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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18화 (118/227)

118화

“끄아악!”

조고두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길게 비명을 질렀다. 귀신같았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처참하게 비명을 내질러도 소용없었다.

강민은 자비 없이 그의 고환을 박살내 버렸고, 조고두를 바닥에 던져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피와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 시원하다.”

기절해 있는 조고두를 옆에 두고 후련한 표정으로 잠시 쉬고 있는데 곧 에이리가 달려왔다. 그녀는 실망한 표정으로 조고두를 보고서는 강민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응. 근데 뭐 이런 녀석 처리하는 건 굳이 네가 올 필요가 없는데.”

“나도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에이리는 분한 어조로 외쳤다.

강민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일이 어려워?”

에이리의 신체능력과 전투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일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정답은 간단했다.

“어렵진 않은데…… 미지근해서…… 그리고 제약도 많고.”

강민은 그제서야 이해한 표정이 됐다.

그러니까 마음껏 때리고 부술 수가 없어서 신경질이 난다는 뜻!

하기야 에이리가 속 시원하게 한 대 때리는 것은 단련한 근육질의 프로 격투기 선수가 갑옷을 입고 있어도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태우는 것과 같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 텐데, 강민은 걱정이 돼서 말했다.

“칼은 쓰지 마.”

“그건 알고 있어. 어차피 저런 거야 두 주먹이면 충분하지. 그쪽이 스트레스도 더 잘 풀려.”

“그럼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그런데 저 정도로 괜찮겠어?”

에이리는 조고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파이어 에그가 작살나서 피를 흘리며 기절해 있는 남자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강민이 놀라면서 물었다.

“저게 약해보여?”

“저지른 짓에 비하면야…… 그리고 한국은 이상하게 강간범한테 자비롭잖아.”

에이리가 투덜대며 말했다.

그건 강민도 어쩔 수가 없어 인정했다.

“음 좀 약하긴 하지.”

“저놈도 신문에서 보니 10년 좀 더 산다며.”

“그렇긴 하지.”

어린애를 강간한 것이라 해도 한국에서는 15년 정도가 한계다. 당한 아이는 평생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격 살해를 당했는데도.

“아예 잘라버려.”

“그러면 나중에 나와선 살인범으로 진화할 위험이 있어서…… 감옥에 처박아 놓고 못 나오게 하는 게 최선인데…….”

강민도 마음 같아선 잘라버리거나 죽이고 싶다.

그러나 죽일 수는 없고 잘라버리는 것은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강간범들은 많은 경우가 섹스에 굶주린 것만이 아니라 지배욕이나 파괴욕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다. 성기를 절단하면 해소할 수 없는 성욕이 파괴욕 쪽으로 가서 잔인하게 피해자를 살해하는 살인마가 될 우려가 있다.

가장 최선은 그래서 한 100년 형을 줘서 감옥 안에서 죽게 만드는 것. 세상과 영원히 병원균을 격리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강민은 감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에이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왜 이 나라 정치가들이 욕을 먹는지 알겠군.”

“뭐 윗대가리들은 어디나 비슷하지!”

강민이 한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에이리가 말했다.

“근데 우리도 윗대가리 아냐?”

“그렇긴 하지만.”

에이리는 이어 말했다.

“게다가 농땡이 중이고.”

“읏.”

강민의 말문이 막혔다.

그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모델 일은?”

“계속하고 있어. 근데 나는 한국에서밖에 안 하니까 큰 무대에 서긴 어렵지. 얼굴도 감추어야 하고.”

찔리는 건 자기도 마찬가지였던지 에이리도 별말 없이 강민이 화제를 돌린 데 동참했다.

“그래도 일은 계속 있네?”

“평판은 좋아. 다들 워킹이 좋다더라고.”

강민은 당연하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신체 능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니까.”

“강민단은 어때?”

“여전하지 뭐. 봉사 활동 좀 하고, 가끔 주변 정리도 하고, 그리고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

“성과는 있어?”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야 이제 안정권이고. 위험하던 녀석들도 슬슬 진지하게 노릴 정도가 되어가고 있지.”

