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305화 (304/316)

305화

“스트라이크 아웃!”

7번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가 헛스윙을 당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삼진이 하나 올라갔으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쯤 ‘You Suck!’하고 소리가 터져 나왔어야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팬들은 침묵했다.

심지어는 레드삭스의 원정팬들마저도.

이제 와서 내가 퍼펙트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걸까? 아니면 이제 6회에 접어들었으니, 슬슬 진지하게 가능성이 보여서 그런 걸까?

‘둘 다 아니겠지.’

아마도 퍼펙트 때문은 아닐 거다. 그랬다면 우리 홈팬이 아니라, 소수의 원정팬들마저 조용해질 이유가 없으니까.

그보다는 그저 이제야 깨달은 거지. 경기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투수전이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 그리고 거울이 없다고 하던가?’

그냥 어디서 들은 건데, 그렇다고 하더라고. 시계를 통해서 시간을 확인하는 걸 방지하고, 바깥 풍경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걸 막고, 거울에 비친 얼굴로 변화를 알아채는 걸 막기 위해서.

지금 시간이 몇 시고, 내가 여기서 얼마 동안 있었고, 얼마나 피폐해졌는데, 그러는 동안 얼마나 꼴았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갑자기 왜 카지노 소리냐면, 오늘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딱 그랬을 거거든.

눈이 돌아갈 만큼 빠르게 휙휙 지나가버린 이닝, 오후 8시에 시작된 경기이기에, 해는 이미 한참 전에 져버렸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열광하고, 분노하고, 환호하고, 야유하고. 그렇게 경기에 몰입하다가.

“스트라이크!”

한순간 자각이 됐겠지.

잃고 따는, 도박의 반복 속에서 피폐하게 쩔어버린 카지노의 중독자에게 들이민 거울처럼.

경기의 중반 혹은 후반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알람시계 같은 내 빠른 인터벌이. 경기가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려줬으니까.

‘타자들도 마찬가지고.’

레드삭스 타자들도 관중들과 똑같았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렇게까지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거든.

나한테 계속해서 삼진을 당하고, 범타를 치고, 공격이 무위로 끝나면서도.

언젠가는 때릴 수 있겠지, 언젠가는 뚫리겠지, 충분히 할 수 있다 같은 목표와 희망 하에 열정을 보였지만.

“스트라이크!”

이젠 아니다.

깨달아버렸거든.

경기의 반 이상이, 아니, 이제 2/3 이상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이제 그들에게 허락된 기회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타석에 올라온 8번타자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는 그런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줬다.

타석에 올라올 때부터 초조한 얼굴로 허둥지둥거리더니, 타격에서도 그런 감정이 그대로 났지.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바깥쪽으로 멀찍하게 빠진 슬라이더에 성급한 스윙이 나가면서, 또다시 삼진이 올라갔다.

‘그 덕분에 참 편하긴 한데, 문제는 레드삭스 타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지.’

원래도 손쉽게 잡았던 상대 타자들이 더욱더 빈틈을 노출시키고 있으니. 내 입장에선 참 반길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게 레드삭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거였다.

아니, 어쩌면 레드삭스보다 더할 수도 있다. 훨씬 더 마음이 급할지도 모르지.

‘난 지금 퍼펙트가 이어지고 있으니까.’

내 옆과 뒤, 그리고 앞.

우리 타자들 말이야.

당장 눈앞의 브루스만 보더라도, 포수 마스크 사이의 눈동자가 조금 떨렸다.

생각해봐.

투수가 9이닝 퍼펙트를 했는데,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서 경기가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만약 내가 타자라면, 농담과 진담을 반쯤 섞어서, 솔직히 목매달고 죽고 싶을 거다. 쪽팔려서 고개도 못 들지.

‘불안하겠지, 무서울 거고.’

정말로 그렇게 돼버리면, 우린 진다. 불펜진에서 우리가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타자들의 멘탈에서 극심한 차이가 날 테니까. 오히려 내 퍼펙트가 역효과를 일으키는 셈이지.

그렇게 연장전에서 경기마저 패배한다면, 그땐 월드시리즈 진출 역시 조금 더 힘들어지겠지.

