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안타나, 볼넷, 빈볼, 실책 등.
출루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5이닝 동안 상대할 수 있는 타자의 수는 15명이다.
굳이 왜 출루가 없다고 가정하느냐면, 그냥 없을 것 같더라고.
아무튼 열 개의 삼진을 추가로 잡기 위해선, 그중 다섯 명, 즉 이닝 당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삼진으로 잡아야 한다는 건데.
“스트라이크 아웃!”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같은 폼이라면, 앞서 말했듯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이지.
당장 앞의 4이닝 동안 열세 명의 타자에게 10개를 잡았는데, 그보단 훨씬 쉽잖아?
물론 삼진이 가장 피크를 찍는 시간은 첫 타순과 경기 초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경기가 이어질수록,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 구위도 떨어지고. 타자들이 느끼는 생소함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니까.
그렇기에 1~3회까지 피크를 찍고, 아무리 못해도 두 번째 타순이 시작되는 4회부터는 서서히 맞아가는 것이 정상이고, 나도 대부분의 경기에선 그렇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예외지.
체력이야 풀도핑이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넘쳐날 지경이고, 타자들은 내 피칭에 적응하기는커녕,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었으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6번타자 타일러 오스틴은 바깥쪽 낮게 깔린 공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앞선 타석에서 서클 체인지업에 호되게 당하며 삼진을 당한 바가 있기에, 애매하게 느껴졌겠지.
괜히 배트를 냈다가, 떨어지거나, 역회전하면서 멀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에 또 한번 헛스윙을 할 수도 있었으니까.
끝내 배트를 참아낸 타일러 오스틴이었지만, 사실 그가 고민하는 사이, 빠르게 날아간 속구, 포심 패스트볼은 이미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루킹삼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삼진을 당한 타일러 오스틴은 고개를 절레 젓더니, 이내 전광판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마도 또다시 최고구속이 찍혔겠지. 그에 근접했거나.
‘아직 짐작이 안 되나 보네. 내가 무슨 짓을 할 생각인지가.’
흘끔 덕아웃을 확인하니, 트윈스의 다른 타자들도 미친 듯이 던지는 나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타자들의 표정을 보아, 아무래도 트윈스는 내 목표를 아직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쟤 왜 저렇게 힘을 막 써?’라는 표정으로, 조금은 당혹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걸 보면 말이야.
내 성향이야 유명하니, 완봉 정도는 예상하고 있겠지만, 일단 퍼펙트를 깨트렸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겠지.
본인들이 역대 4위의 제물이라는 걸 알았다면, 조금 더 의욕을 끌어올리며, 거세게 반항했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기에, 저항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조금 더 옅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7번타자 에이레 아드리안자가 하이 패스트볼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5회 초는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끝났다.
화려한 KKK에 점점 더 솟구치던 경기장의 흥분은 다시 한번 정점을 찍었고.
순식간에 쓸려나간 트윈스 타자들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은 듯 조금은 몽롱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베테랑들은 다르네. 금방 눈치를 챘어.’
다만 개중에서 조 마우어 등 눈치가 빠른 몇몇은 내 생각을 알아차린 건지, 눈을 부릅뜨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일곱 개인가?’
남은 타자는 열둘. 남은 삼진은 고작 일곱 개에 불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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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Go가 조금 과하게 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괜히 걱정이네요.”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살짝 눈살을 입맛을 다셨다.
-Go! 열여섯 번째 삼진을 올리며, 7회 초 역시 마감합니다!
6회 초, 고유석은 한 개의 삼진을 잡아낸 이후, 곧이어 7회엔 다시금 두 개를 더 올렸다.
투구동작 역시 빨라졌고. 어쩌면 평소보다 조금 더 과격하리만치 급하게 가속하면서.
폭주한 기관차처럼 트윈스를 쓸어버리는 모습에 콜리시엄의 열기는 사장실까지 그 환호성과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역시 강제로라도 휴식을 취하게 했어야···.”
하지만 그런 팬들과 달리,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마냥 에이스의 호투에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가운데, 이번 애슬레틱스의 가을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가, 괜히 힘을 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에게 남은 정규시즌을 맡겼다간, 이럴 것이 뻔했기에, 역시 어떻게든 휴식을 취하게 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지만.
함께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본 빌리 빈은 그저 피식 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시작됐군.”
이미 예상했던 일이 시작된 것에 불과했으니까.
코치에게 완봉을 요구했고, 결국 그게 허락된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일이었지.
