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35화 (35/316)

35화

<고유석, 40인 로스터 등록! 새로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탄생?>

시즌이 끝나면서, 정식적으로 로스터에 이름이 올라갔다.

신분상으로는 이제 진짜로 메이저리거가 된 셈이지.

<고유석, 내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초청! 시범경기 출전까지?>

거기에 추가로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이나 시범경기 보장까지 새어나온 것 같은데.

아마도 구단에서 정식적으로 발표했을 거다. 아주 처참하게 시즌을 말아먹은 탓에 이탈하려는 팬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6~7월에 워낙 돌풍을 일으켰다, 보니. 아직도 에이스 팬덤 내에서는 내 이름이 제법 돌고 있거든. 약빨이 좀 남아 있을 때 동네방네 알리는 거지.

그것을 포착한 몇몇 한국 스포츠 언론사에서는 온갖 난리를 부렸고, 이야기는 점점 불어났다.

<고유석이 가진 놀라운 장점! ‘그는 메이저에서도 통할 것’ 스카우트들 입 모아 외쳐···>

<미국 야구팬들이 주목한 차세대 라이징 스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투수! 류영진을 이은 ‘두 번째 코리안 몬스터?’>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 단어 만큼 잘 먹히는 게 없고, 실제로 더블A기는 하나, 작년에 잘했던 건 사실이기에 온갖 과장을 곁들여서 나를 찬양해대는데···

칭찬해주는 건데도 묘하게 쪽팔리네.

‘같이 스프링 트레이닝 하고, 시범경기 좀 뛴다고 해서,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는 건 아닌데 말이야.’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예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지.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건지, 여기저기 연락이 오는 것도 조금 껄끄럽고.

이렇듯 밖에서도 난리가 아니었지만, 집안과 비교하면 그마저도 잔잔한 수준이었다.

“넌 이런 일이 있으면 아빠한테 말을 해야지! 유석이 니 소식을 어떻게 다른 사람 연락받고 들어?”

“나도 말해주려고 했지, 잠깐 깜빡한 거야.”

“짜식이, 까먹을 게 따로 있지··· 그런데, 진짜로 내년에는 데뷔하는 거야? 메이저리그?”

“일단 더 지켜봐야지.”

주변에서 축하연락이라도 온 건지, 부모님도 난리가 났으니까.

아빠는 진심으로 서운하다는 듯 호통을 치시면서도, 얼굴 가득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셨다.

가게에 연예인 사인보다 야구선수 사인이 더 좋은 액자에 걸려있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시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노파심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드래프트로 프로에 가길 원하셨는데, 이제는 정말로 메이저리거(진)이 됐으니 말이야.

“아무튼, 유석이 너, 앞으로 가게 나오지 마.”

“아이고, 사장님. 직원을 이렇게 갑자기 자르시면 어떡합니까. 이거 갑질이에요, 갑질. 노동청에 신고할 겁니다.”

“시범경기 출장이면, 구단에서도 유석이 너 진지하게 테스트한다는 건데, 그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손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괜히 위험하게 가게 오지 말고, 훈련하러 갈 때까지 집에 콱 박혀 있어!”

어째 나보다도 더 호들갑을 떠시며, 그나마 바람 좀 쐬게 해줬던 가게일 마저 빼앗으셨다.

일이라고 해봤자, 접시나 조금 나르고, 카운터 대신 봐주는 정도인데, 다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럼~ 우리 유석이 맞지. 대한민국에 야구선수 고유석이 또 있겠어? 아이, 뭐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동서도 알다시피, 유석이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좀 좋았잖아.”

아빠가 유일한 일거리를 빼앗았다면, 소식을 듣자마자 내 등짝을 시원하게 후렸던 엄마는 여기저기 전화 돌리기 바쁘셨다.

외가, 친가, 엄마 친구들, 친척들, 누가 보면 영업사원인 줄 알겠네. 정수기라도 파는 줄 알겠어.

남들은 대학 졸업할 나이인데 하나뿐인 외동아들은 가망도 없는 마이너에서 썩고 있으니, 엄마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쳐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으니. 저럴 만도 했다.

