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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65화 (65/227)

65화

-그래도 정말 인간이 아닌 것처럼 세잖아. 그런 거라고 상상하지 않고선 정말 어떻게 저렇게 세냐는 말이 나올 정도야.

강민의 시큰둥한 답을 받은 수란이 변명 같은 답을 보냈다.

-그래. 정말 비상식적으로 세긴 하지.

강민도 동의했다.

사실이기도 했고. 강민의 힘은 정상적인 지구인은 무슨 수를 써도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마나를 비롯한 다양한 힘의 작용으로만 가능한 것이니까.

-하지만 저런 사람이 자기 지켜 준다고 하면 정말 든든할 거 같아.

-질투나는 말인데.

강민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럼 니가 지켜줄래?

수란은 그 메시지를 보내면서 수줍은 기분이 됐다. 사실 강민이 수란과 알게 된 계기 자체가 바로 강민이 그녀를 지켜 줬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갑맨 만큼은 못해도 물론이지!

강민은 당연한 거니냐는 식으로 답했다.

-고마워.

-천만의 말씀!

문자로 받은 말일 뿐인데도 어째선지 양 볼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럼 잘자.

-응.

문자 대화를 끝내고 강민은 하품을 했다.

그는 만나긴 힘들어도 앞으로는 가끔 수란에게 연락 정도는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찬가지로 옆에 앉아 놀고 있던 에이리가 넌지시 물었다.

“누구야?”

“학교 친구.”

“단원들?”

강민이 피식 웃었다.

“내가 무슨 왕따도 아니고 개들만 친구겠어. 다른 친구야.”

“흠, 혹시 여자 아냐?”

“여자가 맞긴 하지.”

강민은 솔직히 밝혔다. 에이리의 표정이 불만스레 살짝 구겨졌다.

“으응?”

“무슨 생각하는진 알겠는데 그런 거 아니니까 노려 보진 말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니가 그런 말을 하면 대체 누가 믿는다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에이리가 강민을 노려봤다. 강민도 에이리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강민의 전적이 좀 화려하긴 했으니까.

“아 하여간 진짜라고. 그냥 친한 친구야.”

“진짜? 그걸로 전부?”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에이리가 강하게 강민을 추궁했다.

“아...”

강민은 제대로 답을 못하고 눈동자를 돌렸다. 그를 향하던 에이리의 눈빛이 한층 예리해졌다.

“수상한데.”

“좋아. 솔직히 고백한다. 내 첫사랑이지!”

“뭐야?”

강민의 말한 내용에 에이리는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민은 서둘러 에이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첫사랑일 뿐이야. 내 첫사랑이면 대체 몇 년 전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 십년 도 전의 이야기라고.”

“음, 따지고 보면 그런가.”

분노에 이글거리려던 에이리가 그 말에 다소간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강민이 말한대로 첫사랑이라 해 봐야 강민의 입장에서는 십년도 넘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 그러니까 니가 생각할 것 같은 애틋한 마음 같은건 사라진지 오래야. 먼 옛날에 화석이 되었을 뿐이라고. 지금은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지.”

“내 부하에게 듣기로 남자가 여자 만나면서 하는 최고의 개소리 중 하나가 좋은 친구일 뿐이라 말하는 거라던데.”

그래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불만스럽게 에이리는 말했다.

“아오 진짜라니까.”

“뭐 일단은 참아주지. 하지만 만에 하나 흑심을 품었다면 내 허락 없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

번개가 깃든 듯 번쩍번쩍 하는 눈동자로 강민을 노려보며 에이리가 말했다.

“차라리 개 코를 속이지...”

강민이 투덜댔다.

물론 강민의 과거가 화려하긴 했다. 그는 강했고 돈도 많았다. 어딜 가든 유혹이 따랐다. 주는 밥상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덥석덥석 받아먹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관계가 정리되기 전의 이야기고, 지금은 결백했다.

***

재철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컥!”

맞은편 남자의 배에 꽂히고 그의 몸이 허공 붕 떴다가 바닥에 꼬꾸라졌다. 재철은 그를 내려다보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하하! 뭐야 겨우 이 정도냐!”

재철은 이어 발로 그의 옆구리를 걷어차며 신이 난 듯 이어 외쳤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싸움을 보고 있던 수구와 만수, 그리고 호성이 그 모습을 보고 수군수군 댔다.

“와 만화책 대사 같은 소릴 하네.”

“창피하지 않나.”

“신이 나니 절제가 안 되는 모양이야.”

“남자는 원래 다 타고난 중2병이니 어쩔 수가 없는 거지.”

“거기, 시끄러!”

친구들이 수군거리며 자기를 가는 소리에 창피해진 듯 재철은 으르렁 화내며 외쳤다. 하지만 재철의 그런 위협에 다른 강민단원들이 굴할 리가 없다.

호성이 코웃음을 치며 외쳤다.

“너야 말로 어설픈 만화 주인공 짓 하지 말고 얼른 끝내!”

“쳇!”

약간 기분 좀 내려는데 그걸 몾 맞춰주는 눈치 없는 놈들이라 욕하면서 재철은 자신의 발 밑에 쓰러져 있는 3학년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려 눈을 마주했다.

“컥, 컥...”

신음을 흘리는 3학년은 얼굴이 붓고 찢어져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반면 재철은 얼굴은커녕 손도 다치지 않아서 아주 일방적인 싸움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재철은 3학년의 눈을 보면서 요구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이 새끼...”

하지만 이를 갈면서 3학년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재철이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만큼 얻어맞으면 본래 선배로서의 체면이고 나발이고 의미가 없는 법이다.

지금 싸운 3학년이 독종으로 유명하기라도 한다면 몰라도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 재철은 삼학년의 머리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주변을 포위하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보자보자 했더니...”

