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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14화 (114/227)

114화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난 것을 느낀 사람들은 요즘 참 난리가 자주 일어난다고 또한 생각했지만, 어쨌든 이번 일 역시 난리 났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이번에는 선도그룹의 총수가 자수했다.

그것도 살인교사라는 죄목으로! 사실상 살인 그 자체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다. 경악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차례차례 사정이 밝혀졌다.

이지연의 진정한 신분에서부터 왜 이남식이 그녀를 죽이려 했는지까지 천천히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먹이를 물어 악다구니하며 뜯어먹었고, 여러 방송국에서도 특별프로를 만들어 이번 사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며 진행 경과에 관해 이야기했다.

진실은 접한 사람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저런 죽일 놈이 있냐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

그러면서 여기서 좀 더 나아간 사람들은 이것이 돈 많은 것들의 진실이라면서 자유롭게 상행위를 주장하는 재벌 경제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것은 평소 재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재벌 개혁이라는 구호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반대하는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남식이라는 개인이 나쁜 놈이라서 그런 것이지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위대한 힘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

이남식이 저지른 짓은 이남식의 죄!

결코, 거기에는 그가 재벌이었다는 사실 같은 것이 따로 끼어들어 해석될 여지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학자들의 분석도 이어졌고, 법학자나 예술가, 철학자 등,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이들 가운데 입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는 하나도 없을 지경!

그러면서 이야기는 점차 이것이 우리 사회의 특수한 사건이기보다 돈이라는 것에 너무도 많은 가치가 몰리면서 인간성이 망가진 끝에 이루어진 사건이라는 방식으로 해석됐다.

그런 결론을 더욱 가속화한 것이 범행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정경유착의 증거들이었다. 거대 재벌의 요구에 정치권이 순순히 응해 개인의 정보를 사사로이 빼 주고, 온갖 편의를 봐줘 이런 범행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재벌 정권으로 비판이 많았고 각종 비리를 눈감아 줬다고 이야기되던 현 정권에는 그야말로 불벼락!

그들은 당황하며 여러 가지 발표를 하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먹힐 리가 만무했다.

야권은 때를 만났다 하여 신나게 공격했고, 평소라면 개처럼 굴며 살랑거렸을 검찰도 이번 일의 충격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서 정경유착 관계에서 부적절한 짓을 했던 것으로 판명된 자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체포됐다.

그 체포된 면면들이 한층 충격적!

현 정권 최대의 실세라고 일컬어지는 자들은 대부분 법정에 서게 됐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현 대통령도 면목이 없어진지라 결국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성심성의껏 사과를 해도 부족할 것을 나는 잘못이 없고 부하들이 나쁜 놈들이라 저런 골이 됐다고 변명에만 급급해서 그렇지 않아도 돌아앉은 민심을 한층 굳게 만들었다.

여권은 이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극렬해졌다.

자기는 이제 대통령 해 먹었으니 상관없다고 자기들 다 죽일 생각이냐며 여권 의원들의 비난이 봇물 터지듯 터졌고, 각 언론에서도 매일같이 난리!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한민국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이것이 단순히 사건에 대한 표면적인 반응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혼란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는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재벌 총수의 구속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사법부의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은 물론 선도 그룹 자체가 입을 어마어마한 타격과 그로 인한 국내 경제 충격 같은 것도 커다란 문제였고, 정치권의 지지율 변화로 인한 정책 변화와 후속 조치 발생도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래도 이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리 혼란스럽다고 해도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한 것이니까!

이남식이라는 희대의 악당이 결국 체포된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일련의 소란 가운데 당연히 화제가 된 또 한 가지 사실은 왜 이남식이 자백했는가, 혹은 범행을 들키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최초에 여기에 대해 경찰은 별로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의 전후 사정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정보는 그 자체로 돈이 된다.

수많은 언론사가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곧장 많은 기사들이 이 사실의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경찰의 주변을 돌아다니고,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그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 진실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긁어모았다.

결국 언론사들은 하나하나 진실을 발굴해 냈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해 발표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장갑맨이 있다!’

***

강민단의 기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신문기사를 읽던 강민이 감탄해 중얼거렸다.

“기레기가 항상 기레인 건 아니군.”

“기레기?”

그의 옆에 앉아 이 세계의 책을 읽고 있던 세나가 물었다.

아직 이곳에 와서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야 인터넷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면 한국인이라 해도 거의 모를 단어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한 말이지. 평소에 낚시를 열심히 하면서 조회 수나 올리는 데 급급하다는 걸 비꼬아서 붙이는 말이야. 뭐 낚시뿐만이 아니라 기사 내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강민은 이제까지 무수히 낚시질에 걸렸던 기억을 담아 조롱하듯 말했다. 그러나 지금 강민의 설명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세나는 이어 물었다.

“낚시? 일을 열심히 안 하고 낚시하러 다닐 수 있는 거야? 기자가 그렇게 편한 직업이라니, 부러운데! 같이 펜대를 굴려도 나는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이어 세나는 분노했다.

여기 오기까지 겪었던 무수한 업무의 바다가 기억났기 때문인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얼마나 끔찍하게 일이 많았던지.

한국 남자들이 전역하고서도 군대 다시 가는 악몽을 꾸듯이 세나 역시 일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산처럼 쌓여 있는 업무를 만나는 악몽을 꾸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였다.

강민은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설명했다.

“아니 그 낚시가 아니고…….”

“그럼 뭐야?”

“선정적인 제목 같은 거로 사람들을 낚는다는 거야.”

“아…… 알겠다.”

단번에 이해하고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천재는 다르구나 하고 강민은 감탄했다.

“역시 이해가 빠르군.”

“뭐, 뭐어 그렇지!”

