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화
<(3)오클랜드 애슬레틱스 12:6 뉴욕 양키스(0)>
<애슬레틱스, 화끈한 화력쇼로 양키스를 난타하며 스윕!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로 진출!>
<뉴욕 양키스, ‘충격의 3연패!’, 투타 모두 다 A’s에게 완패했다!>
애슬레틱스의 스윕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117승이나 올리며, 역대 최강의 팀으로 떠오른 애슬레틱스이기는 하나.
양키스 또한 100승과 이번 시즌 팀 최다홈런을 기록했던 팀이기에, 애슬레틱스가 이길지라도, 이 정도의 완승을 거두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토록 충격적인, 와일드카드 게임에서의 승리가 허무해지는 스윕패 광탈이라는 성적 앞에서 양키스 팬들은 맨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3)보스턴 레드삭스 6:2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
<보스턴 레드삭스,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인디언스를 제압하며, ALCS 진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매치업 결정! A’s vs Redsox! 월드시리즈 티켓올 놓고 벌이는 아메리칸 리그 최후의 맞승부!>
곧바로 다음날, 최악의 라이벌인 레드삭스가 인디언스에게 시리즈 스코어 3승1패의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십 시리즈로 진출했기에, 더욱더 분노가 치밀었고 말이다.
[#Yankees]
[Fucking Asshole 같은 투수 새끼들! 한 경기에 12점이 말이나 되냐? 그러고 스윕을 쳐 당했다고? 심지어 우리 홈에서?]
└루이스 이 새끼는 명색이 에이스라는 놈이 5실점을 쳐하네.
└루이스도 그렇지만, 불펜의 Motherfucker들을 다 갈아치워야 돼!
└타자 놈들도 문제지. X발 Go야 그렇다 쳐도, 소니 그레이한테도 쳐 발리더니. 이럴 줄 알았어.
└앤디 페티트,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아무나 빨리 다시 데려와! X같은 지금 애새끼들은 선배들이랑 다르게 가을에 X도 못하니까!
기대와 달리 대단히 실망스러운 경기에, 양키스 팬들은 부진한 선수들의 이름을 모조리 ‘MotherFucker’나 ‘Asshole’로 개명시키는 등.
대단히 격한 분노를 토해냈지만, 애석하게도 패자의 감정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월드시리즈를 향한 기나긴 원정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순간, 그들은 빠르게 잊혀졌으니까.
그나마 포스트시즌의 흥행을 바라는 사무국 입장이 양키스와 레드삭스, 두 라이벌이 만나지 못한 것을 조금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컵스와 다저스의 한판 승부!>
<내셔널리그의 공룡은 월드시리즈를 원한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작년의 아쉬움을 만회할 것!’>
그래도 전국구 인기팀들 간의 맞대결이 성사되었기에 그들 역시 그럭저럭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드삭스, 컵스, 다저스, 셋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들이고.
애슬레틱스 역시 이번 시즌의 좋은 성적과 고유석이라는 걸출한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전국적인 흥행을 몰고다닌 팀이기에.
넷 중 어느 팀이 월드시리즈로 진출하고, 그중에서 누가 우승을 차지하든지 간에 흥행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Go vs Sale’ 올해 최고의 호적수가 아메리칸 리그의 정상에서 만나다!>
<크리스 세일, ‘정규시즌의 패배를 이번에 갚아주고 싶다.’ ‘내 목표는 커트 실링, 그처럼 월드시리즈의 왕좌를 보스턴으로 가져오고 싶다.’>
또한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라이벌전 대신, 고유석과 크리스 세일,
하늘 높이 떠오른 절대적인 에이스와 그에게 대항하여 명승부를 펼친 바가 있었던 도전자의 대결이 성사된 것 역시 만족스러웠고.
정규시즌에서 함께 합작하여, 올해 최고의 투수전을 펼쳤었던 두 투수인 만큼.
