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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43화 (43/227)

43화

콘서트 다음 날, 강민은 평소처럼 강민단의 기지에 갔다.

가자마자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던 강민단원 중 재철이 벌떡 일어나서는 강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이밀며 물었다.

“저기, 이거 너 아냐?”

“뭐?”

당황하면서 강민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봤다.

화면에는 콘서트 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은 익숙했다. 바로 강민 본인이었다. 콘서트 장에 있었던 사람 중 누군가가 직접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린 모양이었다.

“너 같은데? 너 맞지?”

“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어라.”

두통이 머리를 스치는 것을 느끼면서 강민은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이런 걸 보고서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리어 수구와 만수, 그리고 호성에 강석까지 다가와서는 강민에게 연달아 물었다.

“이거 뭐야. 인터넷에서 꽤 화제던데. 정체가 뭐냐면서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아.”

“그냥 일반인이라는 거에서부터 유리하고 친하다는 데서부터 이미 설정인 거 같다면서 어디 연습생일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강민은 속으로 씨× 씨× 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리고 소파에 앉으면서 물었다.

“내 신상명세는 떴냐?”

“아직 거기까진 안 갔지만, 금방 뜰 거 같은데.”

“얼굴이 이렇게 확실하게 떴으니까.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볼 거고.”

호성과 강석이 말했다.

“이런 제기랄…….”

“너 맞구나?”

재철이 역시 확신을 담은 얼굴로 물었다.

“그래.”

강민은 뭘 뻔한 걸 묻느냐는 태도로 답했다.

사실 보면 너무 뻔한 거라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기도 했다. 그저 너무 놀라운 장면이라 다들 긴가민가했던 면도 있었다.

강민이 맞는다고 하자, 그간 질문을 참았던 것처럼 강민단원들은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와! 너 이렇게 노래도 잘했어? 정말 연습생 아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수란하고 왜 같이 있는 거고?”

“가수 되는 거 맞아? 가수 될 거란 소문도 파다하던데.”

강민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신경꺼. 내가 가수 돼서 남들 앞에 나가 노래 부를 일 없을 테니까. 아오~ 그나저나 얼굴이 팔려서 어쩌지?”

“굉장히 싫은 것 같다?”

호성이 물었다.

강민은 단호하게 답했다.

“싫어!”

“이렇게 좋게 화제가 되는 건데 왜 싫다는 거야?”

재철이 역정을 내는 강민의 태도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질문에 동감한 듯 재철 옆의 만수와 수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의 답은 간단했다.

“나는 주목 받는 게 싫다고!”

“그게 왜 싫어?”

“피곤하잖아.”

모두 쉽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했다.

하지만 강민은 주목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애당초 그걸 피해 이곳에 왔다. 그러니 주목받는 걸 달가워할 리 없었다.

강민은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좋은 예시를 들기로 했다.

“에이, 짜증 나.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거 모르냐? 나는 그런 게 싫다고.”

“아! 그러니까 좀 이해가 된다.”

“하긴 유명해지면 이상한 소문도 많이 달라붙기 마련이니까.”

강민의 설명이 심히 적절했던지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성공하고 가질 거 다 가진 연예인들도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도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유명해진다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강민이 그런 걸 싫어한다면 주목받기 싫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강민은 겨우 그들이 이해한 것을 알고 이어 설명했다.

“그리고, 너희 내가 유명해지고 싶으면 그게 어려울 거라 생각하냐?”

“아, 아니.”

“그렇진 않아.”

모두들 잠시 생각하곤 고개를 흔들었다. 강민이 유명해지고자 하면 힘자랑하는 동영상이라도 하나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면 종합 격투기 같은 곳에 진출해서 효도르라도 털어버리면 당장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방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강민은 이어 설명했다.

“그래. 유명해지기 힘든 사람이라면 유명해지는 데 큰 가치를 둘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아냐. 언제든 유명해질 수 있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조용한 게 좋다고. 주목받는 게 좋으면 내가 뭐하러 너희 가르쳐서 내 대신 일진들 때려눕히고 학교 정리하라 하겠냐. 그냥 내가 나서지.”

“으음.”

“그것도 그러네.”

“그냥 평화롭게 사는 게 내 목표란 말이야. 하지만 이런 걸로 유명세를 치르면 그럴 수가 없어지잖아.”

