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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8화 (28/227)

28화

물론 그 자세한 속사정을 밝힐 수 없는 일이니 대충 둘러 답했다.

-책에서 봤지.

-쳇.

-나는 네가 말한 것처럼 아이돌이 아니니 당연하지.

아쉬워하는 수란에게 강민이 대답을 보냈다. 그걸 보고 수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래.

-그럼 정말로 이런 대화만 하려고 연락한 거야?

-그건 아냐.

그 문자를 보내면서 수란은 가슴이 약하게 뛰었다.

-역시. 뭐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

-아니야. 도움이라면 이전에 받았잖아. 생각해 보니까 오랫동안 보답을 못한 것 같아서 선물을 할까 하고.

-선물이라. 기대되는데.

강민은 인터넷에서 봤다.

아이돌 그룹의 기념품 같은 것이 얼마나 비싼 가격으로 경매에서 거래되는가를.

그렇다면 유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선물을 받으면 그걸 팔아 이득을 챙기거나 할 생각은 아니지만, 일단 그런 선물들이 그런 큰 가치를 가진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건 또 어쩔 수 없었다.

-곧 방학이잖아? 방학 시작하고 얼마 안 있으면 전국 투어 콘서트가 있는데 그 표를 너한테 보낼까 하고. 관심 있어?

-오오! 좋지.

강민은 당장 긍정적인 대답을 보냈다.

그걸 보고 수란은 안도한 표정이 됐다.

-다행이다. 네가 콘서트 같은 거에 관심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하하!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을 그 멤버가 직접 보내는데 거절할 남자가 있으라고. 기대되는데.

그건 정말이었다. 아이돌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는 여자애가 스타가 되어 브라운관에서 활약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은 멀어졌다지만 한때 깊게 호감을 가졌던 아이이기도 했고, 지금도 돌아보니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줄 정도로 성품이 착하기도 했다.

-응. 그럼 넉넉하게 한 서너 장 보낼게. 친구들이랑 같이 와. 아니면 남는 건 암표로 팔아도 꽤 짭짤할 거야.

뷰티걸의 좋은 좌석은 20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하하, 기대할게.

강민의 기뻐하는 답이 돌아왔다.

수란은 빙그레 웃는 얼굴로 마지막 강민이 보낸 문자를 쳐다봤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남자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유리 양.”

매니저였다.

“아, 네.”

수란은 서둘러 마지막 문자를 작성해 보냈다.

-이만 가봐야겠어.

-그래. 수고해.

답이 돌아왔다. 그걸 보고 수란은 화면을 바꾸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합을 주어 외치듯이 말했다.

“후! 힘내야지!”

“누구랑 얘기한 거야?”

문 밖으로 나오는 수란을 보며 매니저가 궁금한 듯 물었다.

“반 친구예요.”

“굉장히 친한 모양이네?”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놀란 얼굴로 수란이 묻자 뻔한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매니저가 답했다.

“그야 오늘 많이 피곤해 보였는데 그 친구랑 대화하고 나서는 쌩쌩해 보이니까 그렇지.”

“그, 그래요?”

수란은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쌌다.

조금 뜨거웠다.

***

수란에게서 마지막 문자를 받았을 때, 강민은 버스 안이었다. 수란과 문자를 나누는 동안 기분이 좋아져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어렸다.

곧 강민은 버스 안에 흐르는 안내 방송을 듣다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이 내릴 정거장이었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강민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이어 주변을 살폈다.

곧 건물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건물이지만 특징이 뚜렷해서 이야기 들은 것만으로도 찾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잠시 걸어 그 건물 앞에 도착했다. 상당히 큰 건물이었다. 강민은 잠시 건물을 쳐다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와 그 복도 양옆에 문이 보였다.

601호.

강민은 호수를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아, 오셨군요.

소리가 난 후 즉각 말이 돌아왔다.

덜컹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환한 얼굴로 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성이었다. 그는 환한 얼굴로 강민을 안으로 들였다.

강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내부를 둘러봤다.

공간은 비교적 넓었다. 거실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빼고서 방도 둘 정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소파나 TV를 비롯해 생활에 필수적이라 할 간단한 전자 제품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휑뎅그렁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은 갖추어져 있는 깔끔한 공간이었다.

아쉬운 것이라면 6층이라 베란다를 통해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웅장한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랄까.

그러나 높을수록 집값이 세다고 하니 이 정도는 양보해야 했다.

“여기야?”

“네. 이곳이 앞으로 강민단의 본거지로 사용될 곳입니다. 괜찮죠?”

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이 앞으로 학교를 대신해 강민단원들이 모일 때 사용하게 될 기지였다.

월세 70만 원!

고등학생이라면 손이 덜덜 떨릴 금액이지만 호성이라면 괜찮다. 그는 그 돈이 나가는 대신 주말에 자유 시간을 얻은 것만으로도 환호하고 있었고, 심지어 강민에 대해 충성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특권의 가치는 협상의 여지조차 없다가 주어졌을 때 상승하는 법이고, 강민은 그런 원리를 알기에 호성에게 써먹은 것이다.