정상에서 만난 지금, 또다시 그런 멋진 맞대결을 펼치리라는 기분 좋은 상상이 떠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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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삭스가 우리 상대로 결정됐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 레드삭스 역시 올해 108승이나 올리며,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팀이니까.
‘크리스 세일이라···’
그 1차전에서 맞붙을 나와 크리스 세일의 놓고 언론이든, 팬들이든 꽤나 흥분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최고의 투수들 간의 맞대결이 정상에서 펼쳐졌다면서.
‘흥분할 수밖에 없긴 하지, 꽤나 명승부이긴 했으니까.’
아마도 지난 4월에 있었던 경기를 떠올린 거겠지. 내가 9이닝 20K 완봉을, 크리스 세일이 8이닝 15K 1실점을 했던 경기 말이야.
내가 생각해도 명투수전이었고, 나랑 그 정도로까지 대등하게 투수전을 벌인 투수가 딱히 없었으니.
팬들 입장에선 또 한번 그런 경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지.
“크리스 세일도 1차전에만 등판했었죠?”
“네, Go처럼 1차전 등판이 끝입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4차전에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 등판도 준비했다고 합니다만, 원사이드 한 경기가 나오면서 무산됐어요.”
거기다가 양쪽 다 1차전에서만 등판하면서, 푹 쉬었으니, 더욱더 기대가 될 수밖에.
인터뷰한 걸 보면, 본인의 의지도 아주 강렬한 것 같은데···
“타자들이 부담스럽겠네요.”
“그렇겠죠, 후반기의 부상 탓에 조금 아쉬운 시즌이 됐지만, 그것만으로 사이 영 상급 성적이니까요.”
아마 타자들은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거야. 사이 영 상급 투수가 절차부심하고 있으니까.
올해 부상으로 경기를 좀 날려먹었지만, 크리스 세일은 그야말로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WAR이 6.8인가 7인가 그럴 거야. 삼진도 240개가 넘게 잡았고.
물론 우리도 양키스를 두들기며, 기세를 올렸기에 큰 무리는 없겠지만, 쉽지는 않겠지.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조금 더 세밀하게 내 워밍업을 도와주던 대니얼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슬쩍 내 생각을 물었다.
“Go는 어떠세요?”
내가 상대의 도발적인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저요? 저야 그냥 제발 한 점만 내라고 기도하는 중이죠.”
나는 뭐, 부디 타자들이 그런 크리스 세일에게 저번처럼 1점을 내주길 바랄 뿐이지.
내가 크리스 세일이랑 뭔 상관이야. 내 상대는 레드삭스 타선인데. 난 그냥 얘들만 조지는 거지.
‘폼도 좋으니까, 레드삭스 타자들 조지다 보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겠지.’
크리스 세일이 얼마나 준비가 됐든, 의지가 투철하든, 체력이 빵빵하든, 그거야 내가 알바 아니지.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그저 내 폼과 체력, 컨디션이니까.
그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다면, 상대 투수가 우리 타자들을 탈탈 털더라도 문제없지.
그 투수가 내려갈 때까지 나도 털면 되는 거니까. 지난번의 맞대결 때처럼 말이야.
“언제나 한결같아서 좋네요, Go의 마인드도, 폼도.”
그런 내 반응에 대니얼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니면 내 컨디션 때문일 수도 있고.
10월 5일,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부터, 10월 13일 레드삭스와의 챔피언십 1차전까지 주어진 7일의 휴식은.
“후우- 이쯤 되면 됐네요. 피칭감각도 빨리 올리죠.”
날 또다시 완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또다시 힘이 철철 넘치고 있지.
이러니 내가 상대 투수한테 관심이 갈 리가 있나. 타자들 조질 생각만 하더라도 하루 웬종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데, 뭣하러 투수한테 신경을 써?
‘오늘이 11일이니까, 대충 13일쯤 되면, 대충 그때랑 비슷하겠네.’
