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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05화 (105/227)

105화

어쨌건 놀라워하는 단원들에게 강민은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강민단원들이 다들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건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나에게 차근차근 소개하자고 했는데 그녀는 그런 부탁을 뿌리치고 강행돌파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혜경이었다.

그녀는 지금 세나의 말에 에이리가 이전했던 말을 떠올렸다.

강민이 여러 여자와 사귀었고, 그게 당연했다는 것을.

그러면서 마치 그녀는 혜경에게 강민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이 밀어주겠다는 식으로까지 말했다. 혜경으로서는 당황스러운 말이었지만 지금 세나라는 미인이 저렇게 나오는 걸 보니 당시 한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강민의 정체가 뭐길래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것일까.

세나는 그동안에도 자기 소개를 계속했다.

“특기는 머리 쓰는 거라면 뭐든 잘해요. 앞으로 잘 지내요.”

“그러세요…….”

“그런가요…….”

강민단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세나의 자기 소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앞서 그녀가 한 이야기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세나가 소개를 끝마치자마자 호성과 재철이 우르르 강민에게 몰려가 해명을 요구했다.

“야, 저게 무슨 소리야?”

“나, 나도 몰라.”

당황하며 강민은 말했다.

물론 그런 말이 먹힐 리는 만무!

“모른다니. 니 애인이라는데.”

“에이리는 어쩌고!”

“바람피우는 거야? 그런 거면 넌 정말 능지처참을 해도 부족할 개새끼다!”

에이리 이야기가 나오자 남자단원들이 하나가 되어 분노의 오라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천하의 강민조차 긴장했을 정도로 강렬한 원독!

그럴 수밖에 없다!

강민과 달리 그들은 아직 여자 친구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누구는 여자 친구 하나 못 만들고 빌빌대는데 누구는 애인이라고 나타난 미인만 벌써 둘이라니,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이렇게까지 불공평한 건 너무하다 싶은 것이다.

강민이 외쳤다.

“바람피우는 거 아냐!”

“네. 바람피우는 건 아니에요.”

세나가 긍정했다.

강민단원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대체 뭐야?”

“설명을 해봐!”

“이해할 수가 없잖아!”

강민은 강민단원들의 혼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 설명하기 힘들었다. 단시간에 설명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아, 설명하기 힘드니까 묻지 마. 그냥 받아들여.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오겠지!”

“그게 무슨 말이야…….”

“에이 됐어!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그냥 침묵으로 이 사태를 넘어가려는 강민에 대해 강민단원들은 반발했다.

“치사하게!”

“밝혀라!”

“조용히 해!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냐. 드디어 이남식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니까!”

강민은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전환 시켰다.

보통이라면 소용없겠지만 지금 강민이 말한 것은 분명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강민단원들은 아쉬워하면서 강민이 이끄는 대로 화제를 옮겼다.

“어 그래?”

“어떻게?”

“방법이 다 있지. 하지만 시간이 좀 걸려.”

마법이라 밝힐 수는 없으니 우선 대충 둘러댔다.

“그러면 이제 다 정리되는 거야?”

강민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정도면 이제 정말로 이번 일은 끝나는 셈이지.”

“와, 길었다.”

재철이 한숨을 쉬었다.

호성이 고개를 저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생각하면 그렇게 긴 것도 아니지.”

“그건 그렇네.”

강민은 겨우 진정된 강민단의 분위기에 안도하며 혜경을 바라봤다.

“누나.”

“으, 응?”

에이리에게 들었던 이야기에 오늘 세나가 한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져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혜경은 깜짝 놀라며 자신을 보는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은 혜경에게 웃으면서 부탁했다.

“세나 집 좀 봐 주세요.”

“잘 부탁해요.”

세나도 혜경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응…… 알았어.”

혜경은 복잡한 심경으로 답했다.

***

인천국제공항으로 한 거한이 중국에서 한국에 입국했다.

공항의 대기실로 걸음을 옮긴 그를 맞이하는 정장차림의 네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팔이나 다리에 깁스하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모습에서는 부상의 기색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은 남자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깍듯이 인사했다.

