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내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나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다행히 고통이 컸던 만큼, 생각보다 몸이 빨리 올라온 덕분에 경기를 거르지는 않았는데···
‘슬슬 좀 맞아가네.’
예상이 적중했던 건지, 8월이 시작되자마자 성적이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아, 물론 서클은 여전히 잘 먹힌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거 봐, 다들 껌뻑 죽잖아?
상대는 이번에도 코퍼스 크리스티 훅스. 서클 체인지업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건지, 여전히 던지기만 하면 배트를 붕붕 휘두르지만.
“씹-”
“홈! 홈!”
“세이프!”
문제는 다른 게 맞는다는 것.
따악- 하는 맑고 청명한 소리. 힘껏 던진 패스트볼이 배트에 처맞는 소리만 아니면, 참 듣기 좋았을 텐데.
패스트볼이야, 애초부터 날림이었기에, 컨택만 제대로 되면 쉽게 장타로 이어졌는데. 확실히 내 타이밍에 제법 익숙해진 건지, 그 컨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이걸로 2실점. 쓰읍- 간만에 얻어맞으니까 좀 어질어질하네.’
2실점 이상 한 건 꽤 오랜만이다. 6월 이후로는 기껏해야 1실점 정도였으니까.
서클은 답이 없다고 판단한 타자들은 집요하게 다른 공을 공략한 결과물인데.
심지어 좌타자들마저도 서클 대신 오히려 슬라이더를 노릴 정도니···
‘서클 때문에 뻥튀기가 심해서 그렇지, 아직은 조금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그나마 더블A라서-’
“아웃!”
‘어영부영 막을 수는 있지만. 역시 빅리그는 아직 좀 부족해.’
쉽게 잡히는 타자들에 신나게 성적을 올렸지만, 걱정했던 대로 약간은 거품이 끼어 있기는 했나보다.
‘5이닝 2실점 7피안타 5삼진. 삼진도 좀 줄었고, 피안타도 살짝 늘었고. 거기에 장타도 제법 나왔어.’
오늘 맞은 피안타 7개 중 4개가 외야로 넘어갔다. 구위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건데.
그래도 이 정도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다. 나는 이것보다 더 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
“간만에 좀 맞네.”
“훅스만 이번이 네 번짼데, 여전히 못 치면 솔직히 타자 때려치워야지. 그래도 컨트롤 좋으니까, 딱 한 이닝만 더 잘 막아보자.”
그래도 왠지 좀 씁쓸해서 덕아웃으로 걸어가며 한숨을 내쉬자, 보 테일러가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나지만, 프런트도 착잡하겠네. 요구한 거 다 들어줬더니, 갑자기 거품이 가라앉고 있으니···’
성적은 앞으로 꾸준하게 내리막을 걸을 거다, 사실 안 내려갈 수가 없지.
6~7월 두 달 동안 그야말로 투수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니까.
원래 정점을 찍었으면 내려가는 게 당연한 순리지.
당연한 순리고, 이치인데, 사람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단 말이야.
과연 성적이 내려가는 걸 보고 구단에선 뭐라고 생각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버틸걸!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려나?
‘뭐, 그쪽에서도 플루크가 있다는 건 감안했을 테니까. 알아서 하겠지.’
혼자 킬킬 웃다가 어깨를 으쓱이자, 같이 덕아웃으로 가던 보 테일러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간만에 맞아서 그런가, 애가 좀 맛이 간 것 같은데···”
“어허! 이 미천한 포수 나부랭이가 어딜 신성한 투수님께 그런 무엄한 망발을! 네놈이 더 좋은 포수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으리란 걸 어찌 모르느냐! 처먹은 아몬드를 당장 뱉어라 이놈아!”
“얼씨구? 아주 셰익스피어 나셨네. 예예, 거참 X나게 죄송합니다. 그래도 먹은 아몬드 값은 다른 비천한 놈들이 하고 있으니, 투수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지요.”
그래, 넙죽 엎드려야지. 명색이 포수가 되가지고 프레이밍도 못하는 놈의 자식이 말이야.
