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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33화 (33/227)

33화

그는 죄인처럼 외쳤고 걸레처럼 꿈틀거렸다. 벌써 오줌을 지려 바지가 흥건했고, 바닥에는 암모니아 웅덩이가 생겼다.

한성질은 사지 전부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심각한 복합 골절은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인 걸 생각하면 한성질의 깡패 인생은 끝난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한성질의 눈동자에 처음 강민을 바라볼 때와 같은 분노나 자부심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죄인이나 노예, 혹은 짐승에게서 볼 수 있는 애처롭고 절대적인 복종과 공포의 기색만이 보였다.

강민은 그와 눈동자를 마주치며 물었다.

“네가 인생 잘못 살아온 건 알겠냐?”

“네, 아, 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한성질은 울부짖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의 구타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간이나 쓸개라도 빼내어 가져다 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쓰레기에게 적절한 벌을 준 것에 만족하며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나쁜짓 못 할 정도로만 더 맞고 끝내자.”

그리고 강민은 마지막 구타를 개시했다.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그의 발차기가 한성질의 사지에 들어갔다.

퍽!

퍽!

강민의 일격이 적중할 때마다 한성질의 몸의 일부가 꺾이고 부서졌다. 이건 고통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진짜로 몸을 못쓰게 만들기 위한 공격이었다.

“어억!”

결국 강민의 구타 가운데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한성질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청소는 이제 끝났군.”

강민은 고개를 으쓱이고 한성질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물결 수십에 달하는 남자들을, 그것도 나름 싸움 좀 한다는 깡패들을 풀잎처럼 쓸어버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민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체력과 힘이었다.

“후후! 일차 목적이야 달성했지만, 섭섭하게 그냥 갈 수야 없지.”

강민은 그리 말하며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물건을 살폈다.

“오!”

방을 장식하는 커다란 족자 뒤에 금속 금고가 있었다. 보아하니 지문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다.

강민은 밖으로 나가 한성질의 몸을 질질 끌고 와서는 그의 손가락을 인증 패널에 붙였다.

삐 소리가 나고 금고가 열렸다.

한성질이 다시 바닥에 던져두고 강민은 금고의 속을 열었다.

“하하! 역시.”

그의 두 눈으로 기쁨이 들어찼다.

안에는 금괴를 비롯해서 지폐 다발이 수북하게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오억은 족히 될 것처럼 보이는 거금이었다.

강민은 주변을 둘러보고 담아갈 만한 가방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가방에 돈과 금괴를 모두 담아 넣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한데 돈과 금괴를 주워 담던 중 이상한 것이 하나 보였다. 서류 같은 것이었다.

“이건 뭐야?”

안을 살폈다. 사진 한 장과 뭔지 모를 종이 하나가 있었다.

살짝 꺼내 보니 사진은 한 어린 소녀의 것이었고, 종이는 그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신상명세서 같았다.

“흠?”

이것만 봐서는 이게 왜 이 안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데 있다는 것만 해도 평범한 연유를 가진 것은 아니겠다 싶었다. 게다가 여자애가 정말 예뻤다. 잘 꾸민 수란만큼이나 예쁜 것 같았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가지고 가 볼까.”

강민은 그 사진과 신상명세서도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가방을 멨다.

묵직했다. 아주 기분 좋은 묵직함이었다.

그 무게감을 즐기며 강민이 슬쩍 웃는데 건물 주변을 포위하듯 달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구나!’

도망갈까 봐 사이렌을 켜지 않았을 뿐인 것 같았다. 누군가가 이 건물에서 패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한 모양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강민은 5층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감각을 돋워 이곳을 보고 있는 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곳으로 뛰어내렸다.

쿵!

오 층에서 뛰어내렸지만 착지한 강민은 전혀 이상이 없는 모습이었다. 여유롭게 골목을 따라 가볍게 거리로 나갔다.

그때 건물을 포위하고 연달아서 경찰차가 도착했다. 그제야 사이렌이 돌기 시작했다.

위용! 위용!

경찰차에서 경찰들이 바쁘게 내렸고, 건물 안으로 돌입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민은 서둘러 복면을 벗고 경찰이 보이지 않는 길목을 따라 돌아 자신의 원래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가방에 있던 옷을 입고는 원래 모습을 회복했다.

조폭의 가방에 있던 것들은 모두 자신의 가방에 넣었고, 조폭 가방은 근처 쓰레기통에 찢어버렸다.

아무도 강민의 그런 모습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시선조차 준 이도 없었다.

“후후.”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는 데에 강민은 유쾌한 기분이 되어 걸음을 옮겼다.

***

강민은 다음 날 학교에 갔다.

학교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로 다들 화제 만발해 있었다. 강민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 여기저기서 그 대화가 들려왔다.

“뉴스 봤어?”

“봤어. 끝내주던데!”

강민의 가장 근처에서 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은 흥분한 기색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진짜 소름 돋더라. 와! 그거 영화 아냐?”

“정말이라던대.”

동감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그들은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옆에서 듣던 학생이 호기심을 이길 수 없다는 듯 대화에 끼었다.

“뭔데, 뭔데?”

“오늘 뉴스 안 봤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 학생의 태도에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 중 하나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걸 볼 리가 있어?”

