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월드시리즈 1차전 결과]
<(0)로스앤젤레스 다저스 0:7 (1)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그치, 예정된 일이지. 솔직히 모르는 사람 있었어?
└애슬레틱스에 Go가 있는 이상 1차전 승리는 이미 기정사실이야.
<포스트시즌에서 네 번의 완봉, 한 번의 퍼펙트게임! 2018년의 10월은 Goctober!>
└한 포스트시즌 동안 완봉 네 번이라니··· 커리어 내내 포스트시즌에서 네 번 해도 Big Ball이라고 칭송받을 텐데, 말이 안 되네.
└데릭 지터나 레지 잭슨, 커트 실링, 크리스 카펜터, 범가너까지. 10월에 날뛰었던 Mr.October야 수없이 많았지만, 이 정도 파괴력은 이번이 처음이야.
└앞으로 포스트시즌은 의미가 사라질 거야. Go가 나와서 Go가 이기고, Go가 있는 팀이 우승할 테니까. Go가 메이저리그를 망치는 셈이지.
└FA되면 연봉이 대체 얼마일까? 1년에 7천만쯤 내라고 해도, 월드시리즈 우승할 수 있다고 하면 기꺼이 지갑 열 구단이 허다할 거 같은데.
└지금 페이스를 계속 이어간다는 가정 하에, 당장 올해 Go한테 당한 다저스, 레드삭스, 양키스는 단 년이라도 무조건 긁겠지.
└솔직히 기록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일이 언제 또 있을 줄 알고.
└어쩔 수 없지. 어디까지나 정규시즌 기록이니까, 뭐, 포스트시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사실 이쪽이 더 괴물 같긴 하지만.
<밥 깁슨의 월드시리즈 최다 탈삼진마저 탈취한 고유석! ‘아직도 더 할 수 있다!’ 끝없는 욕심!>
└이쯤되면 고유석이 안 한 기록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음?
└일단 불펜 쪽은 없지, 통산은 아직 부족하고.
└통산은 시간 지나면 다 갈아치울 거고. 불펜도 혹시 모름. 말년에 불펜 전환해서 또 기록들 다 갈아치울 지도.
└개소린데, 고유석이라서 그럴듯하네.
└그렇게 처먹고도 아직 부족하다고 지랄하는 거 보면, ㅈㄴ욕심 많은 듯.
<수많은 20홈런+ 타자를 보유한 다저스마저 결국 ‘You Suck!’ Go의 앞에 좌절하다!>
└솔직히 나름대로 우리 타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
└타자들이 못한 게 아니야. 그냥··· 상대가 너무 강했어.
└평소에 영봉패 당했으면 타자들 욕했을 텐데··· 오늘은 안 그럴래. 다들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까.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 없었던 것뿐이지.
<허무하게 무너진 다저스, 커쇼, 난타를 당하며 강판! 그의 가을은 대체 언제?>
└커쇼는··· 그냥 무리였던 거지. 너무 욕심을 낸 거야.
└차라리 디비전 시리즈 때처럼 Ryu가 1차전에 나왔으면···
└그래도 졌겠지.
└그냥 1차전 패배는 상수라고 생각해야지. 우리가 어떤 투수를 내든지 간에, 걔가 1실점이라도 하는 순간 패배는 확정이니까.
<작 피더슨의 안타로 간신히 퍼펙트를 회피한 다저스, 허나 시리즈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오늘 경기 보고 확실하게 깨달았어. 우리가 X됐다는 걸.
└1차전만으로 기가 빨리는 느낌인데, Go를 앞으로도 두 번이나 더 상대해야 한다니···
└2,3,5,6차전 중에서 한 경기만 져도 준우승이라고 생각하니까, 경기 보면서 마신 맥주가 거꾸로 솟는다. X발.
└그래도 앞으로 3일만 쉬는 니까, 오늘이랑 다르길 기대해 봐야지.
└어떻게든 7차전까지는 안 가고, 6차전에서 끝낸다는 각오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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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 평생 동안 추억할 순간일 거다.
어젯밤 말이야.
언젠가 나도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고, 그 자식이 자식을 보면, 내 무릎에 앉혀서 이야기해주겠지.
그날밤 이 할애비가 진짜 X나게 쩔어줬다고.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감히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전세계에서 가장 Cool했다고.
‘뭐, 결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내 세계에 초대하기에는, 아직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니까. 그러니 어쩌면 영원히 이럴지도 모르지.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워커홀릭이라니까.
그렇기에 영원토록 기억할 순간을 만끽했음에도, 그것에 흠뻑 취하지만은 않았다.
