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46화 (46/316)

46화

[유석아, 경기 봤어, 축하···]

[경기 봤어. 경기 나오면 연락을 해줘야지. 하마터면 못 볼 뻔했잖아. 밥 굶지 말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해. - 엄마]

[유석아 나다. 가게에서 보다가 깜짝 놀랐다. 삼진 시원시원하게 잡던데. 멋지다 우리 아들! - 아빠]

경기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가득 쌓였다.

옛날 동료들부터, 감독님, 부모님, 죄다 난리도 아니네.

보아하니, 한국에서도 경기를 중계해준 것 같은데. 나 나오는지 어떻게 알고 중계했나 몰라.

시범경기고, 선발출장도 아니라, 중계 안 할 것 같아서, 부모님께는 연락은 안 드렸었는데, 아빠는 마냥 좋은 것 같고, 엄마는 약간 서운한 것 같다. 나중에 풀어드려야겠네.

‘그나저나··· 겨우 2이닝 던진 거 가지고,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시끄러운 건 지인들만이 아니었다. 기사 같은 것도 제법 많이 나왔으니까.

에이스의 새로운 희망이라거나, 코어라거나. 새로운 신성의 등장이라거나. 아주 낯간지러운 제목들.

겨우 시범경기에서 2이닝 던진 거 가지고, 조금 심하게 과한 반응이다.

하긴, 내가 봐도 죽여주는 공을 던졌으니, 어느 정도 호들갑 떠는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일단 첫 스타트는 잘 끊었네. 이제 남은 건 이걸 끝까지 끌고 가는 건가?’

여론은 생각보다 힘이 크다.

특히나 마케팅 장사로 돈을 벌어들이는 프로 스포츠에서의 여론은 때때로 구단을 휘청거리게 만들기도 하지.

그렇기에 빠른 빅리그 입성과 선발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여론의 힘이 필수불가결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나로선 감사한 일이지.

‘불도 붙었으니, 활활 피워보자고.’

겨우 한 경기, 2이닝만으로 이 정도인데, 만약 지금 같은 모습을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주목이 쏟아진 만큼, 만약 경기를 망치거나, 두들겨 맞는다면, 그 역풍도 더 크겠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어제 확인했잖아?

내가 어느 정도로 먹히는지.

대다수는 마이너리거고, 거기에 폼도 덜 올라온 타자들을 상대로 올린 성적이지만.

중요한 건 투구지.

내가 볼 때, 어제 내 피칭은 최소한···

‘시범경기 씹어 먹을 정도는 돼.’

기분 좋은 자신감이 가슴속에 감돌았다.

####

자신감 가득한 발걸음으로 호호캄에 들어가니, 아침 댓바람부터 꽤나 부산스러웠다.

오늘의 경우 홈 경기고.

심지어 상대는 같은 서부지구 경쟁팀인 LA 에인절스니, 경기 준비도 바쁜 데다. 스카우트나 전력 분석관으로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통에 도떼기시장 같은 풍경이 연출됐지만. 어차피 난 등판 안 하니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지.

‘몸이나 풀자.’

바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기분 좋게 라커룸으로 들어가니, 나를 보는 눈빛이 많았다.

경쟁자인 투수들이야 이전에도 종종 경계 가득한 눈빛을 보냈지만. 오늘은 다른 녀석들도 흘끔흘끔 나를 봤다.

“음? 아, Go! Go가 성 맞지?”

“어,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불러. 그쪽이 훨씬 듣기 좋으니까.”

“그래? 하긴, 좀 그렇긴 하네. 난 그냥 마커스라고 불러.”

가장 먼저 유니폼을 갈아입다가, 들어온 나랑 눈이 마주치자. 아는 체를 하는 녀석.

“오늘도 칼 같네. 항상 이쯤에 오던데. 어제 등판도 했으니까, 좀 늦게 올 줄 알았더니, 성실하네?”

“꼴랑 몇 개나 던졌다고. 아, 어제 타구 잡아줘서 고마워.”

“그런 거 잡고 감사받으니까, 오히려 좀 민망하네.”

마커스 시미언.

어제 구위를 테스트하려고 유도했던 내야와 외야 사이에 걸친 플라이볼을 잡아줬던 유격수인데. 팀의 주전 선수다.