“따거.”

따거는 대형이란 뜻이다.

따거로 불린 중국인은 네 사람을 살펴보더니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심하게 당했군.”

네 사람은 이, 얼, 산, 쓰였다.

본래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하지만 오늘 따거가 오기 때문에 병실에서 일어나 이곳까지 와 있었다.

이가 대표로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너희는 내가 안다. 그놈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따거의 물음에 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지 않는군.”

“저희도 그러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어 봐야 소용없겠지. 가자.”

“네.”

그들은 함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가 그들을 실었다.

*

덜컥.

남자는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방안은 어지러웠고 좁았다. 흔히 말하는 고시원이 그의 집이었다. 오래 묶었음인지 퀴퀴한 냄새도 났다.

어쩔 수 없다.

남자 혼자서 좁은 집에 살다 보면 이런 꼴이 되는 수밖에.

그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서울로 왔다.

결과는?

보다시피 좋지 못했다. 공부하려니 돈이 필요하고, 알바를 하니 공부가 되지 않았다. 집에 손 벌릴 수는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위해 돈이 필요한데 돈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걸려 그는 고시원에 갇힌 채 몇 년이나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사실 남자는 이제 공무원은 반쯤 포기한 상태고 그냥 로또나 당첨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망상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꿈도 미래도 없는 88만 원 세대.

완벽한 그 표상의 하나였다.

그는 알바를 하는 슈퍼에서 얻어온 남은 음식을 먹으며 일단 배를 채웠다. 그러면서 도중에 오늘 신문을 봤다.

“헛?”

기사를 보던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사람을 찾는 광고였다. 무척 예쁜 고등학생 정도의 소녀를 찾는 것이었는데 포상금이 무려 일억!

“으응.”

그 광고에 눈이 간 것은 일억에 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진의 소녀 때문이었다.

“이 여자애는…….”

틀림없이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일하는 상점에 물건을 사러 온 적이 있었다. 굉장히 예쁜 소녀였기 때문에 놀라서 쳐다봤었고 이후로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다.

광고를 다시 봤다.

찾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해 주면 일억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친척인데 애타게 찾고 있다고.

정말 친척일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예쁜 얼굴을 생각하니 귀티도 좀 나는 것 같았고 굉장히 잘 사는 집 딸이 가출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일억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이 돈이면 그간 공무원 시험을 치른다고 날린 시간과 돈을 다 보상받을 수 있다!

가슴이 뛰었다.

남자는 광고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누구세요?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신문 보고 전화 드리는 건데요…….”

-그러세요? 혹시 아시는 건가요?

여자가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확하게 어디 사는지 아는 건 아닙니다만 그걸로도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아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여자는 매우 기뻐하며 답했다.

“네. 실은 제가 슈퍼에서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며칠 전에 물건을 사러 들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요? 거기가 어딘가요?

목소리가 흥분한 것 같았다.

일억을 꿈꾸며 남자는 답했다.

“여기 주소가…….”

***

딩동.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쉬고 있던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갔다.

“실례합니다.”

문으로 가자 누가 서 있는 것이 흐린 유리 너머로 보였다.

여자는 먼저 물었다.

“누구세요?”

“여쭙고 싶은 게 있어 찾아뵙게 됐습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선한 인상의 남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여자는 안심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남자는 인사하며 용건을 꺼냈다.

“실은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사람을요?”

“네. 헤어진 가족을 찾는 분이 있는데 그분 대신 찾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시 아시나 알아보려고요. 이렇게 생긴 여자앱니다.”

남자는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여자는 그 종이를 받았다. 종이에는 예쁜 여학생이 찍혀 있었다.

“응…….”

“혹시 못 보셨습니까?”

여자는 그림 속 소녀를 계속 바라봤다.

곧 그녀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네요.”

“애타게 찾고 계시거든요. 혹시 기억나시면 꼭 좀 연락 주세요. 후사하겠습니다.”

여자가 내미는 사진을 받고 남자는 대신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알겠어요.”

여자는 명함을 받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사진에서 본 여자아이를 분명 얼마 전 본 것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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