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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03화 (103/227)

103화

이들을 초빙하는 데 들인 돈은 명당 십억 정도다.

적진 않다.

하지만 이들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그 정도는 큰 금액도 아니다. 그런데 더 강력한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면 더 큰 금액 정도 뭐가 아까울까!

더구나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정리되면 그에게는 조 단위의 돈이 들어온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회복되는 즉시 다시 임무에 돌아가겠습니다.”

“그러게.”

“그런데 표적의 위치는?”

이가 무심하게 물었다.

이남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모르네. 하지만 이미 신문에 광고를 냈지. 곧 답이 돌아올 거야.”

“알겠습니다.”

돈은 자본주의사회 어디서나 신이다.

즉각 좋은 정보가 모이기 시작하리라.

***

이남식을 놓친 이후로도 강민의 생활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사실 달라질 건더기도 없다!

강민은 강민이고 장갑맨은 장갑맨!

장갑맨이 어찌 됐다고 해서 강민에게 무슨 대단한 변화가 생길 리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장갑맨 자체는 대단한 화제라서 강민 역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강민은 수란을 찾아 보컬 트레이닝을 해 주고 있었다.

항상 그러했듯 노래는 하나도 듣지 않고 하는 기묘한 보컬 트레이닝이었다. 30분 정도 심호흡과 명상을 한 다음 쉬는 시간을 가졌다.

수란이 말했다.

“요즘 뉴스 봤어?”

“뉴스야 뭐 자주 보지.”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뉴스와 멀어진 채 살기는 힘들다. 포털만 들어가도 뉴스가 넘쳐 흐르니까.

수란은 즉각 본론으로 넘어갔다.

“장갑맨이 그럴 줄은 몰랐어.”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선도 그룹 회장이라면 안 좋은 소문도 많고.”

강민은 자신을 변호했다.

수란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그건 너무 심하잖아.”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한데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봐.”

“왜?”

의아하단 얼굴로 수란이 물었다.

강민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진짜로 칼을 휘두르면서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죽이는 놈들보다도 그런 사람들이 함부로 휘두르는 힘이 훨씬 더 위험하잖아.”

“그런가.”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직접 칼만 안 휘두른다뿐이지 그런 놈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 때문에 자살하고 인생 파탄나는 사람들 수가 한둘일 거 같아. 골목 상권이라면서 욕하는 것도 다 그런 이야기 아냐.”

강민은 이세계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과 많이 충돌했다.

그 덕에 그들의 이기심이 약한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히는지도 많이 보아왔다.

곡물 가격을 폭등시켜 수천 명씩 굶주려 죽게 만들면서도 자기 이득을 올린 데 기뻐하던 귀족! 영지의 농노들을 몰래 노예로 팔아 큰돈을 벌면서 모른 척하던 귀족! 몬스터를 일부러 방치해 농민들을 쫓아내고 그 땅을 비싼 값에 상인에게 판매해 큰 이득을 취하던 귀족!

각양각색의 개새끼들!

물론 다 손봐줬다.

하지만 손봐줄 때까지 강민이 본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숫자만 족히 수만 명을 넘기는 실정! 이남식의 선도그룹도 강민이 보기엔 별 차이가 없는 나쁜 놈이다.

“그래도 죽이려 드는 건 역시…….”

“나도 장갑맨이 잘했다는 건 아냐.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직접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것 같아서 싫은거지. 그리고 정말 장갑맨이 살인하려 한 건지도 모르잖아.”

장갑맨에 대한 현재의 모든 신문기사는 이남식을 죽이려 했다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강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사실은 황당한 이야기다.

절대 이남식을 죽이려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지만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

“장갑맨은 나타난 이후에 한 번도 사람을 죽인 적이 없잖아. 그런데 갑자기 사람을 죽이려 한다니 이상한 거 아냐? 내가 볼 땐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이남식 측에서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

“그럴까?”

수란도 강민의 이야기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응. 장갑맨이 바보도 아니고 문제가 될 걸 알면서 살인 같이 큰일을 갑자기 일으킬 리 없잖아.”

벌써 생각보다 큰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건 뭐 별수 없는 일이다.

정의를 실천하려다 보면 때로 사고도 생기는 법!

“그럴지도 모르겠어.”

수란은 그런 것 같다 싶어 강민의 의견에 동조하고는 즐거운 듯이 웃으면서 강민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장갑맨에 대해 훤하네.”

“하하, 뭐 멋지잖아.”

자화자찬하는 꼴이라 창피했지만 달리 할 말이 없기도 해서 그렇게 말했다. 사실 비판이 늘었다곤 해도 아직도 장갑맨은 많은 이들이 영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는 해.”

“자, 그러면 다시 시작하자.”

“응.”

강민의 말에 동의하며 수란은 몸을 일으켰다.

*

번쩍!

강민의 방에서 갑자기 강한 빛이 일어났다.

이어서 그 빛은 덩어리를 이루더니 주변을 밝히며 계속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덩어리가 점차 작아지면서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사람의 형상을 이루어서는 더는 줄어들지 않았고, 빛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며 사람의 형상은 사람 그 자체가 되었다.

