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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09화 (109/227)

109화

이지연의 이름으로 거래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럴 경우 추적이 이렇게 어렵진 않았을 테니!

그렇다면 누군가 대리를 내세워 거래했다는 것. 그게 누구인지 알아내 그의 입을 열게 하면 줄줄이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서도 같은 생각을 했던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이남식은 폰을 통해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호원들을 불렀다. 이얼산쓰의 네 사람이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예측했다.

“찾았습니까?”

“그렇네.”

이남식은 이에게 비서에게 받았던 사진과 자료를 넘겼다.

이는 한동안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저희가 가죠.”

“수고해 주겠나?”

“물론입니다.”

이남식은 이어 제안했다.

“그런데 확실히 하기 위해 따거도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여자애를 없애는 일에 따거가 가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따거는 장갑맨을 상대하는 것만 목적으로 해서 오신 분이니까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다는 말이군.”

이남식은 약간 아쉽게 말했다.

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웅이군요. 저도 그 말은 좋아합니다.”

“한데 그 따거는 장갑맨을 상대할 수 있겠나?”

이남식은 약간 불안하게 물었다.

따거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미 들었다. 그 힘에 대해서 눈앞에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연만으로 안심했던 것이라면 이얼산쓰 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갑맨은 마치 종잇장처럼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던가.

같은 일이 따거라는 자에게서도 반복될지 이남식은 두려운 것이다. 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최소한 이제까지 장갑맨이 했던 것 중에 따거가 할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믿음직하군.”

이남식은 그런 확답을 듣고 나니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그럼 저희는 준비가 갖추어지는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부탁하네.”

이얼산쓰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

이지연이 사는 골목의 한 귀퉁이에 청소년 몇이 옹기종기 모여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심야.

학생들이 저러고 있으니 그야말로 양아치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재철 일당. 지연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저러고 있는 것이지 불량청소년이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을 보내던 만수가 문득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난다.”

“옛날?”

“골목 같은 데 이렇게 앉아 가끔 지나가던 애들 삥도 듣고 했잖아.”

만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재철은 끔찍하단 표정이 되었다.

“으악, 말하지 마! 내 인생의 흑역사다!”

“그래! 겨우 과거를 잊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데! 그리고 지금은 정반대의 목적으로 와 있는거니 상관없어.”

수구도 동감했다.

과거의 그들은 어디서도 부끄러운 바가 없는 훌륭한 불량 청소년!

많은 학생들을 괴롭히고 그걸 낙으로 삼아 살아왔다. 지금은 전혀 그런 짓을 하지 않고 도리어 학교폭력 근절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렇긴 해. 근데 강민을 안 만났다면 계속 그 짓을 하고 있었겠지?”

만수도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과 만나지 않았다면 분명 옛날처럼 양아치 노릇을 하면서 학교 학생들이나 괴롭히고 살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으, 끔찍해.”

“천만다행이야.”

모두 그런 인간쓰레기의 상황에 벗어난 데 안도해 한숨을 쉬었다.

재철은 이어 말했다.

“그래도 고마운 생각은 별로 안 드는 게 신기한 일이지.”

“그거야 우리가 너무 당했으니까.”

모두들 몸서리를 쳤다.

강민에게 당했던 옛날이 생각나서다. 지금도 비슷한 꼴을 당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야 훨씬 나아졌다.

“뭐 지은 죄가 있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재철이 푸념처럼 한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루하게 새벽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데 만수가 갑자기 도로의 한 곳을 유심히 쳐다봤다.

“엇?”

“왜?”

“저기 봐.”

인도 저편에서 길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검은 정장 차림에, 보기만 해도 뿜어지는 기세 같은 게 보통이 아니었다.

살인을 해본 사람은 접근만 해도 알 수 있는 매서운 살기 같은 걸 뿌린다는데, 그걸 열 배나 더 확대한 듯한 느낌!

“뭐야. 재수 없는 차림을 하고…….”

“심상치 않은데.”

“지연이 있는 집으로 가는 것 같아.”