작년 27홈런을 날렸던 놈이고. 즉 레귤러 중에서도 레귤러라는 거지.

투수가 야수에게 흔히 하는 의례적인 감사를 보내니,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고. 진짜는 굳이 얘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는 거다. 왜냐고? 이게 첫 대화거든.

‘주전이랑 그 외의 간격이 그 정도로 크지.’

스프링 캠프에서 느낀 건, 주전 선수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는 거였다.

그 외의 선수들에겐 먼저 인사하거나, 말 걸지 않는 이상 절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서로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야.

‘어차피 시간 지나면 하나둘씩 사라질 놈들인데, 굳이 친해질 필요 없다는 거겠지.’

물론 팀에 대한 애정이 있는 베테랑 선수라면,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를 가르쳐주거나,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팀의 베테랑이 되기 전에 다른 구단으로 팔려가는 에이스에 그런 선수는 없다.

‘그나마 스티븐 보그트 정도지만··· 저 양반도 자기 폼 올리는데 바쁘지.’

팀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포수, 스티븐 보그트가 그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그 역시 노쇠한 몸에 떨어지는 폼을 잡기 바빴기에,

사실상 딱 갈려 있었던 셈인데. 그런 상황에서 주전 유격수가 먼저 말을 건다는 건 꽤나 의미가 컸다.

“아무튼 계속 그렇게만 던지면 자주 보겠더라. 공이 죽인다는 말은 이미 들었지만. 듣던 거보다 더 대단하던데?”

내가 자신들의 ‘동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니까. 미리 얼굴 터둔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살짝 윙크한 시미언은 라커룸을 나갔고, 잠깐 주변을 훑으니, 몇몇 다른 주전들 역시 그와 비슷하게 호의적인 눈빛을 보냈다.

‘프로가 좋긴 좋아. 잘하기만 하면, 확 바뀌니까.’

구단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선수들도 실력에 따라서 서로를 대우해준다는 거지.

나쁜 일은 아니다.

지금 나는 실력자니까.

그렇지 못했다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었겠지만, 뭐 어때?

‘잘하기만 하면 된다는 건데.’

난 그 잘하는 걸 참 잘할 자신이 있으니,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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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등판은 닷새가 지난 뒤였다. 기대하는 여론을 의식한 건지, 무려 선발투수.

“체력은 충분하지?”

“당연하죠. 5일이나 쉬었고, 지난 경기에서 겨우 스무 개 쪼금 더 던졌는데.”

“씩씩하니 다행이네. 그럼 잘 해봐,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경기 전날 투수코치는 미리 통보해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표됐다.

몇몇 경쟁자들 표정이 썩어들었는데, 선발이라고 해봐야, 시범경기라 3이닝 던지는 게 전부겠지만. 어쨌든 한 단계 더 올라서기는 했으니까.

‘그만큼 경쟁에서 더 앞서 나갔다는 거겠지.’

여론뿐만이 아니라, 구단 역시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졌다는 걸 테고.

죽어라 전력투구해서, 탈삼진 다섯 개 잡은 보람이 있구만.

‘텍사스 레인저스라··· 오늘은 거의 무조건 중계하겠네.’

삐지지 않도록, 일단 부모님께는 연락을 드렸다. 잘하면 경기도 보시겠네. 한국에서도 거의 무조건 중계해줄 테니까.

이유? 다들 알잖아.

오늘 경기 상대팀, 텍사스 레인저스에 누가 있는지.

‘오늘 출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한 경기에 한국인 두 명이 출장할 수도 있는데. 방송국 입장에서도 이 정도는 중계해줄 만하지.’

추민수.

아마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타자가 아닐까? 메이저리그에서도 당당히 A급 타자로 자리잡은 선수니까.

레인저스와 FA 계약한 이후, 먹튀 기질을 보이고 있기는 한데. 어쨌든 한국 기준으로는 흥행 카드 중 하나다.

그런데다 보아하니, 내 기사가 한국에서도 많이 올라갔던데, 좋은 그림 만들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지.

‘기자들도 훨씬 많고.’

평소에도 나 때문에 제법 한국 기자들이 많이 들락거리던 호호캄이지만. 오늘은 그에 두 배는 족히 될법한 수준으로 기자가 많았다.