‘유성아, 이제 네 차례다. 나도 한 10년쯤 니 얘기 듣고 살았는데, 너도 그래야지.’

특히나 작은아버지의 아들이자 동갑내기 사촌형제인 녀석이 있는데, 어릴 적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도 잘 나와서 항상 비교를 당했었다.

거기다 명문대까지 떡하니 간 탓에 엄마가 숙모한테 많이 밀렸었지.

그런데 이제는 엄마의 역공이 시작됐네. 수고해라, 유성아. 너도 그거 한번 겪어야지.

‘그러고 보니, 학교도 난리겠네.’

야구부는 프로선수도 많이 배출하지 못했고, 대회 성적도 좋지는 않은 터라 입지가 날이 갈수록 줄었는데. 이제는 감독님도 어깨 당당히 펴시겠어.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한번 보러 갈까?’

이제 10월 말이라, 지금쯤이면 메이저 대회도 다 끝나서, 그쪽도 널널할 테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아침에 감독님이 오늘 누구 온다고 하지 않았어?”

“몰라, 또 선배겠지.”

“에휴, 옆 학교는 프로 선수들 와서 간식도 사주고, 지도도 해준다는데, 우린 이게 뭐야?”

“우리 선배 중에 프로가 거의 없잖아. 있어도 죄다 2군이고.”

“그 2군이라도 오면 차라리 낫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고.

오후 훈련을 앞뒀을 때.

야구부 선수들은 오늘 온다는 특별한 손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중요한 대회가 다 끝나고 나면 간혹 선배라는 사람들이 얼굴을 비췄으니까.

겨울훈련에 참석하기도 했고.

보통은 야구부 선배라고 하면 프로선수겠지만, 선수들에겐 그런 기대감 따윈 없었다.

오히려 선배라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사기가 더 떨어졌다. 마치 자신들의 미래 같았으니까.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소속 구단도 없는데, 그게 무슨 야구 선수야?’

‘지금이라도 전학 갈까?’

과거에는 잘나갔다고 하는데. 2000년대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과조차 내지 못했고. 고졸 지명자도 2011년이 마지막이다.

그렇다 보니, 선배라고 해도 프로가 아니라, 자신들과 비슷한 아마추어들이고.

어쩌면 나 또한 대학 진학 이후 지명받지 못하면, 몇 년 뒤에는 저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들은 손님을 반기지 않았다.

특히 올해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3학년들은 더욱더 그랬고.

“고유석 선배님 아니야?”

“고유석이 누구··· 아, 작년에 같이 훈련했던 사람? 그 선배면 그나마 낫겠네. 그래도 미국에서 야구하잖아? 서클 체인지업 죽이던데. 그거 배우면 좋긴 하겠네.”

“야이, X신아. 너 귀 닫고 사냐? 아니, 눈 없어? 학교 정문에 플랜카드도 걸렸구만···”

“무슨 플랜카드?”

“선배님 이번에 로스터 올랐다잖아. 내년에 메이저리그 데뷔한다고 난리났구만, 못 들었어? 너 야구부 맞냐?”

그나마 기대감을 주는 존재는 고유석이었다. 마이너리거기는 해도, 해외파라는 타이틀이 예전에도 제법 멋스러웠고.

특히나 올해는 당당히 로스터(40인)에 이름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목전에 뒀으니까.

“감독님 어깨가 그냥···”

“너도 느꼈어? 아침에 걸어오시는데, 패기에 지릴 것 같더라.”

“무려 메이저리거 스승 아니냐. 간만에 큰소리 좀 치시는 거지. 보니까 입이 귀에 걸리셨던데?”

“거기! 훈련 중에 집중 안 해?”

“예, 죄송합니다!”

속닥거리던 선수들은 어떻게 포착한 건지, 딱 집어서 호통치는 감독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흩어졌다.

그렇게 다시 집중을 끌어올린 박감독이었지만, 선수들의 말처럼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밝았다.