정규시즌 동안 올린 117승,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에서의 3승을 포함해, 무려 120경기를 승리하면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애슬레틱스의 위닝 멘털리티가 그대로 무너질 테니 말이야.

‘저쪽도 그걸 바라는 것 같고.’

9번타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타석으로 올라올 때, 흘끔 레드삭스 덕아웃을 살펴봤다.

꽤나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날 보고 있는 크리스 세일이 가장 먼저 보였지.

그의 눈빛에선 희망과 인내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표까지도.

‘어떻게든 버틸 작정이군.’

이젠 확실하게 알겠어.

크리스 세일은 나와의 맞승부에서 이길 생각이 아니었다. 최대한 버틸 생각이었던 거지. 내가 내려갈 때까지 끈질기게.

그것이 크리스 세일이 찾아낸, 나를 이기는 필승법인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있나.

나도 계속 버티는 수밖에.

“스트라이크 아웃!”

그와 달리 휘청거리기 시작한 레드삭스를 계속 쥐어박으면서 말이야.

9번타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높은 하이 패스트볼을 헛치면서 다시금 삼진으로 물러났고. 6회 초도 끝났다.

세 타자 연속 삼진.

역시나 You Suck은 없었다.

그저,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내 등 뒤로 크리스 세일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을 뿐.

그리고 조금은 거칠게 내쉬는 그의 숨소리도.

####

‘난감하겠군.’

스콧 에머슨은 반대편 상대팀 덕아웃을 봤다. 정확하게 말하면 레드삭스의 투수코치를 지켜봤지.

양 팀 선발 투수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투수코치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똑같으나.

스콧 에머슨 그보다는 다나 레반지, 레드삭스의 투수코치가 조금 더 초조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불펜 역시 사뭇 달랐고.

‘조 켈리에 이어서 헥터 벨라스케스도 불펜으로 갔다.’

레드삭스는 불펜 투수인 조 켈리와 헥터 벨라스케스를 불펜으로 보냈다.

조 켈리의 경우 5회에, 헥터 벨라스케스는 지금 막 덕아웃에서 사라졌지.

그에 반해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철벽에 가까운 수준을 자랑했던 애슬레틱스의 불펜은 여전히 덕아웃에 남았다.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리암 헨드릭스를 보낼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지.

오늘 Go의 폼을 감안하면, 지금 보내는 건 너무 일렀으니까. 괜히 쓸데없이 체력만 닳겠지. 기다리느라 어깨가 식거나.

‘어떻게 본다면, 내가 직무유기를 하고, 저쪽이 성실하다고 해야겠지.’

스콧 에머슨은 조금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스스로의 생각에 변명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한 경기를 통째로 선발투수에게 떠넘기고 편히 구경이나 하는 투수코치와 혹시 모르는 상황을 미리미리 대비하는 투수코치.

어느 쪽이 더 성실하고, 올바른 사람인지는 세 살짜리 아이가 보더라도 명확하겠지.

허나 그것은 두 투수코치의 성실함 차이는 아니었다. 믿음의 차이지.

“스트라이크 아웃!”

그러는 사이 크리스 세일은 6회 말에도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마치 지난 이닝 KKK로 다시금 달아나는 듯했던 Go를 다시금 뒤쫓는 것처럼.

‘96마일이라···’

또다시 96마일을 찍은 구속.

현재까지 96마일을 넘긴 적이 없으니, 지금 크리스 세일의 최고구속은 딱 저 정도라고 봐야겠지.

6회에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강력하게 피칭하는 모습은 굉장히 단단하게 느껴졌으나.

정작 그런 에이스의 호투에도 레드삭스 투수코치의 얼굴은 조금 더 굳었다.

“아웃!”

뒤이어 투아웃이 올라갔을 때도 매한가지였고. 스콧 에머슨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과 달리, 다니 레반지는 투수코치로서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처했으니까.

“코치, 제 마음껏 던지라고 하셨었죠? 양키스전 앞두고 워밍업 했을 때.”.

물론 그 역시 조금은 난감해졌고 말이다. 얌전히 상대 피칭을 지켜보는가 싶던 Go가 입을 열었으니까.

스콧 에머슨은 Go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원하면 10회에도 올라가도 좋아. 퍼펙트가 유지된다면 말이야.”