만수가 걱정스레 말했다. 그들은 만수가 말한 대로 지연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재철은 긴장하며 말했다.

“좀 더 지켜보고. 확실하면 움직이자.”

“응.”

“만수 너는 연락할 준비 하고.”

“그럴게.”

숨을 죽이고 네 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데 그들은 한 건물에 접근했다.

“젠장!”

“가자!”

재철 일당은 만수만 제외하고는 함께 움직여 네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이봐요, 아저씨.”

“뭐하는 겁니까? 거기 저희 친구가 살거든요.”

확 찌푸린 얼굴로 두 사람이 말했다.

네 사람은 흘깃 재철과 수구를 바라봤다.

그 네 사람은 이얼산쓰! 지연을 처리하기 위해 이남식이 보낸 자객이다!

이가 냉혹하게 명령했다.

“처리해.”

이의 말에 따라 얼과 산이 움직였다.

가히 전광석화!

“엇!”

재철이 놀라 목소리를 냈을 때, 그들은 이미 품 안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공격!

“컥!”

재철은 막을 수 없었다.

주먹이 배 안에서 터지듯 작렬하고 몸이 뒤로 날아갔다. 수구의 경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을 정도!

“으으…… 뭐야!”

콰당,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 다음 당황하며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재철은 적을 바라봤다. 저들은 정말 강했다. 강민이 아니고서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만수는 그 모습을 보며 겁에 질린 채 전화를 했다.

어서 연결되길 바라며!

***

에이리는 막 공항에 내렸다. 그녀는 지금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시차 때문에 피곤했다.

강민이 부탁한 이지연의 호위는 일단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할 생각이었다.

설마 지금 당장 무슨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안이한 생각이었는지 가르쳐 주듯이 전화가 한 통 왔다. 에이리는 그것을 받았다.

“여보세요.”

-도, 도와줘요!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틀림없이 재철 일당의 하나!

“어디야?”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에 에이리는 당황해 물었다.

-지연이 숨은 곳…… 이상한 놈들이 쳐들어 왔어요!

“삼 분만 버텨!”

다행히 택시는 지연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을 가고 있었다.

-노, 노력해 보죠.

만수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아저씨, 택시 좀 돌려주세요. 그리고 돈을 얼마든지 낼 테니 빨리 가 주세요!”

에이리는 언제 피로했냐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외쳤다.

***

이지연의 집 문 앞에는 벌써 집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다 가져다 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소용없다는 듯이, 앞에 서성거리고 있는 자들은 문을 후려쳤다.

쾅!

쾅!

그들이 후려칠 때마다 금속으로 된 문이 우그러지며 곰보자국 같은 것이 생겼다. 그것을 눈앞에서 보는 이지연이 공포에 떨지 않을 리가 없다.

“꺄악!”

이지연은 덜덜 떨었다.

벌써 양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쾅!

쾅!

그들은 계속해서 문을 후려쳤다.

문은 당장이라고 박살 날 듯이 형편없이 부서졌다.

“아아!”

쾅!

결국 문이 박살났고, 그 틈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드디어 잡았다.”

이였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문틈 사이에서 보이는 지연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길게 끌 필요는 없지.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다.”

이지연은 끔찍한 공포에 실신할 지경이었다.

***

빨리, 빨리!

초조하게 속으로 외치며 얼른 택시가 도착하기를 에이리는 바라고 있었다.

일 초가 마치 십 초!

지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워프라도 사용해 당장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저 기다릴 수 있을 뿐!

그리고 택시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기사의 말을 듣는 순간 에이리는 감옥해서 해방된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며 품에서 한 뭉치 돈을 꺼내 내던지고 택시 문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가씨 잔돈은…….”

큰돈이 들어온 데 놀라면서 기사는 택시 밖으로 달려나가는 에이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데 신경 쓸 시간은 없다!

“가져요!”

짤막하게 답하고 에이리는 얼른 골목 안으로 달려갔다.

제발 늦지 않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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