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상당히 강하긴 했다.
강민이 지구로 돌아와 만나 본 인간 중에 최강이라는 것은 확실!
아마 현재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제일 세다고 거론되는 사람들이라 해도 이 남자에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강민이었다. 그는 이어서 따거를 모욕주기 위해 침을 뱉었다.
“퉤엣.”
뭉개진 따거의 얼굴 위에 걸쭉한 침이 흘러내렸다.
“으으…….”
따거는 모욕감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강민은 전혀 미안하다 느끼지 않았다. 그와 이야기 해 어떤 개자식인지는 미리 파악했다. 살아있다는 것이 세상에 죄가 될 정도의 악당! 그게 따거다. 침을 뱉어 모욕 주는 것 따위가 뭐 대수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에게 죽어갔을 사람들의 목숨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이게 끝이 아냐.”
강민은 성큼 그에게로 다가가서는 발을 움직였다.
쾅!
“으아아악!”
따거의 오른쪽 손이 강민의 발아래 짓뭉개지며 피가 쫙 뿜어졌다. 형체도 찾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뭉개버린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쾅!
“끼아악!”
쾅!
“아악!”
쾅!“
“케엑!”
강민은 차례로 손과 발 양쪽 모두 같은 작업을 해 따거를 완전히 불구로 만들었고 그 다음 팔과 다리를 분질러 버렸다.
“으아악!”
따거는 비명을 지르며 애처롭게 꿈틀거렸지만 소용없었다.
강민은 철저하게 그를 부숴버려 그 힘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지금 이겼다는 정도로 놓아두기에 그가 가진 힘이 너무 센 것이다.
따거를 처리한 다음 강민은 이제 진정한 목적을 향해 주의를 돌렸다. 비서와 함께 멀리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남식!”
“흐으윽!”
강민이 소리 지르자 그는 어둠 속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었다.
“거기 멈춰!”
강민이 그렇게 외치며 이남식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이남식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비서에게 명령했다.
“어, 어서 막아!”
“하지만…….”
비서도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주춤거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연약한 화이트칼라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자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미 경찰을 불렀지만, 경찰이 오려고 해도 이곳은 너무 멀다! 장갑맨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서!”
그래도 이남식은 비서를 떠밀었다.
비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크…….”
결국 그는 몸을 돌리며 이남식을 향해 화난 목소리로 외치곤 몸을 돌려 도망가 버렸다.
“난 몰라! 알아서 해!”
“너, 너!”
이남식이 욕하며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도망가는 이가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강민이 그를 향하고 있다. 도망친 비서 따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강민이 그의 앞에 도착했다.
“기가 막히는군.”
비서가 도망치는 꼴을 멀리서부터 봤던 강민은 혀를 찼다.
“너, 너는…….”
“잘 알 텐데. 내가 장갑맨이다.”
자신을 보며 벌벌 떠는 이남식에게 강민은 그렇게 말했다.
사색이 된 얼굴로 이남식은 뭔가 사정하려 했다.
“이, 이보게…….”
“닥쳐. 긴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강민은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곧 여기 경찰이나 경비회사의 직원들이 도착할 테니 떠나야 하기도 했다.
“흠, 여기 있군.”
그는 일단 이남식의 품을 뒤져 휴대폰을 발견한 뒤 그것을 발로 밟아 산산조각을 냈다. 이후 그는 이남식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윗옷과 아랫도리를 벗어.”
“왜…….”
당황한 표정으로 이남식이 물었다.
강민은 마스크 안쪽에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외쳤다.
“혹시 끔찍한 상상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너 같은 새끼가 혹시 위치추적기 같은 거라도 달고 있는 걸 걱정하는 것뿐이야!”
“아, 알겠소. 천천히 합시다.”
이남식은 쩔쩔매며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벗기 시작했다.
강민은 느릿한 그의 동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윽박질렀다.
“얼른 해!”
이남식은 강민의 윽박에 이남식은 얼른 옷을 벗었다. 그는 러닝에 속옷 바람이 됐다. 도저히 총자산이 백조에 육박한다는 거대 기업의 총수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지!”
이후 강민은 그를 어개에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으악!”
이남식의 비명이 애처롭게 산중에 남았다.
***
한참 밤의 산을 달리던 숲 사이에 있는 한 넓은 공간에 멈췄다. 거기 흙바닥에 이남식을 던져 내려놓은 다음 강민은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은 꽉 막힌 숲.
사람이 찾아올 만한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강민은 만족한 다음 이남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쯤 되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겠군.”
“흐으…… 흐으…….”
이남식은 공포에 벌벌 떨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었다.
“자, 이제 드디어 대화의 시간이다. 더러운 짓을 참으로 많이 했던 모양이군.”
“이, 이것 보시오. 우리 협상하지 않겠소?”
들이닥친 위기 앞에 마지막 용기를 쥐어짠 듯 이남식이 말했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협상?”
“도, 돈을 주겠소.”
강민은 왜 이런 놈들은 항상 마지막에 가서 하는 소리가 다 비슷해지는 건지 흥미롭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돈이라.”
