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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1화 (11/227)

11화

세 명의 깡패가 한 골목을 지날 때였다.

“이 새끼 어디야!”

“잡아 조져야지!”

욕설을 하며 그들은 다급하게 골목길을 달렸다. 어두운 골목길은 주변의 사물이 잘 구분되지 않아 도망치게 되면 잡기 힘들어 보였다.

“아~ 젠장. 놓친 거 아냐.”

“재철 그 미친 새끼한테 한 소리 듣겠는데. 한두 푼 받아 놓은 것도 아닌데.”

투덜거리며 길을 가던 깡패들이 얽힌 갈림길을 지날 때였다. 어둠에 숨어 있던 인영 하나가 번개처럼 빠져나왔다.

그리고 선두에 있던 깡패의 얼굴을 때렸다.

뻐억!

마치 배트로 야구공을 때린 듯한 호쾌한 소리가 나며 그의 머리가 돌아갔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으어어 하며 좀비 영화의 괴물 같은 소리를 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빠진 이빨들이 굴러다녔다.

갑자기 나타나 공격을 가한 자는 강민이었다.

다른 둘은 당황하면서도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강민은 그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허점을 만들고는 거기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뻑!

으적!

때릴 때마다 호쾌한 소리가 났을뿐더러 맞은 이는 엄청난 격통과 함께 몸속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뒹굴면서 그들은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강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가가서 신음을 흘리는 깡패의 머리를 걷어찼다.

머리를 얻어맞은 그는 두피가 찢어져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며 한층 격한 고통에 시달렸다. 다른 깡패들은 두려워하며 설설 피하려 했다.

“얼마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열 배를 치료비로 쓰게 만들어 주마.”

강민은 냉정하게 말하고는 머리를 걷어찼다.

쾅!

“아악!”

처음 얻어맞으며 이의 상당수가 빠져버렸던 깡패는 그걸로 대부분의 이를 잃어버렸을 정도였다. 그리고 격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남은 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것을 잡아 걷어차 기절시켜 버렸다.

주변에 쓰러진 깡패들 가운데서 강민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누가 사냥꾼인지 철저하게 가르쳐주지.”

***

게임방에서 시간을 때우며 전화를 기다리다가 좀체 연락이 없자 호성은 직접 연락했다.

“야, 어떻게 됐어?”

하굣길에 미리 매복시켜 놨다가 기습할 예정이었으니 지금쯤이면 결판이 났어야 했다. 났어야 하는데…….

호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호성의 양옆에 있던 학생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에도 통화는 계속 됐다. 호성은 분노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손님.”

게임방에서 게임하던 다른 이들이 놀라 호성이 앉은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보고 있던 게임방 알바생도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성은 그를 향해 살기 넘치는 눈알을 부라렸다.

알바는 고등학생 주제에 사람을 죽이기라도 할 듯한 눈길을 보곤 졸아서 움찔 몸을 움츠렸다.

“……후하.”

하지만 호성은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평소 같은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런 곳에서 나쁘게 소문이 나면 후일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성은 자신의 손이 더럽혀질 일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었다.

겁먹은 알바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성이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일진들이 서둘러 물었다.

“왜 그래?”

“뭐라는데? 경찰이라도 불렀냐?”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전화를 끊으며 호성은 얼굴을 씰룩거렸다. 극히 화가 나 있으면서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호성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놈들이 자기들이 당하고 있다잖아!”

이야기를 들은 다른 일진들의 표정 역시 변했다. 습격을 위해 몰려간 수가 대체 몇인데 하나를 못 잡아 당했단 말인가.

***

호성은 같이 있던 일진들을 데리고 모이기로 약속했던 놀이터로 갔다. 유민동이라는 곳의 놀이터인데 마을 자체가 가난하고 퇴락해서 밤이면 양아치 무리들이 모여 잡담하는 곳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주정고는 호성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영성고등학교의 1학년 일진이다.

학년 전체를 통합하는 입장에 있진 않지만 개중엔 악독하고 아이들을 잘 부려서 크게 될 재목이라는 식으로 평가되곤 했다.

그 주정고가 지금 완전히 뭉개진 얼굴로 호성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로 유민동의 놀이터였다.

“그러니까, 그놈이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오더니 주먹을 날렸고, 그걸 얻어맞아서 그 꼴이 됐단 말이지?”

“주먹이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어요.”

고개를 떨구고 주정고가 말했다.

“네가 지금 한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하지만 다들…….”

주정고는 호성의 분통에 몸을 움찔 떨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호성 역시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마찬가지로 엉망이 된 양아치들이 여럿 있었다.

호성은 분통이 터지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몰려갔던 놈들 숫자가 스물이 넘는다고! 그런데 한 놈을 못 잡아 전부 이 꼴이 됐단 말이야?”

다른 학교의 일진 하나가 분한 얼굴로 일어났다.

“야, 그럼 뭐 우리가 일부러 당했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거야! 너야말로 이거 다 어쩔 거야? 이빨 깨진 새끼들하고, 뼈가 부러져 병원 간 새끼들하고!”

“병신같이 당한 새끼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지!”

“이 새끼가!”

