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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15화 (115/227)

115화

사실 강민만이 아니고 재철 일당이 이번엔 큰 공을 세웠다. 재철이 이남식을 잡아 족치러 떠난 사이에 놀라운 실력을 가졌던 중국인 일당이 이지연을 해하러 등장했었고, 그것을 막지 못했다면 이지연은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셋은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

지금 이렇게 팔팔한 것은 강민에게 배운 무술 덕분. 원래라면 한 서너 달 정도는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뭐, 그건 그렇지 않아?”

“응. 우리도 이런 일은 많이 있었고.”

에이리와 세나도 재철일당의 말에 동의했다.

당하는 이들을 돕고 악당에게 빼앗는다! 그것이 기본이긴 했지만, 또 부탁을 해온 측이 충분히 사례할 만한 능력이 있다면 그걸 거절한 적도 없었다.

“하긴 그렇지.”

“그래서 이야기 없었어?”

세나가 물었다.

“지금은 상황이 복잡해서 만나기 어렵고…… 나중에 정리되면 연락이 오겠지. 선물을 기대한다면 아마 그때쯤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재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 선도그룹 취직 같은 건 어떨까?”

“오오, 나쁘지 않은 듯!”

만수가 찬성했다.

선도 그룹!

지금은 총수가 저지른 일 때문에 주가가 팍팍 떨어지고 있다지만 결국 일시적인 일일 뿐이다. 선도그룹이 개인의 물건도 아니고 결국 이남식이 감옥에 처박히고 나면 다른 사람이 따로 운영하게 되는 것이니까.

실제로 현재 선도그룹의 내부에서는 지분을 모아 총수 자리를 노리는 세력이 급격하게 성장 중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그들의 승리는 거의 확실해져 있었다.

수구는 기세가 오른 듯 이어서 말했다.

“보상금 몇억 정도라거나!”

“그것도…….”

노골적이라 창피하지만, 현금으로 보상받는다는 것도 사실 진짜 매력적이라 그렇데 되면 아주 행복할 것 같았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물욕이 넘치는구나.`”

“뭐 인생은 한탕인 법 아니겠어?”

멋쩍게 웃으면서 재철이 말했다.

“그렇게 대기업 취직하고 싶어?”

호성이 재철 일당을 보면서 물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냐! 너야 부자니까 상관없겠지만!”

“그래! 부르주아야! 요새 경제 민주화 이야기하는데 너도 잘난 척하는 거 볼 때마다 거기 걸려서 한 번 당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재철 일당이 괜히 열등감을 폭발시키며 외쳤다.

호성은 돈이 많은 덕인지 보상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줄곧 시큰둥했다. 사실 이번 일에서 호성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가 열심히 움직여 주지 않았다면 여러 사람이 위험했을 것이다.

호성은 코웃음을 쳐다.

“아이고, 이것들이 그렇게 대기업이 좋으면 넣어줄까 해서 이야기 한 건데 은혜도 모르고.”

“헉!”

“죄송합니다.”

“헤헤, 잘 부탁해요.”

재철일당은 당장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후후후.”

“그런데 무슨 대기업? 정말 가능해?”

강석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호성이 대단한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은 알지만 대기업 채용이란 게 그렇게 될진 의아해서였다.

대기업의 인사부장 같은 사람과 인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인사부장이라는 사람이 또 감사 같은 걸 안 받을 것도 아닐 텐데 마음대로 할 수는 없을 게 아닌가.

호성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집이 영화 그룹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악의 파도가 강민단을 휩쓸었다!

“헉!”

“영화?”

영화그룹.

선도 그룹에 버금가는 재벌 집단의 하나!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가지지만 석유화학 쪽으로 특히 유명하며, 통신 사업도 하는 등, 대한민국 대기업다운 집단.

선도그룹처럼 정치권과의 불건전한 관계 같은 것도 물론 있지만 비슷한 것들 중에는 그나마 낫다는 평가였다.

물론 기름값 낮추란 원성은 자자하지만.

“으음, 정보 입수가 빠른 데다 현금도 번개처럼 구하길래 보통 부자가 아닐 거라곤 생각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강민도 감탄해서 중얼거렸다.

호성이 콧대를 세웠다.

“이제 나의 위대함을 알겠냐?”

“으으…….”

“어째서 알려지지 않았지?”

당황해서 재철 일당이 물었다.

호성네 집이 부자란 거야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지만 설마 영화 그룹의 꼭대기에 있을 정도란 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야 숨겼기 때문이지! 생각해 봐라! 일부러 알리면 얼마나 피곤해질지! 그래서 시시한 졸부 정도로 위장하고 지냈을 뿐이야. 진정한 나의 신분은 장래 한국을 지배할 경제 엘리트!”

“이럴 수가.”

모두 좌절한 표정이 됐다.

그러나 이내 부황해서는 외쳤다.

“그래봐야 강민 꼬붕이지!”

“그래 꼬붕이지!”

“니가 잘난 건 아니잖아.”

모두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러자 그 지적에는 호성도 어쩔 수가 없는 듯 분한 표정만 될 뿐 제대로 반론하지 못했다.

“이것들이…….”

재철 일당은 또 곧장 태도를 바꾸었다.

