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리치 힐이 6이닝 1실점을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지난 1차전처럼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공격의 물꼬가 트인 애슬레틱스가 7회와 8회에 각각 1득점씩을 더 올린 반면.
“스트라이크 아웃!”
다저스의 점수판은 그대로 동결되어 있었으니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7회 말부터는 평소처럼 인터벌의 속도까지 가속하는 모습에 다저스 팬들은 그저 헛웃음만 흘렸다.
“미친놈이네.”
“미친놈이지, 지금은, 올해 10월은 그 미친놈이 제대로 미쳐버린 순간이고.”
자신들이 터무니없는 놈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으니까.
7회가 끝나고, 8회마저 끝났을 때, 여전히 벤치의 한쪽에 앉아 그라운드만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조금은 존경심마저 들기도 했다.
“진짜로 완투네. 오늘도.”
“쟤 정규시즌에 몇 이닝 던졌더라?”
“259이닝. 이제 303이닝이네."
“1년 동안 303이닝이라니, 우리 아버지가 야구 볼 때나 투수들이 그렇게 던졌겠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2018년 동안 300이닝을 넘긴 투수가 여전히 멀쩡했으니까.
그토록 긴 이닝을 간신히 버티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인데, 심지어 여전히 강력하지. 어쩌면 더욱더.
그렇기에 공포나 두려움, 증오가 한계치를 넘으면서 남은 감정은 그저 경외감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혹독하게 당하고 있는 다저스의 선수들마저도 비슷한 시선으로 애슬레틱스 덕아웃을 바라보기도 했고.
“그래! X발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라!”
“애매하게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화끈하게 지는 게 낫지!”
그래서인지, 경기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욕설이나 야유로 가득했던 경기장은 어느덧 마치 콜리시엄처럼, 그를 향한 응원이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이미 패배는 결정됐고, 돌이킬 수도 없으니, 다저스 팬들 역시 그저 즐기기 시작했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어쩌면 한동안은, 한 세대 동안은 보기 힘들지도 모르는 장면이었으니까.
“아웃!”
그리고 마침내 9회 초가 지나고, 마지막 이닝이 다가왔을 때.
역시나 또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를 바라보며. 몇몇 이들은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그것은 곧 주변으로 전염되어, 그가 마운드 위에 우뚝 섰을 때는 이미 다저 스타디움의 대부분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끝까지 가자!”
“네가 만든 경기니까, 손으로 직접 끝내!”
“X나게 잘하나 X발새끼! FA까지 몸 건강하게 있어라! 우리가 데려갈 거니까!”
그런 관중들의 모습에 잠시 숨을 고르는 건지, 꼿꼿하게 선 투수는 조금은 옅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마치 그들이 자신에게 표현한 경외감을, 그 역시 관중들에게 돌려주듯이.
“휘이이이이익!”
어쩌면 처음과 반대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내지른 휘파람 소리와 함께.
“스트라이크!”
오늘의 마지막도 찾아왔다.
다가온 마지막 이닝에서, 기꺼이 표출한 존경심과는 별개로, 다저스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난 8회 말, 안타를 한 차례 허용하면서, 9번타자부터 시작한 타순에 또다시 대타가 나왔으니까.
지난 1차전에서 안타의 주인공이었던 작 피더슨이 다시금 대타로 타석에 올랐고.
그는 부디 그날처럼 행운이 자신에게 따르기를 기도했지만.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포심은 그저 그의 몸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아웃!”
연달아 같은 코스로 던진 커터 역시 여전히 힘을 유지한 채로 묵직한 무게감으로 배트의 안쪽으로 박혔고.
스치듯 빗맞은 타구는 투수 스스로 가볍게 처리하면서 원아웃이 올라갔다.
‘그냥, 제대로 하나만 날려보자.’
그다음으로 타석으로 입성한 키케 에르난데스는 데이비드 프리즈와 교체되어 타석에 올라, 삼진으로 물러났던 지난 6회 말을 교훈삼아.
욕심을 내려놓은 채, 그저 올곧게 뻗는 타구 하나를 날려보자는 마음으로서 승부에 임했지만.
“파울!”
그때처럼, 아니, 더욱더 무겁게 발사된 패스트볼은 사심을 버린 배트마저 불도저처럼 밀어내며, 어쩌면 그마저도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스트라이크!”
“파울!”
그럼에도 그는 이를 꽉 깨물고, 엉덩이에 힘을 꽉 주면서, 어떻게든 공을 날려 보내려 했지만.
“아웃!”
그런 타자를 농락하듯, 유유히 날아든 체인지업은 타이밍이 어긋난 스윙에 가볍게 부닥치면서, 다시금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2번타자 맥스 먼시. 그가 홈 플레이트로 향했을 때, 어쩌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떠날 준비를 갖췄다.
