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8화 (8/316)

8화

“스트라이크 아웃!”

루킹삼진.

주심이 아주 요란하게 움직이며 우렁찬 삼진 콜을 보였다.

저런 행동이 또 관중들에게 보는 맛을 주기도 하지.

애석하게도 지금은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지만.

‘7회도 세이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타자.

그를 잠깐 눈에 담았다.

이번 경기 마지막 타자고, 삼진까지 당해준 고마운 녀석이다. 저 녀석 덕분에 경기는 더욱더 완벽해졌고. 그러니 고마워해야지.

진심을 담아 경의를 표한 뒤, 잠시 마운드에 우두커니 서서 몸을 점검했다.

‘좀 힘드네. 투구수도 이제 딱 100개 넘겼겠고.’

이번 이닝도 이걸로 끝.

아슬아슬하게 삼자범퇴로 막았다.

잘하면 완봉도 가능해 보이지만.

아마 다음 이닝은 없겠지.

투구수도 꽉 찼고. 브레그먼을 잡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서 그런지, 아니면 불펜으로 뛰다가 체력조절하는 방법 까먹은 건지. 스스로도 조금 힘들었으니까.

원래는 110구, 120구씩 던지면서, 9이닝 완투해도 쌩쌩했는데, 약해졌구만, 약해졌어.

‘이대로 내려간다 쳐도 7이닝 무실점 11탈삼진. 피안타는 고작 두 개. 더럽게 잘했네.’

다행히 전력을 다한 보람은 있다. 원래 목표를 훨씬 웃돌다 못해, 내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오는 성적을 올렸으니까.

아마 기록도 좀 요동칠 거다. ERA도 훅 꺼질 테고. 원래도 좋았던 볼삼비는 더 미쳐서 날뛰겠지.

허나, 그런 건 상관없다.

성적이야, 계속 버티기만 한다면, 앞으로 쭉쭉 좋아질 테니까.

‘이 정도쯤 했으면, 그래도 좀 더 시간을 주겠지?’

오늘 경기가 언제쯤 전해질까.

저 높은 프런트에게로.

부디 그 시기가 최대한 빨랐으면 좋겠는데.

“와아아아아!”

“X나게 잘하네! 크하하하, 이름은 X신 같은데. 실력 있는데?”

“You-Suck! You-Suck!”

마운드를 내려가니. 관중들이 갑자기 나한테 욕한다.

뭐지, 자기네 홈팀 쥐잡듯이 잡아서 화났나? 아니, 자세히 들으니까 내 이름 같기도 하고?

X바, 헷갈려 죽겠네.

고유석, 한국에서는 평범한 이름인데, 여기오니 죄다 욕하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튼 관중 반응도 열광적이다.

마이너 경기라서 그런지, 상대팀 투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어쩌면 팀과 상관없이 그냥 잘한 놈에 대한 예의일 지도 모르고.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더블A에 올라온 뒤로는 이 정도 환호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아니, 사실 내 스타일 자체가 관중들이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다 보니. 그전에도 박수까지 받아본 적은 없네.

기껏해야 잘했다는 말 정도?

‘프런트도 이런 반응이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투수로서 무척이나 기쁜 순간이고. 아마 기억에도 남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생존이었다.

“수고했어, Go.”

“이번이 마지막이죠?”

“이번 경기의 마지막이지. 확신하는데, 넌 무조건 남을 거야. 내가 단장 바짓가랑이라도 붙들어서 그렇게 만들 거니까.”

벤치로 돌아가니, 존 와스딘이 반겨주는데, 요즘 따라 뜻밖의 면면을 자주 보네.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알았으면, 진작 좀 살갑게 굴어보는 건데 말이야.

“바짓가랑이로 되겠어요? 저는 코리안이니까 안 되지만. 코치는 미국인이니 어떻게 총이라도 한 자루 챙겨서-”

“총이라면 충분히 있잖아?”

“그렇긴 하죠. 남자라면 누구나 한 자루씩 가지고 있긴 한데···”

그런 감정을 담아 슬쩍 농담하니 씨익 웃는데, 뭔가 든든하다.

수고했다며 내 등짝을 두들긴 존 와스딘은 보란 듯이, 오늘 경기 내 피칭 내용을 담은 종이를 펄럭였다.

