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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31화 (31/227)

31화

“으, 으으…….”

그는 바닥에 쓰러져서 끙끙댔다. 발목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으, 으으으…….”

끔찍한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 남자는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발목이 어마어마하게 아프더니 쓰러졌고 발목이 부러졌다. 벌써 부러진 부위는 퉁퉁 부어 손으로 만져 보면 크기가 두 배는 커진 것 같았다.

그의 발목을 부쉈던 돌멩이는 이미 튕겨나가 골목의 어둠에 숨은 상태였다.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발목이 갑자기 그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구조를 요청해서 소방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바닥에 쓰러져 계속 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덜컹.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강민은 문으로 갔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부모님이었다. 두 사람 모두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 연유를 강민은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며 두 사람을 맞았다.

“어, 돌아오셨어요.”

“그래. 돌아왔다.”

“오늘은 일찍 돌아오셨네요.”

“하하! 그럴 일이 있어서 말이다.”

강민의 아버지가 웃는 모습은 그것이 억지라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강민은 가슴이 쓰렸다. 저런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계에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밥은 먹었니?”

화제를 돌리고 싶은 것이 역력해 보이는 태도로 강민의 어머니는 말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차려주신 걸로 다 먹었어요.”

“그래. 공부는 열심히 했고?”

“물론이죠.”

강민의 아버지는 집 안으로 올라오면서 그윽하게 강민을 바라봤다.

“너만 믿는다.”

“헤헤.”

강민은 웃었다.

너만 믿는다는 말이 너무 무거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되기에 희망이 물러가고 물러가서 이제 강민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녀석.”

“저기, 강민아.”

어머니가 조심스레 말했다.

“네?”

“어허. 어디 쓸데없는 소릴 하려고.”

아버지가 말렸다.

“여보.”

“됐어. 다 해결할 수 있어.”

아버지답게 위엄을 부려 강민의 아버지는 대화를 끊었다.

강민은 지금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과외가 어렵겠다고 이야기해 주려는 것이리라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강민은 모르는 척 물었다.

“아니, 아무 일도 없다. 너는 걱정 말고 학교생활만 충실히 잘 하면 되는 거야.”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고, 어머니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두 분이 방으로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강민은 화를 참기 위해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강민은 청력을 강화해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염탐해 들었다. 죄스런 일이란 걸 알지만 상황을 파악해야 앞으로의 일정을 정할 수가 있으니 불가피한 일이었다.

“저기, 여보. 역시 방학 때 강민이 과외는 취소하는 게…….”

“됐어. 가게 처분하면 그만한 돈이야 안 나올까 봐서.”

강민 아버지의 말을 듣고 강민 어머니는 크게 놀랐다. 그것은 강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게를 처분해요?”

“어쩔 수가 없지. 위험한 놈들에게 빌렸으니까. 돈 아까워하다 우리 가족 중 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강민 어머니도, 강민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고, 내가 죽일 년이지…….”

강민 어머니는 곧 바닥을 치며 후회했다. 지금 돈을 빌린 곳을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강민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누구 잘못이라 할까.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잖아.”

“대체 그놈은 누군데 우리 가게를 노리고…….”

강민 어머니는 분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가게가 겪고 있는 일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사람을 움직여 가게를 망가뜨리려는 것이다.

강민 아버지가 담배를 물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볼 때는 돈 빌려준 그놈들인 것 같더군.”

“네?”

강민 어머니가 놀란 표정이 됐다.

건넛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민 역시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맥주 제조법을 요구하더라고.”

“맥주를요?”

“돈을 빌리자마자 그 나쁜 놈들이 가게에 찾아오기 시작한 것도 그렇고, 또 아무리 그래도 한 달도 못 기다려 주겠다는 것도 그렇고…….”

강민 아버지는 말꼬리를 줄이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에는 체념의 기색이 함께 어려 있었다. 상대가 저렇게 나오지만 어떻게 대처할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강민의 어머니는 초조하게 물었다.

“경찰에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요?”

“장사 방해하는 놈들 중 몇몇은 경찰에 잡아넣어 봤잖아. 하지만 전부 훈방 조치된 걸. 그렇다고 그놈들이 돈 빌려준 놈 회사 직원인 것도 아니고…….”

“아아…….”

비명을 지르듯이 강민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되면 버텨도 아무 소용도 없지. 지금은 버텨도 계속 저런 놈들이 올 테니까. 차라리 지금 손 터는 게…… 손해가 덜 나는 거야. 가족도 덜 괴롭고.”

강민의 아버지가 하는 말에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괴롭지만 남편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버텨봐야 집에 깡패가 들어와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꼴밖에 더 볼 것이 없다. 그러고서도 재산을 지킬 방법은 없었다.

처음부터 깡패들의 돈 같은 건 빌리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앞으로 어쩌죠?”

“방법이 있겠지.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려고.”

