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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30화 (30/227)

30화

‘어떤 놈인지…….’

꽉 쥐어진 그의 주먹에서 우둑우둑하고 근육이 서로 조이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희미하게 빛이 어른거렸다.

지구는 마나의 대기 중 밀도가 지극히 낮긴 하나 없진 않았다. 그 힘이 모여들어 빛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강민의 주먹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두꺼운 강철판이라 해도 저기 얻어맞으면 일그러지고, 찢어지고, 관통될 것이다.

‘후회하게 해 주마.’

마지막에 강민은 이를 갈았다.

뿌득, 하며 이를 가는 순간 강민의 양 눈에서는 빛이 번쩍였다.

아무도 본 이는 없었지만 보았다면 필시 오줌을 지리고 말았을 만한 그런 빛이었다.

***

강민의 아버지는 지렛대파의 본부 건물에 와 있었다.

그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부장이 있는 방 앞이었다. 그 문 앞을 지키던 조직원이 강민의 아버지에게 턱짓하며 거만하게 말했다.

“들어가 보쇼.”

“네.”

공손하게 인사하고 초조한 얼굴로 강민의 아버지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책상에 앉은 부장이 건들거리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는 강민의 아버지가 들어오자 밝은 얼굴로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죠? 인터넷뱅킹 같은 걸로 그냥 입금만 해 주시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 찾아오실 필요가 있습니까?”

오늘이 이자 내는 날. 그 말이 강민의 아버지 마음을 강하게 찔렀다.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사용 할 수 있는 현금을 모두 사용하고 빌릴 수 있는 돈은 모두 빌려 2층을 개조했다. 그래서 지금 강민의 아버지는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을 돈조차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찾아왔다.

그는 부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애절하게 부탁했다.

“네. 그런데 날짜를 좀 늦춰주실 수는 없을지?”

부장의 얼굴이 단번에 험상궂어졌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장사 잘하시는 분이. 가게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저희가 빌려 드리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게 요즘 가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서운 부장의 눈빛을 받으며 강민의 아버지는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무슨 문제길래요?”

“갑자기 이상한 손님들이 나타나서…….”

“허! 그게 문제로군요.”

그 이상한 손님이란 모두 지렛대파에서 움직인 아이들이다.

부장은 우스웠지만 웃음을 꾹 참고 모르는 척하며 동정적인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강민의 아버지는 그 가짜 동정에도 크게 용기를 얻은 모양이었다.

“혹시 좀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경찰에 이야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데 하나하나 상대하려 해도 개미 떼처럼 몰려들어서…… 이대로는 정말…… 사례도 크게 하겠습니다.”

강민의 아버지가 이곳에 일부러 찾아온 이유 중에는 이것도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런 이야기를 여기 오셔서 말씀하시면 어쩝니까. 우리가 깡팹니까? 사람 상대로 험한 짓이나 하게?”

그야 자기들이 보낸 것들을 자기들이 치울 리는 없으니 당연했다.

이어 부장은 무서운 얼굴로 강민의 아버지에게 고했다.

“저희는 그저 돈만 받으면 됩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돈을 못 갚으시겠다는 겁니까?”

강민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은 어렵습니다.”

“실망이군요.”

“말씀드렸듯…….”

부장은 화난 얼굴로 강민 아버지의 말을 막았다.

“세상에 사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어서 부장은 강민의 아버지에게 성큼 다가가 그의 얼굴을 노려봤다. 강민의 아버지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으음…….”

아무 말도 못하고 강민의 아버지는 신음소리만 냈다.

부장은 강민 아버지의 가슴팍에 손가락을 강하게 질러 대더니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알아두십시오. 저희는 별로 착한 편은 아닙니다.”

“이제 겨우 처음 밀린 건데…….”

강민 아버지는 덜덜 떨면서 말했다.

“그런 게 무슨 상관입니까. 작심하면 당신네 가족 망가뜨리고 한둘쯤 자살에 집어넣는 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요새 돈 회수하면서 험하게 굴면 경찰이 움직인다고 덜덜 떠는 그런 시시한 놈들하고 비교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절대 그런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수합니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부장이 말했다. 강민 아버지는 온몸의 떨림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내일까지 마련해서 내놓으세요. 어렵다면 가게를 팔아서라도. 내 알 바 아닙니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지.”

“제발…… 조금만 유예를…….”

강민의 아버지는 그 최후통첩 같은 말 앞에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고는 절을 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든 넘어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을 지켜온 가족의 행복이 모조리 박살 나고 말 것이다.

경찰에 기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면 보복을 당할 것이다.

오늘 이곳에 찾아오니 그 생각은 더욱 옳은 것으로 여겨졌다.

애걸복걸하는 강민 아버지의 모습을 부장은 흡족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싹 바꾸고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뭐 그렇게 나온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뭐, 뭡니까?”

고개를 번쩍 들고 강민의 아버지가 물었다.

“우리가 그 가게를 받겠습니다. 거기 맥주 제조법하고 같이 말입니다. 그걸로 퉁치죠.”

“하, 하지만 그 가게는 권리금만 일억은 됩니다!”

비명을 내지르듯이 강민의 아버지는 말했다.

“싫으면 마시든가.”

