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1루! 1루!”
“아웃!”
“그렇지! 나이스, 나이스!”
부드러운 동작으로 땅볼을 잡아, 곧바로 1루로 송구하여, 이닝을 끝낸 맷 채프먼에게 말 없이 따봉을 날렸다.
이 이쁜 짜식. 락하운즈 때부터 딱 알아봤어. 넌 앞으로 평생 가자.
그것으로 3회까지 퍼펙트.
한 타순이 도는 동안, 그 누구도 1루를 침범하지 못했다.
‘삼진은 겨우 세 개지만, 투구수는 많이 아꼈으니까.’
삼진 자체는 평소보다 저조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애초에 오늘은 삼진을 노리고 던진 게 아니니까.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로 지금 3루에 있는 녀석. 맷 채프먼. 같이 락하운즈에서 뛰어서 잘 안다.
얘가 타격 쪽 재능도 대단한데, 수비가 진짜배기거든. 우타자들이 많고, 다들 당겨치기를 하니, 어떻게든 그쪽으로 굴리면, 쟤가 알아서 해주겠지.
방금, 제법 빠른 땅볼을 손쉽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어버린 것처럼.
‘유격수가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마커스 시미언은 공격형 유격수다.
유격수에도 공격형이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타격은 굉장히 준수한데, 수비는 평균이하 수준이거든.
매 경기 호러쇼를 펼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투수 입장에서 마냥 믿고 있기엔 조금 애매하지.
기본적으로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이니, 지능적인 면모만 조금 갈고 닦으면 좋은 유격수가 될 거다. 어쨌든 지금은 아니란 거고.
그런 유격수를 끼고서, 맞춰잡는다는게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마운드 근처로 굴러온 건 내가 잡을 수 있다. 수비 훈련한 거니까.
그걸 믿는 거지.
‘아무튼 수비도 나쁘지 않고, 상대 타선도 맞춰 잡기 딱 좋지.’
두 번째 이유로는 화이트삭스의 타자들이다. 맞춰 잡는 피칭의 가장 큰 위험은, 정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다.
특히 파워툴이 좋은 타자를 상대로 어설프게 맞춰 잡았다간, 장타 맞기 딱 좋지. 똥파워 강한 타자라면, 어거지로 홈런을 날릴 수도 있고.
허나 오늘 화이트삭스에는 그런 타자는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내 구위를 이길 타자가 없지.
‘토드 프레이저도 안 나왔으니까. 아브레유도 없고.’
지금 화이트삭스 타선은 다소 애매하다. 주전급이 섞여 있기는 한데, 진짜 핵심이라고 할 만한 타자들은 없거든.
작년 40홈런을 날리며 홈런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던 토드 프레이저나, 팀 타선의 핵심인 호세 아브레유는 오늘 안 나왔다.
그 둘을 제외하면 솔직히 화이트삭스에는 파워가 뛰어난 타자는 없다. 적당히 완급조절하면서 맞춰 잡기 딱 좋은 거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이렇게 손쉽게 맞춰 잡는 모습을···’
덕아웃으로 걸어가며, 관중석을 훑었다. 수많은 에이스의 팬들. 저 사람들이 지금 내 가장 큰 지지자들이다.
기대했던 것처럼 화끈한 삼진쇼가 나오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운 것 같지만.
‘팬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수 있지.’
그래도 경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낸 건 기쁜 듯, 관중들은 나를 향해 박수세례를 퍼부었다.
“쉽다, 쉬워!”
“화이트삭스 별것도 아니네!”
“Suck, X나게 Cool했어! Suck말고 Cool로 개명하는 건 어때?”
“You-Suck! You-Suck!”
저런 사람들이, 기대했던 삼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까? 아니, 절대로 아니지.
오히려 더욱더 환호할 거다.
지금까지 나는 오로지 힘으로만 타자들을 찍어 눌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되는 구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공격적인 피칭에서 루키의 패기가 돋보인다며, 칭찬하는 말들이 많았었지.
그런데 내가 갑자기 타자들을 맞춰 잡으면, 오히려 신선하게 여기며, 더욱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힘만 넘치는 애송이 유망주가 아니라, 경기를 노련하게 운영할 줄 안다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온갖 해석과 미사여구를 덧붙이면서.