대회성적은 물론이고, 결국 올해도 지명자를 배출하지 못한 탓에, 야구부 해체다 뭐다하는 말이 많았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싹 들어갔으니까.

‘유석이 녀석··· 올해 훈련을 거른다고 해서 야구 포기한 줄 알고 걱정했더니··· 이런 소식은 바로바로 알려줘야지 말이야. 우리가 같이 흘린 땀이 얼만데.’

그가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1학년이었던 선수였고. 그래서인지 정이 많이 갔었다.

그렇기에 해외진출 한다면, 협회 차원에서 야구부 장비지원 등의 징계가 떨어질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응원했었고.

영 자리를 못 잡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었는데, 결국 당당하게 해냈다.

‘해임되기 전에, 결국 한 명쯤 성공하는 걸 보네.’

성적부진으로 올해를 끝으로 감독직 해임이 예정됐다.

감독으로서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달게 받아들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직접 키운 제자들의 성공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야 처음으로 제자의 성공을 봤으니, 마지막 미련은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언제 오는 거야? 온다는 말은 해놓고, 정작 코빼기도-’

“오, 감독님! 아직 훈련 중이었어요? 끝나는 시간 맞춰서 왔더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감독님 소리야? 우리가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이제 막 끝내려던 참이야.”

“저보다 열네 살이 많으신데, 양심적으로 형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딱 달려오는 고유석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나 이제 니 감독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불러, 그런데 웬걸 이렇게 사왔어?”

“정문에 플랜카드 걸린 거 보고 바로 택시 돌려서 닭 좀 샀죠. 저도 가오가 있는데.”

박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로스터에 올랐다고 하니, 메이저리거인가보다 하겠지만.

40인 로스터에 올랐다고 해서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가난한 마이너리거나 다름없는데, 그걸 잘 알기에 양손 가득 짊어진 봉투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자자, 주목! 오후 훈련은 여기까지 하고, 다들···”

선수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짐짓 위엄찬 얼굴로 소리친 박감독이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표정이 풀렸다.

냄새를 맡은 건지, 소리를 들은 건지, 죄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닭 먹어라. 너희 잘난 선배님께서 쏘신단다.”

환호성과 함께 우르르 몰려드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피식 웃은 박감독이었지만. 곧 입맛을 다셨다.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어. 단순히 로스터에 올랐다고 그런 게 아니라, 확실히 다르다.’

선수들에게 봉투를 건네주는 동네 형 같은 모습은 작년과 똑같지만, 풍기는 기운은 달랐다.

오프시즌이라 독기가 제법 빠졌을 텐데도, 마치 잘 벼려진 칼처럼 예기마저 감돌았으니까.

오래 봐왔던 제자이기에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걱정마저 싹 사라졌다. 비록 진짜 메이저리거를 본 적은 없지만, 저런 느낌일 테니까.

‘알아서 잘하겠네.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된 걸 보면. 별말 안 해도 되겠어.’

박감독의 얼굴에 약간의 안도와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

“선배님, 그러면 내년에는-”

“선배님 로스터 등록된 거면 혹시-”

“선배님 더블A부터는 수준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선배님, 선배님.

죄다 슨배임이네.

내 처지가 달라지긴 했나보구나. 조잘거리는 애들을 보니, 실감이 났다.

‘작년에는 뭘 가르쳐줘도 들은 척도 안하던 놈들이···’

훈련 꼽사리 낄 때는, 내가 먼저 맛깔나게 사발을 풀어야 반응이 나오고는 했는데, 이젠 먼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런 거 보면 메이저리거(진)이라는 타이틀이 참 좋긴 좋아. 하긴,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이니까.

사실 진급확정은 아닌데 말이야.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선배님 혹시 주력구가···”

“주력구는 당연 포심 패스트- 아, 직구고. 결정구는 서클이야. 너희도 배웠을걸? 저~기 계시는 우리 감독님 작품이니까.”

“오오오오오!”

“즉 투수들 너희랑 나랑 구종 자체는 똑같다 이거지.”

“오오오오오오오오!”