그 일진이 화를 냈다. 쉬운 일이라고 해서 이 일을 하게 됐다. 상대가 그런 괴물 같은 놈이었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호성 옆의 일진이 일어나서 그들 사이의 싸움을 말렸다.

“야야, 그만해. 싸워서 어떻게 될 일도 아니잖아.”

“씨발, 그럼 어쩔 거야?”

화를 냈던 다른 학교의 일진은 떨어지며 말했다.

찡그린 얼굴로 잠시 고민하던 호성이 벼락같은 말을 꺼냈다.

“짭새를 쓰자.”

“뭐? 너 지금 무슨 말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잖아. 가능해.”

호성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주변의 양아치들이 모두 술렁였다. 실랑이를 벌이던 일진이 성질을 내며 외쳤다.

“아~ 썅. 쪽팔리게 그게 말이 되냐!”

“한두 놈 당한 것도 아닌데 체면이 뭔 소용이야. 이런 땐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써먹어야지! 안 그래?”

얻어맞아 얼굴이 엉망이 된 양아치들을 둘러보며 호성이 말했다.

양아치들은 술렁이다가 곧 조용해졌다. 그 말이 나름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신고하는 데 동참한 놈들은 내가 돈 준다. 수고비로 한 백씩 주면 되겠지?”

이야기를 듣던 양아치들의 마음이 거기서 굳었다.

***

밝은 형광등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억압적으로 느껴지는 제복을 입은 어른들이 많이 있었고, 타자 치는 소리가 여러 고함에 뒤섞여 들려왔다. 경찰서였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무리가 있었다. 다양한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였다. 싸움을 하다 잡혀온 듯 모두 얼굴이 엉망이었다.

그들의 앞에 경찰과 대면하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사복이었고, 분위기도 확연히 달랐다.

범죄자들도 많이 들락거리는 곳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스울 수 있지만, 양아치들이 늑대같이 거친 분위기라면 경찰 앞의 학생은 그야말로 사냥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양이나 토끼 같은.

강민이다.

“저기…… 왜?”

벌벌 떨면서 눈앞의 경찰을 보면서 그는 물었다.

강민은 집에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경찰의 부름에 이끌려 떨며 이곳으로 끌려온 참이었다.

강민의 모습을 보고 경찰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당황해했다. 그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너 쟤들이랑 싸웠다며?”

강민은 흠칫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양아치들이 여럿 보였다. 그들은 얻어맞았던 공포 때문인지 강민이 돌아보자 시선을 피하려 들었다.

강민은 시선을 원위치시키고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당황하며 부정하는 모습이 정말 그런 것과는 인연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신고를 받은 경찰도 피해가 커서 그냥은 넘어갈 수가 없어 받아들이고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아닙니다! 저, 저놈이 저희 때린 거 맞습니다!”

“맞아요! 우리 말고도 병원에 간 놈도 있단 말이에요!”

호성의 지시를 받은 양아치들이 서둘러 외쳤다.

그들의 이어지는 말에 강민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벌벌 떨었다.

경찰이 머리를 긁다가 말했다.

“손 내밀어 봐라.”

강민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경찰은 강민의 손을 이리저리 살폈다. 강민의 손은 아기 손처럼 깨끗했다.

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아치들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이놈들이 어디서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어!”

“저, 정말이라니까요!”

“CCTV 확인해 보세요! 저놈이 수십 명도 더 패서 병원에 보내버렸단 말이에요! 증인이 몇 명인데!”

경찰의 꾸지람에 양아치들은 저마다 당황했다.

“이놈들이 그래도!”

경찰은 일그러진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다 강민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 들고는 양아치들에게 그 손을 보여줬다.

“니들 이 손이 보이냐?”

양아치들의 눈이 커졌다. 경찰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들도 사람을 때려본 경험이 있는 만큼 맨손으로 사람을 치면 손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게 사람을 수십 명이나 때려서 병원에 보낸 손이야? 무슨 무쇠로 만들었냐? 무협지에 나오는 금강불괴야? 사람을 수십이나 병원에 보낼 정도로 때리고 상처 하나 없게!”

“그, 그게…….”

“걔가 이상하게 세서…….”

우물거리며 양아치들은 말했지만 그들도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들릴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어떻게 된일 일까? 이가 부러지고, 뼈가 박살 날 정도로 얻어맞은 놈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손이 저렇게 깨끗하다니 정말 믿기 힘들었다.

양아치 하나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아~ 씨! CCTV 까라니까요!”

“이 새끼들이…… 니들이 설치던 데엔 그런 것도 없었어!”

결국 그 양아치도 입을 다물고 말았다.

경찰은 일그러진 얼굴로 윽박질렀다.

“솔직히 말해! 너희, 너희끼리 싸우다가 치료비가 급하니까 만만한 애 하나 골라서 덤터기 씌우려던 거였지?”

“아니에요!”

“환장하겠네! 우리가 진짜 피해자라니까요!”

“여기 보세요! 얼마나 뭉개졌는데…….”

양아치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상처를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강민이 이 모든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담당 경찰은 물론 주변에서 구경하던 다른 경찰들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 상처 하나 없는 애가 자기보다 체격이 큰 깡패 놈들을 수십이나 병원에 보내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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