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멍청한 새끼!”
재떨이가 날아갔다.
날아간 재떨이는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이마에 적격했다. 큰 소리가 나고 남자가 뒤로 한 걸음 휘청 움직였다. 깨진 머리에서 후두둑 붉은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꼿꼿하게 버티고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홍동구였다.
홍동구에게 재떨이를 던진 남자는 이를 갈면서 외쳤다.
“이미 니가 죄송하다고 하는 것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어!”
“크윽...”
이를 꽉 물었지만 홍동구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도 이번 실패가 얼마나 자신에게 치명적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홍동구에게 욕을 하고 있는 남자는 그의 상관이자 전국구 깡패 조직인 영동파의 보스였다.
그는 역정을 내며 말했다.
“이번 일을 무마하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깨질 것 같아! 돈만 잃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걸로 앞으로 얼마나 피곤한 일이 연달아 생길지!”
“......”
홍동구는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영동파의 보스는 이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그러져 있던 얼굴은 그대로라 그가 지금 얼마나 고민스러워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문득 그가 말했다.
“위에서 얼마나 불쾌해 하고 계시는지 알아?”
“네?”
위라는 말이 나오자 홍동구의 얼굴이 긴장에 싸늘하게 굳고 말았다. 영동파의 보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이 너무 커졌어! 청부살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갔잖아!”
“저, 저,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 일이 전적으로 자기 팩임으로만 몰릴 수 있다 느낀 홍동구는 변명을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영동파의 보스가 불쾌하게 물었다.
“할 말이 있나?”
“장갑맨 같은 미친 것이 이 일에 끼어들리라곤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 게 끼어들어 방해한다면 대체 누가 대비할 수 있겠습니까?”
홍동구는 서둘러 변명했다.
딴에는 그러했다.
장갑맨.
찢어 죽여 마땅한 이번 일의 원흉.
그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놈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이번 일이 실패할 리가 없었다. 성인 남자 넷을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하고 두들겨 패서 제압할 수 있는 괴물이 방해하는데 대체 어떻게 이번 일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영동파의 보스가 불쾌한 듯이 물었다.
“그래서 네놈 실수가 아니라고?”
“실수가 아니라는 건 아니나 부디 기회를...”
홍동구는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영동파의 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멍청한 새끼. 너 그 계집아이의 사진과 명세서가 한성질 그 돼지새끼의 금고에 있다가 그 장갑맨이란 새끼한테 털렸어!”
“그러면...”
홍동구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태도로 영동파의 보스는 홍동구를 계속 욕했다.
“이 멍청한 놈. 그러면 그 장갑맨인가 하는 빌어먹을 새끼가 우연히 그 사건에 개입해서 우리를 엿먹인 걸로 생각했단 말이냐? 네놈의 부하관리가 얼마나 썩었으면…!”
“......”
홍동구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네게 줄 수 있는 기회는... 이것뿐이다.”
영동파의 보스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홍동구의 앞에 던졌다. 비닐 포장지 안에 캡슐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본 홍동구의 표정이 핼쑥하게 변했다.
“이, 이건...”
“가족을 생각해야지?”
영동파의 보스가 음산하게 말했다.
지금 그가 던진 것은 청산가리 캡슐이다. 즉, 영동파의 보스는 홍동구에게 죽어서 입을 다물라고 명령한 것이다.
“으으으으...”
홍동구는 벌벌 떨면서 그 캡슐을 주웠다.
“잘 생각해라. 꺼져.”
홍동구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 나갔다.
영동파의 보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방에는 그 만이 아니라 영동파의 다른 중간 간부들도 몇몇이 모여 있었다.
영동파의 보스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한모금 담배를 빨고 연기를 내뱉으며 주변의 다른 간부들에게 물었다.
“그 계집애는 어떻게 해야겠냐?”
“그거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르신께서 아직 뜻을 거두시지 않으신 이상...”
간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속행을 주장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얼른 처리하지 않으면 후환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영동파의 보스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많이 시끄러워 졌는데?”
“그러니 얼른 정리해야 됩니다. 쓸데없는 사실들이 드러나면 어르신이 역정을 낼 겁니다.”
간부 하나가 그렇게 말했고, 다른 자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흐음... 제안이 있냐?”
“아깝긴 하지만 제대로 된 칼잡이 하나를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런 판에?”
영동파의 보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청부살인 소리가 벌써 나왔다. 지금 칼잡이를 보내 정리하자면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간부들은 괜찮다는 태도였다.
“우리쪽 칼잡이를 쓰지 않으면 됩니다.”
“외국애를 쓰는 거죠.”
“그런 놈이 있어?”
흥미를 느끼며 보스가 물었다.
제안한 간부가 서둘러 말했다.
“아주 비싸지만 찾아보면 있습니다. 돈만 주면 되니까 우리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죠.”
“중국이나 필리핀 같은 데서 흘러들어오는 불체자도 많아서 들여오기도 쉽습니다. 도망치는 것도 마찬가지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오면서 깡패들에게는 살기좋은 세상이 열리고 있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외국인이 늘어갈수록 깡패들이 구할 수 있는 인력과 그들이 숨을 수 있는 안전지대의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한층 상황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경찰들도 엄격히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외노자를 고용하는 공장이 어려워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이하의 금액으로 사게 사용하고, 그 싼 금액을 가지고 한국인 노동자와 경쟁시키는 것!