동양인이라, 일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 기자일 수도 있겠지만. 생긴 게 딱 우리나라 사람이야.

“오늘 추민수 나온대?”

“선발 라인업에는 없는 것 같던데··· 혹시 모르지. 중간에 교체로 나올지.”

“쓰읍- 그러면 고유석이랑 맞대결은 힘들겠네.”

“차라리 저번처럼 중간에 교체로 나왔으면 한 번 붙었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쉽네.”

“선발투수로 나왔다는 걸 강조해야지.”

한국인 맞네.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이상하게 한국어는 귀에 딱딱 꽂힌다. 모국어라서 그런가?

나와 추민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을 잠깐 쳐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왔다.

“오늘 잘해보자.”

“아, 네. 공만 잘 잡아주- 아니, 예, 잘해봅시다.”

스티븐 보그트.

애슬레틱스의 클럽하우스 리더 비슷한 양반이자 주전포수로 오늘 경기 파트너다.

평소처럼 포수에게 공만 잘 잡으라고 말하려다, 그의 나이와 선수단에서의 입지를 생각하고, 간신히 꺾어서 대충 말을 끝내니, 이상한 놈 보듯이 쳐다보네.

저 그런 놈 아닙니다.

“흐음··· 그렉 매덕스한테 코칭 받는다던데. 혹시 너도 볼배합을 네 마음대로 하는 편이야? 맥스웰한테 듣기로는, 저번 경기에서도 내가 종종 사인을 냈다는데.”

“네, 뭐 가끔 먼저 사인 내기도 하죠. 하지만 그건 그렉, 아니 매덕스 씨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어요.”

“···그래, 그래도 오늘은 웬만하면 자제해. 네 멋대로 굴지 말고.”

그렇게 말하고는 쌩 가버린다. 뭐야, 괜히 겁주는 건가? 어린놈 길들이려고?

아니, 어쩌면 초조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선수단 내에서 입지가 큰 선수지만, 오다가다 듣기로는 에이징 커브가 시작되는 건지, 몸 상태가 영 아니라고 하니까.

저번에 같이 호흡을 맞췄던 브루스 맥스웰 같은 젊은 포수들도 치고 올라오니. 조금 불안할 수도 있겠네.

‘그거야 나랑 관계없고. 좀 짜증나네.’

볼배합이야 포수의 재량권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등판하는 선발투수한테 저렇게 엄포를 놓으면 쓰나.

포수로서 프라이드가 강한 것 같은데, 그것에서 비롯된 괜한 말이 적절하게 준비됐던 기분을 망쳤다.

포구실력이나 프레이밍과는 별개로 포수로서 좋은 행동은 아니지. 애초에 오늘 등판인 선발투수한테 마음대로 말 건다는 것 자체가 배려가 별로 없다는 거고.

‘다른 투수놈들이 망하라고 노려보는 것도 짜증나는데, 포수한테까지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해?’

주전포수니 어쩔 수 없이 친해지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할 텐데, 왠지 시작부터 조금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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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좀 짜증나요.”

“그거 이상한 새끼네. 어디 감히 신성한 투수한테, 그것도 오늘 등판하는 선발투수한테 그딴 개지랄을 떨어?”

“내 말이 그거라니까요.”

나랑 그렉은 마음이 참 잘 맞는다. 우리 둘 다 스스로가 투수라는 것에 아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오늘은 불펜에 들어온 그렉에게 쪼르르 일러바치니, 마치 자기 일처럼 화냈다.

현역시절 그도 스스로 볼배합을 주도하고 사인을 내는 편이었기에 더욱더 공감하는 걸 수도 있고.

“그런 놈이 주전포수면 엿 같지. 내가 커리어 쌓기 전까지는 귓등으로도 안 듣거든.”

“스티븐이 그런 녀석은 아닙니다. 그냥 좀··· 하하.”

민망한 듯 웃으며 우리 얘기를 듣던 불펜코치가 그를 변호하자 살짝 곁눈질한 그렉이 나한테만 들릴 정도로 나직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기선을 뺏기면, 나중에도 그걸 빌미로 휘어잡으려고 들거야. 너도 알다시피, 투수의 감이랑 포수의 감이 다르잖아? 그 감마저 죽이려고 드는 거지.”

