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해져서 놀러왔다-108화 (108/227)

108화

그런 면에서는 강민도 에이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어서 세나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작은 집에 방음 처리가 잘 안 된 곳은 사용할 수 없어. 그렇지 않아도 마나도 작아서 활동하기 불편한데.”

“그건 그렇지.”

지금 세나가 한 말에 대해서는 아무 반론도 할 수가 없었다. 250으로 안 된다면 두 배 값을 들여서라도 세나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다 갚을 테니 걱정마.”

“아니, 그럴 필욘 없어. 어차피 너한테 도움받을 것만 생각해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에이리도 그렇지만 세나도 인력이란 관점에서 사용한다고 치면 그 사용보수로 지불해야 할 돈은 무지무지하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고맙고. 그런데, 갔던 건?”

“자 여기.”

강민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서 꺼냈다.

그가 꺼낸 것들은 모두 선도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강탈해 온 것들이었다. 강민이 선도그룹의 건물을 빠져나온 뒤 그 일은 의외로 큰 뉴스가 되지 않았는데, 경찰 측에서 제대로 사건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내용이 너무 황당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흐음…….”

세나는 강민이 넘긴 물건들은 한 손에 쥐면서 유심히 바라봤다.

“될 거 같아?”

“잠깐만 조사해 볼게.”

그리고 세나는 물건을 손안에 쥔 채 눈을 감았다.

강민은 지금 그녀가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안다. 물건 주인의 마나가 느껴지는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곧 세나는 눈을 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능하겠어.”

“됐다!”

강민이 환희에 차 소리 질렀다.

세나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다.

그녀의 판단력은 예언에 가까워서 틀린 적이 거의 없다. 과거 모험할 때도 얼마나 많이 그 판단력에 도움을 받았던지.

“하지만 말했듯이 시간이 걸릴 거야.”

“한 달이랬지?”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좋아.”

“그동안 지연이란 여자애 몸조심하고 있으라 해.”

“응. 그렇게 할게.”

그렇지 않아도 지연은 몸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은 지 벌써 여러 달째일 정도이니까.

이어서 세나가 말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조사해 봤는데 장갑맨 대단히 유명하던데.”

“벌써 인터넷도 해?”

“뭘. 어렵지도 않던데. 신기한 장난감이던걸.”

“역시 적응이 빠르군. 그리고 장갑맨은 단지 유명한게 아냐. 세계적으로 인기지!”

자랑스럽게 강민이 하는 말에 세나는 피식 웃었다.

“요즘은 좀 까이는 것 같지만 말야.”

원래 팬이 많으면 팬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안티가 생긴다.

거기다가 이번에 살인 의혹도 생겼으니 안티가 폭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

장갑맨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전쟁터라 해도 좋을 정도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이다.

“뭐 그것도 다 정리될 거야.”

이남식을 찾아 죗값을 치르게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이제 세나가 그의 위치를 알아낼 것이다. 세나는 그 말을 듣고 기대된다는 얼굴로 제안했다.

“그러면 나랑 페어로 활동하는 건 어때! 이번에야말로 정체를 숨기고, 아무도 사생활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영웅놀이를 하는 거야!”

“눈에 띌 것 같은데…….”

강민은 걱정스레 말했다.

사실 에이리도 같은 제안을 했었는데 강민이 거절해야 했던 건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나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만만했다.

“내가 누군데 그런 걱정을 해!”

지금 그녀의 귀는 둥글었다.

원래 요정의 피가 흘러 뾰족한 형태인데 마법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다. 대현자인 그녀에게 정체를 감추는 마법 따위는 별로 어렵지도 않다!

“좋아 생각해 볼게.”

“좋은 대답밖에 안 들을 거야.”

세나는 거만하게 웃으면서 선언했다.

“어련하실까…….”

강민은 피식 웃었다.

*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별반 대단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강민은 평소 하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하고, 가금 수란의 트레이닝을 해 주고. 개중 특별한 일이라고 하면 기말고사가 있었다는 정도.

여러 가지 일이 생겨서 예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성적은 오른 것 같았다. 다른 강민단원들도 물론이었다. 강석은 예외였다.

전교일등이니까!

그리고 성적 발표가 있은 날은 세나가 작업을 마친 날이기도 했다.

강민의 스마트폰으로 작업이 끝났다는 세나의 문자를 받고 학교를 끝마치고 얼른 그녀의 집으로 갔다.

세나가 웃는 얼굴로 강민을 맞았다.

“어서 와.”

“끝났다며?”

강민이 얼른 물었다.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 있어?”

“이리 와봐.”

세나는 강민을 제치고 집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듯, 분위기가 전혀 현대적이지 않았다. 도리어 아프리카나 동남아 어디 오지의 주술사 방인 것같이 기묘한 물건들이 아주 많았다.