“그 총 말고. 이거 말이야. 지금 상황에 이거만큼 성능 좋은 총이 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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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MLB 드래프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1라운드 여섯 번째 지명자는 투수···”

드래프트 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각 팀은 자신들의 상황과 비전에 맞추어 선수를 지명했고. 지난 시즌 성적이 개판이 난 덕분에 1라운드 6번째 지명팀인 오클랜드의 선택은 플로리다 대학교 출신의 투수, AJ 퍽이었다.

‘향후 선발투수를 꾸준하게 수급하려면, 차근차근 쌓아야지. 우리처럼 스몰마켓은 그것 말고는 없으니까.’

팬들의 앞에서는 윈나우라고 떠들고 있지만, 결국 리빌딩이다.

단년 계약을 맺은 리치 힐이나, 트레이드로 데려온 크리스 데이비스 등.

몇몇 선수들이 예상치 못한 대활약을 보이기는 하나.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성적은 바닥을 기고 있으니까.

그러니 돌고 돌아 다시 리빌딩인데, 향후 미래를 위해서는 최대한 투수, 특히나 선발투수를 드래프트를 통해 수급하는 것이 중요했다.

애초에 팜에서 투수를 꾸준하게 키우는 것이 머니볼의 핵심이니까.

‘후우··· 이번 픽이 성공하길 바라야겠지.’

물론 항상 두려움은 있다.

NCAA를 휩쓴 유망주가 더블A조차 올라가지 못하며 몰락하고.

반대로 하위라운드, 10라운드 이하에서 지명한 선수가 뜬금없이 팀을 구원할 구세주가 되기도 하는 게 야구니까.

부디 이번 1라운드 픽의 주인공인 AJ 퍽만큼은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간절히 기도했다.

“마이너 팀 보고서, 다시 검토할 거니까, 다 가져와 줘.”

“네, 그런데···”

어차피 1라운드 지명은 전날 무사히 끝마쳤고, 선수 사인만 받으면 되니, 상관없다.

나머지 라운드들 또한 이미 스카우트팀과 분석팀 그리고 운영팀 간의 긴밀한 회의 끝에 이미 계획된 상태고.

그렇기에 잠시 드래프트는 내려놓은 포스트 단장은 대충 비서에게 손짓하다, 말을 흐리는 비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제라도 있어?”

“아뇨, 그건 아니고, 미들랜드 락하운즈에서 오늘 막 새로운 보고서를 올려서요. 이메일로요.”

“저번 보고서에서 뭔가 누락시킨 게 있나보지. 그것도 나한테 보내고. 일단 나머지부터 가져와 줘.”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더니, 별 사소한 문제였다.

피식 웃는 포스트 단장에 비서는 재빨리 보고서를 올렸고, 그는 이미 한 차례 간략하게 읽었던 그것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었다.

결정이야 충분한 회의를 거친 뒤에, 운영사장께서 하겠지만. 그래도 단장이니 만큼 먼저 사전 검토 정도는 해야하니까.

‘어디보자 내슈빌 쪽은···’

가장 먼저 트리플A.

내슈빌 사운드.

가장 상위 클래스의 마이너리그인 만큼 중요도는 높다. 유사시 급하게 올릴 예비 전력들이니까.

1~2년쯤 더 지나면 쳐내야 할 선수들도 많았고.

‘라스베가스는 대충 됐고. 락하운즈, 새로 또 보냈다고 했지?’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더블A, 미들랜드 락하운즈다.

구단 팜의 대부분 주요 유망주들이 속해있는 곳이니까.

트리플A와 달리 재능 넘치면서도 나이까지 어린 선수들이 많고.

특히 향후 리빌딩을 위해서는 더블A 투수들의 성장이 가장 최우선 과제이기에. 락하운즈에서 올린 보고서를 다시금 꼼꼼하게 읽은 프로스트 단장은 곧 오늘 보냈다는 파일을 열었다.

‘뭘 누락시킨 거야? 음··· 아, 최근 경기 성적이군. 허, 어제 경기까지? 크리스텐슨 감독, 이렇게 꼼꼼한 사람이었던가?’

메일에는 6월 4일부터 6월 10일, 1라운드 픽이 한창이던 어제 경기까지의 경기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 급하게 작성해서 보낸 건가?

뜻밖의 꼼꼼함에 헛웃음을 흘린 포스트 단장은 천천히 읽던 중 이내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좀 이상했으니까.

‘다른 선수들은 이전 보고서랑 크게 다를 게 없는데··· Go, You-Suck?’

정확하게는 한 선수의 성적이 이상했다.

