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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10화 (110/227)

110화

이지연의 눈앞에 이가 서 있었다.

그는 냉혹한 눈으로 한 손에 나이프를 쥐고 주저 없이 휘둘렀다. 날카로운 날이 대기를 가르며 날았다.

휭!

캉!

“응?”

이는 당혹한 얼굴이 됐다.

날을 이지연의 심장을 향해 날렸는데 맞질 않는 것이다.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닥친 듯한 느낌이 들고 옆으로 비껴 나가고 말았다.

“뭐지?”

“허공에서 갑자기 빗나갔던 게…….”

쓰가 옆에서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아…….”

이지연은 그저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흥.”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모르지만 이제 상황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다시 칼을 휘둘렀다.

캉!

마찬가지 일이 일어났다.

“알 수가 없군.”

자신이 휘두른 칼을 보면서 이는 짜증 난단 얼굴을 했다. 쓰가 제안했다.

“일단 납치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더 낫겠군.”

데리고 가서 일단 천천히 죽이면 된다. 여기서 당장 급하게 하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안전하고 확실할 것이다.

“그리고 안의 저 계집의 어미는……?”

“뒷일을 생각하면 미리 죽여두는 게 더 좋겠지.”

그렇게 말하며 이는 쓰를 향해 턱짓 했다.

“네”

쓰는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내고 성큼 앞으로 움직였다. 이지연도 지금 이들이 무얼 하려는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쓰의 앞을 막았다.

“안 돼!”

“비켜!”

쓰가 주먹을 휘둘렀다.

텅!

하지만 같은 반응이 일어나며 쓰의 주먹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당황해하는 쓰의 앞에서 이지연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섰다.

“절대 안 돼!”

“칫 방해 되는군!”

그는 연달아서 이지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퍽!

하지만 허공을 헛칠 뿐, 이지연을 옆으로 비켜나게 할 수는 없었다. 이와 쓰는 당황했다.

이렇게 무력한 계집아이를 죽이지도, 때려눕히지도 못하다니. 대체 무슨 해괴한 경우란 말인가.

***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재철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야이 개새끼들아!”

얼과 산이 놀란 얼굴이 됐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몇 달이나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만큼 강하게 때렸는데 벌써 저렇게 일어나 악에 받쳐 욕을 하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재철은 이어 근처의 쓰레기통을 들어 얼과 산을 향해 내던졌다.

“으랏챠!”

날아간 쓰레기통을 얼과 산은 쉽게 피했다.

땅에 충돌한 쓰레기통은 박살 나며 안에 가득한 쓰레기가 주변에 가득 퍼졌다. 얼이 재철에게 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악!”

재수 좋게 재철은 손으로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몸이 뒤로 밀렸고, 주먹을 막은 손에 박살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끔찍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아이고…….”

“재, 재철 괜찮아?”

만수가 헐레벌떡 다가와 안위를 물었다.

재철은 벌벌 떨면서 외쳤다.

“크윽…… 창문 다 깨버려!”

“응!”

소란스럽게 만들어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려는 전략! 지금까지도 충분히 시끄러웠지만, 인심이 흉흉해져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창문가지 깨지면서 난장판이 벌어지면 역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얼이 눈치채고 서둘러 움직여 먹으려 했다.

“이놈들!”

하지만 만수가 한발 더 빨랐다.

그는 이미 근처의 커다란 벽돌을 창문에 던졌다.

그러고 나서야 얼은 만수의 앞에 도착했고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얼의 주먹을 막을 재주는 만수에게 없었기 때문에 그는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

“억!”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벽돌이 창문을 깨부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쯤 되니 역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 불이 켜졌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얼과 산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응?”

산은 골목 한쪽 끝에서 어떤 여자가 달려오는 것을 봤다.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달리는 모습 자체에서 어마어마한 훈련을 쌓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밖이 얼마나 시끄러운지는 지연과 대치하고 있는 이와 쓰에게도 전달되었다.

쓰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형님!”

“그래.”

이도 쓰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계집아이 하나 처리하는 건데, 생각도 못 한 방해가 여럿 생겨서 여기까지 끌었다. 하지만 데리고 가서 없애 버리는 거야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지연을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꺄악!”

