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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빼고 다 가짐-72화 (72/316)

72화

불펜을 나오니, 누군가가 나를 반겼다.

오늘 내 파트너인 조시 페글리, 우리팀 백업포수인데.

“어, Suck, 아니, Go. 그··· 불펜피칭은 마쳤어? 어깨는 어때?”

“딱 좋아요.”

이상하게 내 눈치를 본단 말이야. 눈 마주치면 어색하게 웃거나, 딴청을 부리면서,

지금도 봐봐, 다른 선수들처럼 썩이라고 해놓고, 내 표정이 굳으니까 다시 Go로 고치잖아. 물론 결과적으로 Suck이라고 하기는 한 거지만.

어쨌든 스티븐 보그트가 그냥 나를 포기하고 놓아버렸다면, 이 양반은 나를 약간 어려워했다.

아마도 시범경기에서 스티븐에게 개기면서 좀 괴롭혔던 게 깊은 인상이 남은 거겠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제법 짬도 많이 찬 양반이 루키 투수 눈치를 본다는 게 좀 웃기긴 하네,’

아무튼 저런 반응을 봐서는 오늘 말은 잘 듣겠네.

“준비됐다니 다행이네. 그러면 폼은 어때 보여? 평소 정도?”

“오늘 폼···”

“별로 안 좋아?”

자신의 질문에 내가 말끝을 흐리자, 흘끔흘끔보던 먼산을 보던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역시 포수는 포수구만, 갑자기 확 진지해지는 거 보면.

“아뇨, 최고에요.”

“뭐야, 갑자기 표정 안 좋아져서 놀랐잖아. 아무튼 다행이네. 농담할 여유는 있는 거 보니까.”

나는 진심을 담아서 지금 내 상태를 말한 건데, 조시 페글리는 피식 웃어넘겼다.

“진짜로 엄청 좋아요.”

“그래그래, 다행이네. 아무튼 오늘도 잘해보자. 애스트로스 애들은 구질을 잘 파악하니까, 그 점 조심하고.”

“잘못 받으면 손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시도 조심해요.”

“하하, 당연히 그렇겠지.”

왜 다들 내 말을 안 믿는지 몰라? 아까 전에 스콧 에머슨도 보여주고 난 뒤에야 믿더니. 포수까지 이러네.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못 믿을 놈인가? 난 항상 진실만 말하는 사람인데.

뭐, 믿든 말든 상관은 없다.

직접 받아보면 알 테니까.

경기 시작하고 마운드에서 포심 하나 넣으면 알아서 똥꼬에 힘 빡 주겠지.

‘너네도 마찬가지고.’

휴스턴 애스트로스라···

묘하게 싫단 말이야.

사실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니라, 애스트로스의 이미지는 밉상에 가깝다. 별 추잡한 짓거리를 많이 했거든.

대도시인 휴스턴을 연고지로 했기에 마켓 규모가 X나게 큰 팀에다가, 중계료도 매년 8천만 달러씩 받는 빅마켓이면서 X나게 탱킹 하면서 수익분배까지 받질 않나.

그렇게 분배받은 돈은 또 키핑하질 않나, 드래프트에서 개짓거릴 하다가 1~3라운드 픽을 날려버리질 않나,

화룡점정으로는 콜업을 놓고 자기 팀 유망주를 협박해서 연장계약 강요하기도 했지. 저~기 피해자 계시네.

‘딱 묘~하게 밉상이지.’

엄청나게 나쁜 놈은 아니고, 룰을 위반한 것도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어그로를 끌기에 애스트로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Suck, 저 새끼들 조져버려!”

“우우우우, 꺼져라!”

특히나 우리 팬들은 더 그렇지. 우리는 진짜 X나게 가난한 스몰마켓인데.

같은 지구기도 한 저놈들은 X나게 부유하면서 가난 코스프레로 똑같이 보조금 타먹고 있으니 얼마나 X같겠어.

그래서 그런가, 개막전보다 사람은 적지만, 분위기만큼은 그때와 비슷했고, 그런 환호 속에서 천천히 마운드로 향했다.

원래 겁이 별로 없어서, 항상 당당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르지만, 오늘은 한 2센치 정도 더 어깨를 폈다.

‘에인절스 때는 나도 약간은 긴장하고 불안했지만, 오늘은 확실하지.’

확실하게 조질 수 있지.