차곡차곡 올라온 폼은 팬들이 지난 4월에 있었던 나와 크리스 세일의 맞대결을 떠올린 것처럼, 나 역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만 내가 생각한 경기는 4월의 콜리시엄이 아니라 5월의 펜웨이 파크였지만, 그래도 상대가 레드삭스전인 거랑, 20K인 건 똑같네.
비록 그때처럼 마운드 위에서 활화산처럼 터트릴 분노는 없었지만, 그 대신 부글부글 끓고 있는 흥분이 있으니···
‘얼추 비슷하겠어.’
비슷한 결과가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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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그토록 고대했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의 날이 다가왔을 때.
“또 20K 처먹으러 왔냐?”
“저번에는 Suck더러 약쟁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소리치지 그러냐? 혹시 모르잖아! 그거 듣고 Suck이 너넬 또 Suck되게 할지도!”
“우리가 양키스 잡아줬다고 고마워하던데, 니들도 똑같은 X신이니까, 얌전히 목이나 닦고 기다려!”
콜리시엄은 당연하게도 레드삭스를 아주 혹독하게 맞아줬다. 월드시리즈 티켓이 걸려 있는 만큼, 호락호락하게 대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종종 한창 내 도핑 의혹이 불거졌을 때, 레드삭스가 다소 격한 반응을 보냈던 것을 비꼬는 사람도 있었는데, 감이 좋네. 내 팬이라서 그런가, 나를 잘 아는군.
“휘유~ 오늘도 우리 팬들이 만만치 않네. 보스턴 놈들,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오줌 지리겠는데?”
그토록 열광적인 분위기가 레드삭스를 압박하며, 경기 전부터 기세를 끌어올렸고, 몇몇 선수들은 홈팬들의 기세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지만, 오늘은 상대도 만만찮았다.
“X이나 까라, 거지새끼들아! 간만에 좀 잘 나간다고 아주 신났네? 어차피 쳐 발릴 텐데.”
“오클랜드가 잘 나가봤자 오클랜드지! 니들은 그냥 걸어 다니는 월드시리즈 직행 티켓이야!”
“느그 Suck 오늘 무키한테 X되게 처맞을 거니까, 질질 짜지나 마!”
레드삭스 팬들도 리그에서 알아주는 강성 팬덤이니까.
챔피언십 시리즈인 만큼, 오클랜드라는 위험한 도시로 과감하게 진입한 원정팬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들은 오클랜드의 기세에 짓눌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긴 하지만, 그래도 소수에 불과한데도 당당하게 우리 팬들에게 맞서 싸웠지.
‘아마 레드삭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 우리도 우리지만, 저쪽도 위닝 멘털리티가 확실하게 갖춰졌을 테니까.’
콜리시엄에서 스치듯 마주한 레드삭스 선수단 역시, 그런 팬들처럼 기세등등했고 말이다.
우리보단 조금 덜하다고 해도,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던 레드삭스이니, 사기가 높을 수밖에.
그래서 그런가, 종종 나랑 눈이 마주치면 찝찝한 표정을 짓거나, 시선을 피하는 대신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정규시즌에서의 두 번의 맞대결을 이번에 갚아주겠노라고 말하는 것처럼.
“Suck, 쟤들이 너 노려보는데? 널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나 봐.”
“냅둬, 저런 눈빛 보내는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일일이 대꾸하기도 귀찮다.”
브루스는 그런 레드삭스 선수들을 보며, 조금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난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때? 몇 대 얻어맞다 보면, 또 저번처럼 눈 내리 깔 텐데.’
저번에는 안 그랬나?
펜웨이 파크에서도 똑같은 표정이었어. 아니, 그땐 오히려 더 했지.
약 빨고, 그 약빨로 자기들을 20K 잡은 후안무치한 놈의 모가지를 어떻게든 따버리겠다면서 아주 혈안이 됐었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흥분하고, 집중한 날의 결과가 어땠더라? 뭐, 그런 거지.
