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310화 (309/316)

310화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결과]

<(2)보스턴 레드삭스 2:4: 오클랜드 애슬레틱스(4) - 승리투수 : 소니 그레이>

<빌리 빈의 머니볼, 드디어 과실을 맺나?>

└X발 드디어, 드디어 월드시리즈다!

└매번 챔피언십도 못가고 탈락하더니. 올해는 진짜 다르다고!

└아직 만족하긴 이르지!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우승해야 돼!

└맞는 말이야. 이제 마지막 단계에 온 거지, 아직 챔피언이 된 건 아니니까.

└Suck이 월드시리즈에서도 해줄 거야. 난 믿고 있어.

월드시리즈 진출이 결정된 순간, 오클랜드 전역에선 비명에 가까운 굉음이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평소라면 이웃집 주민에게 한 소리를 들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마찬가지였기에. 누구도 타박하는 사람 없이, 그저 한 마음, 한 목소리로 환호했다.

잠들지 않는 불야성처럼 오클랜드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패자인 레드삭스가 쓴 눈물을 삼키며 떠날 때까지도 노랫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월드시리즈 진출 확정됐을 때. Go가 불펜 문 열고 달려 나오니까, 아버지가 우시더라.

└너희 아버지만 그런 건 아닐 거야. 솔직히 나도 괜히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오더라고.

└난 Go가 불펜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눈물이 줄줄 샜어. 진짜··· A’s를 위해서 몸을 불태우는구나 싶어서.

└천만다행이지, 6차전 등판만큼은 없었다는 게. 월드시리즈 1차전만 준비하면 되니까.

└당연한 거지. 퍼펙트 한 번에, 완봉 한 번인데. Suck이 아니면 누가 MVP겠어?

└이걸로 일단 MVP 트리플 크라운은 달성했네. 이제 월드시리즈 MVP까지 타면 그랜드슬램이군.

└아직은 더블이지 않아? 올스타랑 챔피언십만 수상이지, 정규시즌은 아직 모르잖아?

└모르긴 뭘 몰라, 만장일치가 아니면 부정투표인 수준인데.

그 모든 행복의 중심이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유석에게도 마땅히 그가 보였던 헌신에 대한 보답이 주어졌고 말이다.

비록 모두를 놀라게 했던 6차전 등판은 그저 불펜 대기로 그쳤지만.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 경이로운 활약을 펼쳤던 고유석이기에, 당연하게도 챔피언십 시리즈 MVP로 선정됐으니까.

올스타전 MVP를 또다시 수상했을 때,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됐던 MVP 그랜드슬램(올스타,정규시즌,챔피언십,월드시리즈) 중, 세 번째 퍼즐까지 획득한 상황에. 더는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우스운 농담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가 올 월드시리즈에서도, 그가 진정한 의미의 ‘올해의 최우수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 경기 결과]

<(4)LA 다저스 6:3 시카고 컵스(3)>

<다저스, 7차전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컵스를 제압!>

<내셔널 리그의 공룡, 부정으로 강탈당한 왕좌에 다시 한 번 도전!>

<커쇼, 9회 말, 1이닝 3K의 호투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다!>

<코디 벨린저, NLCS MVP 선정!>

그렇게 아메리칸 리그의 챔피언이 결정됐을 때. 같은 날, 내셔널 리그의 챔피언 역시 정해졌다.

다저스가 끝내 7차전까지 이어졌던 시리즈 끝에서, 결국은 리글리 필드에서 최후의 승리를 이뤄냈으니까.

염소의 저주가 해주 된 이후 2년, 또 한번 야심차게 월드시리즈의 패권을 노렸던 컵스였지만.

작년, 억울하게 강탈당한 왕좌를 되찾으려던 다저스를 꺾지 못한 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9회 말 등판하는 강행수를 던진 다저스에게 밀리면서 좌절되었다.

그렇게 양대리그의 챔피언들이자, 2018년 최후의 왕중왕전의 진출자들이 결정됐고.

<캘리포니아 시리즈, 허나 최고의 흥행성! 염소의 저주가 깨졌던 16년에 근접할 수도···>

<북부 vs 남부, 절반으로 나뉜 캘리포니아, 과연 메이저리그의 왕좌는 어디로?>

<타도 다저스의 이름으로 단합된 베이 브릿지! ‘We Are the Athletics!’>

<월드시리즈 준비에 나선 오클랜드, OPD(오클랜드 경찰국), SFPD(샌프란시스코 경찰국)에 협조 요청?>

수많은 이들, 모든 야구팬들의 주목 속에서, 두 팀과 두 도시, 그리고 캘리포니아가 월드시리즈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위한 준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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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각각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6차전과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7차전이 종료되고.