“아니, 뭐, 제가 그런 걸 바랐던 건 아닌데, 허허 뭐 코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야 이 팀의 에이스로서-”

“Go 네 속이야 뻔하니까, 내숭 떨지 마.”

“진짜 X나게 감사합니다.”

“그건 너무 솔직한 거고.”

그렇기에 그가 원하는 답을 해줬지만, 스콧 에머슨은 이내 피식 웃었다. 지금 상황이 참으로 우스웠으니까.

퍼펙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나, 현대 야구에선 지탄받다 못해, 잘려야 마땅한 10이닝 투구를 거론한다는 것이.

‘나도 Go한테 많이 익숙해진 거겠지.’

Go You-Suck.

이런 투수와 함께하면서 그가 일궈낸 기적 같은 일들에 이젠 스스로 적응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조금 더 던지길 바라는 그에게 진저리를 치면서도, 어느샌가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지.

“그래, 연장전까지 간다면 말이야.”

이미 목줄을 풀어줬던 만큼, 기꺼이 이번에도 허락을 해줬지만, 다행히 그가 생각하기엔 힘들어 보였다. 연장전까지 가는 것이.

‘크리스 세일은 못 버텨.’

레드삭스의 투수코치는 어째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초조해하고 있을까?

간단하다.

현재 크리스 세일에게 긴 이닝을 버틸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스콧 에머슨이 보기에는 그랬다.

정규시즌의 막바지에 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건지, 아니면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채우지 못한 건지.

투구수가 60구를 넘기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폼이 떨어졌지.

당장 부상 이후 가장 많이 던진 경기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도 6회에 곧바로 연타를 맞으며 1실점을 내줬었고.

‘이제 43분 정도 지났군.’

거기다가 추가로, 경기 시작 직후부터 현재까지 약 43분가량이 지났다.

직전 이닝까지는 안타조차 하나도 나오지 않으며, 양쪽 선발이 퍼펙트를 이어갔으니.

이토록 빠르게 경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

그중 크리스 세일이 담당한 시간은 대략적으로 25분여 정도, 그런 시간 동안 그는 대부분 전력투구했다.

현재 96마일을 찍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위험한 것이지.

‘정신력으로 끝까지 힘을 짜내고 있는 거니까.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의지 하에.’

물론 마지막 등판 이후 7일이라는 기나긴 휴식이 주어지면서 어느 정도 컨디션을 채웠고.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끈질기게 따라붙으려는 것 같지만.

“아웃!”

점점 잘 맞은 타구가 늘어나고 있었다. 타구의 비거리 역시 길어지고 있고.

브루스 맥스웰, 그럭저럭 평범한, 솔직히 타격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포수에게 제법 큼직한 라인드라이브를 내줄 정도로.

타석에서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달리, 무키 베츠가 잘 잡아냈기에 망정이지, 또다시 안타가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코스였지. 거의 워닝트랙 앞에서 잡혔으니까.

레드삭스의 투수코치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렇기에 초조할 거다.

이제 크리스 세일의 힘이 떨어질 대가 됐으니, 미리 불펜에 보내 뒀던 다른 투수들을 꺼내야 할 차례이지만.

‘교체라는 선택지는 승부가 이어지면서부터 이미 사라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 레드삭스를 고려했을 때, 그 순간 대붕괴가 시작되리라.

퍼펙트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팀의 자존심을 챙기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크리스 세일의 공백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할 테니 말이다.

쓰리아웃.

두 투수가 또다시 6회를 나란히 삼자범퇴로 마감하면서 이번 이닝도 금방 끝났다

여전히 차가운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어우, 또 바로 돌아왔네. 이놈의 타자 새끼들은 내가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 또 후딱 처리하고 올게요.”

“무리하지 말고, 차분하게 해. 점수가 날 테니까, 최대한 체력 유지하고.”

“그랬으면 오죽 좋겠어요.”

이해할 수는 없지만, 10회를 허락받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한결 놓인 건지, 흥겹게 올라가는 Go와 달리.

긴 이닝을 거뜬하게 견딜 만큼 완성되지는 못했던 크리스 세일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를 노렸던 조지 포먼의 펀치가 길어진 라운드에 서서히 힘을 잃은 것처럼.

‘시한폭탄이군. 언제 터지느냐만 남았어.’