부장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아쉬운 것은 강민의 아버지였다. 그는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후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새,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그러십쇼.”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의 아버지는 마치 시체가 걷는 양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잘 가십쇼. 내일까지입니다!”

부장은 강민 아버지의 등을 향해 저주하듯이 외쳤다.

그가 완전히 층을 벗어나 계단에 들어서자 문을 지키던 똘마니가 기쁜 낯으로 안에 들어왔다.

“잘될 것 같군요. 걸어가는 꼴이 완전 시체던데요.”

“그래. 정말 거저로 수십억 꼴깍 먹은 셈이지.”

둘은 성공했다는 확신에 기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통 크게 쏘시죠, 형님?”

“그럴까? 하하하!”

그들은 기쁨의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그들의 웃음이 커질수록 반대로 사회의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강민의 아버지처럼.

***

이제 일요일도 몇 시간 남지 않은 저녁이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한 뚱뚱한 남자가 휘청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얼굴이 불콰해진 남자는 적지 않은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무슨 좋은 일이었던 것인지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도 특이했다.

한데 그는 전혀 눈치채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그 남자를 뒤에서 쫓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강민이었다.

강민은 지금 건물 옥상에 올라가, 옥상과 옥상 사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뛰어넘으면서 그 남자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었다.

남자는 ‘좋은 친구’에서 혼자서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고 맥주만을 시켜 오래도록 마시다가 막 가게를 나선 자로, 알바생들에게 항상 윽박질렀고, 만일 진짜 손님이 들어오면 시비를 걸어 장사를 방해하던 자였다.

심지어 무료 안주도 20번이 넘게 시켜 장사에 이득은커녕 막심한 피해만 안긴 자였다.

그를 강민이 지금 쫓고 있는 것이다. 복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자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잔챙이다. 건드려 봐야 별로 의미가 없었다. 경찰이 진상을 훈방 조치로 끝냈듯이, 또 다른 진상이 가게를 찾아올 뿐이다.

강민은 저런 진상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진짜 손을 찾아내 그 대가리를 짓뭉개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패서 토해내도록 할까…….’

골목을 휘청거리며 걷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속에서 그런 생각이 계속 솟구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경우 일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가장 피곤한 경우는 강민이 대가리를 치면 얻어맞은 측에서 이게 ‘좋은 친구’와 관계된 일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보복이 들어올지 모른다.

강민 자신을 향한 복수라면 괜찮다. 이계에 있을 때에 비하면 많이 약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초인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니었다. 인간이란 허약하기 짝이 없어서, 칼에 한 번 찔리기만 해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런 끔찍한 경우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무작정 패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

물론 화가 나는 대로 풀면서도 그런 경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죽여 버리면 된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죽은 자는 아무 말도 못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그건 자칫 더한 소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다. 그러니 온건하게, 몰래 뒤에서 움직이는 자들을 알아내고, 찾아가서 정리해 버리는 것이다.

원한이 많은 놈들이니 그런 꼴을 당해도 누가 그러했는지는 도저히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강민은 화를 억누르고 계속 그의 뒤를 쫓는 중이었다.

저 쓰레기 같은 인간을 뒤에서 움직이는 진짜 손을 찾아내기 위해!

그때 진상의 품에서 웅 소리가 났다.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청력을 증강시켰다.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예, 형님.”

-잘 됐냐?

“하던 대로 한 거죠. 죽치다 신경질 좀 내고 나왔습니다.”

남자는 비열한 웃음이 섞인 태도로 말했다.

이거다!

강민은 웃었다.

-잘했다. 수고비는 두둑이 주마.

“헤헤, 감사합니다.”

-거기 맥주 좋지?

“진짜 끝내주던데요.”

-그래서 형님이 눈독을 들이는 거지.

역시!

이야기를 듣고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외엔 조용하던 가게가 갑자기 이런 꼴을 겪을 리가 없었다. 이제 어디서 이놈들을 동원해서 가게를 부수려 들었는지 알아내면 됐다.

강민은 숨죽이고 이어질 대화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에 필요로 하는 정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후 두 사람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었고, 남자는 아부하듯이 말했다.

“헤헤, 잘하면 이걸로 지렛대파가 진짜 전국구로 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한 소릴.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이야말로 강민이 원하던 정보였다!

지렛대파.

강민은 그 이름은 가슴 깊숙이 새겼다.

이후 남자는 전화 너머의 상대와 대화를 얼마간 더 나눴다. 굽실대는 태도가 간이라도 빼줄 것 같았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고, 남자는 신이 난 태도로 골목을 술 취한 걸음으로 걸었다.

강민은 몸을 돌려 그에게서 멀어지려다가 몸을 멈췄다. 저놈을 이대로 보내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오.”

옥상에서 키우는 작은 화분 안에 돌멩이 하나가 있었다. 어린아이 주먹보다 작은 것이었다.

강민은 그것을 쥐고 크게 와인드업 했다. 이어 야구 선수가 전력투구하듯 힘이 넘치는 자세로 그것을 내던졌다.

휘이잉!

빠악!

“아악!”

돌멩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 걸어가던 남자의 왼쪽 발목 부분에 맞았다. 얻어맞은 남자의 발이 붕 떴고, 그는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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