‘이렇게 어필하는 거지, 치기어린 재능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능숙하게 경기를 만들 줄도 안다는 걸.’
이것이 오늘 피칭의 주된 이유고, 아마도 충분한 호응을 끌어내겠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한 가지 더 있으니까.
‘이제 투구수가 37개인가? 많이 아꼈네. 전력투구도 별로 안 해서, 체력은 적은 투구수랑 비교해도 남아도는 수준이고.’
“Go, 오늘 피칭 아주 좋은데? 완급조절도 딱 좋고. 하하, 정규시즌에서도 지금처럼만 해.”
“오늘 6이닝까지죠?”
“음··· 원래는 그런데, 투구수가 적어서, 7회까지도 가능하겠어. 그래도 너무 욕심내지 마. 시범경기에서 무리해서 좋을 건 없잖아?”
스콧 에머슨이 반갑게 맞이하며, 껄껄 웃었다. 평소보다 더욱더 만족스러운 눈치인데.
이 양반은 오늘 같은 피칭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보구만.
뭐, 그냥 잘하기만 하면, 투수코치 입장에서 다 좋아할 테니 상관없고. 그의 말은 조금 묘했다.
‘내가 진짜 주전이 되기는 했나 보네.’
시범경기에서 무리하지 마라.
투수코치들이야 죄다 무리하지 말라며 강조하니, 평범한 말 같지만,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지금은 마치 시범경기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경기라는 식으로 말한 거니까.
마음속에 담아둔 말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걸 텐데, 이젠 진심으로 날 주전 선발투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그게 참 기분 좋기는 한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약간의 무리가 필요했다.
‘5회부터 시작해야겠네. 그때까지 집중력이랑 투구감각을 잘 조절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껌을 씹는 속도를 조금 늦췄다.
최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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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보고 있는 건, 애슬레틱스 팬들만은 아니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고유석이기에, 다른 구단 팬들도 관심을 가졌고.
특히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언제 자신의 팀에 합류할지도 모르는 선수니까.
하지만 화력이 가장 강력한 곳을 뽑는다면 단연.
[ㅅㅅㅅㅅㅅ 고유석 4회도 퍼펙트!]
└투구수 8개 나이수~
└투구수 조절 미쵸~
└오늘 진짜 개잘한다. 작두 탄 것처럼 타자들 맞춰 잡네
태평양 건너였다.
[고유석,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시카고 컵스 상대로 2이닝 5탈삼진 퍼펙트!]
[고유석,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완벽투! 추민수와의 코리안 더비는 아쉽게 성사되지 않아···]
작년 겨울, 메이저 스프링 캠프에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처음 유명세를 끌었던 고유석의 인기는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재활 시즌인 만큼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류영진과 마무리라고는 하나, 어쨌든 불펜투수라는 아쉬움을 가진 오정환과 달리.
앞날이 창창한 예비 메이저리거라는 게 크게 어필됐으니까. 시범경기에서 엄청난 피칭을 선보이며, 밝은 미래가 예상되기도 했고.
[고유석 이대로 빅리그까지?]
[레전드, 그렉 매덕스마저 감탄한 고유석의 천재성!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재목!’]
거기에 그렉 매덕스라는 흥미로운 소스까지 존재했기에, 인기는 점점 더 올라갔다.
한국인 타자들 역시 부진하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기에, 관심은 당연히 한곳으로 몰렸다.
[유석센세 오늘도 ㅈㄴ잘하네]
└타자를 ㅈㄴ쉽게 잡는듯
└평소보다 별로지 않음? 삼진도 적고. 구속도 덜 나오고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완급조절하면서 상대 타선 조지고 있는데
└고유석 데뷔는 확정임? 선발투수로?
└ㅇㅇ 지금 애슬레틱스에 고유석보다 잘하는 선발이 없음 걍 무조건 확정
└그래도 오늘 진짜 중요함. 이닝 길게 가는 걸로 봐서 선발 테스트임. 계속 이렇게만 하자, You-Suck아
그렇기에 오늘 역시 수많은 관심이 시범경기 중계방송으로 몰렸고, 여러 사이트들 또한 고유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지만.