오늘 얘가 날린 삼진도 하나 있다. 물론 좀 아슬아슬한 코스이긴 했는데, 포수 역랑에 따라서 스트라이크가 될 수도 있었지. 아니, 프레이밍하는 시늉만 했어도 무조건 삼진이었다.
그걸 꼬집으며 소리치자, 넙죽 엎드렸고, 그 모습이 몹시 보기 좋아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얘는 몰라도, 다른 놈들은 아몬드 값 톡톡히 해주기는 했지. 특히 채프먼.’
역시 사람은 뭘 좀 먹여야 일을 잘하는 법. 밥값을 하겠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내가 미처 몰랐던 아몬드의 신묘한 효능인지, 야수들은 기를 쓰고 타구를 잡아줬다.
채프먼은 아주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자신의 방향으로 날아온 타구를 죄다 잡아주고 있고.
그 덕에 아직까지 2실점인 건데···
“아··· 이럼 소용없지.”
애석하게도 그런 노력이 절대로 통할 수 없는 타구가 저 멀리 담장 너머를 향해 날아갔다.
무슨 소리냐고? 이번 시즌 열 번째 피홈런이라는 소리지.
거기에 주자가 이미 1루로 나가 있었기에 투런이고.
“이거지!”
“X발 이게 우리다! 이 개자식아!”
타자는 온갖 난리를 피우며 기뻐했고, 훅스의 다른 타자들도 마치 자기가 날린 것처럼 좋아했다.
그걸 보니, 쟤들도 나한테 털리면서 마음고생 심했구나 싶어, 이해하기는 개뿔.
‘다음에 보자 X새끼들아. 니들이 먼저 도발한 거야. 누군진 몰라도 다음에 만났을 때 첫 타자는 내가 엉덩이에 포심을 그냥-’
빠던의 나라에서 왔기에 배트플립 정도야 이해하지만, 개지랄 떠는 꼴은 용서 못하지.
처절한 복수를 기약하며 나는 존 와스딘을 따라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강판되는 것도 오래간만이군. 오늘따라 오래간만인 게 X나게 많네.
‘ERA 좀 올라갔겠네. 그래도 아직은 2점대인가?’
5.2이닝 4실점 9피안타 7K.
오늘 경기 최종 성적이다.
지금까지는 못해도 6이닝 1실점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겠지.
덕분에 확신이 생겼다.
‘진짜 다른 구종도 좀 갈고 닦기는 해야겠어. 서클이 좋아도, 다른 게 못 받쳐주니···’
너클볼이 아닌 이상, 구종 하나 좋은 정도론 선발투수로 버티기 힘들다는 것 말이다.
‘성적인 점점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내 위치는 이미 정해졌어. 이미 서로 합의를 마친 상황이니까.’
다행스러운 건 성적이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구단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는 거다.
이미 서로 간의 합의를 마친 상황에서, 혹시라도 빌미를 제공했다간, 선수와의 신뢰를 쉽게 저버리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니까.
아무리 구단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결국 경기를 뛰는 건 선수기에, 구단으로서도 그런 이름표가 붙는 건 꺼려질 수밖에 없지.
‘올해는 어차피 콜업도 없고, 강등도 없을 테니.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확인해야겠지.’
나한테는 최고의 상황이잖아?
부족한 점을 검토하기에는.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한 달. 대략 네 경기에서 다섯 경기 정도가 남았을 텐데. 그 사이 최대한 확인해야 했다.
지금 나한테 가장 큰 단점은 뭔지, 가장 갈고 닦아야 할 장점은 또 뭐가 있는지를 말이다.
트레이너나 인스트럭터에게 배운다고 해도, 결국 자기자신의 장단점을 스스로 알아야 발전하는 법이니까.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털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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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빈과 브라이언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부터, 에이스 내에서 고유석은 최소한 팜의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선수로 분류됐다.
설사 진짜로 재능을 만개했든, 아니든.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하고, 대우하기로 서로 약속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으니까.
‘5.2이닝 4실점 7K. 6이닝 3실점 8K, 6이닝 3실점 9K.’
하지만 그런 기대와 무색하게, 무사사구 완봉을 기점으로 서서히 내려가는 성적은 에이스라는 구단에 큰 고민을 던져줬다.