23일, 월드시리즈의 1차전이 열리기 전까지, 이틀간 주어진 휴식기간 동안.

수많은 의견이 나타나거나 사라졌고, 저마다의 입맛에 따라 몰매를 맞거나, 지지를 받았다.

“저는 애슬레틱스의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117승이라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팀답게 에이스는···”

“비록 현재의 다저스에선 Go처럼 절대적인 에이스는 없습니다만, 오히려 선발투수진의 퀄리티를 따진다면, 커쇼와 Ryu, 워커 뷸러와 리치 힐까지 네 명의 강력한 선발투수를 갖춘 다저스가···”

양대리그의 진출자들이 모두 다 캘리포니아에서 배출되면서. 비록 캘리포니아 만의 축제가 되어버린 월드시리즈라고는 하나.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의 가을을 보내고 있는 사내와 그가 가진 흥행력으로 인해 대단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TV 및 영상 중계권을 따낸 FOX와 라디오 중계권을 가진 ESPN 등에서도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대단한 관심을 보이며, 월드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말이다.

“으흠, 세 분 중 두 분께서 다저스의 우세를 점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예측에서 의외로 더욱더 우승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건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굉장히 조화로운 팀입니다. 밸런스가 아주 잘 갖춰져 있죠. 물론 에이스는 존재합니다만, 한두 명의 중요한 선수들의 컨디션에 의해 팀 전체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드시리즈에선 이런 게 의외로 중요하죠.”

20홈런을 넘긴 타자가 7명이 넘는 폭발적인 타선과 조화롭게 갖춰진 선발투수진 등이 고평가를 받았으니까.

“월드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의 경험은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다저스에겐 이미 충분히 그에 대처할 만한 경험이 있는 반면, 애슬레틱스는 아니죠.”

또한 작년에 이어 또다시 월드시리즈에 도전하는 만큼,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다저스가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말이다.

때때로 결승전을 겪지 못한 팀들은 가벼운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으니까.

그런 여러 가지 이유를 꼬집으며, 양 팀의 엄청난 정규시즌 성적 차이가 무색하게도 다저스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조금 더 많았으나.

“예,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애슬레틱스가 우세하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 저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오히려 다저스가 애슬레틱스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애슬레틱스의 경우 주전급의 파괴력은 뛰어나지만 뎁스가 얇죠.”

“그렇다면 어째서 애슬레틱스의 우세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Go죠.”

“예?”

“이번 월드시리즈는 간단합니다. 다저스가 Go를 뚫느냐, 못 뚫느냐죠.”

애슬레틱스에겐 무적의 논리가 있었다.

“만약 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Go는 아마도 1,4,7차전에서 선발등판할 겁니다. 그중에서 다저스가 단 한 경기라도 잡을 경우 다저스의 우승입니다만, 저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적어도 올 한 해 동안에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고, 비긴 적조차 없는 치트키가.

“물론 Go는 위대한 투수입니다만, 이미 너무나도 많은 혹사를···”

“지난 단계에서 세 차례, 정규시즌까지 포함하여 다섯 경기 동안 연속적으로 완봉을 한 투수인데 아무래도···”

“설사 Go가 멀쩡하다고 하더라도, 두 번이나 연속적으로 3일 휴식 후 등판을 하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 있습니다. Go가 버텨내지 못할 수도···”

마치 초등학생처럼 조금은 유치하고, 논리성이 결여된 주장이었기에, 당연하게도 반박 역시 적지 않았다.

특히나 이미 상상을 초월한 혹사를 당했던 투수이기에, 이번이야 말로 정말로 끝물일 수도 있었으니까.

또한 세 차례를 등판한다고 하더라도, 3일 휴식이라는 차원이 다른 체력적인 부담감을 떠안아야 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한 가지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예, 결국 다들 인정하시는군요. Go가 멀쩡하고, 그리고 버텨낸다면. 애슬레틱스가 우승하리라는 것을요.”

만약, 정말로 만약에 그 모든 것을 그가 견뎌내고, 여태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걸 이겨낼 방법 따위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주장과 반박, 그리고 궤변과 예측 속에서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렇게 결국 월드시리즈가 도래했을 때, 모든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오클랜드로 향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누구의 믿음이 옳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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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3일의 날이 밝았을 때, 콜리시엄으로 향하는 길은 평소와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저 평소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는 것 정도가 특이했지.

아무래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빅 이벤트가 열리고 있으니.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전국적인, 전 세계적인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서겠지.