Go가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을 때, 벤치에 앉은 크리스 세일은 목 끝까지 점퍼를 올렸다.

그것으로 레드삭스에 시한폭탄이 설치됐고. 다행스럽게도 애슬레틱스에는 그것을 터트릴 만한 기폭제가 넘쳐났다.

####

“스트라이크 아웃!”

7회 초는 역시나 전보다 더욱더 빠르게 끝났다. 1-2-3번타자, 상위타선으로 이어졌는데도.

우울함이 감도는 덕아웃에서 홀로 고고한 연꽃처럼 동떨어져 있던 크리스 세일은 올렸던 점퍼의 지퍼를 내리며.

내려가는 투수, Go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동료들이 듣지 못하도록 나직하게 숨을 뱉었다.

‘여기까지 버텼다.’

어느덧 7회까지 이어진 경기.

끈질기게 그리고 단단하게 버텨냈던 경기가 이젠 정말로 정규시즌의 마지막까지 단 3이닝 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간다면, 길고 길었던 승부도 결국 무승부로 끝나는 셈이지.

‘이번엔 마지막까지 오른다.’

지금 당장 내려가더라도 충분히 박수가 쏟아질 거다. 6이닝 무실점 그리고 10탈삼진.

디비전 시리즈 1차전 때와 비슷한 성적이니까. 거기에 오늘은 실점도 없지.

그러니 충분히 잘했다며 찬사를 보낼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허나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이닝이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경기와 달리. 오늘은 최후의 순간까지 꿋꿋하게 견딜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레드삭스의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고.

‘애슬레틱스가 상식적이라면, 10이닝은 없겠지.’

오늘은 1차전이다.

마지막 7차전도 아니고, 최후의 1승 만을 남겨둔 것도 아닌데, 에이스에게 과한 무리를 안겨 줄 리는 없지.

물론 퍼펙트가 이어지고 있으니, 팀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에이스에게 조금 더 시간을 허락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이 그렇게 높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9회까지만 견뎌낸다면, 그게 마지막이야.’

그러니 이번만큼은 마지막까지 견딘다면, 그것이야 말로 그의 승리였다.

무적을 자랑하던 무패의 거성을 결국 마운드 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니까.

“크리스, 교체되는 건···”

“아직 충분합니다. 투구수도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그렇기에 마운드에 오르기 전, 조심스럽게 물은 투수코치의 말에도 살짝 고개를 저었다.

물론 팀을 위해서 교체되는 것도 괜찮겠지만.

‘아직은 거뜬해.’

그에겐 여전히 충분할 만큼의 힘이 남아 있었다. 물론 이번 이닝이 끝나는 즉시, 힘이 쭉 빠질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괜찮았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 길게 봐야지. 이제 1차전이야. 알지?”

“예, 알죠. 여기서 힘을 다 써버리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나 2루에 주자를 허용하면, 그땐 교체하셔도 좋습니다.”

“그래, 그리고 어깨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사인 보내고. 지금 승리보다 더 소중한 건 크리스 네 몸이니까. 네 몸값을 생각해야지?”

미묘해진 분위기를 애써 밝게 만들려는 듯 슬쩍 농담을 던진 투수코치의 말에 크리스 세일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가자.’

다시 올라 선 마운드.

충분히 호흡을 고르지 못했기에, 조금은 가슴이 벅차기도 했지만, 마운드를 밟는 순간 호흡이 정돈됐다.

타자가 타석으로 올라오기 전, 땅바닥을 고르던 크리스 세일은 문득 진하게 남은 발자국에 시선이 꽂혔다.

처음 마운드에 올랐을 때부터 찍혀 있던 흔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깊게 패였지.

그와 달리 다른 발자국은 약간은 차이를 보이며 찍혀 있었고.

그라운드키퍼가 지워낼 흔적이지만, 왠지 그 발자국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뇌리에 박혔다.

‘괴물은 괴물이야.’

새삼스럽지만 체감이 됐으니까. 상대 투수가 이런 디딤발마저도 처음과 다를 바가 없이 내딛는 괴물이라는 것이.

그래서인지, 고작 그 발자국 하나가 무거운 무게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참 더 남았어.’

