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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02화 (102/227)

102화

혜경이 호성에게 물었다. 강민단에 들어온 이후 그녀도 호성네 집안이 대단한 부자이고 재계와도 다양한 커넥션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됐다.

호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숨어버리면 보통은 찾지 못해요. 찾으려면 그 이상의 권력이 움직여야 하는데 국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한다…….”

모두들 고민된단 표정으로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

“그랬어?”

머나먼 외국, 유럽!

유럽의 한 화려한 호텔에서 에이리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대는 강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에이리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주된 이야기는 이번 일의 실패에 대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

“힘내. 그래 봐야 대단한 문제는 아니잖아.”

강민은 어마어마한 위기를 겪고 극복해 왔다.

그야말로 세계의 멸망까지도!

그런 것에 비교하면 지금 전화로 들은 것 따위는 정말 위기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말하면 또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굉장한데. 비록 여기서 네가 원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곤 해도, 그래도 강하단 건 틀림없는데.”

에이리가 감탄해 말했다.

세상 물정을 익히며 에이리도 많은 것을 알았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바로 이곳 인류의 신체 능력!

100m를 9초를 못 넘겨 허덕대고, 500kg 들기를 허덕댄다.!

허약하다!

너무도 허약해!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인류라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래선 근육에 기댈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근육만 사용해서 낸 기록이라 치면 저건 정말 굉장한 기록들이다.

어쨌건 에이리도 강민도 거긴 포함되지 않는다.

-뭐 그 자식들도 평범한 것들은 아니었어. 평범한 인류의 능력은 훨씬 넘어서 있었지. 안 그러면 막혔을 리가 있겠어.

“응. 역시 그랬겠지.”

에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인류가 두 사람을 잠시라도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려고 하면 맛만 보았더라도 마나의 영역을 넘본 자만이 가능했다.

-혹시 동일인이었을지도.

짚이는 바가 있는 듯이 강민이 말했다.

지금 그가 말한 것은 얼마 전 에이리와 대화하며 거론되었던 기묘한 외국인들이었다.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렇게 강한 인간이 여긴 흔하지 않은 것 같았으니. 숫자도 꼭 넷이었고 말야.”

-네가 있었으면 성공했을 텐데.

안타깝게 강민이 말했다. 그건 에이리도 동감이었다.

“그건 나도 아쉽게 생각해.”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도 소용없지. 잘난 척하다 실패한 나도 바보 같은 짓을 한 거고…… 에잉. 그보다 너는 어때?

기분전환을 하려는 듯이 강민이 물었다.

에이리는 어깨를 으쓱이고 답했다.

“여긴 뭐 비슷해. 아줌마 따라다니면서 경호나 하는 거지. 얼마 전엔 소매치기 하려는 놈들 좀 잡았고. 그런데 여긴 범죄자보다 남자들이 들러붙는 게 더 짜증나.”

-뭣이?

강민은 남자가 들러붙는다는 말에 즉각 분노했다.

“어딜 가도 추근대는 놈들이 있다니까. 어휴”

진절머리가 난타는 태도로 에이리가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다.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 관광지 같은 곳에 가면 항상 남자들이 어디선가 다가와서 에이리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어서 유혹하려 한다는데 밉게 볼 이유는 없지만, 그것도 한두 번!

이제는 질릴 지경이었다.

-그런 놈들이……!

“화나?”

하지만 강민의 반응을 보자니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이계에 있을 때는 에이리의 명성이 천하를 떨쳐 울리는 바람에 이렇게 추근대는 남자가 없어서, 화내는 것은 에이리의 몫이었다.

에이리가 강민의 여자란 건 널리 알려져 있긴 해도 그는 방대한 영토와 지위를 가진 로드라 여러 여자를 거느려도 흠 될 게 없어서 유혹하려던 여자들이 많았으니까.

즐거워하는 에이리의 반응에 강민은 멋쩍었다.

-흠흠, 아니 뭐.

“화나는구나.”

원래 있던 세계에서 접하지 못했던 강민의 반응은 역시 재밌었다.

강민이 결심한 듯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야 너는 내 껀데 그런 놈들이 치근댄다고 하면 분노하지!

“그렇군. 기분 좋은데.”

-쳇.

어째선지 강민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또 듣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창피했다.

기분이 좋아진 에이리는 관대한 마음이 되어 그리운 듯이 말했다.

“그런데 네가 겪고 있는 그 문제 말야 그 계집애가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그 계집애?

누굴 지칭하냐는 듯이 강민은 물었다.

에이리는 단박에 답했다.

“세나.”

전화 저편에서 ‘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그야 세나가 있으면 편했겠지. 대마법사에다 머리도 좋으니까.

강민이 뻔한 게 아니냐는 듯이 말했다.

에이리도 그 점은 동감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런 방면은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없는 사람 이야기해 봐야 아무 소용없는 거 아니겠어.

강민은 아쉽게 말했다.

