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이틀 뒤. 3월 6일, 모처럼 아무런 경기가 없는 휴식날. 나는 불펜으로 들어갔다.
내일 등판이 예정되어 있지만. 투구감각도 살펴보고, 또 몇 가지 확인할 게 있거든. 투수코치도 허락해줬고.
“어디, 한번 던져 봐.”
함께 불펜에 들어온 그렉은 옆에서 뒷짐 지고 서서 슬쩍 재촉했다. 아닌 척해도 궁금하긴 한가 보네.
“일단 투심부터요.”
평소에는 연습피칭을 할 때, 무조건 서클부터 시작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건 좀 뒤로 미루고, 다른 것들을 살펴봐야 했으니까.
가장 먼저 투심 패스트볼. 자세를 잡고 던지니, 파악-하고. 포심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강렬한 소리가 불펜에 울렸다.
마찬가지로 연습투구 하던 다른 투수들이 저도 몰래 흘끔흘끔 내 쪽을 쳐다봤고.
“오, 이젠 제법 느낌 있는데?”
공을 받아주던 불펜포수도 옅은 감탄사를 흘리는데, 저 양반은 원래 립서비스가 못 미덥지만, 목소리 톤이 낮은 것을 보아, 진심인 것 같다.
“그렉이 보기엔 어때요?”
반응들을 확인한 나는 곧장 옆을 쳐다봤다. 원작자이자 권위자의 평가가 가장 정확하겠지.
“뭐, 이젠 좀 투심 같기는 하네.”
역시나 평가가 박하다.
아니, 자기를 기준으로 삼으면, 이 세상에 쓸만한 투심이 어딨어?
“좀 좋게 말해주면 어디 덧나요? 배운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정도면 대단한 거지.”
“나한테 배워놓고 겨우 저거에 만족하냐? 내 투심 몰라? 커트 앵글, 너 배포가 그거밖에 안 돼? 적어도 내가 던지는 거에 반 정도는 목표로 잡아야지.”
괜히 심통 나서 투덜거리니, 각 잡고 팩트로 후두려 패네. 할 말 없구만.
뭐, 그렉의 평가가 어쨌든.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부터 배웠던 투심이 제법 태가 나기 시작했다.
포심과 비교하면 싱킹 무브먼트와 낙폭이 조금 명확해졌다고 해야 하나? 구위도 꽤 올라왔고.
처음 밋밋했던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기에, 그렉의 야박한 평가와 상관없이, 그럭저럭 투심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아. 종종 타이밍 보고 하나씩 던지면, 땅볼 좀 나오겠어.’
그렉 매덕스라는 투수가 던졌던 그 엄청난 투심과 비교한다면야 우습지도 않겠지만.
애초에 변형 패스트볼 자체가 평범한 속구를 예상한 타자에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용도니. 그 용도에는 적당~히 들어맞는 정도겠지.
‘한 달도 안 돼서, 구종 하나 새로 장착했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배운 기간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 속도기에 내심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렉은 그런 기쁨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 약점을 푹 찔렀다.
“커터는 어때? 아직도 영~ 감이 안 잡혀? 그냥 슬라이더처럼 던지라니까?”
“안 되는 걸 저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투심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커터도 배웠는데. 짧은 시간 만에 제법 쓸 만해진 투심과 달리, 그 뒤에 배우기 시작했던 커터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그냥 좀 밋밋한 슬라이더랑 패스트볼의 사이에 있다고 해야 하나?
‘아예 감이 안 잡혀. 나랑 잘 안 맞는 건가?’
사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게 정상이겠지만. 투심의 발전이 제법 빨랐던지라, 괜히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 다른 투수들이 들었다면, 코웃음 쳤겠지. 구종 하나 터득하는데, 구종 하나 터득하는데 일 년이 넘게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어린애의 투정이나 다름없으니까.
‘서클도 그렇고, 투심도 그렇고. 내가 역회전 계열이랑 잘 맞는 건가?’
그래도 약간 아쉬운 만큼, 한번 테스트나 해보려고 한번 커터를 던져봤지만.
“음··· 좋네.”