이런 것 하나에 의미를 가지고, 정신이 팔리기엔, 여전히 그가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때마침 올라온 1번타자, 맷 채프먼에게 시선을 보내며, 그는 다시 자세를 취했다.

‘저쪽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 역시 정상급 투수이기에, 애슬레틱스 타자들이 품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수없이 걱정하고 있겠지. 두려워하고 있을 거고. 정규이닝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본인들의 손으로 에이스의 얼굴에 먹칠하고, 영광에 잿가루를 뿌리는 거니까.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대단히 집중하기도 했고. 어떻게든 한 점만 내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돋보였지만.

“파울!”

지금까지 그랬듯, 크리스 세일은 끝까지 그것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묵직한 패스트볼.

구속이 살짝 떨어져, 95마일이 찍혔지만, 힘은 그대로였다.

묵직한 한방 대신, 최소한의 출루라도 노렸던 건지 가볍게 배트를 휘두른 타자였지만, 그대로 배트가 밀려날 정도로.

“스트라이크!”

“볼.”

“파울!”

다만 코치가 보냈던 걱정처럼 서서히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전보다는 조금 더 쉽게 따라붙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아직은 괜찮았다.

맷 채프먼이 여전히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맞히지 못하며, 이번 경기의 11번째 삼진이 올라갔다.

‘할 수 있어.’

첫 타자를 잡는 순간 다시금 강력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조금 더 숨이 벅차오르기도 했지만, 짙게 깔린 흥분감은 그 힘겨움을 지워내고도 남았다.

“파울!”

뒤이어 올라온 2번타자 제드 라우리 역시 초구부터 파울을 쳐냈고, 올해 수준급 2루수로 뽑힌 타자답게, 제법 큼직하게 날아가기도 했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스트라이크!”

2구는 곧바로 욱여넣은 스트라이크. 윽박지르듯이 던진 폼과 달리, 살짝 가라앉는 체인지업에 이번엔 배트가 헛돌았다.

또다시 투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몰려버린 타자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볼.”

“파울!”

위기에 몰리면서 더욱더 폼이 올라온 걸까? 가볍게 커트하거나, 공을 거르는 등.

어쩌면 크리스 세일 그가 그랬던 것처럼 애슬레틱스의 타자들 역시 끈질기게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았지만.

“아웃!”

결과는 지금까지와 비슷했다.

다만 제법 큼직하게 날아가며, 좌익수 앤드류 베닌텐디가 펜스에 몸을 딱 붙이다시피 하며 잡아냈지만 말이다.

“아아아아!”

조금만 더 뻗었다면 홈런도 가능했던 타구이기에, 홈팬들의 아쉬운 탄식이 흘렀다.

만약 콜리시엄이 아니라, 탁구장처럼 작거나, 홈런이 나오기 쉬운 구장이었다면, 정말로 넘어갔을지도 모르지.

‘힘이 떨어진 건가?’

크리스 세일 역시 조금은 위협적이었기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타자이자, 가장 위협적인 타자를 남겨둔 상황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조금 더 간다.’

그렇기에 날씬한 몸을 다시금 재정비하며, 그는 다음 타자를 맞이했고.

“크리스! 우리가 다 잡아줄 테니까, 끝까지 버텨!”

“X발 어떻게든 한 점 낼게!”

“편하게 던져! 날아서라도 잡을 테니까!”

그의 호투에 다시금 가슴의 불이 피어나기 시작한 건지, 불안감을 떨쳐낸 동료들이 크게 소리쳤다.

‘든든하네.’

그 외침이 너무나도 든든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고.

배터리를 충전하기라도 한 것처럼 또다시 몸에는 힘이 차올랐다.

‘그래, 버텨야지. 한 점이 나올 때까지. 상대가 내려갈 때까지.’

오늘의 목표를 다시금 깊게 다짐하며, 함께 한껏 휘두른 왼팔로 초구를 쏘아 보냈고, 그것으로.

“아.”

뱁새의 가랑이가 찢어졌다.

몸쪽으로 파고든 포심을 정확하게 노린 스윙이 차게껏 뻗으며, 직전의 동료가 끝내 공략하지 못했던 펜스를.

“으아아아아아아!”

“Hell Yeeeeeeeeah!”

“Youuuuuu Suck!”

드디어 넘겼니까.