그렇기에 더욱더 당당한 걸음으로 마운드로 향했고, 어둠이 깊어가는 초저녁, 경기가 시작됐다.

####

‘오늘까지 잘하면··· 진짜 난리가 나겠네.’

홈 플레이트에 쭈그려 앉은 조시 페글리는 주변 관중석을 훑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15년부터 오클랜드에서 뛰기 시작하면서, 백업포수이기는 하나,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제법 많은 경기를 뛰어 봤고, 그렇기에 콜리시엄의 분위기에 익숙했다.

그런 경험을 되짚어 봤을 때, 지금 오클랜드에 흐르는 분위기는 분명 범상치 않았다.

‘사람도 더 많아 보이고.’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나, 분명 작년 그리고 재작년보다 더 많은 숫자의 관중들만 봐도 알 수 있지.

“You-Suck! You-Suck!”

“Let’s Go! Suck!”

열광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적어도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오클랜드에서 이 정도의 열광을 끌어낼 수 있는 건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지금 한창 재활하고 있을 에이스의 에이스. 그 녀석 정도가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아니, 당장은 소니 이상이지.’

단 두 경기 만에 홈팬들을 사로잡은 투수, 그런 천재성 때문인지 약간은 Mad한 녀석.

그는 굳이 저 어린 투수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딱 이 정도 자리에 머물며, 커리어를 보내고 싶었으니까.

굳이 저런 녀석을 자극해서 선수 인생의 명줄을 앞당기거나, 고통 받을 필요는 없지.

‘실력도 좋은 녀석이니, 알아서 잘 할 테고. 루키라서 그런가? 허세가 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는 앞선 대화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백업포수라고는 해도, 자신 역시 제법 베테랑에 가까워진 포수인데, 손을 조심하라는 말은 조금 황당했다.

‘스티븐이랑은··· 좀 다르지.’

저 녀석이 시범경기에서 스티븐 보그트의 손바닥을 작살낸 건 이미 선수단 내에서는 전설처럼 각인됐다.

범상치 않은 미친놈이라는 게 드러난 순간이니까. 허나, 그건 조금 다른 경우다.

듣기로 그때 스티븐 보그트는 다른 공을 받으려다, 포심이 날아와 잘못 받은 거라고 하니까.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솔직히 못 받을 공은 없다. 진짜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도 아니잖아?

‘뭐, 그래도 저런 든든한 투수가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네.’

그저 어린 루키의 귀여운 허세 정도로 여긴 조시 페글리는 글러브를 팍팍치며 투수에게 시선을 보냈다.

‘잘해보자.’

투수 역시 씨익 웃으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타자가 올라왔다.

조지 스프링어. 몇 년 전, 메이저리거들을 달아 올렸던 협박 사건의 피해자.

그것과는 별개로 실력은 뛰어나다. 애초에 그렇게 실력이 좋은 녀석이니, 애스트로스가 그런 추잡한 방법까지 써가며 족쇄를 채우려고 했던 거고.

“웬일로 조시 네가 선발이네? 스티븐 부상이야?”

“스티븐이야 멀쩡하지. 저~기 벤치에 있네. 그리고 스티븐이 아직 골골거릴 나이는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너무 오랜만에 보니까, 괜히 반갑네.”

이거 봐, 얼마나 실력이 좋아? 살살 자기를 긁는 걸 보면 말이야.

선발 라인업 뻔히 봐놓고 굳이 언급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백업포수인 자신을 긁겠다는 거지.

자격지심이 있었다면 약간 화가 났겠지만, 애석하게도 조시 페글리 자신은 지금의 위치에 적당히 만족할 줄 알았다. 또한···

‘어차피 나 긁어봤자, 아무것도 없어. 쟤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미안하지만 그런 트래쉬 토크를 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오늘 자신에겐 아무런 권한도 없다.

사실 어차피 볼배합이야 벤치에서 다 내주는 편이고, 또한 오늘은 특히나 저 녀석이 마운드에 있으니까.

‘잘 통해서 그런가, 벤치에서도 별로 터치를 안 하지.’

결국 프로는 결과로 이야기한다. 루키가 종종 스스로 사인을 내는 것을 안다면, 기겁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의외로 애슬레틱스에서는 별말 나오지 않았다. 결과가 죽여주잖아? 시범경기 때부터 지금까지.

‘자, 오늘은 또 어떤 대단한 볼배합을 보여줄지, 한번 보자고. 그 손이 아프다는 공 하나 던져 봐.’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

그리고 몸쪽.

