쓰는 걸 주로 하는데 그건 너무 눈에 띈다.

반면에 세나는 머리가 좋고, 머리가 좋은 것도 눈에 띄긴 하는데 인간들 중에서도 머리 좋은 사람은 꽤 있기 때문에 외계인이나 이세계인이라는 식으로 여겨질 위험은 없다.

하지만 결코 해선 안 되는 것이 하나 있긴 했다!

엄중한 얼굴로 강민은 경고했다.

“요리 관련은 절대로 하지 말고.”

“생각해볼게…….”

딱 잘라 거절은 하지 못했지만 지은 죄를 알기는 하는 듯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세나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맞다. 너랑 같이 학교에 들어가는 건 어떨까?”

“학교에?”

“그래!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어?”

신이 난 얼굴로 세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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