이번에도 크리스 세일에게 마지막 이닝은 허락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경기보다 조금 더 이르게, 그 문이 닫혀버렸으니까.

####

‘저번에는 크리스가 그러더니, 오늘도 크리스네.’

지난번 크리스 세일과 맞붙었을 땐 크리스 데이비스가 홈런으로 세일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오늘은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해냈지.

여기저기 크리스가 참 가득하긴 하네. 물론 크리스 데이비스는 둘과 달리 C가 아니라 K지만.

타자는 배트를 던졌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오직 0이 길게 남았던 전광판에는 드디어 1이라는 숫자가 올라갔다.

크리스 세일은 즉각적으로 교체됐고, 곧바로 올라온 조 켈리가 그가 채우지 못했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려줬지만, 그딴 건 알바 아니지.

‘이번에도 10이닝 던져보기는 글렀네.’

이 양반들은 어째, 내가 10회에만 오르려고 하면 번번이 막아버린단 말이야.

한 번쯤은 정규이닝 이후에 마운드에 올라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네. 그래서 아쉽냐고?

“X발 이리 와! 이 예쁜 내 새끼! 너도 롤렉스 탐나냐? 내가 하나 사줄까? 브루스랑 다르게, 넌 내가 X발 웃으면서 줄 것 같은데, 어때?”

“롤렉스? Suck 네가 무슨 롤렉스 영업사원이냐? 여기저기 다 주고 다니네.”

“하하, 주면 감사히 받겠는데, 그것보단 오늘 이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이겨야지! 우리 옐리치가 홈런 쳤는데 이겨야지!”

“이야~ 편애가 너무 심하네.”

“꼬우면 니들도 치던가 쓰레기들아! 우리 옐리치를 보고 배워!”

그럴 리가. X나게 사랑한다, 이 X발 예쁜 자식아.

덕아웃에서 한껏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두들겨준 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마운드로 올랐다.

솔직히 나도 조금은 무거웠거든. 얼마나 쫄려, 10이닝 투구를 각오했고, 허락까지 받아냈지만, 나도 사람이다 이거야.

그런데 그런 부담감이 사라졌으니, 이제 마음 놓고 훨훨 날아갈 차례지.

짐이 떨어져 나간 가슴은 묵직하게 두근거렸다. 이대로 끝을 보자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 끝을 봐야지.’

경기의 내용을 만드는 건 투수지만, 그 결과를 결정짓는 건 결국 타자라고 한다.

예전에 마이너 코치가 해준 말이다. 타자들이 못하면 아무리 잘해봤자, 의미 없는 노동이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전에도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는 스타일의 말인데,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말을 되게 싫어했어.

언제나 투수가 최고잖아? 타자는 그보다 아래고, 포수는 가장 밑바닥이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크리스 세일이 다시금 멋진 투수전으로서 경기 내용을 채웠다면.

결국 크리스티안 옐리치라는 타자가 그 결과를 결정지었으니까. 그러니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웃!”

정해진 결과대로 경기를 끝마치는 것이겠지.

####

8회 초는 스무스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삼진 하나와 가벼운 범타 두 개로.

6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우리 타선도 함께 개같이 멸망하면서,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레드삭스가 이젠 그들 혼자 남았으니, 무너질 수밖에 없었지.

8회 말의 공격에서 우린 한 점을 더 내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건 별로 의미가 없었다.

“가자. 참고로 말하는데, 들거나 때리면 그대로 드러누울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이젠 협박까지 하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Suck 쟤가 저렇게 말하니까, 엄청 무섭긴 해.”

“큰일이긴 하지. 얘가 드러누우면 우리 다 죽는 거니까.”

“공이나 던져, 난 뒤에서 편하게 구경이나 할 테니까.”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도 죄다 몸이 근질거리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이닝만을 남겨둔 그라운드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나도 마찬가지고.

‘저쪽은 곧 관짝에 못 박고 들어가겠네.’

그와 반대로 비틀비틀 걸어 나오는 레드삭스의 모습에서 흥분이나,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식어버린 시체처럼 차디찬 냉기가 얼굴에서 감돌았지. 좌절감이나 자괴감도 엿보였고.