‘거품이 꺼지는 건가?’
보고서를 확인한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입맛을 다셨다.
이미 서로 협상했고, 문서로도 남겼으니,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는데.
정작 그 중심에 선 선수가 점점 내리막을 보이고 있으니···
‘트리플A로 올려보자는 주장은 쏙 들어갔구만.’
무사사구 완봉 이후, 제법 많은 내부인사들이 그를 트리플A, 내슈빌로 보내자는 말을 했었다.
실제로 6~7월 동안 기록한 성적은 더블A라는 무대가 좁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8월에 들어서면서, 적당한 수준으로 하강하기 시작하는 성적에 그런 말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어느 정도 플루크가 있을 거라고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도 이만하면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아.’
사실 구단 내부에서도 플루크라는 게 잠정적인 결론이 나기는 했다.
아주 심한 수준의 거품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끼어 있다는 게 중론이었지.
‘성적에 플루크가 꼈던 거니까. 기량이 아니라. 서클, 슬라이더, 컨트롤은 아직 여전해.’
다만 발전한 기량 자체가 거품일 거라는 예측과는 달리,
분석을 보면, 장점이었던 제구나 서클, 슬라이더 같은 건 여전히 좋다.
순수하게 스터프가 부족하기에, 성적만 내려갈 뿐이지.
이건 그나마 안심할만한 일이었다.
‘최소한 기대치는 여전하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센세이셔널했던 활약으로 구단이 생각하는 고유석의 기대치, 즉 실링은 4~5선발에서 2~3선발까지 올라갔다.
성적은 떨어졌지만, 기량은 여전하기에 실링 자체는 여전히 똑같은 평가를 받고 있고.
‘뭐, 성적이 떨어지는 걸 보고, 조금만 더 버텼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지만··· 멍청한 소리지.’
허나 팬들을 사로잡았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현재는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는 건 확실했기에, 섣부른 합의에 아쉬워하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데이비드 포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니까.
무사사구 완봉승이 올라간 순간, 이미 그들의 패배는 확정됐다.
억지로 더 버티려고 들었다간, 괜히 선수와 관계만 벌어지고, 성난 팬들이 횃불 들고 일어섰겠지.
‘뭐, 사장님이야 조금 속이 쓰리시겠지만. 이미 합의한 이상, 최대한 그를 믿고, 밀어주는 수밖에 없어.’
성적에 끼었던 커다란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예전보다는 반응이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에이스 팬들에게 구단 팜에서 최고의 유망주는 고유석이었다.
잘할 때 보여준 고점이 워낙 높다보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거지.
최소한 그런 팬들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에이스 역시 그를 믿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구단 직원들으 그의 잠재력에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최대한 맞춰주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었다.
‘인스트럭터··· 쓰읍, 좀 난감하긴 하지.’
당장 운영팀에서는 얼마 전에 있었던 에이전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에이전트 혹은 선수가 요구한 인스트럭터를 고용하기 위해서.
‘아예 관심도 없어 보이는 마크 벌리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아무런 인연도 없는 우리가 설득할 수 있을까? 다저스 쪽이랑도 손 털었다는데.’
원래 구단이 생각한 인스트럭터는 마크 벌리였다. 비슷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에이스에서 본 고유석이란 선수의 최대치가 그였으니까.
하지만 은퇴 이후 조용한 삶을 원하는 마크 벌리였기에 섭외에는 난항을 겪었고. 결국 포기하려던 찰나 저쪽에서 먼저 다른 사람을 요구했다.
‘일단은 최대한 노력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안 들어주는 것과 못 들어주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혹시라도 책을 잡히는 순간 기만행위라며 아주 더럽게 물고 늘어질 텐데, 고유석을 높이 평가하는 데이비드 포스트기는 하나, 그 꼴을 보기는 싫었다.
‘뭐, 혹시 모르지. 경기보고 혹 해서 흥미가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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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흐음···”
-세이프!
“흐으으으음···”
덩그러니 소파에 앉은 남성은 낮은 침음성을 흘리며, 중계가 한창인 화면에 집중했다.