세나.

확실히 그녀가 있었다면 이 정도 일 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머지않아 보게 될 수도 있어.”

-그래?

강민은 혹해 물었다.

“내가 내기에 이겨서 왔다고 했잖아?”

-응.

“지금쯤이면 또 필요한 조건 정도는 충족하지 않았을까.”

이곳에 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막대한 마력이었다. 그걸 에이리가 먼저 사용했다.

하지만 커다란 전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나가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하니 지금쯤이면 충분히 한 번 더 사용할 만큼 회복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얼른 좀 와 줬으면 좋겠군.

“전이라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나도 동감이야.”

사적인 감정만 말하자면 얼굴 좀 안 봤으면 하는 악연의 상대가 바로 세나다. 또 그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듯한 요리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이 지금 하려는 일은 강민만 잘되고자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면 역시 세나의 부재가 아쉬웠다.

*

지연은 냉장고를 열었다.

“아.”

곤혹스러운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열린 냉장고에는 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마실 수도 있지만 병든 어머니를 생각하면 피하고 싶었다. 듣기에 수돗물이 생수보다 깨끗하다곤 하지만 사람의 편견이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전화기를 들기에도 망설여졌다.

겨우 생수 한 병.

그 때문에 일부러 전화해서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유가 있다지만 할 짓이 아닌 것 같았다.

더구나 이제까지 쭉 신세만 져 온 것도 부담이 되었다.

“잠깐이니까…….”

결국 이지연은 물을 사러 나가기로 했다.

잠시 나가는 것 정도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곧 이지연은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새로웠다.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갇혀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못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했으니까.

“흥흥.”

바깥 공기를 쐬고 햇빛을 받으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얼른 이 일이 끝나고 다시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때때로 그녀의 모습을 봤다.

그야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걸어가고 있다.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지연은 그들의 시선에는 눈치채지 못한 채 얼마간 걸어 슈퍼에 도착했다.

사야 할 물건은 뻔했으므로 이지연은 금세 물건을 골라 돌아올 수 있었다.

“계산해 주세요.”

“네…… 와!”

계산대에 지루하게 서 있던 남자는 생수를 내미는 이지연을 보고 놀랐다.

그야말로 TV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미모!

빛이 나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런 걸 보고 아우라라고 한다던가.

남자는 감탄하면서 서둘러 생수를 계산했다. 바코드가 찍히며 하나당 900원짜리 생수통이 계산됐다. 계산이 끝난 뒤 비닐봉지에 생수를 넣은 이지연은 남자에게 인사했다.

“수고하세요.”

“네.”

계산대의 점원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받았다.

이지연은 비닐봉지를 들고 한동안 거리를 거닐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

이남식은 한 병원에 들어갔다.

특급의 병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병상은 넷이었다.

특급인데도 병상이 넷이나 되는 것은 이 방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그렇게 해 달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방을 쓰는 환자는 모두 중국인으로 가명을 써서 여기 들어왔다.

그들은 이, 얼, 산, 쓰로 불리는 전설적인 삼합회의 전투 요원이었다.

이남식은 그들의 대표인 이의 자리에 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수고했네.”

“이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붕대에 감긴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표정은 이전과 변함없이 굳힌 채 이는 이남식의 말에 답했다.

“그런데 그자가 그렇게 강했나?”

“상상도 못 했을 정도입니다.”

이는 미간을 좁히면서 이남식의 질문에 답했다.

장갑맨.

사실 처음 상대해야 할 자가 그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비웃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 보았자 기껏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어릿광대에 불과할 거라 생각하고.

양지의 세계에서 강하다고 자부하는 자들은 대체 그들에겐 어린아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직접 대면한 결과, 아니었다.

어린아이는 도리어 자기들 쪽!

방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간단하고 철저하게 당하고 말았다. 몇 번을 다시 싸워도 그에게 생채기나 하나 입힐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남식의 얼굴이 굳었다.

“자네들조차 막을 수 없다면…….”

“최대한 모습을 숨기십시오. 다시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아무도 회장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크윽…….”

이의 충고에 이남식은 이를 물었다.

장갑맨의 추격을 받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나마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몸을 바쳐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이다.

“자네들은 언제쯤 다시 움직일 수 있겠나?”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부상 수준만 보면 여러 달 누워 있어야 할 모습이지만 이 주 안에 그들은 회복할 수 있었다. 특별한 수련을 거친 데다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

그것이 그나마 이남식에게 안도가 되었다.

“다행이군!”

“하지만 움직일 수 있게 되어도 그를 막을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면…….”

이가 이남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말했다.

“이것은 저희로서도 상상하지 못한 사태. 그렇지만 이미 본부에 보고가 올라가 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아, 다른 요원이 온다는 것인가?”

이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금방 깨닫고 기쁜 표정으로 이남식이 말했다.

“네. 저희보다 상위 요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이 지불해 주실 필요는 있습니다.”

“그건 물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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