“저 녀석은 좋다는 말밖에 할 줄 모르나? 진실을 말해줘야 얘도 깨닫는 게 있지.”
“구린 거, 저도 잘 아니까, 그만해요.”
아주 혹독한 평가가 내려졌다. 뒤에서 보던 투수코치도 흥미를 잃은 듯 다시 갈 길을 갔고.
‘이상하게 힘이 안 실린단 말이야. 꺾이는 각도 별로고. 손목을 조금 더 비틀면-’
“손목 비튼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그러다가 부상만 입어.”
공을 잡고 이리저리 손을 굴리니 딱 캐치한 그렉이 적절하게 제지했다. 이 양반 진짜로 독심술이라도 있나?
“네 나이 대 투수들이 하는 생각이야 뻔하지. 손목 막 꺾어대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천천히 해.”
틀린 말이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집중을 올렸다. 아직 메인이벤트가 남았거든. 오늘 불펜에 들어온 이유 말이야.
“릴리스 포인트나 봐주세요.”
“음? 아, 그거 던지게? 한번 해봐. 또 팔 이상하게 휘두르지 말고.”
처음으로 그렉의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먼저 가볍게 숨을 뱉어서, 몸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동작을 신경쓰며 한 구를 던졌고. 채찍질하듯 뿌리쳐진 왼팔의 끝에서 공이 날아갔다.
“음! 이거지! 어째 더 좋아진 것 같은데?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따로 없네!”
급격하게 꺾이는 공을 간신히 잡아낸 불펜포수는 환하게 웃으며 온갖 찬사를 다 뱉었다.
“웃기고 자빠졌네. 마르티네즈는 본 적도 없는 놈이 어디서 개소리야? 이게 어딜 봐서 마르티네즈야? 마르티네즈 발가락 때만도 못하지.”
“발가락 때요?”
“···뭐, 새끼 손가락 정도는 되겠네.”
물론 그가 언급한 또 다른 위대한 양반과 같은 시대를 뛰었던 그렉은 그 말에 코웃음 치면서도 어느 정도 인정했고.
서클 체인지업.
일단은 평소와 비슷하다.
불펜포수의 말처럼 감각이 올라온 것 덕분인지, 조금 더 날카로워지긴 했지만. 이거야 평소랑 똑같고.
진짜는 그다음이다.
‘후우··· 집중하자.’
공을 넘겨받고, 다시 투구자세를 취하자, 그렉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내 몸 하나하나를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기도 했고.
감시 역할이 따로 있어서 그런지, 동작은 평소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뤄졌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곧바로 뭐라고 할 테니, 최대한 집중해야지. 그대로 다시금 공을 쭉 뿌렸고. 직전에 던졌던 역회전을 예상하며 미트를 옮기던 불펜포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아!”
낙폭이 강한 서클.
원래 내 주 무기였던 녀석.
커맨드를 잡으려고 꾸준하게 던졌던지라, 불펜포수 역시 어렵게나마 캐치했다.
거의 놓칠 뻔했는데, 그거야 중요하지 않고. 진짜는 포구 위치지.
‘바깥쪽, 살짝 들어왔지만, 그래도 덜 몰렸어.’
역회전과 낙폭이 공존할 수 없었던 이유는 두 개를 동시에 썼을 때, 커맨드가 흔들리는 것 때문이었다.
이상하게 공이 몰렸으니까. 스윗스팟에 맞기 딱 좋은 곳으로 공이 날아가니, 투수로선 가장 최악의 상황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가 원하던 곳에 정확하게 박히지 않은 거야 여전히 똑같지만, 최소한 이전처럼 심각하게 몰리지는 않았으니까.
‘남은 건···’
그러니 컨트롤은 오케이.
허나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마지막 관문이 남았으니까.
“어땠어요?”
“똑같아. 투구동작도, 릴리스 포인트도. 다행히 버릇으로 남지는 않았네. 혹시 몸에 익었으면, 귀찮을 뻔했는데.”
“쨔스!”
커맨드를 잡으면서 가장 큰 문제였던 건, 자꾸 내 팔이 이동한다는 거였다.
원래 위치에서 공을 놓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제구가 몰리는 걸 의식하는 건지, 릴리스 포인트가 계속 바뀌는 거지.