강민의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이미 짙은 절망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 대화는 강민 역시 모두 들었고, 그렇기에 강민은 지금 그렇지 않아도 분노한 상태였는데, 거기에 기름이라도 끼얹은 듯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놈들이구나.’

지렛대파라고 했다.

‘두고 봐라. 내가 왜 마그누스인지를 알려주마.’

그의 양손이 번쩍번쩍 빛났다. 분노와 힘을 담은 그 주먹은 곧 악을 향한 복수의 철퇴가 될 것이다.

*

꽉!

강민은 가죽 장갑을 손에 단단하게 꼈다. 양손 모두 검은 가죽 장갑을 낀 강민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감촉을 확인했다.

‘음, 됐어.’

감촉에 만족한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튼튼한 물건이 좋았다.

이어서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몸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옷도 문제없었다. 튼튼했다.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청바지에 검은 재킷으로 동네 수입 상품 코너에서 떨이하는 옷을 싸게 산 것이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품에서 복면을 꺼내 뒤집어썼다. 본 적 없는 만화 캐릭터를 따라 한 것인지 기묘한 디자인의 복면은 눈만 내놓고 강민의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강민은 사람이 없는 학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일을 처리하려면 이 정도 준비는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 위에다 이전에 입던 옷을 겹쳐 입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옷을 감춰 두는 것이 나았다. 그런 다음 복면을 벗어 원래 모습을 회복했다. 가죽 장갑도 벗었다.

그런 강민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후우.”

하지만 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숨결을 내쉬는 강민의 모습에서는 그 평범한 고등학생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밤이 깊었다.

도심은 불빛에 번쩍였고, 낮보다 도리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살아가는 괴로움을 풀었다.

그중, 한 골목의 건물 앞에 어울리지 않고 서성이는 청년이 있었다.

강민이었다.

‘여기군.’

그가 지금 서성거리는 건물은 바로 지렛대파의 본부였다. 강민의 아버지가 돈을 빌린 장소가 이곳이라는 것도 알아낸 지 오래였다.

오늘 이곳을 처리하기 위해 그는 옷을 준비하고 자율 학습을 마치자마자 찾아왔다.

물론 돈이란 법적인 관계의 문제다. 이들을 쓸어버린다고 해서 채무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영업 방해는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직접 청소하러 온 보람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감히 우리 집을 건든 놈들을 그냥 놔둘 수야 없지!’

그게 가장 중요했다.

강민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옷을 벗었다. 훌렁 옷을 벗자마자 그는 오늘 낮에 화장실에서 차려입은 복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벗은 옷은 모두 가방에 집어넣었고, 그것을 근처 골목의 건물 벽에다 세워 뒀다. 그리고 품에서 복면을 꺼내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것으로 강민의 모습은 완전히 감춰졌다. 누가 보더라도 어딘가 오타쿠 모임에 참석하려는 청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강민은 성큼성큼 걸어 건물 입구로 갔다.

“어, 너 뭐야?”

“야, 멈춰!”

문을 서성이며 지키고 있던 똘마니 둘이 강민을 제지하려 했다.

강민은 코웃음을 치며 손을 움직였다.

퍽! 퍽!

요란한 소리가 나며 두 똘마니의 얼굴이 일거에 함몰되었다.

“꾸아악!”

“악!”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얻어맞은 얼굴을 양손으로 껴안고 바닥을 굴렀다.

강민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비명소리를 듣고 대기하고 있던 단원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어느 놈들이 덤빈 거냐?”

각자 연장이나 목재를 들고 튀어나오는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조폭의 모습과 완전히 같았다.

그들은 밖으로 나오자 자신을 맞는 강민의 모습에 금세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어딘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을 하고 무기도 하나 없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가소로워 보였을까.

“하하하! 저거 뭐야?”

“어디서 병신 같은 게…….”

“잡아 족쳐!”

그들은 금세 무기를 들고 본때를 보여줄 생각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본때를 본 것은 그들이었다.

강민은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움직였다.

퍽! 우둑!

퍼퍽! 우둑!

강민이 주먹을 움직일 때마다 덤벼들던 자들은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튕겨나갔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강민은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뼈를 부러뜨리는 데에는 정말 아무 주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맞는 곳마다 뼈가 박살 나 기괴한 모습으로 몸이 꺾이고 말았다.

강민이 그렇게 손을 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는 깡패 놈들이 깡패질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뼈가 심하게 부러지게 되면 설사 치료가 된다고 해도 이전만큼 힘을 못 쓰게 된다. 남을 겁주고 폭력으로 먹고살려는 깡패들에게는 인생 종 치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병원에 누워 몇 달간은 꼼짝달싹도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야 아무 일도 못할 테고, 이 과정에서 강민의 부모님 가게에 손을 쓰는 짓도 자연히 중단될 테니까.

“끄아악!”

“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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