주술에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하는 곳이라 그랬다.

그리고 세나는 그 방에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이리저리 챙기다가 그중 하나를 들고 강민에게 내밀었다.

세나가 내민 것은 강민이 선도그룹의 건물에서 들고 온 볼펜이었다.

“여기야.”

“이거?”

볼펜을 받으며 강민이 되물었다.

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용법을 설명했다.

“그래. 손 위에 올려두면 이 물건의 끝이 항상 표적이 있는 곳을 가리킬 거야. 나침반 같은 거라 생각하면 돼.”

“알겠어.”

강민은 손 위에 펜을 올리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펜이 팽그르르 돌더니 한 곳에 멈춰 섰다. 강민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펜을 주머니에 넣었다.

“당장 시작할 거야?”

“빠를수록 좋으니까.”

강민은 웃으며 답했다.

“그렇긴 하겠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긴 해.”

“뭐가?”

강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최근 이지연이 숨은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해.”

“심상치 않다니?”

“누가 탐문을 자주 다닌다고. 어쩌면 이남식 측에서 거기 이지연이 있다는 걸 발견했는지도 몰라.”

“그래?”

세나도 걱정스러운 얼굴이 됐다.

지연이란 소녀를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사정에 대해서는 모두 들었다. 동정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일단 재철에게 그곳을 살펴 달라고 했지만 그 정도로 막기에는 사실 역부족이지.”

재철 일당이 나름 세고, 강민이 굴려가며 가르친 덕에 거기서 훨씬 강해져 고등학생 중에는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강민은 이얼산쓰와 싸워봤다.

만일 적이 다시 그런 자들을 투입한다면 재철 일당은 무력하게 쓰러지고 말 것이다. 세나가 그 말을 듣고 제안했다.

“아예 거처를 옮기는 건?”

“그렇지 않아도 알아보고 있어.”

비교적 착착 진행되고 있다. 몰래 이사를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니 그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정도가 문제다.

“그러면 그동안이 중요하군.”

“오늘 에이리가 공항 도착하는데 부탁해 보려고. 에이리도 일이 있으니 오래는 못 하겠지만 옮기는 게 처리될 정도의 호위야 문제없겠지.”

이어 강민은 양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그 전에 오늘 다 끝장내 버리면 그게 더 낫겠지만.”

“호호, 그렇긴 하겠어.”

고개를 끄덕이고 강민은 세나의 집을 나서려 했다.

“그럼 갈게.”

“그래. 잘해.”

“응.”

두 사람은 현관까지 나왔고, 강민은 문을 나서야 했다.

세나는 강민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 듯 불러 세웠다.

“잠깐만.”

“왜?”

세나는 강민에게 다가가서 키스를 했다.

“승리의 키스!”

“뭘 낯간지럽게.”

강민은 한쪽 손으로 키스 받은 얼굴을 만지며 쑥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이런 절세미인의 축복이니까 감사히 받아!”

“아, 알았어.”

창피한 듯 말하고 강민은 세나의 집을 나섰다.

***

이남식은 모처에 숨어 있었다.

그곳은 어느 산에 마련된 그의 별장.

하지만 이남식의 이름으로 산 것이 아니라 그 별장의 소유주가 이남식이라는 것을 아는 건 그의 측근 몇 명뿐이었다.

그는 그 별장의 자기 방에서 초조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똑똑.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이 달칵 열리고 들어온 것은 그의 비서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흥분된 기색으로 외쳤다.

“찾았다고 합니다.”

“뭐! 드디어!”

침울한 분위기로 의자에 앉아 있던 이남식이 그 한 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서는 그의 곁으로 헐레벌떡 달려가 준비했던 자료를 내밀었다.

“여기 자세한 주소와 현장 사진입니다.”

“오호……. 여기군.”

흥분된 표정으로 이남식은 비서가 내미는 자료를 살폈다.

비서는 이어 설명했다.

“전도사로 위장해 일대의 집을 일일이 탐문한 결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이 집에 들어간 이후 거의 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로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동조자가 있단 말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선 필요한 물건을 배달해 주는 걸 시작으로 각종 편의를 봐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단지 인터넷 택배만 가지곤 그런 건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쓰레기도 버리러 나갈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그녀의 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선 이런 건 불가능하다.

이남식은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역시 장갑맨이……?”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서도 동조했다.

이지연은 가난했다.

집을 옮기는 것부터 생활을 도와주는 것까지 도와주는 동조자는 그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남식은 찡그린 얼굴로 명령했다.

“이 집 부동산을 누가 구매했는지 알아봐. 이 계집애를 죽이는 건 물론이지만, 그쪽을 잘 엮어내면 장갑맨까지 작살 낼 수 있을 테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