심기가 불편한 듯하면서도, 때때로 흥미가 생기는 듣 눈동자가 반짝였고.
특히나 서클 체인지업이 나올 때는 저도 모르게 등받이에 뉜 상체를 일으키기도 했다.
“쯧.”
그러다가도 이내 혀를 차며 다시 몸을 뉘는데,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남편의 모습에 그의 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거절하지 그래? 계속 전화 온다며?”
“거절해도 계속 질척거리니까 문제지.”
그의 말에 부인은 피식 웃었다. 속이 다 드러나는 말이니까.
그녀가 아는 남편의 성미는, 아니다 싶으면 단호하게 끊는 것이 특징이다. 그점이 좋아서 사랑에 빠지게 됐고.
제 아무리 질척거린다 해도, 마음에도 없는 걸 계속 붙드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무언가 걸리는 게 있다는 거겠지.
“당신이 보기에는 어때?”
“뭐가? 저 투수? 당신보단 훨씬 못하네.”
“그건 당연한 거고.”
자부심 가득한 말이지만,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남자보다 못하는 건 거의 모든 투수들에겐 당연한 말이니까.
그럼 뭘 물은 거지? 부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남자는 화면을 딱 멈췄다.
“저거 말이야, 서클 체인지업. 당신이 보기엔 어때?”
“저건 좀 비슷할지도?”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건 엄청난 고평가였다. 감히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조차 놀라운 일이니까.
더욱 놀라운 건 남자 역시 부정을 안 했다는 것이고.
‘6월부터 갑자기 좋아졌다고 했던가? 감을 잡은 거군,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그래, 저것 하나만 보면, 어째서 자신에게 그토록 머리 숙여 비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굉장한 위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최고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나머지 것들이 심각하게 별로야. 슬라이더는 수준이하에, 패스트볼은 완전히 쓰레기. 커브는··· 본 적이 없네. 던진다는 것 같은데.’
그나마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있는 건 제구력 정도? 그 외의 나머지는 심각하게 쓰레기다.
‘그런데, 쓰읍- 뭔가 좀 걸린단 말이지.’
다시 고민에 잠긴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저은 부인은 이내 무언가를 내밀었다.
“뭐야? 소포?”
“당신한테 왔던데?”
딱히 소포를 보낼 사람은 없고, 무언가 주문한 것도 없기에 갸웃거린 그는 소포에 붙은 송장을 확인했다.
‘보스턴? 보스턴에서 누가 이런 걸···’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자를 뜯은 그였지만, 생각과 다르게 상자 안에는 웬 종이뭉치가 두둑하게 쌓여 있었다.
설마 고소라도 당한 건가 싶어 확인해본 종이는 보고서 비스무리했다. 골치 아픈 숫자도 가득했고.
그에 흥미를 잃은 남자였지만, 대충 쓱 훑어보던 눈빛은 점점 더 깊고 진중해졌다.
‘거참, 대체 누가 이런 걸- 보라스 코퍼레이션?’
종이뭉치, 아니 자료의 맨 아래에는 웬 명함이 한 장 깔려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남자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것 봐라··· 이렇게 나를 설득해보시겠다? 자신감이 대단하네.”
그의 시선은 다시 화면으로 향했다. 브라이언 매켄지. 화면 속 저 애송이의 에이전트라는 건데.
그것 참··· 은퇴한 전직 투수로서 끌릴 수밖에 없는 말을 내뱉었다.
‘함께 최고의 투수를 만들어 보자?’
비시즌 트레이닝 이후에도 부족하다 싶으면, 그냥 거절해도 좋다고 하는데···
“좋아, 어디 한번 얼굴이나 보자고.”
“하려고? 영 아닌가 싶더니. 그리고 웬만하면 여기서 애들 코치나 계속 하겠다며?”
“그냥 얼굴이나 볼 겸, 파트타임 한번 뛰는 거지.”
별거 아니라는 듯 파트타임이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모를 흥분감이 감도는 남자의 표정에 부인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현역시절에는 타자들을 속여 넘기더니, 이제는 자기 스스로 감정마저 속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