지연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버둥거려도 소용없었다.

온갖 공격을 막아주던 신비한 힘도 직접 몸에 위험을 가하는 게 아니면 소용없는지 통하지 않았다.

이대로 몽땅 끝장난 걸까!

지연이 절망하고 있는데 문 앞에 훤칠한 키의 여성이 나타났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

에이리였다.

“어딜!”

코웃음을 치며 길을 막는 에이리를 보며 지연은 안도해서 정신을 잃었다. 이는 여자라 깔보면서 외쳤다.

“비켜!”

“흥!”

물론 에이리는 비키지 않았다.

이는 에이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지연은 신기한 힘으로 칼날을 비켜나갔지만 이 계집까지 그럴 리는 없다! 이는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에이리의 입가에 매달린 것은 한심하다는 미소!

그녀는 한 손을 마주 휘둘러 날아오는 나이프를 상대했다.

퍽!

이의 손목을 에이리의 손칼이 쳤고, 칼날은 날아가 벽면에 박혔다.

“가소롭군!”

에이리는 이를 비웃으면서 그를 향해 이어 공격했다.

이는 에이리가 날란 주먹을 어떻게든 피해 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속도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찌르는 곳 또한 절묘했다.

‘이 여자 장갑맨보다 강할지도!’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퍽!

“큭!”

에이리의 주먹이 이의 머리를 쳤고, 이는 신음 소리를 내며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 에이리는 당황해하며 서 있는 쓰를 보면서 말했다.

“납치범들 따위가 큰소리를 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이지연을 업은 채 당황하는 쓰를 향해 이지연이 말했다.

쓰는 주춤거리며 에이리의 등 뒤를 기대했다. 밖에는 얼과 산이 있다! 그들이 협공한다면 이 여자를 상대하게 하고 이 자리를 모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쓰는 몰랐지만 지금 도로에는 얼과 산이 에이리에게 얻어맞고 시체처럼 뻗어 있는 상태였다.

*

강민은 장갑맨의 차림을 한 채 산의 어느 중턱에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곳 아래로는 산의 풍경이 넓게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이미 깊은 밤이기 때문에 사실 보인다고 해도 보이는 것은 새카만 숲의 모습뿐이었다. 그래도 강민의 시력은 초인적이기 때문에 그런 어둠을 뚫고서도 모두 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강민은 손 위에 펜을 하나 올려놓은 상태였다. 그 펜은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다 한 곳에 가서 멈췄다.

“저긴가.”

강민은 펜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거기는 한층 더 깊은 산이었다.

지형·지세를 보아하니 여름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여가를 즐겼을 만한 곳이지만 날이 많이 쌀쌀해진 지금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을 곳이었다.

강민은 그곳을 향해 훌쩍 몸을 던졌다.

인간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이 개발된 곳이 아니었음에도 숲을 이동하는 강민의 모습에서는 전혀 거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퉁퉁 치면서 움직이는 그 모습은 야생동물조차 우습게 만들 정도.

그렇게 강민은 한동안 펜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곧 펜이 가리키는 커다란 별장 앞에 도착하게 됐다.

위치를 옮기니 펜이 반응해서 이동하며 같은 집을 가리켰다.

저 집이 틀림 없었다!

“좋은 곳에 살고 있군.”

강민은 비웃으며 집으로 접근했다.

아마도 여러 가지 경비 센서가 설치되어 있을 테고 아무리 강민이 빨리 움직여도 빛보다 빠른 것은 아니니 몰래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이남식을 포획해서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강민의 승리!

“후후!”

낮게 웃으며 강민은 저택의 창문을 하나 골랐다.

그리고 손톱으로 찍 그었다.

작은 소리가 나고 유리창은 쉽게 절단되었다. 그리고 강민은 안으로 들어갔다.

“누, 누구야!”

“헛!”

예상했던 대로 안에는 이남식의 경비원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누구라고 생각해!”

강민은 코웃음 치며 그들을 향해 외쳤다.

“히익!”

“앗!”

“장갑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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