세나는 인터넷이란 신기한 문물을 접하고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몸으로 겪은 경험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라곤 말하지 못했다.

재철이 물었다.

“그런데 뭘 감탄하는 거야?”

“이번 일을 해결한 게 장갑맨이란 걸 그들이 알아냈기 때문이지.”

스마트폰에 뜬 기사를 내밀어 보여주면서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은 ‘이남식의 자백! 장갑맨이 해낸 일이었다!’ 라는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나타나 있었다.

“근데 뭐 그건 뻔한 거 아냐?”

다른 단원들이 기사를 보면서 물었다.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긴 한데 기사화는 좀체 안 되더라고. 경찰이 막았나 봐.”

“경찰이 왜?”

“체면 문제도 있고, 내가 지명수배자인 것도 있고, 또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건 너무 얼토당토않은 내용이라 그런 거 아닐까?”

강민이 생각하기엔 그 정도가 이유일 것 같았다.

“그럴지도.”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뭐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게 말이 되냐.”

“판타지 영화 속 이야기라면 몰라.”

모두들 강민이 한 말에 동감이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의 활약은 너무 상식을 벗어나 있어서 사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지연처럼 실제 그 일에 대해 목격하고 설명한 이가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UFO나 유령이 목격자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대체로 믿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 이어 다른 쪽에 앉아 있던 에이리가 물었다.

“그러면 덕분에 이제 장갑맨에 대한 오해는 풀린 거네?”

“응. 이남식을 노린 이유가 뭔지 사람들이 이해했고. 이번 사건 자체를 장갑맨이 해결했다는 것이 알려진 상태라서 다시 다들 장갑맨에 열광하고 있지.”

강민은 살짝 뿌듯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실제로 이 기사가 나간 뒤로 인터넷 각지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장갑맨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부쩍 늘어난 상태였다.

물론 장갑맨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항상 열광적이었지만 지난 이남식의 사건 이후로는 적대적인 반응도 크게 늘어났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기사가 발표됨으로써 그런 반응도 모조리 역전!

장갑맨은 다시 국민 영웅으로까지 떠오르고 있었다.

호성이 떠보듯이 물었다.

“좋겠네?”

“뭐 나한테 들어오는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좋을 것까지야.”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영웅 대접은 제대로 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

찬사가 쏟아지고 있었고, 만화로 만드는 이들도 많았다. 장갑맨에 대한 기사만 전문적으로 모아서 그의 위대한 행적이라며 소개하는 블로그가 최고 인기 블로그에 선정되는 경우도 흔했다.

진정한 한류 스타는 장갑맨!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지난번 사건 때문에 중단됐던 영화 기획도 다시 시작됐다는데.”

“내년에 개봉이래.”

“오백만은 확실하다는데!”

강민은 뿌듯한 표정으로 아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저작권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게 말야.”

웃으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혜경이 끼어들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거로 넘어가서…… 이지연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야 뭐 재판 관련으로 경찰에 증언 좀 하고 나면 정상적으로 유언이 집행될 거고,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겠죠.”

강민은 뻔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답했다. 강민이 지금 한 말을 듣고 재철 일당과 강석이 함께 한숨을 쉬었다.

“사실은 재벌가의 손녀라…….”

“부럽다!”

“부럽냐. 그것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강민이 혀를 찼다.

직접 이지연이 어떤 꼴을 당했던지 겪은 녀석들이 하는 말치고는 철이 없는 생각이라 싶어서였다.

“헤헤, 그건 빼고.”

“그래서 유산이 얼마나 되는 거야?”

강석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강민이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내며 답했다.

“응~ 나도 잘 모르지만 듣기엔 한 삼조 된다는 것 같은데.”

“삼조……!”

“삼조……!”

상상도 못한 금액이 거론된 데 모두들 입이 딱 벌어졌다.

“삼억만 있어도 인생 펴는데…….”

너무 큰돈이라 도저히 그 가늠이 되지 않는 듯, 그나마 현실적인 숫자를 말해보며 재철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삼억만 있어도 대체로 사람 하나의 인생은 행복하게 피어날 수 있다. 그걸로 평생 행복하게 살 수는 없어도 어지간한 일을 시작해 보기엔 괜찮은 돈이었으니까.

“로또를 삼천 번 당첨되어야 하는 돈…….”

강석이 좀 더 마음에 다가오는 비유로 그 돈을 설명했다.

“평생 로또 일등 돼야 그만한 돈이 생긴다는 거잖아?”

어이가 없어서 혜경이 중얼거렸다. 일 년이 50주 정도니까 삼천 번 당첨이면 60년 정도. 확실히 평생 당첨되어야 하는 돈이다.

세나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확률 계산해 볼까?”

“아. 됐어. 들어봐야 감도 안 잡히는 수치일 테니까.”

로또 1등이 800만 분의 1이라는 확률이다.

그게 3000번 되어야 한다. 800만 곱하기 삼천이 아니다. 매번 800만의 확률을 뚫어서 삼천 번이 되어야 하니까 800만을 300제곱해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숫자가 나올 게 틀림없었다.

영의 숫자가 대체 몇 개일까?

우주 전체의 전자 숫자를 가볍게 비웃을 수치가 나올 것은 명확! 우주 전체의 전자 숫자라 해 봐야 구골을 넘지 못한다.

“근데 그만큼 큰돈을 받게 되면 당연히 뭔가 고물이 떨어지는 거 아냐?”

수구가 흥미진진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만수도 동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목숨을 구했잖아!”

“쯧쯧, 그런 것 때문에 이런 일 한 거냐?”

강민이 혀를 찼다.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 뭣 좀 기대해도 나쁘지 않잖아!”

재철일당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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