어둡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으로 용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몸은 완전히 벗은 상태. 키는 170에서 약간 모자란 정도. 하지만 몸매는 훌륭했고, 가슴도 충분히 컸다.

얼굴 또한 놀랍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가장 특이한 것은 귀였다. 보통 사람의 귀와는 달리 약간 긴 듯한 귀는 이야기나 만화 속에 나오는 엘프를 생각나게 했다.

“후아아아.”

빛이 사라진 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여인은 하품을 했다. 아름다운 얼굴에 흠이 있다면 양 눈 아래에 모두 코까지 내려오는 다크서클이 있다는 것!

그녀는 눈을 비비며 피로한 표정을 하곤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가?”

여인은 창밖을 내다봤다.

아파트 밖으로는 많은 다른 건물이 있었고 도로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현란한 빛이 번쩍이고, 그 때문에 하늘의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곳이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여인은 고개를 빼고 들어왔다.

이어 장난스레 웃었다.

“후후, 하여간 오랜만에 보는 거니 놀래 줘야지?”

그러나 장난기 어린 표정도 잠시.

심하게 피곤했던지 하품을 크게 하고는 눈을 비볐다.

“하지만 일단 좀 자고…….”

그녀는 근처의 옷가지 같은 것들을 끌어와 매혹적인 자신의 몸을 덮어 가리며 바닥에 누웠다. 이어 크게 입을 벌리며 한 번 더 하품을 했다.

“하아아…….”

그녀는 눈을 감았고, 감은 즉시 잠들었다.

***

달칵.

텅.

강민이 그날의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우.”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강민은 고뇌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남식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으니까.

하지만 전혀 방도는 생각나지 않았다. 집에 숨어서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아마 소용없을 것이다.

이남식은 집이 한두 채가 아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중얼거리며 강민은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의 표정이 변했다.

“응? 냉장고 음식이…….”

어제 열었을 때보다 넣어뒀던 것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인스턴트 식품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드셨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민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강민의 아버지는 술집을 한다. 주전부리라면 썩어 넘치도록 있다! 강민은 역시 기이하다 생각하며 소파로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쑥 눈앞을 가리는 손이 있었다.

“엇?”

“누구게?”

부드러운 손의 감촉에 익숙하고도 그리운 목소리.

“설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리가 얼마 전 이야기 했다. 혹시 얼마 있지 않아 올지도 모른다고!

놀라 몸을 돌리며 외쳤다.

“세나?”

“정답이야.”

빙그레 웃는 얼굴의 금발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가 강민의 눈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몸 주변은 빛 가루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는 강민의 기척을 속이기 위해 펼쳤던 마법의 흔적이었다.

강민은 세나의 손을 꽉 잡으며 외쳤다.

“아, 정말 잘 왔어!”

“내가 없으니 외로웠던 모양이지?”

격렬한 반응에 즐거워하며 세나가 말했다.

“아, 그런 것도 있지만 이번에 네게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하나 있었거든. 정말 다행이야. 네가 와 줘서!”

“뭐야…… 내가 보고 싶었단 건 아니네?”

도움받을 일이 있어서 많이 반갑다는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난 듯 세나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강민은 실수했다는 걸 알고 서둘러 변명했다.

“물론 너도 보고 싶었지. 그렇지 않을 리가 있겠어.”

“그런데 뭐야 그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기보다 편리한 도구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쁜 모습은!”

“그만큼 급한 일이 있었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로 부족하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최대한 세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저자세를 취하며 강민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야 뻔히 알고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런데 그립지 않을 리가 있겠어.”

“좋아, 그건 용서하지.”

강민이 열심히 칭찬하는 모습에 기분이 풀린 듯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강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이리와 달리 세나는 성격이 좀 변덕스러운 면이 있고 기분을 잘 맞춰주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두 사람은 함게 거실의 소파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세나는 강민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모습이 좀 변했네.”

“어려졌지. 처음 그 세계로 갔을 때 모습이 된 거야.”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 모습이 남아 있긴 해.”

“너도 좀 변했네?”

“그래?”

세나는 긴장된 표정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여자에게 용모가 바뀌었다는 말은 천국과 지옥의 입구에 서 있다는 선고와도 다를 것이 없는 말.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호호호, 그래?”

강민이 첫 마디에 세나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다. 에이리와 달리 사무직인 그녀는 운동할 일이 많지 않아 체중 관리는 언제나 고민!

심지어 자신의 지방을 분해해서 쏘아내는 공격 마법 같은 거라도 개발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살이 빠졌다니!

모험하던 중에도 잘 안 빠지던 살이!

이유는 분명 그간 거친 격무 때문일 터! 처음으로 그 어마어마한 과로에 대해 세나는 고마워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날아오를 듯이 기분이 좋은 세나에게 강민은 이어 말했다.

“피부도 좀 거칠어진 것 같고.”

“큭. 그건 과로 때문이야.”

세나의 기분이 지옥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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