과대한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포수들도 투수리드를 굉장히 민감하게 여겼거든.

더블A에서 파트너였던 보 테일러나 앤디 파즈 같은 경우는 둘 다 포수보다는 공격에 몰빵한 스타일이기에 오히려 말을 잘 들었지만. 나머진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 듣기로는 그 녀석 주전이긴 해도, 자리가 불안하다며?”

“···아마도요?”

“자리 불안한 포수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뭔데요?”

다시금 불펜코치를 곁눈질한 그렉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딴생각을 한다는 거야. 물론 베테랑이니, 포구야 잘하겠지. 프레이밍도 적절하게 할 거고. 하지만 불안한 자리 때문에, 포수로서 임무보다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아, 하긴, 결국 포수도 타자니까요.”

바로 그거라는 듯 그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자리가 불안하니, 그걸 유지하기 위해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거고. 결국 그 뭔가는 타격이다.

포수라는 게,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도루견제 말고는 사실 크게 드러나지 않거든. 심하게 프레이밍이 좋다거나, 아니면 심각하게 포구가 구린 게 아닌 이상.

그러니 겉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타격 쪽으로 딴생각을 한다는 건데···

“그 양반 주전인데 어떡해요? 앞으로 계속 호흡 맞춰야 할 텐데.”

“간단해, 그런 놈들 상대하는 방법은. 그냥 제껴.”

“예?”

“현역 때 어떤 건방진 새끼가 나한테 패스트볼을 요구했어. 누가 봐도 체인지업이 딱인데.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그야 거부했겠죠? 그렉 성격 같으면.”

사인 거부야 가장 흔한 방법이지.

계속 거부하는 투수 때문에 포수가 빡이 도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말하자, 그렉은 아직 멀었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쯧, 그렇게 담이 작아서야. 배짱 좋은 줄 알았더니, 아직 멀었어. 그냥 박아 넣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너 컨트롤 좋잖아?”

“그러다 놓치면요?”

“뭔 상관이야? 포구미스는 전적으로 포수 책임인데. 사인? 포수가 무슨 사인을 요구했는지. 사람들이 알 것 같아? 벤치? 결과만 좋으면 아무 말도 안 해. 놓치면 그거야말로 포수 혼자 등신 되는 거지.”

이야, 여윽시 그렉 매덕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항상 내 생각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시네. 뭐가 달라도 다르셔.

타자를 상대할 때 영리한 거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같은 팀 상대로도 아주 철저하셨구만.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들어오는 말이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랬다가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찍히는 거 아니에요?”

“왜? 혹시 악영향이라도 올까 봐 걱정돼?”

“네. 그렉도 알겠지만, 제가 지금 좀 중요한 시기잖아요?”

내 말에 그렉은 별걱정을 다 한다는 듯 피식 웃었다.

“너 이제 몇 살이냐?”

“스물넷이요.”

“그 포수, 스티븐 보그트인가 뭔가는 몇 살이고?”

“아마··· 서른둘? 셋?”

“스물네 살짜리 죽여주는 선발투수 유망주랑 서른셋의 나이 들고 에이징 커브 온 포수. 둘 중에 누가 더 중요할 것 같아? 구단 입장에서.”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그가 빡이 돌아서, 여기저기 말을 흘려봤자, 나한테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거겠지.

물론 내가 앞으로도 쭉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내가 먼저 씨익 웃으니, 그렉은 바로 그거라는 듯 마찬가지로 웃었다.

“손가락 하나 부러질 때까지 네 마음대로 던지고 나면, 포수도 알아서 닥칠 수밖에 없어. 무조건이지. 왜? 결국 공 던지는 건 투수고, 계속 그래봤자 자기만 손해거든.”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뭘, 이게 내 일인데. 어차피 언젠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니까, 철저하게 해. 나중에 다른 놈들도 딴말 못하도록.”

역시 위대한 투수는 다르네. 콕 찝어서 인스트럭터로 모셔오길 잘했어.

작게 말했는데도, 우리 대화를 들은 건지, 불펜코치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마치 참 좋은 거 가르친다는 듯 그렉을 흘겨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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