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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4화 (24/227)

24화

“그야…….”

부장이 옆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이 주변 땅에 대한 관리권을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성질의 지렛대파다. 경찰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걸 제외하면 일대 관리는 전부 그들의 소관인 것이다.

장사한 지 오래된 상인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좋은 친구는 이제까지 작은 가게여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니 법의 틀만 지키고 행동하면 아무도 불평불만 못 터뜨린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참 불쌍한 곳이군요.”

부장이 말했다.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한성질은 비릿하게 웃었다. 과거 사람을 죽일 때나 보이던 그런 잔인한 웃음이었다.

“어쩌겠냐. 무협지에 그러지 않던? 필부는 죄가 없으나,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고.”

“맥주가 보물이긴 하죠.”

청년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 맛봤던 그곳의 맥주 맛이 입안에서 다시 기억나는 것 같았다.

진짜 천국 같은 맛이었다!

“그래. 그러니 가게하고 그 맥주 제조법만 빼앗으면, 우리파도 진짜 전국구가 되는 거다. 알겠냐.”

그만한 맥주라면 사업망을 조금 넓히는 것만으로도 들어오는 돈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상업화가 힘들 수도 있긴 하지만 그 경우는 나이트 같은 데서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아버리면 된다.

어느 쪽이든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의 이익이 들어올 것임은 명백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애들 모아. 장기전에 들어가야 하니 잉여질 하면서 놀고 있는 새끼들로.”

“물론입죠.”

이제 여름이다.

좋은 친구라는 가게를 먹어 치우기 딱 좋은 때가 된 것이다.

***

오늘도 좋은 친구는 성황이다.

맥주를 물처럼 들이켜다 통이 다 비워진 것을 발견한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통을 들며 버튼을 눌러 알바생을 부르며 말했다.

“여기 맥주!”

“예. 3번 테이블에 맥주 5000!”

알바생은 얼른 달려가 주문을 기록했다.

그 옆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여기도 얼른 추가! 똑같이!”

“12번 테이블에 맥주 5000입니다.”

알바생이 작은 수첩에 바쁘게 기록하고 사라지자 2층으로 연결된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알바생이 빈 식기를 양손 가득히 들고선 위태롭게 내려오며 그에게 이어 말했다.

“위층 2번 테이블에서 3000하고 통닭 하나, 3번에 5000에 돈가스요!”

지금 그가 내려오는 계단이 한 달 가까이 리모델링을 해서 겨우 만든 2층의 예약제 층과의 연결 통로였다.

낮에는 공사하고, 밤에는 특별히 만든 큰 나무 벽 같은 걸로 가려 장사하는 형식으로 한 달이나 씨름한 끝에 만든 것인데 그만한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

“알았다. 알았어!”

주방 근처에서 강민의 아버지는 바쁘게 알바생들의 주문을 체크하고 그것을 주방장에게 넘기기 바빴다.

한창 그런 작업을 하던 중에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아저씨.”

고개를 돌리니 어느샌가 와 있는 알바생이었다.

지금 강민의 아버지가 하는 일은 교대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여러 시간 일하고서 강민의 아버지는 겨우 30분짜리 휴식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긴장했던 강민 아버지 표정이 겨우 풀렸다.

“아, 겨우 시간이 됐냐. 어휴~ 정신없군. 잘 부탁한다.”

“네. 가서 좀 쉬세요.”

“그래.”

교대하는 알바생에게 웃어 보이고 강민의 아버지는 직원 휴게실에 들어갔다. 거기는 이미 교대해 와 있던 강민 어머니가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오자 웃으면서 그를 맞았다.

“여보.”

“어땠어?”

“눈이 핑핑 돌던데요. 정말 힘들었어요. 당신도 그렇죠?”

강민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주문과 주문의 파도!

“그렇지. 어휴, 손님 주문 기록하고 보고하는 건데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오늘도 요리사가 실수를 여러 번 했고. 하지만 불평 한 마디 못하겠던데.”

“도리어 거기서 투정을 하겠죠.”

쓴웃음을 지으며 강민의 어머니가 말했다.

지금 좋은 친구에서 고용한 요리사의 수는 둘이다. 한데 주방은 좁고, 주문은 많은데다 요리사의 숫자는 적었다.

처음 리모델링하면서 셋을 고용할까 했지만 정작 장사를 시작해서 손님이 기대만큼 늘지 않으면 큰 손해가 된다 해서 일단은 둘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그것도 심각한!

요리사가 얼른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떠나겠다는 걸 웃돈을 주고 말려서 겨우 운영하고 있는 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서 요리사가 새로 와 주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요리사를 알아보곤 있는데 쉽게 구해지지가 않으니. 당장을 수당 줘 가면서 달래 써야지. 어쩔 수 있나. 잘못 예측한 우리 잘못이기도 하고.”

“그러게 말이에요.”

강민의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두 사람은 지금 일하고 있는 요리사들에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봉급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중노동이란 건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이어서 강민의 아버지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오늘 매상은 어때?”

“호호, 놀라지 말아요. 오늘만 순익이 300은 나올 것 같아요.”