공장과 기업가의 이득은 시민의 안전보다 백만배쯤 중요하기 때문에 경찰의 단속은 엉성하다. 이건 사실 외노자에게도 매우 불리한 일이다.
공장에서 노동자 대우를 어떻게 해도 보호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한국에서는 많은 외노자의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지만 치료도 못 받고 쫓겨나고 있다.
그 덕에 깡패들은 편리한 밀수 루트를 개발하고 일회용 인력을 싸게 구해 마음껏 한국 시민들을 괴롭혀 디룩디룩 살찐다!
“괜찮은데.”
홍동구가 간부의 의견이 마음에 든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렇게 해서 홍동구가 사라지고 계집애가 그때 같이 죽는다면 영구미제로 남을 겁니다.”
“스마트폰에 남은 영상이 껄끄럽긴 하나 그런 건 증거 효력이 없죠.”
“불법이니까요.”
간부들도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입을 모았다.
확실히 스마트폰에 촬영된 건 귀찮지만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촬영된 동영상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불법적인 증거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 같은 것이지만 이게 의외로 강해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뻔한 건데도 범인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흠... 확실히 일단은 그게 좋을 것 같군.”
부하들의 의견이 합당하다고 생각한 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배해봐.”
“알겠습니다.”
간부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
좋은 친구는 오늘도 호황이었다.
1층은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앉을 자리도 없었으나 밖에서 대기표를 뽑고 있었고 2층에서는 상당한 고개로 자릿세를 내서 예약한 사람들이 느긋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2층의 한 좌석에는 중년의 남자가 앉아 홀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데 그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강민의 부모님이 올라와 옆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두 사람은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그들이 그 남자에게 와 말을 거는 것은 이 남자가 두 사람에게 만나고 싶다고 청을 했기 때문이다.
왜 만나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알바생의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라는 말에 두 사람은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남자는 두 사람을 보자 환하게 웃으면서 마주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있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RK?”
강민의 아버지는 그가 내민 명함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RK엔터 CEO 김경길이라고 적혀 있엇다. 강민의 어머니가 그 명함을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여보 RK이면 그 뉴스에서 RKRK 떠드는 그 RK 아닐까요?”
“설마...”
강민의 아버진 미심쩍은 표정을 했다.
RK 김경길이면 뉴스에서 매일 듣는다 해도 좋을 정도의 이름이다. 요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최대 공로자로 여러 남녀 아이돌 그룹을 성공적으로 런칭 시켜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 까지 이르렀고, 이제는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기까지 하다는 신화적인 기업!
RK 엔터의 시총만 2조에 이른다고 한다.
“하하, 제가 그 RK가 맞습니다. RK의 대표인 김경길입니다. 허명을 다소 얻었지요.”
그러면서 김경길은 손을 내밀었다.
실감이 나지 않아 애매하게 웃으면서 강민의 아버지는 그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아 네...”
강민의 아버지는 이어 물었다.
“그, 그런데 그런 분이 무슨 일로...”
“하하하 그야 이곳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마셔보니 정말 그럴 가치가 있어 보이더군요.”
“네.”
“만족하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웃으면서 강민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아이들 하고 가끔 찾아오겠습니다.”
김경길은 두 사람이 껌뻑 좋아 죽으리라 생각하면서 말 했다. 스타들이 이런 가게에 찾아오면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광고가 된다.
그야말로 억대 광고를 공짜로 해주겠다는 셈!
“감사합니다.”
“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김경길이 당황스러운 정도였다. 하지만 강민 부모님의 입장에선 그게 당연했다.
글허지 않아도 가게에 자리가 없어 죽겠는데 그런 잘나가는 스타들이 와서 사람이 더 많이 몰리면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식당에 찾아오면서 그 식당의 음식이 목적이 아니라 스타를 목적이라 온 손님들은 말하기 미안하지만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 무개념들에게 시달린 원래 손님은 다시는 가게를 찾지 않게 되는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팬들은 잠간 가게에 올뿐 그게 다다.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손님이 없는 가게가 아니라면 스타마케팅은 꼭 좋은 것이 아니다. 단점이 더 큰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맛에 진짜 자신이 있는 가게에 한한 이야기다.
김경길은 흠흠 헛기침을 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화제를 본론으로 돌렸다.
“저, 실은 여기 이렇게 찾아온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
“실은 댁의 아드님을 제가 키워보고 싶습니다.”
괜한 말을 하기도 귀찮아진 김경길은 돌직구를 던졌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강민의 부모님은 그게 웬 말이냐는 듯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모습을 보고 김경길은 강민이 평소에 자신의 재능을 철저히 숨기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노래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엄청난 보석일 지도 몰랐다!
김경길은 크게 기대하며 말했다.
“실은... 아드님의 재능이 범상치 않습니다.”
“재능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무슨 재능인가요?”
아들이 재능이 있다!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
또한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다른 부모들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 또한 남의 자식이 재능있단 말이야 말로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 자식이 최고!
그것이 한국 부모의 이데올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