자신이 가장 밝게 빛나야 하는 곳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이기에. 제 아무리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다고 해도, 홈경기를 그저 그렇게 보낼 리가 없었으니까.
“걱정 없으십니까? 혹시나 그가 갑자기 피로감을 느끼거나, 폼이 저하되면, 자칫 위험할 수도···”
그런 무던한 빌리 빈의 반응에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은 조금은 불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렸지만. 빌리 빈은 여전히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나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건 아니야. 자네처럼 에이스의 역량을 쓸데없는 곳에서 허비하는 게 아닐지, 의문스러우니까.”
물론 그 역시 약간은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애스트로스를 무너뜨리고, 팀을 재정비하여.
결국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고, 팀 역사를 뒤흔드는 영광을 이룩하기는 했지만.
동화가 정말로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선, 마지막 끝마무리가 남아 있었으니까.
그걸 결정 지어줄 선수가 무리하는 모습은 과거, 모든 도전이 아쉽게 끝났던 순간의 트라우마를 되살리기도 했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안심되기도 하지.”
“예?”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잖아? 지금 Go의 모습 말이야.”
그렇기에 보다 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길고 길었던 애슬레틱스, 그리고 빌리 빈 자신의 도전이 이번에는 결국 승리로 끝나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말이다.
더할 나위 없었던 완벽한 선수가, 여전히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본인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줬으니까.
‘오히려 조금은 몸을 사리는 듯하거나, 체력을 비축했다면, 더욱더 염려됐겠지.’
마운드 위에서 영리한 투수이기에, 진정으로 힘에 부칠 때는 제 자신을 감출 줄도 알았으니까.
작년 전반기의 막바지나, 올해 레드삭스를 퍼펙트로 잡은 직후처럼, 스스로를 감추고, 상대를 속이지. 그렇게 적을 현혹시킴으로써 얻어낸 여유를 이용해, 체력과 힘을 다시금 정돈하고.
하지만 지금의 Go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장 좋은 순간의 모습처럼, 그 무엇도 감출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그저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제 자신을 선보였다.
마치, 지금도 열심히 떠들고 있는 언론의 말과는 달리, 본인은 포스트시즌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고 말하듯이.
-스트라이크 아웃! Go! 5번타자 맥스 케플러를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이번 경기 17번째 삼진! 시즌 449개의 삼진을 올리며, 듀피 쇼의 기록까지 단 두 개만을 남겨둡니다!
물론 어쩌면 오늘이 끝나고 갑자기 저 활활 타오르는 불이 꺼질 수도 있다.
아직은 젊은 선수이기에, 치기 어린 마음에 정규시즌에서 모든 걸 불태우는 걸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지.”
그래도 괜찮다.
약간의 부침을 겪더라도, 결국 자신의 시간이 오면, 떨쳐내고 일어날 선수라는 걸 잘 알았으니까.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8회 초가 끝났을 때, 총 열여덟 개의 삼진이 올라갔다.
공동 4위까지 단 한 개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작 한 개를 더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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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이닝째를 맞이한 몸에선 여전히 힘이 넘쳤다. 그렇기에 조금 두렵기도 했고.
‘사이클이 끝날 때, 보통 이런 느낌이 들지.’
사실은 이미 모든 것들이 타버린 지 오래인데, 러너스 하이에 접어들면서, 과하게 분비된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그걸 가려주는 거지.
레드삭스 때도 그랬잖아? 정점을 찍고 꽤나 고생했지.
어쩌면 그때처럼 이번에도 내 몸에게 내가 속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문이 피어올랐기에, 마운드에 오르며, 내 자신에게 물어봤다. 지금 난 정상이냐고. 정말로 내가 멀쩡하냐고.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도, 괜찮을 것 같으냐고.
“스트라이크 아웃!”
몸은 결과로 대답을 대신했다. 8번타자 윌리안스 아스투디요는 거친 헛스윙을 보였지만,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을 보며,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아주 극단적인 컨택 능력을 갖췄고, 어떻게든 공을 맞추는 타입의 타자이지만, 오늘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두툼한 얼굴이 다이어트하기 전의 브루스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브루스를 삼진으로 잡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군.
그렇게 다시금 삼진아웃. 이제 공동 기록이다. 딱 451개째지.
‘아, 이걸 치네. 역시 나랑 박자가 맞는 건가? 백업이라서 다행이네.’
뒤이어 9번타자인 그레고리오 페팃은 이번에도 포심을 잘 받아쳤다.