여유라는 이름의 사치를 부리기에는, 스콧 에머슨이 미리 예고했던 것처럼 내 첫 번째 월드시리즈가 제법 혹독하거든.
고작 3일밖에 휴식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여운에 푹 잠긴 채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되지.
“분위기 좋네. 정규시즌에도-”
“이랬으면 130승은 했겠다고? 정규시즌이랑 비교하면 쓰나, 월드시리즈니까 당연히 특별해야지.”
그리고 그렇게 여운에서 빠져나온 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최종적인 결과를 내기 전까지 1차전의 영광은 그저 거쳐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걸, 다른 동료들도 잘 알고 있었거든.
오히려 전보다 분위기가 조금 더 빡빡해졌지. 브루스가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정규시즌에서 내내 이랬다면 130승은 했을 정도로.
‘이젠 다들 더욱더 확신이 생겼으니까.’
어쩌면 이것도 1차전의 여파라고 볼 수 있지. 1승만 하면 이긴다, 그 조금은 우스운 추측이 지난 어젯밤에 진실로 드러났으니.
그 1승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그 뒤에는 내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그럼 다들 수고해라.”
“그래, 넌 네 할 일 다 했으니까, 이젠 우리가 알아서 수고해야지. 어제 수고 많았어.”
“별말씀을.”
4차전, 다음 등판까지는 약간의 스트레칭 겸 워밍업을 제외하면 오직 휴직 밖에 없는 일정이기에.
나는 그토록 진지한 선수단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방관자로서 동료들을 구경했다.
“불펜엔 웬일이야? 한창 쉬어야 할 녀석이. 설마 벌써부터 4차전 등판 준비한답시고 불펜 피칭하려는 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
“그럴 리가요. 제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완봉한 다음날에 바로 그런 짓거리하면 죽어요.”
“그렇다니 다행이네.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라커룸 한쪽에 앉아 있기나 해.”
그러다가 불펜으로 들어가니, 불펜코치와 투수코치가 아주 기겁을 했지.
설마 하니 내가 공을 만지는 건 아닐까, 야구공이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슬그머니 치우기도 했고.
음, 내가 그들의 머릿속에 얼마나 또라이 같은 놈으로 인식되어 있는지 아주 잘 알겠어. 내가 아주 쪼오끔 막 나가는 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닌데 말이야.
사실 불펜을 찾은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오늘 투수들 구경도 좀 하고 싶었거든. 정확하게 말하면 소니 그레이를.
작년, 막 시범경기에 입성했을 때, 날 도와주면서, 그렉이 소니를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거든.
‘약팀의 에이스라고 했었지.’
번번이 부상에 시달리고, 종종 무너지기도 하는 소니 그레이를 보며 그렇게 표현했었지.
약팀의 에이스라는 부담감에 무너지는 것이라고.
책임감이 강하고, 구단에 애정이 깊은 착한 사람이기에, 차마 그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모두 다 받아들이고, 더욱더 잘하려다가 결국에는 쓰러지는 거라고.
나에게 실질적인 에이스 자리를 빼앗긴 뒤로는 그런 부담감이 많이 옅어진 모습이었지만. 왠지 오늘은 또 다를 것 같았다.
‘챔피언십 2차전에서도 많이 미안해하는 눈치였었지.’
비록 6차전에선 멋지게 승리했지만, 2차전이 패배로 끝났을 때, 그는 굉장히 침울해했었다.
퀄리티 스타트라는, 선발투수로서 적당히 제 몫을 했고, 변비처럼 막혀버린 타자들로 인해 패배했는데도 말이야.
그렇기에 어쩌면 그에게 에이스라는 부담감 대신, 새로운 부담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판 전에 말을 거는 건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부담감에 심하게 짓눌려 있다면, 어느 정도는 풀어주는 게 낫겠지.’
부담감이 옅어질수록 제 실력을 더욱더 잘 발휘하는 사람이기에, 조금 주제넘더라도 적당히 대화하면서 풀어주려고 했는데.
“그럼 이만 나가볼 게요.”
이내 내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코치들이 바라던 것처럼 불펜을 떠났다.
‘누가 누굴 걱정해. 멀쩡하구만.’
내가 걱정하고, 도와주기엔, 소니는 이미 너무나도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씁-”
내 공을 받아줄 때와 비슷하게, 피칭 내내 신음소리를 흘리는 필립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그렇기에 그저 전날 동료들의 난타로 살짝 아려오는 허리춤을 주무르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얌전히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2차전의 승리이자, 어쩌면 우리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승리를 차분하게 지켜보기 위해서.
남은 건 동료들에게 맡겨두고, 난 그냥 편하게 구경하면서, 4차전이나 준비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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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그레이에게 2013년은 아픈 추억이었다.
