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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89화 (89/227)

89화

영동파의 보스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 어르신과 대화를 하고 나온 뒤 그의 마음은 장마철 하늘처럼 어둡기만 했다.

이번 일에서 실수하게 되면 이제껏 쌓아온 것을 모조리 잃게 될 우려가 있었다.

‘직접 움직여야 하겠군.’

보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

직접. 이제까지 몸을 사린다고 부하라던가, 해외에서 사람을 구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어쩌면 그게 지금 같은 꼴을 만든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장갑맨만 해도 그렇다.

그가 아무리 귀찮고 강해도 결국은 일개 인간에 불과하다.

그는 총을 가지고 있다. 총으로 무장한 부하들도 많이 있다.

총도 보통 총이 아니다. 시시한 권총 따위는 이야기 꺼낼 필요도 없다.

그는 돌격 소총, 그중에서도 명기 중의 명기라는 AK47을 수십 정이나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가 한창 혼란스러울 때 그쪽 군부 출신 마피아들로부터 구한 물건이다.

혹시 써먹을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해서 구해둔 것이었다.

이걸 사용하면 얼마나 커다란 소란이 생길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임무를 깨끗이 완수하고 어르신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거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잘 돌아갈 것이다.

마음은 결정한 보스는 부하들에게 연락해 명령하려 했다.

그때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보스는 전화로 가려던 손을 멈추고 들어오라 명했다.

“큰일입니다.”

들어온 부하가 곧장 말했다.

보스는 이제는 지겹다는 듯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또 뭐야!”

“저 그 계집아이가…….”

“이지연이라는 그년 말이냐?”

보스는 반문했다. 간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또 그 계집애에 관련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부하는 조심스럽게 뒷말을 이었다.

“네.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니?”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부하는 설명했다.

“오늘 알아보러 가본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집만 남아 있고 사람은 모두 사라졌다고…….”

“경찰이 숨긴 거 아냐? 아니면 그 계집애 엄마가 죽어가던데 그런 걸 데리고 멀리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급히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소득이 전혀 없다는 말일 것이다.

경찰 아래쪽에 정보를 얻기 위해 만들어둔 선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경찰이 개입하지 않았거나, 그보다 윗선에서 피난 작전이 실시되었다는 말이다.

보스는 역정을 냈다.

“크으! 무슨 수를 쓰든 얼른 찾아!”

“네!”

부하는 고개를 숙이고 멀어졌다.

보스는 답답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겨우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시점에 이게 또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재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불운이 거기서 그치지 않으리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

초저녁.

강민단의 기지에서 강민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가방. 장갑맨 변신용 가방이었다.

뒤에서 에이리가 그가 물건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벌써 움직이는 거야?”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잖아. 빨리 정리하는 편이 지연 양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뭐, 그런가.”

금세 가방을 다 챙긴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없는 동안 방어는 잘 부탁해.”

“그래. 나도 일해야 하니까 항상 붙어있진 못해도 실드도 있고, 핸드폰도 있으니 그건 걱정 없을 거야.”

에이리는 느긋하게 말했다.

“응.”

강민도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

강민이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저 도착한 곳은 도심 오피스텔 지구의 한 건물 앞이었다.

“흠! 여기로군.”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강민은 건물을 한 번 훑어봤다.

몇몇 깡패들을 두들겨 패서 얻어낸 정보로는 이 건물이야말로 영동파의 본부 건물이라는데 너무 화려하고 좋았다. 층수만 해도 10층은 넘을 것 같았고 외관도 깨끗했다. 아무리 봐도 깡패의 건물 같지 않았다.

나쁜 짓 하고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보자니 속에서 불길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그래야 제대로 고통을 주고 쫄딱 망하게 할 수 있으니까.

강민은 어둠에 숨어서 건물 입구를 살펴봤다.

“어디보자…….”

사람들이 때때로 오갔고, 문을 지키는 깡패가 건들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깡패가 건물 밖으로 나와 도로를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기회였다.

강민은 조심스럽게 어둠을 타고 움직여서 그 깡패가 가는 길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가 골목을 지날 때 불렀다.

“여어.”

“누구야?”

골목 안으로 경계심 없이 깡패가 들어오며 물었다.

말보다 먼저 강민이 손을 움직였다. 깡패는 목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컥!”

***

정신을 잃었던 깡패는 곧 강렬한 자극을 느꼈다.

“일어나.”

눈을 뜨니 눈앞에 마스크를 한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었다.

정체불명이라곤 하지만 그가 누군지는 깡패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장갑맨!

요즘 그들을 엿 먹이고 있는 짜증 나는 존재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보자니 역시 짜증이 나고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흐, 흐으…….”

남자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온몸은 묶여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으니까.

강민은 한 손으로 그의 사타구니를 콱 쥐었다.

“소리 지르면 고자로 만들어 주마.”

“흐으!”

강민의 손힘에 경악하며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은 그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었다.

그는 조용히 했다. 고자로 만들겠다는 강민의 협박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순순히 답해. 이 건물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지?”

“저, 저는 말단이라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대략적으로라도.”

“그, 그러면…….”

졸개는 더듬거리며 말로 설명하려 했다.