모든 이들이 예언자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으니까.
“스트라이크!”
투수는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올릴 거다. 패스트볼이든, 오프스피드든, 브레이킹볼이든.
역시나 초구로 유유히 날아든 체인지업이 글러브로 들어갔고, 타이밍을 잃은 듯, 타자는 멍하니 바라봤다.
“스트라이크!”
2구 역시도 스트라이크일 거다. 초구가 체인지업이었으니, 패스트볼일수도 있고, 혹은 역으로 꼬아, 연이어 오프스피드일 수도 있겠지.
정답은 후자였다.
몸쪽으로 가파르게 꽂힌 체인지업에 맥스 먼시는 크게 헛스윙하면서 두 번째 삼진을 올렸다.
여기까지 온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 구를 빼든지, 아니면 멈추지 않고 과감하게 집어넣든지.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이겠지.
세 번 연속으로 던진 쓰리핑거 체인지업이 맥스 먼스를 다시 한번 돌려세우면서. 그런 예측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이뤄졌다.
경기 전, 오늘도 다저스가 그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리라고 예측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만 한 가지 그런 예상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런 경기의 결과를 받아들인 다저스 팬들의 감정이었다.
“진짜로 또 완봉을 하네.”
“수고했다! 덕분에 아주 좋~은 구경했어.”
“이렇게 된 거, 7차전에서도 그렇게 해, 아예 끝을 보자고!”
또다시 찾아온 처참한 패배에 그들은 예상처럼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그저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포스트시즌에서만 다섯 경기 째, 그리고 정규시즌까지 포함하여, 결국 자신들의 레전드, 돈 드라이스데일을 넘어 일곱 경기 째 연속으로 완봉을 해낸 투수였기에.
비록 지금 이 무대가 월드시리즈이고, 그 투수가 자신들의 적이기는 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마땅히 찬사를 받을 만했으니까.
그렇기에 10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던 27일의 밤, 월드시리즈 4차전은 4대0, 홈팀의 영봉패에도 환호성이 울렸고.
다저스의 팬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순수한 야구팬으로서,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경외심이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앞으로 매년 포스트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계속해서 회자될 새로운 가을의 전설의 탄생을 축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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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그날 밤은 편안했다.
다 끝나고 나면, 몸이 식어버린 뒤에는 지치거나, 조금은 힘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오히려 요 근래 들어서 가장 깊은 숙면을 취했지. 하루가 정말로 만족스러웠다는 것처럼.
나한테 감화되기라도 한 건지, 환호를 보내줬던 다저스 팬들의 모습이 기분 좋게 머릿속에 남은 것 덕분일지도.
‘꿈이었으니까, 다저스는. 사실 내 나이 대는 대부분 그렇겠지. 그걸 바라보면서 자랐으니.’
예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꿈이었다. 다저스의 에이스가 되는 것 말이야.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코리안 특급을 보면서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키웠던 야구소년들이라면 대부분 그럴 거다.
그렇기에 어쩌면 어젯밤 그 어릴 적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했기에 후련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3일 휴식하고 또 완봉한 나를 배려해서, 이번에는 동료들이 날 때리거나 드는 등의 지랄발광을 하지 않은 덕분일 수도 있고.
‘사실 이쪽이 더 가능성은 높지.’
뭐가 됐든 몸은 여전히 가벼웠다. 그렇게 가벼운 몸을 이끌고 호텔 식당에 내려가니.
깊은 숙면을 취하느라 내가 가장 늦었던 건지, 식당은 동료들도 바글바글거렸다.
“오늘은 불펜데이던가?”
“일단 선발은 에드윈인데, 아마 3이닝 정도만 던지겠지.”
“이번 경기로 끝을 봐야지.”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니, 설마 하니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고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나도, FA나 트레이드로 다른 팀 간 뒤에나 해볼 줄 알았어.”
다들 밝은 분위기였지. 아주 희망차기도 했고. 하나 같이 웃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시리즈 스코어 3대1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밖에 남겨두지 않았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불펜데이라, 챔피언십 4차전처럼 갈 거라고 했었지?’
사실 미리 계획딘 일이다. 내가 4차전에서 완봉하면, 지난 챔피언십 4차전처럼 강력한 불펜을 몽땅 쏟아부어서 다저스를 압사 시킨다는 계획이지.
내 덕분에 하루를 통으로 쉬면서, 불펜진 체력이 쌩쌩하니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내려오면서 가볍게 휴대폰으로 훑은 언론에선 우리가 오늘 우승을 결정지을 거라고 예측했다.
적어도 이번 시즌 우리 불펜은 철벽과도 같으니,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다저스의 마지막 불꽃마저 잠재울 거라면서.