“헤헤, 하지만 나중에 취직할 땐 잘 부탁할게.”

“분골쇄신 하마!”

“나를 너의 개로 부려도 좋아!”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철저한 아부 모드!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그들은 모두 철저하게 익히고 있었다. 반쯤은 타의에 의한 것이기도 했는데 강민과 알게 된 초기 정말 많이 얻어맞으면서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법을 본능적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이런 우민들.”

호성은 잘난 체하며 그 아부를 받아들였다.

그 광경을 피식 웃으며 지켜보던 세나가 강민에게 말했다.

“즐거운 집단이네?”

“옛날 생각난다.”

에이리도 동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맛에 이런 거 하는 거 아니겠어.”

강민은 자신이 만든 강민단에 만족했다.

***

이지연은 어느 화려한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방의 넓이만 족히 50평은 될 것 같았고, 안을 가득 채운 가구들은 하나같이 금으로 만든 듯이 화려했다. 그리고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화려했다.

어찌나 높은 곳에 있는 방인지, 야경은 도시 전역이 다 보이는 것 같았고, 우뚝 솟은 건물들이 화려하게 빛을 번쩍이며 뿜어내는 게 이게 불야성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갑자기 방문에 톡톡 소리가 났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혜경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누가 왔는지를 확인했고 환한 표정이 되어 문을 열었다.

마스크에 장갑을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장갑맨이었다.

“아, 어서 오세요.”

환히 웃는 이지연의 안내에 따라 강민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좋은 방이군요.”

“스위트 룸이래요. 여기 하룻밤에 백만 원도 넘는다는데 정말 놀랐어요.”

“도둑놈들이군요.”

강민이 이 방의 하룻밤 숙박료를 들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는 ‘억’도 아니고 ‘조’단위의 재산을 가진 갑부지만 강민의 말에는 크게 동감이라는 듯 이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요즘 어떠세요?”

강민은 웃으며 이어 물었다.

“정말 정신이 없어서…… 뭐라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야 그렇겠군요.”

사람도 많이 만나야 기자들이 비엔나소시지처럼 따라다니기도 할 것이고, 경찰도 만나야 할 것이다. 법적인 문제도 해결했을 것이다.

때문에 변호사니 기업 인사니 하는 사람들도 만나야 할 테고. 아마 정치인도 적지 않게 봐야 하지 않았을까.

말하자면 하룻밤 만에 살던 세계가 180도 바뀐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면 모를까 갑자기 감당하기엔 힘들 것이다.

“갑자기 너무 많이 바뀌어서…….”

강민은 그러고 보니 이지연의 눈 아래가 꽤 검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를 위로했다.

“그래도 잘 견디셨습니다. 그 덕이죠.”

“아니, 전부 장갑맨님 덕분이죠.”

“장갑맨님이라…… 하하.”

강갑맨님이란 호칭의 어색함에 강민은 피식 웃었다. 이지연도 자신이 말한 호칭에 어색함을 느꼈던지 부끄러운 기색이었다.

“저기, 뭐라 불러야 할지 어려워서…….”

“그냥 강민이라 불러주세요.”

“네. 그런데 마스크하고 계실 땐 그게 잘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이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피한 듯이 말했다.

“하긴 제 실제 모습하고 장갑맨이란 거 하곤 차이가 상당히 크긴 하죠.”

“네. 그래요.”

마스크를 쓴 강민에게서는 전혀 어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적게 잡아도 서른 중반은 된 듯한 노련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정작 강민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다.

이어 강민은 물었다.

“어머니는?”

“병원에요. 제대로 치료를 받으시면 머지않아 나을 거래요.”

“다행입니다.”

“네. 정말 그래요.”

이지연의 표정이 환해졌다.

일이 정리되고 부자가 되고 보니 우선 좋았던 점은 이런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다는 게 아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어머니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더 이상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게 됐다는 게 무엇보다 좋은 것이긴 하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이어 이지연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강민은 물론 그의 친구 여럿이 활약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놀랍도록 예쁜 언니부터 시작해서 밖에서 끙끙대며 고생하던 강민 또래의 다른 학생들까지.

강민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론 모두 이지연 양이 위기를 넘어서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 걸 기뻐하고 있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저기…….”

“네?”

조심스러운 태도로 무언가 말하려다 못하는 지연을 보며 강민이 재촉하듯 물었다. 그러자 이지연은 얼굴을 붉히고서 말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사례해야 할지…….”

“아, 그건…….”

사실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건 본래 자기 입으로 뭘 부탁하는 것도 좀 폼이 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필요한 게 생기면 부탁하도록 하겠다고 우선 말해 두는 정도로 그칠까 강민이 생각하던 때에, 이지연이 먼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혀, 현금으로 20억 정도 깨끗하게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게 있어요. 제 명의로 된 무제한 카드도 있고…… 꼭 드리고 싶은데.”

강민은 다소 놀란 표정이 됐다.

마스크 안쪽으로 강민이 놀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서둘러 이지연은 이어서 말했다.

“저기, 돈 같은 걸로 보답하려 한다고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지금 제가 입은 은혜를 갚으려면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천부당만부당한 말이었다!

현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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