강민이 피로한 듯이 설명하는 말에 모두 이제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은 이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애들도 알 거 같으냐?”

“꽤 화제가 됐으니까 많이들 알지 않을까?”

강석이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은 화질도 나쁘지 않고, 소리도 선명해서 강민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아보는 데 별로 힘들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누리꾼들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잉여력이 넘치기 때문에 사람 신상 하나 털어 밝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음! 앞으로 숨죽이고 살아야겠군. 인터넷에서 화제라 해도 결국 얼마 가진 않을 테니까, 파도가 그칠 때까지 잠수 타는 수밖에 없겠네. 어휴!”

강민은 오직 거기에만 기대를 걸었다.

시간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멈춰있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세상에는 많은 사건이 터지고 있으니 그 물결에 휩쓸려 자신도 하나의 지나가는 사건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폭발해 사회적으로 시끄러워진 무수한 사건들도 실제로 그렇게 됐다.

강민은 강민단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도 이 기지에 대해서는 다름 놈들한테 이야기하지 마. 혹시 물어보는 사람 있어도 조용히 하고. 설마 너희한테까지 내 행방을 묻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만, 정보는 적게 유출될수록 단단히 지켜지는 법이니까.”

“알겠어.”

“네가 그걸 원한다면야.”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별로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나마라도 해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데 방해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강민은 이어 본론으로 들어가는 태도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 이 학년 통합은 어때?”

“다음 주면 정리될 것 같아. 하지만 마지막 정리할 놈은 3학년이랑 선이 닿아 있거든.”

재철이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싸워 이길 때마다 일진으로서의 위용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아 재철은 요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래 봐야 공부는 괴롭고, 훈련은 더 괴롭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또 그렇다 해도 강민에 대한 역심이 생긴 것은 아니다.

강민에게 얻어맞을 당시의 고통은 영혼에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냥 요즘은 강민의 충실한 하인이란 위치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였다. 생각보다 대우도 나아졌고, 얻는 것도 있었으니까.

“내일 그놈 때려잡으면 이제 3학년과 붙게 된다 이거군?”

“그렇지.”

재철의 얼굴에 살짝 걱정이 스몄다.

이기는 건 걱정하지 않았다. 강민의 훈련 덕에 눈에 띄게 강해져서 또래의 고등학생 따위는 떼로 몰려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3학년 양아치가 만들어둔 인적 네트워크 같은 게 움직이면 피곤해질 수 있는 것이다.

“뭐, 걱정하지 마. 3학년 따위 내가 가르쳤으니 너희면 충분히 싸워 때려눕힐 수 있을 거고, 걱정하는 건 그 뒷정리인 거 같은데…….”

강민은 호성을 바라봤다.

“그건 부탁한다.”

“맡겨둬.”

호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잘못 보이면 자장면 짱개집 취직도 못 할 거라고 으름장 놔 버리면 깨갱 꼬리를 말 수밖에 없을 테니까. 깨져서 질질 짜는 꼴도 촬영해 둘 거고. 큭큭큭!”

재철 일당은 사악하게 웃는 호성을 보며 공포스런 얼굴을 했다. 예전부터 알던 거긴 하지만 호성은 정말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다. 적이 아니라 다행인 인간이다.

하지만 결국 강민의 주먹 앞에서는 답이 없기도 했다. 더구나 강민의 머리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너희를 믿고 있다.”

강민은 단원들을 둘러보며 든든하다는 듯 말했다.

“응.”

“헤헤!”

“그깟 놈들 정도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에게 신뢰 받는다는 건 기분이 좋았다.

강민이 보여준 능력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가 자기들의 머리 위에 서기 적합한 존재라는 걸 인정한 덕분이기도 했다.

강민은 이어 강석을 바라봤다.

“물론 강석 너도 믿고 있으니 이놈들 공부도 잘 시켜줘.”

강석만은 이 그룹에 완전히 융합되었다 말하기 어렵다. 얻어맞아서 들어온 게 아니니까.

하지만 기지에서 생활하던 중에 강민의 절대적인 권위와 그의 힘에 대해서는 많이 이해한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역할을 확실히 부여해 줘 융화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했다.