생각해보면 시범경기 때부터 이건 거의 똑같았던 것 같다.

자신감이 있는 거겠지.

자기 패스트볼이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심호흡한 투수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공을 던졌지만, 그 평범한 동작 속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받기 까다롭단 말이지.’

먼저 디셉션.

체구가 제법 큰 녀석인데, 투구폼은 그 체구를 이용해서 공을 끝까지 숨긴다.

포수인 자신도 받기 까다로울 정도로. 갑자기 휙 나타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진심으로 힘들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제구가 좋은 녀석이라 이렇게 글러브를 가져다 대고 있으면 알아서 들어오-

“스트라이크!”

‘쓰읍- 하.’

간신히 공을 놓치지 않은 조시 페글리는 목 끝까지 차오른 신음을 간신히 삼켰다. 공이 알아서 들어오기는 했는데···

‘뭐야 이게?’

더럽게 무겁다.

대포로 쇠공을 쏘아 보낸 것처럼. 100마일 이상의 구속을 가진 묵직한 패스트볼이 이런 느낌일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글러브 속의 공은 무거웠고, 그제야 깨달았다.

‘허세가··· 아니었네.’

아까 전, 약간 웃기기도 했던 투수의 주의가, 패기로운 루키의 허세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진심을 담은 조언이라는 것을 말이다.

‘88마일. 이게?’

전광판을 본 그는 남몰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찍힌 구속은 88마일.

아니, 이게 88마일이라고?

더럽게 무겁고 빨라 보였는데? 심지어 투수 본인의 최고구속조차 아니다.

“허···”

놀란 건 자신만이 아니었던 건지, 몸쪽 걸친 공을 멀뚱멀뚱 쳐다봤던 타자도 반박자 느리게 한숨을 뱉었다.

‘어쩌면··· 땜빵용 1선발로 안 끝나겠는데?’

이제 겨우 초구에 불과했지만, 이토록 무거운 공을 받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니 그레이의 부상으로 운 좋게 차지했던 루키의 1선발이··· 잘하면 그대로 뿌리를 박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듯.

“스트라이크!”

“파울!”

“스트라이크 아웃!”

투수는 연이어 포탄을 쏘아 보내며, 첫 타자를 처리했다.

손이 아니라, 팔꿈치가 찌릿할 만큼 묵직한 공을, 직접 받는 입장인 조시 페글리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워우, 쟤 좀 쩌는데? 이상한 애 하나 나타났다더니.”

뒤이어 올라온 후속타자.

조시 레딕.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동료였던 녀석인데, 시즌 중간 다저스로 트레이드되더니, 올해는 애스트로스 유니폼으로 만났다.

“소니가 안 나온다고 해서 쉽게 생각했더니··· 조시, 쟤 공은 좀 어때?”

“좋아, 엄청나게. 긴장이나 해라.”

아는 체를 하며 호들갑 떨던 조시 레딕은 단호하게 끊는 그의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법 경계하는 것 같기는 하나, 약간은 가벼운 모습. 그것을 본 조시 페글리는 웃음을 삼켰다.

조시 레딕의 모습은 마치 조금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 너도 직접 보면 깨닫겠지.’

대기타석에서도 투수의 공이 제법 잘 보인다고는 하나, 진짜 타석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지.

“스트라이크!”

바로 지금처럼.

높은 포심. 초구부터 과감하게 던진 하이 패스트볼에 조시 레딕의 배트가 헛돌았다.

“어?”

역시나 똑같은 반응.

공을 치지 못한 것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그제야 몸에 긴장이 빡 들어갔지만···

‘그러든 말든 상관없지.’

“스트라이크!”

어차피 못 칠 테니까.

두 번째는 시그니처인 서클 체인지업. 바깥쪽 코스라, 좌타자인 조시 레딕의 입장에서는 존안으로 들어오는 좋은 코스였고, 다시금 배트를 냈지만. 급격한 역회전 때문인지 몸이 얼어붙었다.

‘오늘 서클은 더 죽여주네.’

오늘 첫 서클 체인지업.

솔직히 놓칠 뻔했다.

역회전이야 평소에도 괴물 같은 수준이지만, 오늘은 그 변화가 더욱더 급격하고 가파르다.

‘페드로 마르티네즈··· 아니, 이건 너무 갔어.’