악몽이라기에는 너무나도 흥분됐던 순간이고, 그렇다고 마냥 행복한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아련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으니까.
그해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는 영광을 얻었지.
그리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심지어 저스틴 벌랜더를 상대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경기는 그를 한순간 라이징 스타로 만들어줬다.
‘다들 기대했었지.’
새로운 시대의 기대주이자, 포스트시즌의 강력한 에이스가 생겨났으니.
팬들은 어쩌면 정말로 애슬레틱스의 염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었으니까.
그렇기에 뒤에 올랐었던 5차전은 아쉬웠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5이닝 3실점이 아니라, 1차전 때처럼 아예 무실점을 해냈더라면.
다들 그토록 좌절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챔피언십에서 쓰러졌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더욱더 올라갔을지도 모르지. 지금 이 순간처럼.
그렇기에 그날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이 흘렸던 눈물은 여전히 그의 뇌리에 똑똑히 남아 있었다.
그들의 염원을 이뤄주지 못했던 그날의 쓰린 통증과 함께.
“Sonny!”
“혹시 Suck 안 나온다고,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거면, X신 같은 생각이니까, 집어치우라고! 우린 더블 에이스거든!”
“디비전이나, 챔피언십 6차전처럼만 해줘! 그거면 충분해!”
그리고 5년의 시간이 지나, 그 팬들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온전히 그날의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겠지.
애슬레틱스의 선수단처럼, 새로 들어온 사람도, 나간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토록 세월의 변화처럼, 그들은 간절한 희망으로 소리쳤던 그날과 달리, 오늘은 강력한 확신을 품고서 벌써부터 환호했다.
이전에는 그런 외침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들이 바라면 바랄수록, 그만큼 더욱더 잘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를 묵직하게 짓눌렀던 에이스라는 무게감은 이제는 그의 곁에는 없었다.
마운드로 올라서기 전, 소니 그레이는 문득 덕아웃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Suck 네 덕분이지.’
소니 그레이에게 있었던 오클랜드의 에이스라는 칭호는 작년부로 저 녀석에게 넘어갔다.
더블 에이스, 강력한 원투펀치라고 부를지언정, 그를 에이스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없었지.
물론 프로선수로서, 메이저리거로서 승부욕이 넘치기에, 그것이 종종 아쉽거나,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헌신을, 팬들이 모두 다 잊어버린 것 같았으니까.
5년 전, 그날의 자신처럼 새롭게 떠오른 스타에게 시선이 팔려서.
허나···
“오늘 폼 어때요?”
그 대신 가벼웠다, 어깨가.
언젠가 날개가 돋아나지는 않을까, 농담이 나올 정도로 가벼웠지.
데뷔한 이래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토록 가벼웠던 순간이 있었을까?
에이스라는 영광은 사라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든든한 감정과 훨훨 날아오를 듯한 가벼운 몸이 그에게 함께했고.
“가벼워, 어느 때보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씨익 웃는 소니 그레이의 미소에 브루스 역시 미소로서 홈 플레이트로 내려갔다.
‘아쉬움을 두 번이나 맛볼 필요는 없겠지. 앞으로는···’
찬란한 영광을 헤아리는 것만으로 시간이 모자랄 테니까.
아까 전, Suck은 불펜으로 들어왔었다. 행여나 자신이 부담감에 짓눌렸을까, 걱정했던 거겠지.
‘그럴 수야 있나.’
에이스에게 그런 걱정을 끼쳐선 안 되지. 애초에 부담스러워할 이유도 없었고, 과거와 달리, 이젠 에이스가 아닌 그의 역할은.
‘내 역할은, 그저 1승이야.’
그저 1승을 만드는 것이니까.
앞으로 두 번 더 이겨야 할, 총 세 번의 승리를 올려야 할 선수가, 그런 부담감을 기꺼이 웃으면서 짊어진 에이스가 따로 있었기에.
“스트라이크 아웃!”
이제 그의 역할은 그저 단 한 번의 승리였다. 그것이면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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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소니 그레이의 7이닝 무실점의 호투와 애슬레틱스 타선의 4득점으로 4대1의 2차전 패배가 확정된 순간. 수많은 다저스 팬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궜다.
이번 경기의 결과로써 다저스의 패배가, 월드시리즈의 준우승이 확정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으니까.
“Hell Yeah!”
“우승이다아아아아악!”
“X발 어차피 우승 확정인데, 이참에 그냥 스윕으로 끝내자!”
“그래! 아무리 그래도 Suck한테 3승이나 바라는 건 너무 양심 없지!”