고유석. 기억은 난다. 그가 아직 부단장 딱지를 달고 있던 시절, 국제 계약으로 영입된 선수인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기대를 받았었다.

‘6.5ft의 신장에 팔 길이도 준수하니. 골격 자체는 제대로 타고난 선수였지.’

구속이 느린 게 흠이나.

아직 어린 선수이고, 훌륭한 체격을 갖췄으니, 향후 성장이 완료되고 벌크업도 한다면 구속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지. 1마일도 오르지 않았으니까.’

충분히 우람해진 뒤에도 단 1마일조차 오르지 않은 구속.

무브먼트나 스터프 쪽에서도 발전 여지가 보이지 않아, 그대로 잊혀졌다.

스카우트 팀에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Go라고 지칭하다가, 이후 기대이하의 성장을 보이자 Suck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애초부터 엄청난 기대는 없었지. 싼값에 데려온 선수니까.’

오늘 지명한 AJ 퍽에게 예정된 계약금과 비교하면 반의반조차 안 된다.

그쪽 나라, 그러니까 코리아 출신 선수들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의 금액이고.

복권 정도로 생각하면서 데려왔는데, 긁었더니 꽝이었던 거지.

그래도 싱글A와 하이A에서 어찌어찌 성적은 제법 잘 낸 탓에 더블A까지 올라갔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았다. 더블A부터는 확 달라지니까.

‘쓴맛을 보겠구나 생각했지. 더블A부터는 어설픈 기교 정도론 상대가 안 되니까.’

실제로 이전 보고서에 기록된 성적은 딱 예상대로다. 처참하게 털렸고, 그로인해 선발에서도 밀려났다. 그래서 다시 하이A로 내려보낼 계획이었는데···

“6월 4일 5회 초 교체투입. 3이닝 퍼펙트 5탈삼진. 그리고···”

분명히 그랬었는데.

6월 10일 선발등판.

7이닝 무실점 2피안타 11탈삼진, 무볼넷, 무사사구.

이 성적은 대체 뭘까?

“라울 알칸타라나, 코리 왈터, 하다못해 다니엘 고셋이 아니라, Go라고? 이름을 잘못 기입한 거 아니야?”

오늘 왔다는 보고서. 그곳에 기입된 6월 4일부터 갑자기 성적이 급변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3이닝 퍼펙트야 투수라면 누구나 특별히 잘 긁히는 날이 있으니, 어찌어찌 이해하겠는데. 선발등판해서 7이닝 동안 탈삼진만 11개? 피안타는 고작 둘?

‘코퍼스 크리스티 훅스면, 애스트로스 팜인데, 거기 분명 괜찮은 타자들이 제법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성적을 냈다고?’

겨우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섣불리 간과할 수가 없었다.

특히나 투수는 예민한 동물인지라, 언제든지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기에 더욱더 그렇고.

‘예상보다 훨씬 포텐셜이 있었던 건가?’

혼란스럽다.

일시적인 폼 상승 정도로 넘기기엔, 심하게 찝찝한 성적이니까.

또한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사놓고 바지 뒷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뒤 잊어버렸던 복권 한 장이 오늘에서야 당첨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네,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락하운즈 10일자 경기 영상 좀 구할 수 있습니까? 네, 어제 경기요. 그럼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정확한 확인작업이 필요할 것 같았다.

####

훅스를 손쉽게 때려잡고(?)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챙긴 뒤, 프리스코를 거쳐서 우리는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사실 시리즈 스코어 1승 3패로, 루징 시리즈니 때려잡았다고 말하면 좀 우습긴 한데.

어쨌든 나는 훅스를 때려잡았으니까.

그럼 된 거지.

팀 성적이 뭐가 중요하겠어? 내가 잘하는 게 최고지.

‘오늘이지. 운명의 순간이.’

아무튼 행복한 승리와 X같은 여행길을 뒤로하고 홈으로 돌아왔으니 기뻐야 정상인데··· 그렇지가 않다.

원정 도중에 아래로 내리는 팀이 어딨어? 일단 홈으로 돌아오고 나서 내보내는 거지.

차라리 중간에 만났던 프리스코 러프라이더스(레인저스 산하)와의 시리즈에서 중계투수로라도 나갔다면 좀 안심됐을 거다. 그래도 써먹기나 하는구나, 했을 테니.

허나 그러지 않고, 시리즈 4경기 내내 얌전히 숙소 방과 벤치 안에 쳐박혀 있었던 터라 조금, 사실 많이 쫄렸다.