[지랄났다 ㅂㅅ들ㅋㅋㅋ 꼴랑 시범경기 잘했다고 ㅈㄴ빨아주네]
└코거 인정! 요즘 고유석 올려치기 존나 심함
└누가 보면 메쟈에서 성적 찍은줄ㅋ
└시범경기가 문제가 아니라, 피칭이 쩔어서 그렇지
└솔직히 고유석 정도 하는 투수 미국에 널리고 널림
└분탕 새끼들은 좀 꺼져라
└고유석빠들은 지맘에 안들면 다 분탕이라네
└솔직히 고유석 조또느린 구속으로 개뽀록 터진 게 팩트아님?
물론 어디나 주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었다. 인기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안티팬들도 늘어났다는 뜻이니까.
특히 한국 기준으로도 평균 이하에 가깝고, 메이저를 기준으로 하면 심각하게 느린 구속이라는 명백한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더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고유석 좋아하기는 하는데, 오늘 좀 별로인 듯]
└나도. 구속은 느려도 시원시원하게 삼진 잡는 맛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오늘은 그냥 전형적인 똥볼 투수 같음
└현명한 판단이기는 한데 솔직히 좀 아쉽기는 함
또한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완급조절을 곁들이며, 맞춰 잡는 형식의 피칭을 보였기에, 아쉬움을 가진 이들도 많았고, 말이다.
[고유석 체력 조루인거 오늘 들통난다]
└고유석특)선발이라면서 오늘 빼고 5경기 16이닝 던짐
└이게 어느 나라 선발이냐?
└완급조절이 아니라, 그냥 원래 저 구속인 거 아님? 체력 조루라서 다 쓴 거지~
└4회에 구속 더 떨어졌네 힘 떨어진 듯, 5회부터 개털리겠다
또한 지금까지 구단의 관리로 인해, 그리 많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던 고유석이기에, 그것을 비꼬며 폄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고유석은 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입을 틀어막아버릴 아주 명쾌한 답을.
[고유석 5회 등판]
└선발승리 가자!
└이번 이닝은 삼진 좀 올리자 You-Sukc아.
└예언한다 고유석 홈런 세 개 맞고 강판된다 내일 마이너로 쫓겨나고
└좀 꺼져라 그냥
└응~ 느그만의 매덕스 관심없어~ 도배 좀 하지마~
└수비빨로 버티는 레쟈 허접새끼 Out!
고유석이 올라오자, 다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응원하는 이들은 지금처럼의 호투를, 그렇지 않은 이들은 박살이 나기를 기원했지만.
[????? 왜 구속 갑자기 오름?]
└체력 조루 아닌데?
└88마일 파이어볼 입갤ㄷㄷ
5회에서 시작된 피칭은, 양쪽 모두 다 예상치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최고구속에 못 미치는 공을 꾸준하게 던지며, 적당히 타자를 맞춰서 잡았던 고유석이.
[빠중)고유석 삼구삼진!]
└와, 갑자기 확 달라지네
└고유석 시동 걸렸다
└체력조루라서 구속 떨어진 거라는 새끼들 어디감? 아가리 꾹닫고 있네
5회를 기점으로, 화이트삭스를 전력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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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삼진 콜이 울린다.
오늘 경기 네 번째 삼진.
타석의 타자, 코디 애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아니, 그보다는 경악, 경악하고 있다고 봐야 하나?
생각이 정확하지가 않았다.
경기 내내 적당히 조절해온 집중력과 경기감각이, 이번 이닝이 시작되면서, 정점을 찔렀거든.
그래서 그런지, 약간 머리가 멍했고, 내 말을 아주 잘 들어줄, 스티븐 보그트에게 먼저 사인을 내며, 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이닝 선두타자가 삼구삼진.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 듯, 잔뜩 긴장하고 올라온 5번타자, 니키 델모니코는 스트라이크존을 사선으로 가르는 포심.
흔히 말하는 크로스 파이어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늘은 처음이지? 금방 끝나니까, 얌전히 있어라.’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렇게 속삭이며, 빠르게 그를 압박했다.
“볼!”
“스트라이크!”