“Suck 왔어? 조금 더 자지 그러냐. 많이 피곤할 텐데.”
“멀쩡하니까 걱정 마.”
“아직도 멀쩡해? 새삼스럽긴 한데, 너도 진짜 괴물이긴 괴물이야.”
“그래도 오늘은 편히 쉬어. 아예 덕아웃에 이불 깔고 누우라고. 넌 그럴 자격 있으니까.”
“그래, 그러고 있으면 우리가 알아서 우승반지 예쁘게 포장한 다음 너한테 안겨줄 게.”
“씁, 아쉽네. 우승은 콜리시엄에서 하고 싶었는데. 낡긴 했어도 일단은 우리 홈이잖아?”
“커미셔너 트로피랑 같이 돌아가면 되지. 카 퍼레이드도 하고.”
우승이 코앞이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5차전의 승산도 우리가 더 높게 점쳐지고 있으니. 다들 아주 난리도 아니네.
그래서 살짝 불안했다.
김칫국을 원샷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느낌이 안 좋단 말이야.
‘혹시 모르니, 7차전 등판도 준비는 해둬야겠네.’
기왕이면 이대로 우승을 차지하는 게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 마지막 끝장전까지도 각오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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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이 총력전을 벌일 5차전을 앞서, 여러 매체와 언론은 이번 경기에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으리라고 예상했다.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가 다시금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투수로서 내세운 반면.
애슬레틱스는 소니 그레이에게 그런 부담을 맡기지 않으며, 4선발인 에드윈 잭슨을 선발투수로 예고했기에. 비록 선발 싸움에서는 다저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지난 경기에서 약간은 불펜을 소모했던 다저스와 달리. 애슬레틱스는 고유석이 또다시 완봉을 해내면서, 불펜 전체에 고스란히 휴식이 주어졌으니.
강력한 불펜진을 자랑하는 애슬레틱스가 다저스를 틀어막으며, 마지막 1승을 달성하리라는 예상이 짙었다.
-쳤습니다!
-다저스 팬들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네요. 클레이튼 커쇼가 또다시 1회부터 실점을 올립니다. 좋지 않아요.
이어진 경기에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커쇼의 실점으로 경기가 시작되면서.
어쩌면 그러한 예측들처럼 경기의 기세가 애슬레틱스로 기울어가는 듯했다.
오클랜드 그리고 그 이외 지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애슬레틱스 팬들은 어쩌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승을 예상하면서 몸을 떨었고 말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에드윈 잭슨이 동점을 내줬습니다만, 그래도 그 이상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3회 말을 마칩니다.
하지만 3회 말.
에드윈 잭슨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묘하게 이어졌다.
초반의 실점에도 불구하고, 1차전처럼 무너지지 않으면서 커쇼가 잘 버텨냈으니까.
비록 예상처럼 애슬레틱스 역시 빡빡한 불펜 운용으로 다저스를 틀어막으면서, 1대1의 동점으로 5차전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6회에 다다랐다.
ー쳤습니다! 쭉쭉 뻗어가는 타구! 좌측 펜스 상단부를- 강타합니다! 또다시 리드를 선점하는 애슬레틱스!
-1차전과 달리, 오늘은 잘 버텨줬던 커쇼입니다만, 아쉽게 됐어요.
6회 초, 또다시 커쇼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애슬레틱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의 막바지에 다시금 우위를 선점했으니, 이제 철벽 같은 필승조가 가동되어, 경기를 끝마치는 일만 남겨뒀으니까.
그리고 6회 말.
필승조의 시작과 같은 유스메이로 페팃이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에게 손쉽게 삼진을 잡아내면서, 그와 같은 기대를 이루어줄 것 같았지만.
-데이비드 프리즈를 대신해, 코디 벨린저가 타석에 올라섭니다.
-쳤습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코디 벨린저! 챔피언십의 히어로가 또 한 번 팬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그 직후 경기는 서서히 애슬레틱스의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또다시 홈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아픔을 안겨주지는 않겠다는 듯.
코디 벨린저의 홈런을 시작으로, 다저스가 다시금 끈질기게 애슬레틱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으니까.
-저스틴 터너의 2타점 적시 안타!
-이번 시즌, 클로저나 다름없는 활약을 보여줬던 블레이크 트라이넨인데, 월드시리즈에서 무너지는군요.
그리고 마침내 8회 말.
결국 다저스가 애슬레틱스의 철벽을 뚫어내면서,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아웃! 다저스가 5차전을 간신히 따내면서! 월드시리즈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대로 점수가 굳어지면서 4대2,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두 번째 승리를 올렸고.
그것으로 일찌감치 끝내자던 기대와 달리, 시리즈는 다시 오클랜드, 콜리시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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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예감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좋은 예감은 확률이 반반에 가까운데, 불안한 건 거의 80%는 되지.