‘아니, 솔직히 7이닝 무실점에 탈삼진도 11개나 잡았으면, 인정해줘야 정상 아니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차마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을 때.

짐을 챙기고 숙소로 올라가기 직전, 존 와스딘이 다가왔고. 표정은 어두웠다.

마치 안 좋은 소식을 품은 사람처럼.

“Go.”

“···네, 코치.”

‘하, 다시 내려가는구나. X같은 하이A로. 지금 내려가면··· 또 내년에나 더블A 밟겠네. 아니, 쉬바 이 정도 성적 찍었는데 내려보내?’

차라리 지난 등판에서 똥이라도 푸짐하게 쌌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던질 건 열심히 다 던져 놓고 내려간다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다 터진다.

이번에는 진짜라고 엄마한테 큰소리 떵떵 쳐놨는데··· 심지어 어제 엄마가 40만원이나 보내줬다고! 운동선수는 단백질 많이 먹어야 한다면서! 양껏 사먹으라고!

이런 시부랄거!

“갑작스럽게 말해서 미안한데-”

“코치, 솔직히 저 진짜 잘하지 않았어요? 코치도 그랬잖아요.”

“어? 잘했지, 엄청. 솔직히 말하면, 마이너에서 그 정도 피칭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그만큼 그날 Go, 네 피칭은 대단했어. 완벽했고. 그건 확실해.”

그나마 좀 마음이 풀린다.

날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

끓어오르던 속이 조금 진정됐고,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존 와스딘은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이 양반도 열심히 어필은 했겠지.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뿐이고.

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좀 풀렸다.

“그럼 Go, 수고했어. 내일도 좀 수고해줘.”

“네··· 그럼 바로 짐 챙길- 예?”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나는 Go, 널 추천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왈터도 큰 부상이 아니었잖아? 그래서 경과를 살펴본다고 결정이 늦었네.”

“아니아니, 그거 말고요. 저 안 내려가요?”

이번에는 오히려 저쪽이 이상한 표정이다. 그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냐는 눈빛인데?

매도당하는 것 같아서 묘하게 흥분, 아니 불쾌하네.

“네가 왜 내려가? 아니, 상식적으로 잘하는 투수를 왜 내려? Go, 지금 네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저번 경기 덕분에.”

“그건 그렇죠.”

맞는 말이다.

여전히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적당히 나쁜 정도로 올라갔으니까.

그렇다면 진짜로?

“내일 선발등판 준비 하라고 얘기할랬더니···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아니, 코치 표정이 문제죠. 무슨 그런 표정으로 사람한테 다가와요?”

“미안하니까 그렇지.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마운드에 올리는 건데, 안 미안하겠어?”

얼씨구? 누가 보면 아주 로맨티스트인줄 알겠어? 잘하기 전에는 안중에도 없던 양반이 말이야.

그래서 여전히 화나냐고 묻는다면, 그럴 리가. 아주 행복해 죽겠다.

여윽시 우리 코치님. 뱉은 말을 지키는 남자라니까. 이 양반 요즘따라 점점 이뻐진단 말이야? 숭숭 빠진 머리카락도 왠지 좀 풍성해 보이고.

아, 마지막 거는 혹시라도 입밖으로 내뱉지 않도록 조심하자.

흥에 취해서 뱉었다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날 방출시키려고 할 테니까.

“그럼 내일도 잘 부탁 해. 저번 경기처럼···은 솔직히 욕심이고. 비슷하게만 가보자. 지금 성적 적당히 유지만 해도, 충분히 잘하는 거니까.”

“어우, 그럼요. 당연히 잘하고 말고요. 그럼 올라가 보겠습니다.”

경계를 하니, 또 진저리를 친다. 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위인데 이해를 못 해주네.

충성충성! 아주 오클랜드 최고다! 그럼그럼! 빌리 빈이, 그리고 그-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운영사장한테 가려져서 존재감 없는 우리 단장님이 어떤 분인데! 이렇게 잘한 선수를 허무하게 내려버릴 리가 없지!

‘최소한 시간은 벌었다.’

기쁜 마음으로 흥겹게 숙소로 돌아오니. 조금 흥분이 가라앉았다.

가슴 한 켠이 시원하다. 당장은 걱정을 내려놓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물론 이것이 잠깐의 유예기간인지, 아니면 정말로 더 두고보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든지 간에 상관없다.

자신 있었으니까.

‘주어진 시간 동안 제대로 다져 놔야지. 흐물흐물한 발판을. 다시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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