“이 개같은 것들이.”

욕설을 찍찍 내뱉으며 다가오는 것들은 모두 3학년으로 보였다.

“어쭈?”

재철은 기가 막힌 듯 외쳤다. 얻어맞고도 자신만만하다 싶더니 이걸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일진이라고 어개 힘주고 다니던 작자가 결국 패거리를 믿고 잘난척 했다는 게 너무 한심해서 재철은 발로 이제껏 사운 3학년 일진을 걷어찼다.

뻑!

“컥!”

그 한방에 그는 기절하고 말았다.

포위를 마쳐 원형으로 재철을 비롯, 강민단원들을 둘러싼 3학년들이 사냥감들 사이에 쓰러진 자기 동료를 바라보며 욕을 했다.

“멍청한 놈이 혼자서 해결할 거라길래 놔뒀더니 결국 그 꼴이야.”

“한심하긴.”

강민단원들도 방관자적인 자세로 구경하던 것을 풀고 곧 이어질 싸움에 대비해 긴장한 자세를 취하곤 서로 간에 대화했다.

“떼로 몰려 왔네.”

“그러게...”

“생각보다 빠르군.”

강민단원들의 긴장한 모습을 본 3학년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하는 듯 포위를 유지한 채 실실대며 웃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한 남자가 우뚝 앞으로 나섰다.

강민단원들은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이 싸움의 최종목표는 추길산. 3학년 가운데 최강의 일진으로 꼽히는 자로 기업형이라 할 만한 방식으로 삥을 뜯어 자기 주머니를 두둑히 채우고 있는 깡패였다.

강민단원들은 오늘 그와 싸울 예정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대량으로 대동하고 찾아온 것을 보면 소문을 듣고 일찌감치 정리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제법인데.”

“역시 대장값은 하는 모양이야.”

“그래봐야 똥통이지.”

추길산은 강민단원들이 자기를 욕하는 소리에 이를 갈면서 협박을 되돌렸다.

“이학년 주제에 하늘 같은 선배를 몰라보다니. 오늘 이 자리서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건방진 새끼들아.”

“누가 할 소릴.”

호성이 코웃음을 치며 그 말에 답했다.

노골적으로 상대를 비웃는 호성의 모습에 추길산은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했다. 반쯤 진짜 조폭처럼 지내며 삥 산업을 벌려 왔으니 호성의 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잘 지내는 사람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온 나쁜 놈들은 저 싸가지 없는 2학년들이 아닌가.

“집 좀 잘 산다고 거들먹거리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앞으로 여길 뜰 거다. 너희 집 좀 잘 살아봐야 우리한텐 아무 의미 없어. 그리고 오늘 실컷 얻어맞고 나면 그 시건방졌던 생각들 전부 고치고 우리 앞에서 잘못했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될 거다.”

추길산은 호기롭게 말했다.

이어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강민단원들을 향해 달렸다.

“죽여주마!”

“찍어갔던 것도 다 토해내 바치도록 해 주지!”

다른 3학년들도 추길산이 움직이자 따라서 움직여 마치 파도처럼 강민단원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웃기는 소릴.”

“누가 후회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는 거지.”

강민단원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압도적 다수의 3학년들을 상대로 전혀 긴장하지 않은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맞이했다.

그 여유가 도리어 3학년들의 분노를 건드렸다.

“이것들이 아직도...!”

“죽여버려!”

와!

거친 고함 소리가 나도 4대 15의 싸움이 시작됐다.

*

만수가 발 아래 누운 상대를 걷어찼다.

“개새끼!”

“커억...!”

신음소리를 내며 발 아래 3학년은 꿈틀거렸다. 만수는 그의 등에다가 팀을 배은 다음 옆으로 돌아봤다.

마찬가지로 쓰러뜨린 3학년의 처리를 하고 있는 수구의 모습이 보였다.

“거긴?”

“뭐 대충 다 정리했어.”

수구가 끙끙거리는 3학년의 머리를 발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재철 역시 손을 들면서 말했다.

“여기도.”

“이쪽도 그렇지.”

호성 역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15대 4의 싸움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히 끝났다. 4대 1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불과 수분이 지나지 않아 바닥에 뻗은 것은 3학년. 강민단원들의 주먹에 그들은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다.

호성이 쓰러뜨린 다음 한쪽에 모아 놓은 3학년들을 향해 걸어가 주저앉으며 말했다.

“자, 그럼 너희를 정리해야지.”

“헉, 헉...”

“으으...”

거기 쓰러져 벌벌 떨고 있는 것은 3학년 가운데 주력 일진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가운데서도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추성길이다.

한데 기세등등하던 추성길은 이미 엉망으로 얻어터져 얼굴은 퉁퉁 부은 상태였고 잔뜩 겁을 먹어 호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잘 따르겠지?”

호성이 물었다.

그때 재철이 끼어들었다.

“전혀 그런 눈빛이 아닌-”

그는 옆에서 달려와서는 스러져 떨고있는 추성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데!”

퍽!

“커윽!”

커다란 몸이 덜리며 옆으로 굴렀다.

재철은 구리는 추성길을 쫒아가며 구타를 계속했다.

“눈빛 봐라!”

퍽!

“어딜 꼬라봐!”

퍽!

“억!”

퍽!

“흐악!”

퍽억!

“악!”

아주 사람을 때려잡을 듯한 구타가 계속되지 추성길 옆에 있던 다른 3학년이 무서워서 흠칫 흠칫 몸을 떨었다. 호성이 저러다 정말 사람하나 잡겠다 싶어 재철을 말렸다.

“야야, 너무 한 거 아냐?”

씩씩거리며 추성길을 때리던 재철이 대리던걸 멈추고 호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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