물론 어떻게든 안타 하나라도 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품은 타자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레드삭스는 차가웠다. 아니, 추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했던, 과격하고 괴멸적인 핵전쟁의 끝은 어떤 과학자의 가설처럼 혹독한 겨울이었으니까.

오직 패자에게만 차디찬 혹한을 선사하는 핵겨울.

누군가는 잿더미 속에서 일어났고, 어딘가는 오직 황폐한 폐허만 남았으니, 이제는 종전을 선언해야겠지.

‘마지막은 깔끔하게 갑시다. 뭐 그렇게 용을 쓰고 그러시나.’

기존의 7번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 대신 라파엘 데버스가 대타로 나왔다.

운 좋게 얻어걸린 안타라도 하나 만들어내겠다는 거겠지.

그런 레드삭스의 기대처럼, 그는 어떻게든 빈볼이라도 얻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몸을 바짝 붙였다.

조금은 추잡한 행동이었기에, 브루스가 그에게 무어라 소리치기도 했지만, 타자는 뻔뻔하게 폼을 유지했다.

배터박스 안에서 최대한 자세를 잡은 것이니, 그걸 강제로 억제할 수는 없지.

“스트라이크!”

그런다고 해서 예정된 결과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던진 포심 패스트볼. 거의 몸에 맞을 뻔했는데도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물론 타자가 좀 과하게 앞으로 몸을 숙인 것도 있고, 거기에 괘씸죄도 추가지.

스트라이크존을 가리거나, 침범하는 타자를 싫어하는 건, 투수가 아니라 주심도 마찬가지니까.

“스트라이크!”

2구 역시 몸쪽. 또 한번 포심을 바짝 붙여서 낮게 던지자, 이번엔 타자의 무릎이 후들거렸다.

마지막 카운트에 몰리자, 타자는 결국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쥐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아웃!”

바깥쪽으로 멀찍하게 던진 공은 그 배트의 끄트머리에 통-하고 튕겨 맞으며 가볍게 떠올랐다.

1루수, 맷 올슨이 차분하게 공을 잡아내면서 원아웃.

“아웃!”

뒤이어 8번타자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 또한 4구째, 몸쪽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서클 체인지업을 빗맞히면서 투아웃.

그리고 마지막 9번타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레드삭스의 마지막 기회를 어깨에 짊어진 채, 홈 플레이트로 입성했다.

제발 자신이 끝이 아니기를,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배터박스로 들어온 타자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나를 노려봤다.

“파울!”

그 모습에 배트를 낼 것 같아서,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 커터를 던졌지만, 공이 가볍게 튕기며 바닥을 뒹굴었다.

“볼.”

“볼.”

뒤이어 연달아 던진 두 개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고. 간절함 덕분에 집중력이 최대한으로 올라온 거겠지.

그래도 그렇지 씁, 이걸 안 잡아주네. 하나쯤은 들어간 것 같은데.

공연히 볼 두 개를 낭비한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뭐, 어차피 10회에 등판하지도 않는데, 상관없지.’

이미 충분히 각오했던 연장전 등판도 사라졌으니, 마음 놓고 던져야지.

“스트라이크!”

4구째, 지금까지 잡아왔던 타이밍이 다시금 어긋나자 타자의 눈동자 속에서 조금 불이 꺼져갔다.

이제 끝이라는 걸 직감한 듯이 어쩌면 조금은 차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했고.

그리고 날아간 마지막 5구.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Youuuuuu Suck!”

“Hell YeeeeeeeeeaH!”

“X발 진짜로 했어! Suck이 X발 또 레드삭스를 X같이 죽여버렸다고!”

“#$$^!”

길게 뱉은 주심의 콜처럼, 길었던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고, 길고 우렁찬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울렸다.

9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책 무출루. 그리고 16K.

챔피언십 시리즈 사상 최초,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역대 두 번째로 달성된 퍼펙트 게임에 대한 경의를 표하듯이.

“잡아아아아아아!”

“Suuuuuuuuuck!”

“안 든다며 이 쓰레기-”

“안 들긴 뭘 안 들어!”

“퍼펙트라니! 이 X발 미친 새끼!”

“그냥 막 들어! 얜 신이라서, 떨어져도 안 죽으니까!”