강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전에 네가 좀 주무르고 나서는 많이 괜찮아졌어. 기초는 금방 다질 수 있을 거 같아. 이쯤 되면 네가 서울대라 말한 것도 실제로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강민이 총명침 같은 것이라 말하고는 재철 일당을 두들겨 패다시피 한 그 신비의 마사지!

실제로 그것은 매우 효과가 좋았다.

강석도, 호성도 처음 재철 일당을 가르칠 때에는 그 답답함에 공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자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가르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되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당시에 그걸 가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농담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강민은 별로 그런 데엔 흥미가 없는 모습이었다.

“하하! 오래도록 이 녀석들은 내 수족으로 써야 하니까 말이야. 사용하기 불편하게 멀리 떨어뜨려 두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러니 잘 부탁해.”

수족으로 써야 한다는 말에 단원들은 모두 공포스런 얼굴을 했다. 앞으로도 얼마나 이런 노예 꼴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인지 몰랐으니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든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민의 그늘!

강민의 수족이 된다는 건 그 그늘 아래 있는다는 말이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

강민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그는 그 스마트폰을 보면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흠.”

화면이 바뀌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메시지에 따라서 강민은 조작을 계속했다.

인스톨을 하는 화면이 떠올랐다. 인스톨이 끝난 다음에는 무언가를 입력하라는 명령이 떠올랐다. 강민은 암기해 뒀던 기호들을 꾹꾹 눌러 입력했다.

“흠흠.”

입력이 끝났다. 띠링 소리가 나며 화면이 바뀌었다.

“됐다.”

그러나 거기에는 지도가 떠올랐고, 그 지도에는 빨간 점 같은 것이 떠올라 표시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강민이 설치한 것은 호성의 집 경호를 맡고 있는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어플이었다.

강민이 이지연이라는 소녀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도청기와 위치추적기와도 연동되는 것이기도 했다.

소녀는 지금 자신의 집에서 버스로 서너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편의점에 있었다. 그리고 전혀 이동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공적으로 작동되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재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모르겠단 말이야.”

화면을 보면서 강민은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깡패들이 왜 이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일단 이렇게 기계를 이용해 보호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었다.

보호를 목적해서 한 일이라고 해도 범죄의 요소가 있는데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지킬 수도 없었다.

가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그 경우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이렇게 지킬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 지금 이렇게 보호할 태세를 갖추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다른 방도도 생각해 봐야지.’

소녀에게 사정을 이야기해서 자구책을 갖추도록 한다든가, 아니면 다시 한번 깡패들을 방문해서 왜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다든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상황을 봐가면서 방법을 선택해 실천해 옮기면 된다.

어떤 방법이든 강민은 실천해서 이뤄낼 자신이 있었다.

-웅.

전화가 진동했다.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온 모양이다.

화면을 바꾸어 확인하니 수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니.

-응. 괜찮아.

강민은 그렇게 문자를 적어 보냈다.

곧장 답장이 돌아왔다.

-지난 콘서트 어땠어?

-훌륭했어. 평소보다 더.

-그거 다행인데.

-TV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던데.

농담이 아니었다.

중간에 생각하지 못한 일이 있어 도망치듯 빠져나오긴 했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수란의 모습은 모니터나 TV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박력과 매력이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이 이어졌다.

-아니면 팬들이 비싼 티켓을 사서 오지도 않겠지. 그만큼 더 열심히 하는 거고.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나도 깜짝 놀랐어.

화제를 돌리며 이어진 수란의 메시지였다. 강민은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문자가 뭘 말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노래 때문에?

-응. 너 정말 노래 잘하더라. 어디서 배운 거야?

-배운 건 아닌데…….

-배우지도 않고 그렇게 노래할 수 있단 말이야?

수란의 답장이 즉각 왔다. 강민은 그녀의 문자 이면에 분노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노래를 전문으로 하는 입장에서 듣는다면 강민의 말은 분노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배우지도 않고 프로급, 아니 그 이상으로 노래를 부른다니.

그러나 사실이라서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했다.

-노래를 배운 건 아닌데, 다른 걸 배우다가 노래도 같이 하게 된 것 같은 거라서 그래.

-뭘 배우면 그렇게 하는 거야. 나도 배우게 좀 알려줘.

투정 부리듯이 수란이 말했다. 하지만 진심이기도 할 것이다.

강민은 이걸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그냥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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