‘월드시리즈···’

다만 월드시리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처럼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출근길이 확 느낌이 변하지만 말이야.

솔직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야구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다가 한 번쯤은 떠올리지 않았을까?

내가 월드시리즈의 마운드 위에 올라서 공을 던지거나,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장면 말이야.

뭐, 모두 다 그런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거든.

힘겨웠던 마이너 시절에도, 그 장면을 혼자 상상하면서 빙긋 웃었었지.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다보면, 언젠가는 이뤄질 거라는 희망이 그토록 힘든 시기를 버텼던 원동력이었고.

“결국 왔네, 여기까지.”

“예, 결국 온 거죠. 여기까지. Go가··· 결국은 여기까지 온 것이죠.”

그리고 결국 정말로 왔다.

월드시리즈, 모든 야구인들의 꿈인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메이저리거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적인 무대에.

창밖을 지켜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린 말에 포스트시즌 이후 쭉 같이 지내면서.

오늘은 픽업까지 맡아준 브라이언이 그런 내 심정을 잘 안다는 듯이 가볍게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조금 동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긴, 브라이언의 기분도, 나랑 비슷하겠지.’

그도 감회가 새롭겠지.

2년 전, 더블A에서 머물며 살짝 플루크가 터진 것 같았던 투수, 그래서 가볍게 포섭했던 투수가.

단 2년 만에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더니, 어느덧 월드시리즈까지 왔으니까.

직접 경기를 뛰는 나뿐만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나를 지켜본 브라이언에게도 오늘이 조금은 특별한 순간이겠지. 대니얼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그쵸,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니까요. 벌써 성불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르죠.”

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정신이 몽롱하다거나, 멍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이 실현된 순간인데 말이야. 그렇게까지 행복하지도 않았지.

물론 20일 밤, 진출이 확정된 순간만큼은 공을 던지지도 않았고, 타자를 만족스럽게 잡지도 않았는데도 엄청난 희열감이 닥쳐왔었지만.

그 뒤로는 그냥 방금 전에 했던 말처럼 ‘여기까지 왔구나’ 그게 전부였다.

기쁘고 흥분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고.

‘사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니까. 오늘 마운드에 오르는 건.’

솔직히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뒤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나마 레드삭스가 3차전을 이기면서, 1대2로 앞서 나갔을 땐 조금 위기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때마저도 크게 두렵지는 않았지.

내가 4차전이나 7차전 등에서 등판하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히 가능할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그 정도의 폼이었잖아?

언제, 어느 때에 등판하더라도, 상대타자들을 우습게 조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의 폼.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

또다시 언론에서는 연일 떠들어댔지. 전문가들은 추측했고. 내가 지치거나, 못 견딜 거라면서. 글쎄, 아닐 것 같은데?

물론 3일 휴식 후 등판은 나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폼은 지금까지와 똑같았다. 이전이랑 비교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역시 정말로 꿈을 이뤄냈다는 성취감보다는···.

“준비는 잘하고 계십니까? 폼은 괜찮으시고요? 체력적인 부담은 없으신가요?”

“좋아요. 전부 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니, 무조건 좋을 수밖에 없죠.”

“걱정하지 마세요, Go는 오늘도 잘할 거니까요.”

그저 약간의 희열감과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이젠 집채처럼 커져버린 탐욕만이 가득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모든 것을 다 쟁취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진득하게 깔려 있었지.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공간, 콜리시엄에 다시 도착했을 때.

“Suuuuuuck!”

언제나처럼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 그런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들 역시 나랑 똑같은 표정이었으니까.

“Suck 오늘도 무조건 잘해! 무조건 잘해야 돼! 오늘은 특히나 더더욱!”

“레드삭스 놈들 조지던 것처럼, 이번에도 1차전에 퍼펙트 가자!”

“월드시리즈 퍼펙트는 돈 라슨인지 뭔지가 유일하던데, 그런 옛날 놈은 Suck 네가 밀어내버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퍼펙트는 됐고, 다저스 짜식들 20K로 잡아!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도 오줌을 질질 싸겠지!”

원래 팬들은 동경하는 선수를 닮는 법이지. 날 닮아서 다들 눈동자에 욕심이 그득그득하네.

이미 내 어깨를 갈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것들을 보여줬는데도, 여전히 그 이상을 바라고 있구만.

동질감이 드는 그 탐욕이 너무나도 반갑고,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지난번처럼 그저 말 없이 미소를 지어주며. 그 수많은 욕심덩어리들을 이끌고. 그 모든 것이 충족될 콜리시엄으로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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