강민은 그를 제지하고 준비해온 볼펜과 메모지에 그리게 했다. 수분간 끄적이고 그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 건물의 구조를 그려냈다.

강민은 그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이어 물었다.

“좋아. 그리고 지금 영동파 보스는 어디에 있지?”

“그, 그건 극비라서 저 같은 말단은 알 수 없습니다.”

“극비라 알 수 없다, 라……. 그럼 네가 아는 한 가장 지위가 높은 놈은 어디에 있지?”

“그건…… 여기.”

깡패는 그가 그린 그림 가운데 한 곳을 가리켰다.

“3층이라. 좋아. 잘 알았다.”

“그럼 저는 가도…….”

비굴하게 웃으면서 깡패가 말했다.

“아니 잠깐.”

강민은 그의 품속을 이리저리 뒤였다. 곧 지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민은 거기서 지갑을 꺼낸 다음 거기서 주민등록증을 찾았다.

“여기 있군.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거짓말을 했으면 찾아가서 죽인다.”

“네, 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깡패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심하고 기절해라.”

“컥!”

강민은 깡패의 목을 손으로 내려쳤고, 깡패는 기절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깡패를 놓아두고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가 볼까.”

***

강민은 본부 건물 뒤편으로 갔다.

건물은 최근에 무언가 공사를 한 듯했다. 강민이 보니 벽면에 울퉁불퉁하게 나와 있던 부분을 모조리 제거한 것이다.

뭘 대비한 것인지는 뻔했다.

“이런 걸로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니.”

얕잡혀 보였다고 생각하며 강민은 배근한 벽에 손가락을 댔다. 그리고 힘을 줬다. 손가락이 벽면을 움푹 파고 들어갔다.

그런 상태로 스파이더맨처럼 성큼성큼 벽을 타고 올라갔고, 금세 3층에 도착했다.

3층 문은 모두 잠겨 있었지만, 이 역시도 아무 문제 없었다.

강민은 화장실 3층 문을 손톱으로 그어 깨끗하게 절단하고는 잠금쇠를 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부터 여러 가지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강민은 기척이 없을 때를 노려 얼른 복도로 나갔다. 복도의 구조는 깡패를 때리고 얻어낸 정보와 같았다.

얼른 눈길을 돌려 구조를 숙지한 다음 강민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마치 고양이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걸음이었으나 보통 사람이 전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덕분에 강민은 이 층을 돌아다니는 많은 이들의 눈에 한 번도 띄지 않고 상급자의 방에 도착했다.

강민은 문 앞에 서서 똑똑하고 노크를 했다.

들어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민은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곧 문이 열렸다.

“누구냐?”

찌푸린 얼굴의 남자가 몸을 드러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기분 탓인가?”

하지만 방금 들었던 노크 소리는 환청이라 하기엔 너무 확실했다. 이게 기분 탓이라면 정신병원에 가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그는 크게 불쾌한 얼굴인 채 계속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문 뒤에 몸을 숙여 모습을 감추고 있던 강민이 신속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의 입을 잡았다.

“컥!”

“기분 탓은 절대 아니지.”

강민은 조용히 말하면서 그를 밀어 방안으로 들어 가고는 문을 닫았다.

CCTV같은 게 걱정이긴 한데 이런 사무 보는 방에 근무시간에 설치해 둘 리는 없었다.

강민은 재빨리 준비해 온 수건으로 그의 입을 막은 다음 관절을 꺾어 몸을 아래로 찍어 누르고는 질문했다.

“자 이 건물 어디에 너희 대장이 있지? 고개를 끄덕여 답해.”

“으으…….”

남자는 강민을 노여운 눈으로 바라보았을 뿐 전혀 고개를 끄덕여 질문에 답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이런 자를 괴롭혀 굴복시키는 것은 강민의 오래된 즐거움이다.

“꼴에?”

강민은 거침없이 그의 손가락 하나를 꺾었다.

우둑!

“!”

남자의 눈에 핏발이 섰다.

하지만 강민의 강인한 구속에 몸을 버둥거릴 뿐,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답할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여라.”

그러면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뜨렸다.

그 갯수가 넷이 되었을 때 견디지 못한 남자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양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좋아.”

강민은 그의 입에서 재갈을 뺐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보, 보스는…… 약속이 있어 저녁 먹으러…… 자주 가는 단골 가게에…….”

“단골 가계라, 어디지?”

“거긴…….”

남자는 가게의 위치를 말했다. 강민은 내심 그곳으로 가기 위한 교통편을 생각했다. 시간이 너무 걸렷다. 쫓아가긴 무리였다.

얼른 운전면허를 가지고 차를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강민은 이어서 그를 찾을 수 있을 만한 장소를 물었다.

“거기서 나오면 어디로 가지?”

“자, 자택으로 갑니다.”

강민은 흥미로운 듯 마스크 안에서 웃었다.

“자택의 위치를 말해.”

“으으……. 거긴…….”

남자는 더듬거리며 위치를 밝혔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 들은 뒤 강민은 그의 머리를 쳐 기절시키고는 창문을 열고 마치 무협 고수처럼 벽을 차고 골목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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