배트가 힘에 밀리기는 했지만, 정확성이 아주 높았기에, 정타가 나왔지.
나한테 멀티히트를 치다니,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좀 받겠어. 그런 타자는 드물거든.
그나마 한방을 갖추지 못한 타자라서 다행이지. 힘이라도 부족해서, 안타로 그친 거니까.
파워까지 막강한 선수였다면, 제대로 호구를 잡혔을 거야, 아마 오늘만 홈런 두 개였겠지. 막판에 되게 쪽팔릴 뻔했구만.
‘조 마우어··· 은퇴하시는 김에, 색다른 추억 좀 남겨주시죠?’
다음 타자는 다시 1번타자, 조 마우어.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그는 떠나는 길, 마지막 무대 위에서 엿같은 추억을 남기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았다.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으로 박제되고 싶지 않아 보였지.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얼굴 중 가장 집중했군.
“파울!”
“볼.”
“스트라이크!”
“파울!”
타격에서도 그런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내며, 자신을 얌전히 보내달라고 시위하듯 배트를 휘둘렀다.
마지막 삼진을 손꼽아 기다렸던 팬들은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고 말이다.
“아웃!”
기어코 5구, 너클 커브까지 가까스로 건드리며, 내야플라이로 그쳤다.
아쉽긴 해도, 땅볼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더블 플레이로 경기가 끝났다면, 진짜 좀 김이 샜을 테니까.
그렇게 조 마우어가 뒤로 토스한 마지막 삼진의 주인공은 2번타자 호르헤 폴랑코였다.
마치 자신을 교체하고, 대타를 내 달라고 말하듯, 그는 최대한 천천히 홈 플레이트로 올라오면서.
트윈스 덕아웃을 흘끔흘끔 쳐다봤지만. 애석하게도 트윈스는 그저 상식적인 판단을 내렸다.
나에게 아무런 적응도 하지 못한 새로운 타자를 낼 바에, 네 번째 타석을 맞이한 그를 믿었지.
‘결연하구만.’
결국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인정한 호르헤 폴랑코는 이내 고양이처럼 앙칼지고 사나운 눈빛을 뿜어내며 나를 노려봤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발톱으로 할퀴고, 나에게 어떻게든 엿을 먹여주겠다고 선언하듯이.
“파울!”
물론 그딴 건 내 알바 아니다. 지금까진 뭐 호락호락하게 잡혔나? 그냥 내가 알아서 삼진을 뜯어낸 거지.
몸쪽 패스트볼에 파울.
통증이 올라온 건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도 자세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곧이어 날아든 다시 몸쪽 코스. 서클 체인지업을 예상한 듯, 배트를 낮게 휘둘렀지만, 이번에도 선택은 포심이었다.
그대로 헛치면서 투 스트라이크. 마지막 단 하나만을 남겨뒀을 때, 경기장은 고요했다.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 있는데도, 퍼펙트나 노히터 같은 게 이어지지 않는데도.
그런 적막함 속에서 들리는 건 오로지 심장박동 소리뿐이었지.
‘끝내자, 이거 하나로.’
다시 건네받은 공을 손 안에서 굴렸을 때, 문득 아침에 봤던 티비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아, 아침은 아닌가? 10시 넘어서 일어났으니, 아침이라고 보긴 조금 뭐하겠어. 그래도 오전이니까, 넓게 보면 아침이지.
아무튼 거기서 그 전문가란 양반이 그랬잖아? 내가 헝겊처럼 너덜거릴 거라고. 그게 정상이라고. 그러니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리 타자놈들을 신랄하게 까는 모습을 보고, 몇 없는 참된 전문가인 줄 알았지만, 역시나 금방 바닥이 드러났지.
사실 그 사람 혼자만 그런 주장을 펼친 건 아니다.
‘친 애슬레틱스, 그 외 전부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
발언의 정도는 다를지언정, 대부분은 비슷한 논지의 주장을 펼쳤거든.
내가 포스트시즌을 바라보지 않고, 무리한 시즌 운영을 했으니, 다가올 10월엔 결국 무너질 거라고.
나나 우리 팀에게 우호적이거나, 아니면 북부 캘리포니아쪽 지역인사나 언론을 제외하면 모두가 그랬지. 기우제라도 지내는 것처럼.
얼핏 타당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전문가 양반들에게 묻고 싶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지금 내가 너덜거리느냐고.
이를 앙 다문 채 공을 던졌다. 호르헤 폴랑코는 이런 빌어먹을 굴욕을 제발 겪고 싶지 않다는 듯.