“그렇게나?”

강민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익이 300이라는 것은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음식 재료비 등을 전부 제하고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고서 남은 돈이 300이라면 정말 엄청난 수익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면 매달 일억에 달하니까.

뿌듯한 표정으로 강민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2층을 개조해 연결해 쓰는 게 정말 잘 먹힌 거죠.”

기분 좋게 웃으면서 강민의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음, 인생 정말 모르는 일이군.”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는 사실 그 맥주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맥주 맛이 좋아졌다. 그것도 믿기 힘들 정도로.

거기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옛날이야기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이유를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했다가 맥주 맛이 떨어져 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걱정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맥주의 맛이 평범하게 바뀌면 어쩌나?

그건 정말 불안한 일이었다.

강민의 아버지는 애써 떨치듯이 말했다.

“무슨 상관이야. 여기서 쭉 장사 잘 하면 되는 거지.”

“그렇죠. 그냥 좋은 일이면 족한 거죠.”

확실히 그러했다.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여기서 쭈욱 성황리에 장사를 하고 그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면 된다. 그것으로 족했다.

두 사람에게 큰 욕심은 없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좋은 일도 하면서 아들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하며 여유롭게 사는 정도, 그거면 충분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대체로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뉴스나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무지막지하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재산을 축적하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서민에겐 일생을 투자해도 힘든 일인 것이 문제인 거다.

“좋은 일도 한꺼번에 닥치는 모양이야. 강민 녀석 성적도 올랐고.”

“선생님한테 연락 왔던데요. 정말 감탄했다고. 그러면서 요즘 공부하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라면서 다음번 시험이 기대된다고 하셨어요.”

“그럼 누구 자식인데.”

강민 아버지는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적이 좋아졌다니 슬쩍 욕심이 나서 말해봤다.

“그 녀석 서울대도 기대할 만한 거 아냐?”

“선생님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말씀하시던데요.”

강민의 어머니는 한술 더 떴다.

그렇지만 꼭 팔불출이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강민의 담임 선생님은 그가 이대로라면 서울대가 아니라 어디라도 못 들어갈 대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성적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런 거라면 도리어 아직 강민의 성적은 눈에 띄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강민의 학업 성취도를 접하는 입장에서, 그의 배우는 속도가 어이가 없을 정도였고, 그 기억력과 이해력이 한층 황당해서였다.

천재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강민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렇게 큰돈도 벌었겠다. 강민은 이번 방학 때 과외라도 시켜 주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때?”

“좋아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내미를 위해서 그 정도 못할까 봐요.”

어머니도 동의했다.

비싸고 특별한 과외라도 상관없었다. 아니, 아들을 위한 것이니 만큼 도리어 최고의 선생을 모시고 싶었다. 돈이 없을 때야 형편이 안 되니 못해줬다지만, 지금은 순풍만방이 아닌가!

“그렇지.”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여보, 요즘 행복하지?”

“그야 행복하죠.”

“그러니 빚 갚고 여유 생기면 사람 고용해서 가게 운영하게 하고, 우리는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때?”

“얼마 전에 다녀왔잖아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민의 어머니가 반문했다.

강민 아버지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아니아니, 그런 거 말고. 이번에 한참 멀리 저 유럽이나 이런 좋은 데 가서 푹 쉬고 오는 거야. 우리 둘이서만.”

“호호, 그거 좋죠. 웬일이래요. 이런 낭만적인 소리도 다 하고.”

“하하, 하는 일이 하나같이 다 잘 풀리다 보니 그런 것 같아.”

그런 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은 행복이란 정말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가슴 깊이 벅차는 감동을 맛보았다.

***

‘좋은 친구’ 가게 밖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혹시 자리가 나면 얼른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시간 기다린 다음 매의 눈을 하고 자리가 비는 것을 노리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곳이니까.

그 때문에 ‘좋은 친구’ 가게에서는 번호표를 뽑도록 하고 있었다. 그 순번에 따라서 자리가 비면 손님들을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지금 한 테이블의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바생은 얼른 가게 밖으로 나가서 번호표에 따라 이번 빈자리를 차지할 손님을 찾았다.

“21번 손님 누구십니까?”

“21번 나요.”

한 남자가 나섰다.

큰 덩치에 험악한 인상의 남자였다. 알바생은 그를 보고 순간적으로 흠칫 겁을 먹었을 정도였다.

한데 잠시 상대를 보고 알바생은 의아한 표정이 됐다.

분명 21번 손님을 이전 가게 밖에 나왔을 때 봤는데 이런 사람이 일행에 끼어있지 않았던 것 같아서였다. 모두 평범하고 착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알바생은 조심스레 물었다.

“21번 손님 맞으세요?”

“이거 안 보여?”

손님은 신경질적으로 21번이라 기입 된 번호표를 흔들었다.

“실례했습니다. 자리가 났으니 어서 들어오세요.”

알바생은 사과하고 그를 가게 안쪽으로 안내했다.

“젠장. 술 한잔 하려는데 뭐 이리 기다려야 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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