“시, 시시하게 억, 십억, 이런 게 아니라 천억을 주지!”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이남식은 거창하게 말했다.
천억.
큰돈이다. 정말 어마어마할 정도.
하지만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해서 내 계좌가 노출되면 나한테 그게 무슨 좋은 일인지?”
“그, 그건……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요!”
더듬거리며 변명처럼 이남식은 말했다.
물론 강민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게 사람 마음 아니겠어.”
“그, 그렇지만…….”
이어 강민은 말했다.
“그리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돈이 목적이라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면서 가진 것 없는 소녀를 도울 거라고 생각해.”
“으으…….”
결국 이남식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 목표는 착한 사람들을 돕고 너 같은 놈을 징벌하는 것이지!”
이어서 강민은 잘난 척하며 외쳤다.
“그것이 영웅의 임무!”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원래 그는 더 마그누스라서 영웅이었고, 많은 사람을 도와왔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지구에 와서도 그런 경향이 사라질 리는 없는 것이다.
미친놈 보는 표정으로 강민을 바라보던 이남식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미친놈이라도 사람 죽일 힘 정도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은 저놈이 이제까지 무수히 증명해 온 것이다.
“나, 나를 죽일 생각이오?”
“어떨 거 같아?”
강민이 즐거운 듯이 물었다.
이남식은 영웅이라 그가 자처한 걸 떠올리고 결사적으로 말했다.
“내, 내가 죽으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는지 아시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누가 들으면 사회봉사라도 열심히 하는지 알겠네.”
기가 막혀서 상민이 말하자 이남식은 악을 썼다.
“우, 우리 기업에서 한해 봉사기금 규모가 천억이 넘는…….”
“그건 기업이지 당신이 하는 게 아니잖아?”
“내, 내가 계획을 짜서 실천하는 거니 상관이 없다고는…….”
강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 거 말 많네. 그런 거라면 너 말고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하니까 아쉬워할 필요 없어.”
강민도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한 가지 계획을 짜면 보통 조직이 잘 굴러가는 한은 그 계획도 같이 운영된다. 최고 운영자의 부재가 조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조직 디자인의 핵심.
옛날에도 그랬으니 효율화를 추구하는 공룡 같은 현대의 기업들이 그러지 않을 리가 없다. 선도처럼 문어발이면 더 그렇고.
“기, 기업이 흔들리면 우리와 계약하고 있는 수많은 영세 상인들이…….”
“그 사람들 피 빨아먹기로 유명하면서 이제는 챙겨주는 척이네.”
기가 막혀 강민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남식은 그래도 악을 썼다.
“사, 사실이오!”
“걱정 마. 죽일 생각은 없어. 사실 심지어 친척인 아이까지 죽여가며 자기 이득을 취하려고 한 놈 따위 이 세상에 살아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
강민은 이남식의 두 눈을 노려보며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내가 사람 죽이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 그렇소…….”
이남식은 강민의 말에 다소 안도했다. 죽이지 않는다니.
죽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을 다시 원상 복귀 시킬 수 있다.
그는 권력의 핵심에 접근해 있으니까!
기껏 주먹 좀 잘 쓰는 것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민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뻔히 읽으면서 혀를 찼고 이어 요구했다.
“그러니 내 요구는 간단하다.”
이남식은 두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모두 포기하고, 정식으로 재산 분배를 끝낸 뒤, 네가 하려 했던 일을 모두 자백해라.”
이남식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백하라는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런 걸 하게 되면 그는 이제까지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당연,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 그럴 수는 없소! 절대!”
“못한다고?”
강민이 가소롭다는 듯이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남식은 고집을 부렸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점점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 말도 안 된다고 느낀단 말이지.”
“으…… 무슨 짓을 하려고…….”
두렵게 묻는 이남식에게 강민은 웃는 듯이 답했다.
“별거 아냐.”
강민은 이남식의 손을 잡았다.
“생각을 바꿔 주려 할 뿐이지.”
장갑에 둘러싸인 손이 자신의 손을 잡는 순간 이남식은 벼락을 맞은 듯이 몸을 떨었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늘하게 빠졌다. 어마어마한 짓을 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과거 뉴스에서도 나오지 않았던가.
장갑맨이 자신이 고용했던 히트맨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그것을 자신에게도 똑같이 하고 말 것 같았다.
이남식은 비명처럼 외쳤다.
“아, 아니!”
“뭐야?”
강민은 손을 멈추고 물었다. 이남식은 애걸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 그렇게 하겠소!”
“정말이야?”
“물론!”
이남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진정 지킬 생각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
그러고 나서 모른 척하면 끝이지 않은가!
그것이 이남식의 생각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고집부려 정직하게 말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민은 이남식의 그런 생각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하하, 하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 보면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그, 그런 건……. 아니오!”
더듬거리며 이남식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믿지?”
“직접 보게 되면 알지 않겠소?”
그냥 놓아 달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이 네 몸에 기억시켜 주지. 나를 거역하면 어떤 고통이 너를 찾아오게 될지 가르쳐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