자세가 완전히 무너지면서도, 억지로 배트를 휘둘러 공에 닿으려고 했지만. 배트는 닿지 못했다.
높게 날아든 공에, 아무래도 내가 세 번 연달아 포심을 던지는 도박을 선택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공은 그저 유유히 떨어졌다.
이번 시즌 세 번째 20K군.
그리고 단독 4위로 올라서는 452번째 탈삼진이기도 하고.
“와아아아아아아아!”
“Suuuuuuuck!”
귀는 먹먹하지 않았다.
정신도 아득해지지 않았고.
모든 환호와 기쁨, 환희, 흥분이 절절하게 느껴졌지. 나를 향해 달려오는 동료들의 모습도 똑똑히 봤고.
그것으로 확신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네. 이제 포스트시즌에서도 다 죽여 버리면 되겠어.’
내가 정상이라는 걸.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
모든 걸 불태우지도 않았고. 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직도 한참이나.
그렇기에 다가올 10월 역시 지금과 똑같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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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 0:4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 승리투수 : Go You-Suck(9이닝 무실점 20탈삼진 2피안타 무사사구)>
<하늘이 내린 ‘Doctor.K’ 1800년대 포함, 역대 4위로 등극.>
└이럴 줄 알았어! Suck은 콜리시엄을 X나게 사랑한다고!
└이 미친 새끼는 한 시즌에 퍼펙트게임도 세 번하더니, 20K도 세 번하네. 사람은 맞냐?
└(링크)Go 도핑 의혹 재점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X신들은 아직도 있네. 그래서 후원계좌는 어디냐?
└└적금 깨고 후원한다. 얼마를 내면 Go를 날려 보낼 수 있어?
설마설마했던 일이 정말로 이루어지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전율을 느꼈다.
정규시즌의 마지막, 이젠 정말로 지칠 때가 돼도, 한참은 됐다고 생각한 투수가, 다시금 가뿐한 듯 웃어 보이며, 새로운 희생자를 낳았으니까.
<‘진정한 이닝이터’ Go, 250이닝의 고지에 올라서다, 혹사에 가까운 이닝 소화?>
<78.1이닝 연속 무실점, Go 본인 기록을 다시금 갈아치우며 신기록 수립!>
홀로 우뚝 올라선 탈삼진 기록과 함께, 그 외의 무수히 많은 기록이 새롭게 수립됐고.
그에 대한 찬사가 기사라는 이름으로 돌림노래처럼 울리며, 그가 이뤄낸 영광에 박수가 쏟아졌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심을 느끼는 이들 역시 적지는 않았다. 팬들 역시 단순히 기록 자체에만 기뻐하지 않았고.
[#A’s]
[Suck은 진짜··· 언제나 내 상상을 넘어버려. 포스트시즌도 남았으니 적당히 던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상상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선수야. 코즈믹 호러 수준이지.
└이게 Suck이지! 체력 보호? 포스트시즌 대비? 혹사? 다 X이나 까라고 그래!
└워낙 포스트시즌에서 물먹은 적이 많아서, 솔직히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오늘 Suck을 보고 안심했어.
└Suck이 X신들한테 한수 단단히 가르쳐준 거지. 이제 다 지쳤을 거라고 앵앵거리던데. 이게 어딜 봐서 지친 투수야?
9월, 250이닝, 452탈삼진.
826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수히 많은 위업을 이뤄냈던 고유석이 아직도 지치지 않았음을, 여전히 탐욕스럽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으니까.
그렇기에 팬들은 여타 기록이나, 452K 같은 것보다도 어쩌면 그 피칭 자체에 더욱더 열광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Suck, 고유석이 어쩌면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던진 것이니까.
<역사상 최고의 투수, 포스트시즌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다!>
포스트시즌을 향해, 그리고 그가 지쳤고, 그렇기에 무너질 거라고 이야기했던 이들에게. 자신을 뭐라고 말하든 간에,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하듯이.
그 당당함 앞에서 팬들은 어쩌면 빌리 빈이나, 고유석 본인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가졌다.
이미 잔뜩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투수라기엔, 너무나도 환하게 빛났으니까.
<애슬레틱스 3차전 패배,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홈 일정 마감!>
그렇게 공포와 환희가 뒤섞인 분위기 속에서, 홈에서의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가 막을 내렸고.
고유석과 애슬레틱스는 정규시즌의 끝이자, 10월의 문턱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