정말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경기가 끝나는 그 즉시 환호성을 내지르며, 우승콜에 울린 콜리시엄의 모습 역시 머릿속 깊숙이 남았고.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라는 주(State)의 명과 암을 담당하는 두 도시의 분위기는 어쩌면 정반대로 바뀌었다.
미국 서부의 별 LA는 우울한 눈물로서 잠겼고, 북부 캘리포니아의 어둠을 상징했던 오클랜드는 LA에게 훔쳐낸 광명으로 휘감겼으니까.
“정말··· 스윕이라도 당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만약 3차전까지 지면, 거의 확정이라고 봐야지···.”
부디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다저스 팬들은 이젠 7차전이라도 가기를 기도했다.
콜리시엄과 오클랜드, 그리고 그 외 지역에서 애슬레틱스 팬들이 외치던 것처럼.
스윕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Go가 세 번의 등판조차 하지 않고서 우승을 달성하는 굴욕이 정말로 이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 두려움과 기대감 속에서 애슬레틱스는 오클랜드를 떠났고.
팬들은 부디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 성대한 카 퍼레이드, 그리고 우승트로피와 함께 돌아오길 바라면서 그들을 환송했다.
“Hell Yeah!”
“여기서 우승하면 딱 좋겠네!”
“이번에 우리가 너네 스윕 하면, 너넨 앞으로 야구 하지 마. 알겠지?”
“그래, 어차피 월드시리즈에서 스윕이나 당할 정도로 X도 못하는 야구는 그냥 때려치우는 게 낫잖아? 계속 영화나 찍어. 팀은 해체하고.”
물론 그들이 떠나는 즉시, 대이주의 무리가 곧바로 선수단을 뒤따라 남부를 침입했지만 말이다.
“X같은 오클랜드 야만인 새끼들··· 아주 신 났네.”
“거적때기 휘적이면서 소리 지르는 것좀 봐라. 누가 범죄도시 출신 아니랄까 봐···”
“저 새끼들 야구팬은 맞아?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레이더스, 오클랜드에 딱 어울리는 별명이긴 하네. 그보단 레이피스트(Rapist)나 레이퍼스(Rapers)가 더 어울리겠지만.”
오클랜드와 마찬가지로 벌써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다저 스타디움을 물들인 애슬레틱스 팬들을 바라보며.
몇몇 다저스 팬들은 분노를 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금은 무기력했다.
이미 승자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그들이 조금은 부럽게만 느껴졌으니까.
어쩌면 그들의 조롱 섞인 외침처럼 시리즈가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역시 지울 수가 없었고.
그렇기에 분노와 간절한 희망,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 속에서, 하루의 휴식일이 지나간 뒤, 3차전이 열렸고.
“호오오오오오옴! 러어어언!”
곧 매니 마차도의 홈런을 시작으로, 다저스가 자랑하는 막강한 홈런군단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
앞서 1,2차전에서 철벽처럼 군림했던 애슬레틱스의 투수진이 드디어 다저 스타디움의 위엄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워커! X발 워커 니가 최고다!”
“그래! 이래야지! 스윕? 지랄하고 있네! X이나 까라 X새끼들아!”
“시리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거야! 콜리시엄이 X같이 구려서 제 실력이 안 나왔던 거라고!”
3차전의 선발투수, 워커 뷸러 역시 앞선 선발투수들, 어쩌면 커쇼에게 기대했던 멋진 호투를 본인이 보여주면서. 7이닝 1실점으로 애슬레틱스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고 말이다.
“아웃!”
끝내 3차전을 8대2의 완벽한 승리로 장식하며, 다저스가 나락에서 기어 올라왔고.
“패패 승승승승 가즈아아아!”
“우리도 홈에서 그냥 다 이겨버리고, 콜리시엄에서 딱 한번만 더 만회하면 돼!”
“우승? X이나 까고 있네! 오클랜드 니네야 말로 스포츠 때려치워! 어차피 죄다 연고지 옮겨서 텅텅 비겠지만!”
다저스 팬들은 웅장한 함성을 내지르며,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음을, 다저스에게도 여전히 시간이 남았음을 외치며, 기대감을 올렸지만.
그 행복은 딱 다음날, 4차전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이어졌다.
[SP/Go You-Suck]
[4G 36IP 66K 0ERA]
[C/Bruce Maxwell]
···
···
승리의 달콤함에 잠시나마 있고 있었던 놈의 이름이, 당연하게도 선발투수로서 라인업에 똑똑히 박혀 있었으니까.
이름 전체가 밈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습기 그지없는 이름이었지만. 적어도 그 이름을 확인한 다저스 팬들 중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천금 같은 승리가 무색하게도 그저 딱딱한 침묵이 내려앉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