“우승반지 가져다주겠다더니.”
“어흠흠, 기왕이면 콜리시엄에서 하는 게 그림이 예쁘잖아?”
“그럼그럼, 아무리 그래도 트로피는 홈에서 들어야지.”
이번에도 제대로 적중했네.
5차전 날, 호텔 식당과는 달리,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은 조금 조용했다.
김칫국을 시원하게 드링킹 하면서 아주 온갖 설레발을 떨더니, 이럴 것 같더라.
특히나 나한테 큰소리 떵떵 쳤던 제드 라우리나, 마커스 시미언 등은 민망한 건지 괜히 먼 산을 봤고 말이야.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기세가 떨어져 있었는데, 오히려 나쁘지 않지.
너무 과하게 좋은 것보다는 적당히 위협감을 가지고 있는 쪽이 나으니까.
‘이러다가 진짜 7차전까지 가겠는데?’
다만 다저스의 기세가 살아났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야.
원래 기쁜 일을 함께한 사람보다는, 힘든 일을 함께한 이들이 더욱더 돈독한 법이거든.
치열한 경기 끝에 2승을 이뤄내면서, 나한테 탈탈 털린 탓에 조금 흔들렸던 다저스가 단단하게 단결됐지.
‘그나마 소니가 선발등판하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다저스를 상대하는 것이 5일의 휴식을 취한 소니 그레이이기에.
시리즈가 조금 더 끌리기는 하더라도, 결국 6차전에서 결판이 나리라고 예상했지만···
“이건 예상 못했는데 말이야.”
5차전 앞두고 온갖 설레발 다 치다가, 꼴랑 2점 낼 때부터 느낌이 안 좋더니. 이 개쓰레기들이 여기서 기복이 터지네.
타선의 부진으로 패배로 치달은 경기를 바라보며 조금은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왜 이렇게 흥분되냐.’
그토록 바랐던 월드시리즈 우승이 뒤로 밀려났음에도 이상하게 가슴이 요동쳤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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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월드 시리즈 6차전 경기 결과]
<(3)로스앤젤레스 다저스 3:1 (3)오클랜드 애슬레틱스 - 승리투수 : Ryu Young-Jin(6이닝 무실점 4피안타 1볼넷 6K>
6차전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애슬레틱스가 이번에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서, 결국 7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졌으니까.
<또 한번 애슬레틱스의 발목을 잡은 ‘기복’ 균등하지 못한 타선이 낳은 불상사!>
특히나 소니 그레이의 6이닝 2실점의 준수한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침묵하면서 패배를 맞이했기에, 더욱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다저스, 기적이 2연승! 나락에서 기어 올라오다!>
└다 끝났다 싶었는데, 이걸 또 동률을 맞추네.
└다저스도 진짜 끈질기긴 해. 우승이 더럽게 하고 싶나봐.
└작년에 그렇게 억울하게 우승을 뺏겼잖아?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이참에 7차전도 이기고 우승해야지! 기세는 우리가 더 좋아!
<류영진, 6차전 호투! 2018년 월드시리즈는 Korean Series?>
└이쯤되면 코시 맞지 않음? 한국인이 3승했는데.
└ㄹㅇ메쟈 하부리그 쉑들 한국에선 100승도 못해본 투수들한테 털리는 거 봐라.
└류영진 이번에 우승하면 프로에선 첫 우승 아님?
└당연히 첫 우승임. 뛴 팀이 다저스랑 호크스 뿐이니까.
작년 아쉬웠던 준우승과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시리즈 역시 7차전까지 끈질기게 이어가는 다저스의 저력에 감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모든 희망을 놓았던 다저스 팬들은 어느덧 애슬레틱스와 마찬가지로 코앞까지 다가온 우승에 다시금 기대감을 올리기도 했지만.
<5,6차전 충격의 연패! 애슬레틱스에게 드리운 암운?>
└암운은 무슨. 어차피 7차전에서 이길 건데.
└다저스 딱 한 번만 더 이기자! 제발!
└7차전 누구 나오는지 알지? 꿈 깨라.
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애슬레틱스 역시 확신을 놓지 않았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5차전이나 6차전보다도 더욱더 강력하게 승리를 믿었다.
<낭만이라는 이름의 혹사로서 완성된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이어진 시리즈, 시작과 마찬가지로 끝 역시 고유석!>
<끈질긴 다저스,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은 이번에도 ‘Suck'>
<월드시리즈의 Hero, 최후의 승리를 향해 나아가다!>
최후의 순간, 마지막 승리를 올려줄 투수가 2018년 10월의 마지막 등판을 예고했으니까.
본인의 손끝에서 시작됐던 위대한 시즌의 끝 역시 제 손으로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