“파울!”
간신히 만들어낸 파울.
바깥쪽으로 던진 투심을 커트한 타자는 그제야 조금 진정된 건지, 앞선 동료처럼 허무하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노려봤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눈앞으로 쏘아진 하이 패스트볼에, 그의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이걸 혹시라도 날린다면, 얼마나 멋진 결과가 나올지, 잘 알고 있으니까.
허나 배트는 늦었고, 후련하게 헛돈 타자는 앞서 물러난 동료와 마찬가지로 허망한 눈으로 나와, 뒤의 전광판을 봤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었고. 그래, 이해가 안 되겠지.
‘최고구속 찍었네.’
88마일. 오늘 내가 던진 것 중에서는 월등하게 빠르지만, 여전히 우스운 수준의 패스트볼이.
‘더럽게 빠르지?’
왜 이렇게 빠르게 느껴질까?
아마 타자는 어이가 없을 거다. 제 자신에 대한 의심도 생길 거고. 대단한 강속구도 아니고, 평균에도 못 미치는 공에 헛스윙했으니까.
‘머리로는 알겠지, 머리로는.’
사실 야구의 정석이다.
구속이 상대적이라는 건.
느리다고 평가되는 공도, 그보다 더 느린공에 익숙해진 타자에겐 강속구로 보인다는 거지. 타이밍이 안 맞으니까.
정석이라고 해서, 그것에 농락당한 타자가 그걸 인정한다는 건 또 별개의 문제지만.
그리고, 단순히 구속의 차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웃!”
바톤터치하며 올라온 후속타자. 6번타자, 대니 헤이스, 아쉽게 내야뜬공으로 물러나며, 세 타자 연속 삼진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굳이 아쉽지는 않았다. 세 타자 연속 삼진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경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알 테니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와우···”
“무슨 벌랜더야? 경기 후반에 구속이 오르네.”
“Suck, 오늘도 엄청나네.”
순식간에 끝난 5회 말.
경기속도는 딱히 더 빨라지진 않았다. 이전까지 맞춰 잡았으니, 삼진은 적어도, 경기 진행 자체는 빨랐거든.
하지만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기에, 야수들은 헛웃음을 흘리며 한 마디씩 보탰다.
특히 락하운즈에서 함께 했던 맷 채프먼은 여전히 나를 보며, 얘가 이런 놈이었던가? 하는 표정이고. 이제 좀 익숙해져라. 같이 몇 경기를 뛰었는데.
“어··· 잘했어. 몸이 풀린 거야?”
“몸이야 이미 풀렸죠. 그냥 완급조절하던 거 푼 거예요.”
“아, 그래. 그렇겠네.”
스콧 에머슨도 당황한 듯 어버버거렸지만, 이미 사전에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그렉은 그저 재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화이트삭스는 찢어야지. 쟤들은 시카고의 수치야, 수치.”
내 피칭이 아니라, 화이트삭스가 털리는 게 좋았던 건가? 컵스에서 데뷔한 선수다운 말씀이시구만.
“체력은 어때?”
“멀쩡해요.”
“허세 떨기는···.”
억울하네. 허세 아니란 말이야. 오히려 조금 후련하다. 간만에 5회까지 던지니까, 제대로 몸이 풀리네.
작년에도 그랬듯이, 내가 원래 이닝 하나는 잘 먹는 편이거든. 선발로 뛰면 못해도 6회는 던진다, 이 말이야.
커리어 동안 완투는 작년에 했던 한 번뿐이지만.
어쨌든 허세는 아니다.
‘체력이야 충분하지. 투구수가 아마··· 56개던가? 널널하네.’
내 최대 투구수는 보통 110개 정도다. 마이너에서도, 고딩때도 투구수를 관리받은 탓에 그 이상은 던져본 적 없지만, 어쨌든 거기까진 거뜬하지.
그러니 이제 절반쯤 던진 셈이고, 또 경기 초반부터 완급조절하며 힘을 최대한 아꼈기에, 어깨는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펄떡거렸다.
처음부터 천천히 조절하며, 서서히 쌓아 올렸던 경기감각 역시 이제야 정점을 찔렀고.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제 시작이지.’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