####

<보스턴 레드삭스 0:2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 승리투수 : Go You-Suck(9이닝 16K 퍼펙트)>

경기는 어쩌면 고유석이라는 이름이 선발투수에 박힌 순간부터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대로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이들이 고유석이, 그리고 애슬레틱스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었으니까.

└진짜 미친놈이야.

└허, 그럼 이번 시즌에만 퍼펙트 게임이 네 번인 건가?

└이쯤되면 100구 이하 완봉을 매덕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퍼펙트를 Go라고 부르는 건 어때?

└그보단 Suck이 낫지. 상대를 Suck되게 한 거니까.

<고유석, 포스트시즌 사상 2번째,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 최초의 퍼펙트게임!>

<고유석, 9이닝 퍼펙트, 레드삭스에게 또다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다! 챔피언십 시리즈 역사상 최초!>

└보빠들 피눈물ㅋㅋㅋ

└20삼진은 안 당했으니, 전보단 발전한 거임ㅇㅇ

└미친놈이 던졌다 하면 완봉이 기본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퍼펙트네.

허나 정말로 또다시 퍼펙트게임을 해낼 줄은 몰랐기에, 충격과 공포가 전 메이저리그를 휩쓸었다.

이전에도 숱하게 퍼펙트게임을 해냈던 괴인이기는 하나, 설마 정말로 포스트시즌에서까지 해버릴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까.

당연하게도 고유석을 위한 찬사와 그것을 당해버린 레드삭스를 향한 조롱이 쏟아졌고.

<크리스 세일, 6.2이닝 11K 1실점 1피안타! 호투에도 불구하고, 패전투수가 되다!>

<크리스 세일, ‘기대를 들어드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내 과욕이 낳은 참사, 남은 시리즈 동안 만회할 것.’>

└세일이 무슨 죄야. 타자들이 X신인 거지.

└진짜 넌 오늘 X나게 잘했어. 그냥··· X발 X같은 경기였던 거야. Go 그 X발 놈이 문제인 거고.

└그래, 아직 시리즈 더 남아 있어. 이제 겨우 1차전 내준 거야.

└그치, 고작 한 경기 진 거지. 대신 X나게 거창하게LMAO!

└트롤링 하지 말고 꺼져!

한편으로는 크리스 세일을 향한 안타까움 역시 적지는 않았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호투를 보여줬던 크리스 세일이지만, 그것이 결국 마지막 홈런 한 방으로 모든 것이 깨졌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쓴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에게 동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레드삭스 코칭 스태프들을 향해 날 선 비난을 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레드삭스 팬덤, 감독과 투수코치를 비난! ‘6회 말이 끝나자마자 교체했어야···’>

└이건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 아니야?

└결과론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교체했어야지. 부상당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선수인데.

└솔직히 그 상황에서 세일을 어떻게 교체해. 크리스만 혼자 버티고 있었는데.

└X신 같은 감독이 욕심부린 것 때문에 크리스가 패전투수가 됐어. 경기를 망쳤다고!

시즌의 막바지에 부상에 시달린 바가 있었던 투수를 7회까지 기용한 것은 조금 의문스러운 판단이었으니까.

허나 너무나도 잘 던지고 있었던 크리스 세일이기에, 조금은 결과론적이라는 비판 역시 존재했지만 말이다.

[#Redsox]

[괜찮아, 겨우 한 경기 내준 거야. 아직 시리즈 한참 남았어!]

└그래, Suck 그 새끼 오늘 너무 힘을 많이 썼어. 다음 등판 때는 90마일이 아니라, 80마일도 안 나올 걸?

└우린 양키스 같은 X신이 아니야. 남은 경기 다 이기면 그만이라고!

[#A’s]

[이제 3승 남았네. Suck 못해도 1승은 더 해줄 테니까, 2승만 더 하면 돼.]

└그냥 레드삭스도 스윕으로 잡자. 쟤네 X밥이네. 108승이라고 좀 긴장했더니.

└디비전 시리즈처럼 Suck이 딱 한 번만 나오게 하자고. 월드시리즈에서 던져야 하니까, 최대한 힘을 비축해야지.

└예언한다, 우린 콜리시엄에서 다 이기고, 펜웨이 파크에서도 2승 할 거야. 그런 우리를 보면서 보스턴 놈들은 손가락이나 빨겠지.

그렇게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조금은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강렬했던 향기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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