상대팀에 들키는 순간 바로 구종이 읽히는데다가, 자칫 투구폼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습관이기에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다.
“아직 완벽하게 컨트롤 하긴 힘들지?”
“네, 여전히 약간 좀 몰리는 경향이 있죠. 처음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쓸만할 거야. 타자들도 잘 속을 거고. 싱킹이 강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원래 던지던 것도 제법 완성도 높은 구종이잖아?”
드물게 칭찬한 그렉은 이내 뭐가 그리도 웃긴지 클클 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갑자기 왜 그래요? 사람 무섭게.”
“아니, 상상하니까 웃겨서. 생각해봐? 원래도 껄끄럽던 놈이 갑자기 구종 두 개를 더 장착하고 나타나면, 스카우트 놈들이랑 기자 놈들이 얼마나 놀라겠어? 그것도 하나는 Plus급이라면 말이야.”
그렉은 킬킬거리면서도, 마치 자기가 다 기대가 된다는 듯이 눈동자를 빛냈다.
이 양반, 아닌 척해도, 은근히 나한테 정이 많이 붙었다니까. 저렇게 자기 일처럼 기대하는 걸 보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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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캄에서 출발한 버스는 평소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정차했다.
캑터스 리그 참가 구단들의 캠프가 죄다 피닉스 근처에 있기에, 원정경기여도 원정 같지가 않은데. 오늘은 다르다.
컵스 때도 진짜 어웨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원정이다.
“이야~ 그냥 메이저 경긴데?”
“사람들 바글바글하네.”
“시범경기니까, 티켓 값도 싸잖아? 막 몰려들겠지.”
오늘 상대팀이 디백스거든.
애리조나, 그것도 피닉스를 연고지로 한 팀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경기장, 솔트 리버 필드(Salt River Fields) 주변은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식 리그경기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디백스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역시 엄청나게 많았고.
그런 분위기에도 몇몇 주전급 선수들은 여유롭게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마이너 선수들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후우···”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원정지가 주는 긴장감에 짓눌린 듯 한숨을 쉬기도 하고, 이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기도 했다.
신기한 건 그 두 부류가 실력적으로도 확 갈린다는 거다. 당연히 후자가 더 잘하는 놈들이지.
‘결국, 잘하는 놈이 정신력이 좋을 수밖에 없지. 자신감도 학습이 되니까.’
나는 어떤 부류냐고?
말해서 뭐해, 여기서 제일 잘하는 놈이지. 저~기 저 양반은 빼고.
‘소니 그레이, 오늘 선발이었지? 먼저 3이닝 던지고, 내가 그 다음 3이닝 던지고.’
소니 그레이. 우리 팀의 에이스 양반. 실력은 끝내준다. 부상이 많아서 그렇지.
오늘 경기 선발투수이고, 그가 먼저 3이닝 던진 다음 내가 등판하기로 되어 있는데, 왠지 조금 표정이 안 좋아보였다.
‘저 정도 선수가 겨우 시범경기에 쫄았을 리는 없고. 무슨 문제라도 있나?’
부상인가? 소니 그레이의 폼이 생각보다 더디게 올라온다는 거야, 투수진 사이에선 유명한 소문이었다.
이 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선수다 보니, 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
그런 선수가 이제는 표정관리조차 못하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정말로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현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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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아아!”
경기가 시작되고, 나는 곧바로 불펜으로 들어갔지만. 바깥의 상황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다.
불펜에 비치된 티비로 중계방송을 볼 수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엄청난 환호성이 불펜까지 들려왔거든.
디백스의 홈인데, 저 정도 환호성이 들린다는 건, 딱히 중계를 보지 않더라도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지.
‘얻어터지고 있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이제 1회인데, 무려 4점. 아직도 주자가 나가 있다.
관증들이 격하게 환호할 수밖에 없지. 시작부터 그들이 원하던 장면이 만들어졌으니까. 화끈하게 상대 투수를 두들겨 패는 것 말이야.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일방적인 난타를 싫어하는 야구팬은 없으니까.
“진짜로 무슨 문제가 있기는 한가 본데?”
