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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1화 (21/227)

21화

“어억!”

호성의 몸이 붕 떴다. 배가 터질 듯이 아팠다.

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지려는 호성을 강민이 부드럽게 잡고는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한 발로 호성의 가슴을 밟고는 경쾌하게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본보기가 필요했거든.”

겹치는 전율이 호성을 습격했다.

눈물이 났다. 싹싹 빌고 싶었다.

그러나 늦었다. 강민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강민은 씨익 웃으며 나머지 강민단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자, 너희도 잘 봐라.”

그리고 구타를 시작했다.

“억!”

때렸다.

“내, 내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호성은 협박했다. 이미 내친걸음. 아무리 독한 놈이라도 계속 버티면 결국 굴복하리라.

강민은 웃으며 발을 움직였다.

“꾸악!”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너희 가족들…… 전부…….”

이를 악물고 계속 협박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호성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건드려선 안 될 놈을 건드렸다고!

해선 안 될 말을 했다고!

강민은 연달아 호성을 두들겼다.

“으억!”

결국 호성은 버틸 수 없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애원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그제야 강민은 잠시 몸을 멈췄다. 정말 개처럼 호성을 두들겨 패고 있었지만 강민의 몸에는 조금도 땀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무한 체력! 더 마그누스!

강민은 이어 물었다.

“뭐라고?”

“자, 잘못했습니다.”

엉엉 울면서 호성은 석고대죄했다.

강민은 만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퉤! 좋아. 이제 서두를 끊고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양손에 침을 뱉고는 탁탁 쳤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그걸 보고 재철 일당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고, 호성 역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희도 어디 갈 생각 말고 가만히 있어라. 오늘 오후 수업은 안타까우나, 모두 빼먹어야 할 거다.”

“어어어…….”

“으으으…….”

“흐으으…….”

모두들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민으로서는 강민단원들이 저렇게 절망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좋았다. 그래야 더욱더 반항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자신의 말을 충실히 듣는 쫄따구가 되어 줄 테니까.

“자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다!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때리는 방법에 대한 강민식 친절하고 확실한 실전 교습법!”

때렸다.

“꺼억!”

또 때렸다

“으악!”

“이제 겨우 시작인데 어디 엄살을!”

“케엑!”

때리고 또 때렸다.

한 사람은 끝도 없이 얻어맞고, 세 사람은 부들부들 떨면서 그걸 지켜봤다. 이건 무슨 오공 시대 고문실인가 싶은 광경이었다.

***

강민의 구타가 끝난 것은 그로부터 두 시간 반 정도가 지난 다음이었다.

“휴후~.”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강민은 이마를 닦았다. 하지만 땀은 하나도 흐르지 않고 있었다.

호성은 그의 발아래에 걸레처럼 누워 있었고, 재철 일당은 얼음처럼 굳은 채 파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자세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뭐, 이쯤이면 됐겠지. 자, 일어나.”

강민이 명령했다.

벌떡, 하고 호성이 벼락처럼 일어나 강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재철 일당은 놀란 얼굴이 됐다. 도저히 두 시간이 넘도록 얻어맞던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몸놀림이어서다.

옷이 더럽혀지고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부은 것을 제외하면 어디 가서 얻어맞았다는 소리를 하면 미친놈 취급할 것 같았다.

물론 강민이 때리는 것은 매우 기괴해서 아프긴 죽도록 아픈데 몸에 상처가 나지 않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두 시간이 넘도록 얻어맞았는데도 그렇다니.

앞으로 많이 얻어맞아야 할 대상으로서 기뻐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 생각이 좀 바뀌었냐?”

“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강민 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뭐든지 따르겠습니다!”

애원하듯이 호성은 말했다.

“후후, 그리고 뭐 나름 백이 있다고 나를 협박하려 했던 건 아주 재밌었다. 걸작이었어.”

“죄, 죄송합니다.”

호성은 이마를 땅에 박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구석에 ‘기회만 있다면!’ 하는 반골의 마음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고등학생. 그러나 사회에 나가면 호성은 자신이 훨씬 압도적인 권력을 가지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바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먹 자랑은 고등학생까지란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호성은 모르고 있었다. 강민은 그런 평범한 주먹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걸.

특별하게 뛰어난 주먹을 가진 거야 알지만, 사회적인 권력을 넘어선다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나 할까.

손을 내저으며 강민은 말했다.

“아니, 괜찮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너희에게 한 가지 가르쳐 주는 게 나도 편하고, 너희도 편할 거 같으니까.”

강민은 근처 나무토막을 쌓아놓은 곳에 앉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너희 내가 지난번에 자갈 부순 거 보고 뭔가 장난쳐 놓은 거라고 생각했지?”

“소, 솔직히 조금.”

“그렇긴 했죠.”

“사람 손으로 어찌…….”

다들 주저주저하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세다는 거야 안다. 일진이랍시고 거들먹거리던 자신들을 전부 다 쓸어버리다시피 했었으니까. 그것도 한 방에 한 명씩.