“대단한데.”

서울대라는 곳이 얼마나 한국에서 대단한 취급을 받고 있는 곳인지는 이제 에이리도 알았다. 그런 곳에 공부와는 담을 쌓던 이들이 진지하게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을 올렸다니 확실히 칭찬할 만했다.

그러나 강민은 그 칭찬에 분노했다.

“뭐가 대단해! 진짜 돌대가리를 가르쳐도 그렇게 굴리면 그 정도는 나오겠다. 대단한 건 그 돌들이 아니라 그 돌을 거기까지 가르친 강석, 호성 그리고 누구보다 혜경 누나지!”

“하하, 그것도 그런가.”

강민은 이제 거의 과외가 필요 없어졌고, 대신에 혜경은 강민단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현역 서울대생의 과외인 만큼 호성과 강석조차 가볍게 발라버릴 정도의 교습 능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엔 과외비도 좀 많이 넣어 두려고.”

강민은 현재 그녀에게 적지 않은 과외비를 지불하고 있다.

헤경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녀만 한 고급 노동력을 공짜로 부리는 것도 염치없는 짓이고, 결국 혜경 역시 단원인 만큼 단에서 어느 정도 보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싶어서 강압적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원은 팍팍!

그래야 사람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강민의 지론이다.

“그게 좋아. 그 사람이 돈 때문에 고생한 거 하면 내가 너한테 화낼 거야.”

강민이 한 말에 만족하여 에이리가 경고처럼 이야기했다.

“여전히 친한가 보군.”

“좋은 사람이니까. 신세도 졌고.”

에이리는 빙그레 웃었다.

“부모님은?”

“다들 여전히 바쁘시지 뭐. 슬슬 돈도 많이 모였을 텐데 생맥주 기계 새로 들일 생각을 안 하시는 건 고민이야. 청소는 열심히 한다지만 그래도 바꿀 때가 됐는데. 속도도 느려서 지금 손님 감당하기도 힘들고.”

“어쩔 수 없지. 네 부모님은 사실을 모르니까.”

여전히 강민의 부모님 집 가게는 그 끝내주는 맥주 맛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유명세가 더해지며 손님이 늘어나는 데 반해 손님을 수용하는 능력에는 발전이 전혀 없어서 운영은 한층 곤란해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장사 시작하자마자 맥주를 틀기 시작해서 한 번도 안 잠가도 손님이 마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탄이 나올까.

하지만 그 맥주맛은 강민의 부모님도 연원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생맥주 기계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말야. 저러다 기계 부서지면 장사 그만두실지도?”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아?”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편히 쉬실 때긴 하지만…… 일하다 일 그만두면 사람이 갑자기 팍삭 늙어버린다고. 적당한 노동은 건강한 삶의 조건이지.”

한국에서는 행복하게 노동하는 사람이 너무 없는 게 문제일 뿐, 노동 없는 삶은 원래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나 그 계집애는?”

“연락 안 해?”

충분히 직접 이야기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면서 굳이 자신에게 묻는 것이 기이해서 강민은 물어봤다.

에이리의 답은 간단했다.

“너한테 듣는 게 솔직하잖아.”

“하기야…….”

둘 모두 서로에 대해 상당한 라이벌 의식 같은 게 있다. 그냥 둘만 대면하게 놔두고 이야기하면 대화가 싸움으로 쉽게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대화 자체가 안 될 경우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서로의 진짜 안부 같은 것은 서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강민 같은 중개자를 두는 게 분명 더 나을 수 있었다.

“요새 주식에 맛을 들였어.”

“주식? 그 돈놀이?”

“응. 아주 즐거워하면서 이것저것 하던데.”

에이리는 혀를 찼다.

“그런 거 좋아할 거 같긴 하더라고.”

“돈도 꽤 번 모양이야.”