“그냥 좀 컨디션이 안 좋나 보지. 시범경기 하나 가지고 너무 큰 의미 가지지 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었기에 불펜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저마다 의견을 주고받았다.
투수코치는 아니지만, 투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불펜코치는 심히 낯빛이 어두웠고 말이다.
나도 잠깐 피칭을 멈추고 티비를 보는데, 대뜸 그렉이 입을 열었다.
“부담감이네.”
“예?”
“부담감 때문에 저러는 거야.”
부담감? 나는 진심이냐는 눈빛으로 그를 봤다. 아니, 저런 대단한 선수가 시범경기에 왜 부담감을 가져?
그렇게 눈빛으로 물으니, 그렉은 혀를 차며, 도리어 나를 모자란 놈 보듯이 봤다.
“원인이 부담감이라고, 원인이. 척하면 척 알아들어야지. 지금 당장의 이유는 부상일 거야. 동작이 어색하니까. 하지만 그 부상의 원인은 부담감이겠지.”
그러더니 그는 마치 소니 그레이와 정신적인 교감을 하듯 눈빛을 흐렸다. 약간 아련해 보이기도 하고.
“약팀의 에이스라는 게 그런 거야. 자기가 무너지면 끝이거든. 모든 팬들은 다 자기만 바라보고 있고.”
한 차례 입맛을 다신 그는 마치 소니 그레이라는 인간을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감이 강하고, 구단에 대한 애정이 강한 착한 놈일수록 빨리 무너지지. 자기가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무리하니까. 점점 정신력도 갉아먹고. 그러다가 한번 무너지면, 그때부터 줄줄이 문제가 터지지.”
이제야 좀 무슨 말인지 알겠네. 약팀의 에이스라···
그러고 보면, 스프링 캠프에서 본 소니 그레이는 항상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마치 무언가 큰 걱정을 떠안은 사람처럼.
단순히 폼이 금방 안 올라오는 게 걱정인가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모습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게 다 부담감이라는 거지.
나한테는 그저 별처럼 빛나는 선수인데, 그런 선수의 이면을 엿본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묘했다.
그나저나···
“그렉은 그걸 어떻게 잘 알아요?”
“응? 내가 왜 몰라?”
“말년에 파드리스 간 거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강팀에만 있지 않았어요? 아니지, 그땐 파드리스도 잘 나가지 않았나?”
“흠흠, 그런 게 있어. 잘하는 투수끼리는 서로 마음도 통하고 그런 거야. 너처럼 싸가지 없는 어린놈은 평생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랑 친해지긴 한 건지, 어째 점점 약을 파시네. 커리어 내내 강팀에만 계셨던 분이 말이야.
90년대의 팀이라고 불리는 브레이브스는 말할 것도 없고. 말년의 다저스 또한 두말할 것도 없이 강팀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내가 알기론 그때 당시에는 그럭저럭 잘 나가는 팀이었고.
그나마 컵스가 좀 약하지만, 거기도 기본적으로 빅마켓이라 에이스처럼 완벽하게 약팀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
그런 커리어를 보낸 양반이 왜 아련한 눈빛을 하고 그러나 몰라.
‘아무튼, 무슨 소린지는 알겠네. 뭐가 문제인지도.’
착한 선수라서, 더욱더 쉽게 무너진다라. 어찌 보면 참 서글픈 일이다.
사람이 착해서, 그래서 부담감을 잘 느낀다는 거니까. 팬들의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쉽게 느끼는 거고.
그 결과가 저거라는 건데···.
“계속 멀뚱멀뚱 있지 말고, 빨리 준비나 해. 아마 얼마 못 버틸 테니까. 기껏해야 다음이닝이 끝이겠네.”
“예예, 그래야죠.”
한편으론 궁금했다.
스스로의 부담감에 못 이겨서 무너지는 거라는 건데. 과연 그 부담감을 누군가가 덜어준다면, 함께 짊어져 준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최소한 지금 내가 그 정도는 되는 것 같거든. 특히나···
‘새로운 무기가 두 개나 더 생겼으니까.’
부담감에서 비롯된 부상으로 무너진 소니 그레이와 달리, 내 몸은 그저 강력한 자신감으로 펄떡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