아직 뽀송뽀송한 어린시절, 티비로 봤던 레전드 투수의 마구를 떠올린 조시 페글리는 이내 고개를 저은 뒤 피식 웃으며 타자를 봤다.

“슬라이더 간다.”

“어? 어, 고마워. 잘 칠게. 역시 친정이 좋긴 좋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걸까?

평소 별로 즐겨하지 않았던 트래쉬 토크가 저절로 나왔고, 능청스럽게 받아친 조시 레딕이었지만,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래 이해가 안 되겠지.

공을 받고 있는 나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직접 상대해야하는 네 입장에선 오죽할까.

‘루키의 특권인가? 아니, 천재 루키의 특권이겠지.’

루키기에 약간은 방심하다가, 갑자기 생각 이상으로 더럽게 좋은 공이 날아오니, 더 크게 당황할 수밖에.

‘바로 가자.’

조시 레딕을 확인한 그는 투수를 재촉했고, 마찬가지로 느낀 건지, 투수 역시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 그럴 리가 있나.

조시 레딕 역시 실력이 좋은 타자인데, 무시할 수는 없지.

그리고 굳이 트래쉬 토크를 통해 혼란을 줄 필요도 없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에도 서클 체인지업. 이건 그래도 똑같아 보이네. 뭐, 죽여주긴 하지만.’

어차피 무기야 많으니까. 굳이 잡스러운 수를 쓸 필요가 없는 거지.

바깥쪽으로 낮게, 딱 보더라인에 걸치는 서클 체인지업을 조시 레딕은 멍청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안 가?”

“···슬라이더라더니, 이건 스플리터 아니야?”

“어, 스플리터야.”

“서클 체인지업이 거 알고 있어. 한때 동료였는데, 너무 팍팍하게 굴지 마.”

허탈하게 웃은 조시 레딕은 터덜터덜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것으로 투 아웃.

그리고 삼진 두 개.

‘마지막으로 호세 알투베.’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작은 녀석이자, 애스트로스에서 가장 껄끄러운 놈.

포수의 입장에선 진짜 짜증난다. 얘를 상대할 때는 스트라이크존이 더럽게 좁아지거든.

‘키가 저렇게 작은 주제에 배트는 매섭단 말이야.’

작은 키에 걸맞게 똑딱이에 볼넷만 주구장창 얻어내는 타입이라면 좋았겠지만, 타격도 좋다.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제법 묵직한 파워툴도 갖췄고. 땅딸만한 키로 존을 엄청나게 좁히는 주제에 배드볼도 잘 쳐내지.

“너네 팀 투수 장난이 아니네. 쟤 루키 맞아?”

“루키 맞아.”

타석에 들어와 혀를 내두르는 호세 알투베에 대충 대꾸한 조시 페글리는 짧게 훑은 뒤,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에 가까운 녀석이라, 상대하기 엄청나게 까다로운 녀석. 그러니 가장 주의했던 녀석인데···

오늘은 괜찮을 것 같았다.

“작다고 무시하지마. 그러다 넘어가니까.”

“그래.”

그런 여유를 읽은 건지, 알투베는 불쾌한 듯 곁눈질했지만, 조시 페글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분명 리그에서 수위에 손꼽히는 대단한 타자이고, 굉장히 위협적인 작은 거인이기는 한데.

“스트라이크!”

오늘은 우리 괴물도 크레이지 모드라서 그런가, 별걱정은 없다. 또한 원래라면 가장 까다로울 녀석이지만, 오늘은 도리어 쉬울 테고.

배드볼 히터에, 컨택까지 좋은 녀석이라 분명 공은 잘 맞힐 거다.

허나···

“아웃!”

때리면 뭐해?

배트가 밀릴 텐데.

틱-하는 맥없는 소음을 내며 머리 위로 떠오른 공을 가볍게 낚아챈 조시 페글리는 배트를 타고 올라온 묵직함에 손이 저린 건지, 어금니를 앙다문 호세 알투베를 보며 생각했다.

‘어우, 많이 아파 보이네··· 나도 저 꼴 안 나게 조심해야겠어.’

경기 전, 투수가 했던 진심어린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 들어야겠다고.

저렇게 아프긴 싫었으니까.

그렇게 이제 겨우 1회 초가 끝났지만. 이상하게도 조시 페글리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오늘 경기의 승리 장면이 떠올랐다.

최소한 앞으로 7회까지는 선취점을 내주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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