“오늘은 딱 1점만 내자!”
“이번 경기는 그냥 편하게 쉬자고. 어차피 Suck이 이겨줄 테니까.”
“그래, 그러다가 또 한방 터트리면 월드시리즈로 가는 거지!”
그리고 우리 팀 사기 역시 만만찮았고 말이야. 스윕을 해내면서 확실하게 불이 붙은 건지, 다들 미소를 머금었지.
한편으로는 내가 무조건 이겨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오늘도 투수싸움이겠네.’
그러니 오늘도 투수전일 거다. 다른 의미로 투수싸움이지.
나와 크리스 세일이 서로 상대 타선의 기세를 얼마나 잘 꺾느냐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걸려 있는 셈이니까.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시간 됐네, 어디 한번 가봅시다, 레드삭스 때려잡으러.”
“오늘도 실컷 던져, 저번처럼.”
“그거야 당연한 거고요.”
난 절대로 안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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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마운드로 올라서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때가 가장 짜릿하지.
우리 홈에서, 1회 초, 경기를 시작하는 첫 번째 이닝에 오르는 것 말이야.
‘주인공이 된 기분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지.’
그런 모두의 시선 속에서 깨끗한 마운드 위에 첫 발을 내딛으면. 문득 어릴 적 조금은 철없는 장난이었던, 콘크리트 위에 발자국을 생길 때와 같은 기분도 생긴다.
처음이라는 설렘, 앞으로의 경기를 향한 기대, 그리고 마운드 위에 있다는 흥분감.
조금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달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과 비슷하기도 하겠지.
이 작은 발걸음 하나가, 애슬레틱스에게 그리고 나에겐 큰 도약이 될 테니까.
‘너도 마찬가지냐??’
첫 번째 타석에 올라온 무키 베츠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가 궁금해서 슬쩍 눈짓으로 물었지만.
녀석은 그저 조금 더 강하게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낭만이 없는 녀석이군.
‘성적은 발군이지만.’
낭만은 없지만, 성적은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번 시즌 무키 베츠는 MVP급이지. 올해 내가 아니라면 거의 확실한 수준이고.
32개의 홈런과 129득점, 3할 중반에 달하는 타율과 10할이 넘는 OPS를 기록한 괴물이니까.
그 덕분에 10.4의 WAR을 찍으며, 나랑 더불어서 WAR이 두 자릿수를 넘긴 유일한, 아니, 유‘이’한 선수지.
물론 내가 24라서 좀 차이가 심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번 시즌에 한해선 최고의 타자다.
‘날 싫어한 만하기는 하네.’
그런 쩔어주는 성적을 찍었는데, 생애 첫 MVP를 타자도 아니고, 투수 놈이 홀랑 채가게 생겼으니, 쟤는 특히나 내가 더 밉겠어.
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는데···
“스트라이크!”
꼬우면 하나치던가.
몸쪽으로 꽉 차게 박힌 포심.
앞으로 쭉 내딛으며, 다시금 흙에 남긴 첫 발걸음과 함께, 오늘의 첫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무키 베츠는 신중하게 지켜봤다. 나를 상대로는 무조건 스윙하는 것이 이롭다고는 하지만. 초구를 보내면서, 리드오프로서 더 정확하게 지켜보려던 거겠지. 오늘 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와 눈을 맞추니,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아마도 비교하고 있는 것 같네. 이번 시즌에 나를 상대했던 다른 경기들과 지금의 나를 말이야.
‘어때?’
“스트라이크!”
‘그때랑 똑같지?’
다시금 던진 질문에 이번에는 답이 나왔다. 뜨거운 눈빛 대신 우렁찬 스윙으로. 그거면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했다.
원했던 대답을 얻어냈으니, 이제 승부를 끝마쳐야겠지.