“네버 포털만 들어가도 바로 뜬다고. 어서 봐. 스마트폰 있잖아.”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은 한심하다는 기색으로 얼른 끼어든 학생을 재촉했다.

그들의 기세에 떠밀려 그 학생은 귀찮아하면서도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조작했다.

“뭐길래…….”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도심이라면 비록 학교라 해도 인터넷 연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 학생의 휴대전화는 인터넷에 연결됐고, 포털에 들어가 기사를 확인했다.

그 가운데 하나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그는 무심하게 그것을 클릭했다.

곧 기사와 동영상이 이어졌다. 무심하던 눈동자가 금세 확 커졌다.

“와! 죽인다.”

“그렇지? 난 보고 지리는 줄 알았다니까.”

“진짜 멋지다.”

그 학생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조직폭력배, 도심에서 집단 패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그러면서 기사 안에는 CCTV로 촬영된 영상을 틀어놓고, 안에는 취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 기사 내용에 신경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촬영된 CCTV 동영상을 보고 감탄하기에 바빴다.

그것은 패싸움이 일어난 건물 내부의 CCTV를 이어 만든 동영상으로 보였다.

내용은 말 그대로 싸우는 것이었는데 이 싸움이란 게 평범하지 않았다. 기사에는 집단 패싸움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일대 다의 싸움이었다. 복면을 쓴 남자 하나가 무장한 조폭 무리를 상대로 어린애들을 물리치듯 때려잡으며 위로 올라가 모조리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 과정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고, 또 인간이 과연 이런 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복면을 한 남자는 강했다.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사람 같다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그러게. 싸움 정말 잘해. 깡패 새끼들 두들겨 패준 것도 속이 시원하고.”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도 떴던데. 장갑맨이라고.”

모두 동의하며 이야기하던 중에 한 학생이 말했다.

다른 이들은 얼른 그게 정말인지 확인했다. 정말로 인기 검색어에 장갑맨이라고 올라와 있었다. 아마도 그걸 뜻하는 것 같았다.

“크크! 그건 좀 웃기네.”

학생들은 장갑맨이란 이름에 웃으며 검색했다.

장갑맨이란 검색어로 검색하니 무수한 블로그와 웹페이지에 관련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모두 격투 장면만 편집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감탄하는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에 들어가서 다시 봤다.

본 걸 또 보는 꼴이지만 질리지 않았다. 입이 딱 벌어졌다.

“근데 정말 어떻게 저렇게 세지?”

“효도르나 이런 사람들이 와도 이길 수 있는 거 아냐?”

“야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효도르? 효도르 할아버지가 와도 저걸 어떻게 이겨!”

다른 학생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영상에 나오는 장갑맨의 동작은 강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았고, 한 눈에 봐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무협지 주인공이 따로 없네.”

누군가 감탄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모두 그 말이 딱 정답이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장갑맨이란 이 정체불명의 강자에게 매료된 이는 한국에만 수십만을 넘어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장갑맨 본인, 즉 강민은 황당했다.

‘장갑맨이라. 웃긴데.’

피식 미소 지으며 우스운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보다는 화제가 될 생각은 없었고, 화제가 되지 않기 위해 정체를 감추고 저지른 일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소란스러워진 게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반응을 보니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어쨌건…….’

그런 허명에 관심을 두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호성은 책상에 앉아 공부에 열중이었다.

다른 일진들과 친하게 지내 그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 자신이 일진 노릇을 하기도 하면서 같은 반 학생들의 신망을 모으기도 했던 호성이지만, 일단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다.

자력으로 서울대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평소에도 공부해야 하는 시간에는 성실하게 공부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자율 학습 시간을 답답해하기만 하는 것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나쁜 습관이다.

강제적이긴 하지만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잘 활용하면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한 시간이기도 해서 호성은 자율 학습 시간을 싫어하지 않았다.

사정이 있어 요즘은 이 시간을 빼먹고 어디 놀러 나갈까 하는 유혹을 자주 느끼긴 하지만.

웅.

품 안이 떨렸다. 전화진동이다.

‘뭐야?’

호성은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어라.”

놀란 얼굴이 되었다. 강민에게서 온 연락이어서다.

강민은 보통 이런 때에 불러내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강민 본인이 야간 자율 학습을 빼먹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라고 하는 장소도 학교 뒤에 있는 공터였다.

여름이 가까워 아직 밝기 때문에 모이기에 불편함은 없으나, 학교란 걸 생각하면 좀 이상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하며 호성은 뭔가 자신이 실수한 거라도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괴롭지만 착실하게 생활했다. 방학이 되면 이제 드디어 얼마간의 자유 시간을 얻을 수도 있고, 또 강민에게서 배우게 될 무술에도 관심이 있었다.

여전히 매인 몸에 비참한 처지지만, 꼭 마이너스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 이전에 비하면 잘 지내고 있는 편이었다.

‘으으음…….’

호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성은 성적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호성의 자율 학습 참여에 대해서는 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는 식으로 상당히 널널하게 봐주고 있었다.

그건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자기 공부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만 있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배려한 것이었다.

호성은 강민이 오라 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섭긴 해도 강민이 이유 없이 사람을 패는 성격이 아니란 건 확실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호성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후우- 하.”

심호흡을 하는 걸 보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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