“좋은 공이니까 열심히들 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중간중간 감독님 기를 살려드릴 수 있으니, 딱히 귀찮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빼면.

‘이거, 진짜로 확정을 지어야겠는데? 안 그러면 쪽팔려서라도 내년에는 학교 못 오지.’

어째 한국오고 나서부터 정신무장을 단단하게 하네. 부담감도 팍팍 느끼고.

그래도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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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그렇게 11월에 접어들자,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갔고, 그런 11월마저 저물어가며, 완연한 겨울이 찾아올 때쯤, 브라이언이 먼저 한국으로 찾아왔다.

“Mr. Go, 충분히 휴식을 취하셨습니까? 생각보다 체중이 증가하진 않았군요. 몰래 트레이닝을 하신 건 아니겠죠?”

“오히려 너무 놀아서 몸이 녹아버릴 지경이에요. 빨리 가서 몸부터 만들어야겠는데요?”

“하하, 모두 준비해뒀습니다. 트레이너들도 업계 최고로만 모셨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알아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직접 한국까지 모시러 와주다니, 날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맞나 보네.

가장 먼저 내 상태부터 확인한 브라이언은 한국에 온 김에 겸사겸사 부모님과도 만남을 가졌고, 두 분은 브라이언의 멀끔한 외모에 사기꾼은 아니라고 생각한 듯, 그제야 마음을 놓으셨다.

‘외모지상주의야, 외모지상주의. 사기꾼들이 얼굴에 사기꾼이라고 써놓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무튼 직접 온 그 덕분에 모든 준비를 마쳤고,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메이저리그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으니까, 건강만 조심해. 밥 잘 챙겨 먹고.”

“열심히 해서, 다 찍어 눌러 버려! 아빠도 한국에서 열심히 응원할 테니까.”

떠나기 전, 부모님은 공항까지 마중해주셨는데, 배웅하는 말이 아주 극과극이구만.

한쪽은 몸만 건강하라고 하고, 한쪽은 최대한 열심히 하라고 하고. 둘 다 옳은 말이지.

“트레이닝 전, 신체검사 과정을 먼저 가질 겁니다. Go의 운동능력을 알아야, Go에 적합한 트레이닝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혹시 불편하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뇨, 더 좋은 훈련을 위해서인데, 당연히 해야죠.”

그렇게 부모님을 뒤로 한 채, 비행기에 올랐고, 이륙하기 전, 옆좌석에 앉은 브라이언은 나에게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줬다.

“캠프 합류는 2월 14일부터입니다. 투수, 포수조와 맞춰서죠. 다만 Go가 요청한다면, 야수조의 합류일인 19일에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14일을 추천드립니다.”

“웬만하면 빨리 가서 눈도장 찍는 게 낫겠죠. 저도 14일이 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대부분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이나, 훈련 프로그램, 구단에서 내게 거는 기대 등이었는데.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드디어 시작이네. 진짜 오프시즌이.’

이번에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이 바뀔 거다. 다시 초라하게 마이너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묻혔다.

조금 뒤늦게 그걸 깨달은 브라이언 역시 말을 멈추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범경기가 끝났을 때, Go는 당당히 메이저리거로서 무대 위에 오를 테니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불안하다면, 절 믿으십시오.”

의례적인 말이겠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긴장감이 조금 덜어졌고, 그 빈자리를 설렘이 파고들었다.

약간의 자신감 혹은 투쟁심도 생겼고.

-여러분의 여행길을 XX항공과 함께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비행기는···

“곧 이륙할 것 같군요. 푹 주무십시오, 도착하면 바쁠 테니까요.”

잔잔한 기내방송이 흐른 뒤, 팔걸이를 꽉 붙들자. 곧 비행기가 떠올랐고, 그에 좌석에 맡기며 창밖을 바라봤다.

‘마이너리거로 돌아와서, 메이저리거도 떠나네.’

아직은 메이저리거(진) 아니냐고? 상관없다, 브라이언의 말처럼 시번경기가 끝났을 땐, (진)자를 떼어낼 생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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