“볼.”
3구는 볼. 가볍게 지켜본 무키 베츠는 더욱더 배트를 꽉 잡았다. 한 구 뺀 것일 뿐, 그다음이 진짜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그와 내 생각은 일치했다.
나도, 그도 너클 커브를 생각했지. 바깥에서 들어오는 백도어 말이야.
그렇기에 궤적을 이미지로 그리며, 무키 베츠는 스윙했지만, 더욱더 안쪽으로 파고든 공은 그의 몸쪽 깊숙한 지점에 박혔다.
헛스윙 삼진아웃.
첫 타석의 결과는 레드삭스와 맞붙었던 지난 경기, 그리고 지지난 경기와 똑같았다.
아마도 그게 레드삭스를 미치게 만들겠지.
“스트라이크!”
나를 기쁘게도 하고.
뒤이어 2번타자 앤드류 베닌텐디, 이번 시즌 2번타자로서, 무키 베치와 J.D. 마르티네즈를 잇는 가도 역할을 해준 선수다.
적절하게 둘 사이의 공백을 채워주며, 레드삭스의 강력한 타선에 공헌했지. 득점도 100개를 넘겼고.
테이블 세터답게, 볼넷도 적절하게 잘 얻어내고, 3할에 조금 못 미치는 타율에서 알 수 있듯, 컨택도 좋은 투수지만.
“파울!”
묵직한 포심에 밀린 스윙은 타구를 홈 플레이트 뒤로 날려 보냈다.
구위를 상쇄하지 못한 탓에, 팔을 타고 흐르는 진한 충격 때문인지, 타자는 곧바로 타석에서 물러나 살짝 몸을 가다듬었지만.
신체적인 충격과 더불어서 마음의 충격도 얻은 건지, 조금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에도 사기가 높은 만큼, 용기를 잃지 않으며, 다시 당당하게 다부진 얼굴로 타석에 올라왔고.
“스트라이크 아웃!”
그것이 그가 이번 타석에서 남긴 마지막 모습이었다.
‘레드삭스 타선이 좋긴 좋단 말이야. 적어도 상위타선은 쉴 틈이 없어.’
이제 마지막 3번타자.
J.D. 마르티네즈.
43개의 홈런과 3할이 넘는 타율, 그리고 6할의 장타율.
이거면 설명 끝이지. 거포인데 컨택까지 좋다는 거니까.
새삼스럽지만, 레드삭스 타선이 참 좋단 말이야.
물론 지난 경기 상대인 양키스도 굉장한 화력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체감상 상위타선의 빽빽함은 이쪽이 더 강하지.
나한테 완전히 호구가 잡힌 앤드류 맥커친처럼 쉬어가는 타석이 없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스트라이크!”
휴식은 내가 만드는 거니까.
앞선 타석들에서 내 상태에 대한 관찰을 마친 건지, J.D. 마르티네즈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윙했다.
더는 간을 볼 필요도, 망설일 이유도 없다는 것처럼.
곧바로 던진 2구째에도 묵직한 어퍼컷 같은 스윙이 몸쪽으로 날아든 공을 때렸지만,
“파울!”
멀리 발사되지 못하고 떠오른 타구는 관중석 너머로 박혔다.
원정팬들이 몰려있는 좌석이었다면 잡아서 보관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필요 없다는 듯 다시 그라운드로 되돌아왔지.
“스트~~~라잌 아웃!”
J.D. 마르티네즈 역시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갔고. 3구는 서클 체인지업.
빼지 않고 과감하게 넣은 코스에 다시금 배트가 헛돌면서 스트라이크 아웃.
디비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챔피언십 시리즈의 첫 번째 이닝 역시 KKK로 막을 내렸고.
이번 경기의 첫 발자국 역시, 마운드에 깊이 남은 내 발자국처럼 깊게 찍히며, 이번 경기에서 내가 걸어갈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