그러나 자갈을 손으로 뭉개 버리는거하곤 차원이 다르다. 그건 인간의 영역을 저 멀리 초월해 있는 것이다.

강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평범한 거야. 그래서 보여주는 거니 잘 봐라. 어디 보자…….”

강민은 주변을 살폈다. 공사하고 남은 듯한 돌과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아, 그래 이게 좋겠군.”

강민은 그중 벽면 공사에 쓰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붉은 색 벽돌을 쥐었다.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벽돌이었다.

강민은 그것을 강민단원들에게 내밀어 보였다.

“만져봐.”

다들 만졌다. 단단한 감촉이 손안에 느껴졌다.

“확인했지? 단단한 돌이라는 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봐라.”

강민은 그리 말하고 앉은 자세 그대로 벽돌을 조금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뚜둑.

뚜둑!

마치 빵을 뜯어내듯이, 벽돌을 뜯어냈다.

벽돌이 대패에 갈리듯 천천히 해체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강민단원들의 표정은 경악에 굳었다.

더 놀랄 게 남아 있겠냐 싶은 표정이었으나,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은 정말 현실 같지 않았다.

무시무시했다.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이란 말인지.

결국 강민의 손안에서 벽돌은 갈기갈기 해체됐다.

이제 깨끗해진 손을 내밀며 강민은 호성에게 말했다.

“어때?”

호성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민은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걸론 부족하겠지? 그래 봐야 겨우 힘만 센 거잖아. 현대 공권력은 총도 차도 있는데 말이야. 뭐, 그건 그렇지. 하지만 말이다. 잠깐만…….”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변을 둘레둘레 살펴봤다.

“아, 괜찮군.”

강민이 인지력을 강화해 살펴본 결과 아무도 지금 이곳을 보고 있지 않았다. 소리가 걱정이지만 뭐 한적한 곳이고 하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쭈그려 앉았다.

“으샤.”

점프했다!

쾅 소리가 나며 강민의 몸이 족이 수십 미터는 허공으로 높이 뛰었다.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강민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쾅!

떨어지며 소리가 났다.

하지만 원래 아주 요란한 소리가 나야 했지만 낙법을 하듯 무릎을 유연하게 굽히며 소리를 크게 줄여서 그 높이에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소리만 났을 뿐이다.

“억…….”

“커억…….”

강민단원들은 말을 잃었다.

강민은 그들의 표정을 즐겁게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현대 공권력이면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말을 바꿔서, 내가 죽이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죽이는 게 어려울 거 같아?”

모두 침만 꼴깍 삼켰다.

답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강민은 원하는 사람이 그 누구든 쉽게 죽일 수 있다.’

강민단원들도 현대의 경찰력 같은 것들이 기본적으로는 결국 인간을 상정하고 작전을 짜고 임무를 수행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한데 강민은 지금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건데 그런 범위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막을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호성을 바라봤다.

“장담하마. 특히 호성, 잘 들어. 네가 그 잘난 집안의 권력으로 나와 내 가족에게 자칫 쓸데없는 짓을 하려 했다가 나에게 들키면, 너희 가족은 그날로 산산조각으로 해체될 거야. 산 채로 찢겨 죽는 수가 있단 말이야. 명심해. 이건 경고가 아니야.”

공포에 질린 얼굴로 호성은 가만히 강민이 하는 말을 들었다.

강민은 선언했다.

“그냥 사실이지.”

호성은 이게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시점에서 이제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반항심 역시 박살 나고 말았다.

저런 상대를 대상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비위 맞추면서 시키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재철을 비롯한 다른 단원들 역시 같은 심경이었다.

이제 오늘 할 일은 대충 다 정리되었다 생각하며 강민은 만족해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강민단의 기본 방침은 오늘 이렇게 정해졌으니 다들 그렇게 알고, 목적 달성을 위해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라고. 목표가 높은 만큼 앞으론 자주 모일 거야. 어디 가서 쓸데없는 소리 안 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아, 알겠습니다.”

“물론이죠.”

“감히 어떤 간 큰 놈이 헤헤…….”

강민단원들은 모두 간이라도 빼줄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뭐 다들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군. 그럼 해산.”

그 말을 하고 강민은 자리를 떴다.

남겨진 강민 단원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

여름의 초입.

즉, 기말시험이 끝나고 난 다음 학교의 분위기는 한층 풀어지기 마련이다. 길지 않은 수업 시기를 지나고 나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런 만큼 다급해서 옆을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이 나름대로 청춘을 만끽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부산스레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했다.

강민도 요즘은 많이 느긋해진 상태였다. 공부도 궤도에 올랐고, 원한이 있던 녀석들도 단원으로 만들어 쓸모 있는 인간으로 갱생시키는 한편 편리한 셔틀로 써먹고 있었다. 집안 역시 뭐라 할 것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장사는 매일매일 호황이라 부모님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고, 거기다 강민의 성적 역시 부쩍부쩍 올라가고 있으니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강민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야말로 진짜 휴가다운 휴가를 만끽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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