특히 짜면 짜는 대로 떨어지는 고물이 많은 호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강민은 호성에 대한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은 것 같네. 수고했어.”

“헤헤, 찾느라고 꽤 공들였습니다.”

호성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은?”

“연락해 뒀으니 곧 찾아올 겁니다.”

강민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방학 되면 매일 여기에 모이는 걸 기본으로 한다. 약속한 대로 너는 첫째, 셋째 주말은 안 와도 좋아. 하지만 평일엔 와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진 통합은 어떻게 하시려고?”

호성이 물었다.

강민단은 현재 두 가지 커다란 일을 하려 하고 있다. 재철 일당 성적 올리기와 학교 일진 통합을 통한 학교 폭력 근절이 그것이다.

방학 도중 처리할 것은 아무래도 후자가 될 것이다. 전자는 애당초 하루 이틀로 될 일이 아니니까.

“그건 일단 다른 녀석들 오면 이야기하자.”

“알겠습니다.”

“올 때까지 편하게 쉬어, 딱딱하게 있을 필요 없어.”

“그러면 말씀하시는 대로…….”

호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기쁜 얼굴로 근처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책을 펼쳐 읽었다.

***

재철 일당이 도착한 것은 그러고 나서 20분 정도 지난 후였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호성이 나가 문을 여니 그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고, 강민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와, 왔습니다.”

“아, 어서 와.”

“나도 왔어.”

재철 일당의 뒤에서 강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 오면서 마주친 모양이었다.

“반가워. 여기가 앞으로 강민단이 사용할 기지다. 괜찮지?”

안으로 들어오며 강석과 재철 일행은 방 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생각 이상으로 제대로 된 건물과 방이라는 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와!”

“진짜다.”

“괜찮네.”

전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만 해도 그냥 해보는 소리 같기만 했는데 이렇게 현실로 만들어 버리다니, 재철 일행은 강민의 실행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민이 말하면 현실이 된다!

뭐,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공포만이 아니라 존경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강민은 그들에게 지시했다.

“기지처럼 사용할 거니까 방학 시작되면 매일 여기 모여. 오전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오전 9시…….”

다들 좀 싫은 얼굴을 했다. 방학인데 늦잠도 못 자고 모이라 하면 싫은 건 당연하긴 하다.

강민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방학이라 많이 봐준 거야. 원래는 학교 등교 시간이랑 같이 하려고 했다.”

“어억!”

강민이 덧붙인 말에 다들 납득 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걸로 할 거다. 일단 기본은 공부하는 걸로 하고. 점심 준비해 와. 뭐, 없으면 라면 같은 거 끓여 먹든가 그건 알아서 해.”

강민은 시선을 강석에게 돌렸다.

“그런데 강석, 너는 괜찮아?”

강석은 다른 강민단원과 달리 강민에게 잘못한 게 있어 여기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대우할 수는 없었다.

“아니 괜찮아.”

강석은 밝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평소에도 할 짓 없으면 책이나 읽고 공부나 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 하는 일에는 차이가 없었다.

“다행이다. 너 없으면 여기 운영이 어려울 테니. 그리고 7시 넘어가면 재철하고 호성, 너희는 학교 통합에 나선다. 그냥 일진 놈들 불러다가 싸워 굴복시키고 네가 우위라는 인정을 얻으면 되는 거니까, 안 어렵겠지?”

“알겠습니다.”

“네. 그 정도는.”

재철과 호성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민이 말한 대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강민은 이어 일차 목표를 제시했다.

“일단 방학 일주일 안에 2학년은 통합한다. 가능해?”

“2학년이라면 쉽죠. 그렇지만 3학년이 문제입니다.”

반 수도 얼마 안 되고, 재철이 특히 싸움을 잘해서 그 정도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2학년에서 끝날 일이 아니니 문제다.

“역시 그렇겠지.”

“그리고 2학년 일진 중에 3학년하고 이어진 애들도 좀 있습니다.”

“그래?”

“싸움은 못하는데 백으로 일진이 된 애들이 있거든요. 그런 애들은 또 셔틀이나 자기 반 애들한테 삥 뜯은 걸로 그 3학년한테 상납금을 바치는 구조죠.”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개새끼들이네?”

“개새끼들이죠.”

호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옛날 개새끼의 일원이었던 입장에서 어쩌면 좋을 거 같으냐?”

강민이 하는 말에 호성은 잠깐 얼굴이 붉어졌다가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일단 2학년 통합한 다음에 삥 뜯긴 애들한테 증언을 모아 경찰에 넣어버리면 피박살이 날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죠. 경찰한테 굴려지고 나면 누가 저질렀는지 찾으려 들 건데 그거야 빤하잖아요?”

복수하러 올 거란 말이다. 증언을 모은다면 누가 증언을 모았는지도 드러날 테니 숨기도 힘들다.

이어질 일은 분명했다.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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