강민은 별로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원래 세나는 굉장히 머리가 좋아서 이 일을 하면 꽤 돈을 많이 벌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현재 강민단의 운용자금 중 절반 정도를 그녀에게 맡겨서 이리저리 굴려보라고 부탁도 해 둔 상태였다.

세나는 국민연금보다 수익률 잘 나올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탕탕 쳤고, 실제 그녀의 운용 실적은 국민 연금을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근데 판돈이 커지면 자기 정체가 세력화돼서 드러난다고 지금 정도 규모가 한계라고 아쉬워하더라. 나중에 판돈을 키워서 나라 단위로 해 먹는 것도 재밌겠단 소리도 하던데.”

판돈이 커지면 주식을 사는 데 움직임이 드러나게 된다.

세력화 된다는 소리!

세력이 되면 당연히 다양한 견제가 들어오고 재수 없으면 금융감독의 철퇴가 날아오는 수도 있다.

대형주에서 놀면 그런 일은 없지만, 대형주의 경우는 움직임이 무거워서 머리 좋은 세나라도 짧은 시간에 그럴듯한 수익을 얻기는 힘들다.

단타는 잡주!

“그건 좀 말려.”

에이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것은 강민도 크게 동감이었다.

거대 해지펀드와 세나가 손잡고 나라를 상대로 장난을 친다며? 가령 환치기 같은 거.

그러면 여자 소로스가 지상세계에 강림하는 꼴이다.

아니면 공매도의 마귀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이 과거 당했듯이 나라단위로 떨이 판매될 수도 있다. 진짜 IMF 2가 터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러 사람 인생 파탄 낼 짓이니 하지 말라고 말렸어. 사실 지금도 꽤 여러 사람 괴롭힌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긴 한데…….”

주식은 제로 섬 게임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아니지만 한국 주식 시장에서 매일 허우적대는 개미들은 단타치기가 많아서 기업이 수익을 벌어들여 기업 가치를 실제로 키우는 걸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성장이 이루어지기 전에 돈을 벌려고 주식을 한다면 주식은 서로의 돈을 뺏고 뺏기는 아비규환의 지옥도!

하지만 세나는 그래서 더 좋아했다.

살아있는 욕망의 음험한 꿈틀거림이 차트와 수급에서 보인다던가!

강민으로선 영문 모를 말이었다.

“그거야 뛰어든 자들의 잘못이지.”

“그건 그렇고…… 요즘 스트레스 쌓인다고 했지?”

“응.”

“그럼 나랑 같이 스트레스 풀러 가지 않겠어?”

강민이 제안했다.

당장 에이리는 낚였다.

“어디 뭐 몬스터라도 등장했어? 한 50m짜리 드래곤이면 정말 좋을 텐데!”

“세계를 착각하지는 말고 어디까지나 한국이라고. 그리고 그런 기준에서는 지금은 너도 나도 위험해. 그런 게 아니라 작년부터 내 이름 가지고 장사해 먹는 놈들이 있어.”

얼굴을 찌푸리며 강민이 설명했다.

그러자 에이리는 얼굴을 마주 찌푸리며 지적했다.

“그런 거 한둘이 아니잖아. 내가 본 것만 해도…….”

인터넷을 잠시 하기만 해도 장갑맨을 인용하는 무수한 플래시 광고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를 주제로 한 만화도 아주 많았다.

또 몇 달 전에 본 영화도 강민에게 돈을 주고 만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장갑맨 패션이라 해서 각종 옷가지나 마스크, 장갑 같은 것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그런데 뭘 새삼스레 장갑맨 팔아먹는다고 화낼 상대가 있단 말인가.

그건 대한민국, 어쩌면 세계 전체를 상대로 화내는 꼴!

그러나 강민은 에이리와 생각이 달랐다.

“그렇긴 해도 이놈들은 악질이란 말야!”

“뭐가 그렇게 악질이길래?”

“이놈들이 내 이름 팔아서 장사하는 주제에 나를 깔보고 욕하잖아.”

“찌라시?”

한국어에 많이 익숙해졌다는 것을 나타내며 에이리가 재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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