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293화 (292/316)

293화

‘아깝네, 가능할 것 같기도 했는데.’

퍼펙트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늘도 폼이 좋고, 체력이야 쌩쌩하지만.

뭐랄까, 엄청난 기록이 세워질 대의 파밧!하고 날카로운 느낌은 없었지.

하지만 상대가 워낙 약하기에, 어쩌면 두 경기 연속 퍼펙트도 가능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 어림없네.

‘퍼펙트도 깨졌으니, 대충 7이닝으로 끝나겠네.’

퍼펙트가 이어지고 있었다면 그걸 빌미로 스콧 에머슨을 협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그래도 6일이나 쉬었으니, 8이닝까진 잘 비비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타자부터 잡자. 실점하면 그걸로 완전히 나가리니까.’

5회 말, 선두타자인 크리스 데이비스는 손쉽게 삼진을 잡혀줬다.

첫 타석에서도 터무니없는 스윙만 해대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

이번 이닝부터 인터벌을 가속한 것도 있겠지만, 어림없는 스윙을 보아, 그게 아니더라도 삼진이었겠지.

“크리스으으으! 제발 나가 뒤져라! 부탁한다!”

“볼티모어에서 사라져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라고!”

“양심이 있으면 은퇴해라! 올해 끝나고 은퇴해!”

“X발 다시 ADHD 약을 처먹어! 제발 처먹으라고!”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간 크리스 데이비스를 바라보는 오리올스 팬들은 그저 절망과 절규뿐이었다.

올해 오리올스가 느낀 슬픔이 100이라고 치면, 그중 40%는 저 양반의 몫일 거야.

“아웃!”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타자들의 몫이 없다는 건 아니고. 6번타자 조이 리카드가 3구째 포심을 빗맞히며 범타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이라, 전보다는 훨씬 더 타이밍을 잡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헛스윙만 하던 것에서 진화해서 어설프게 컨택이 됐구만.

“스트라이크 아웃!”

7번타자 헤나투 누네즈는 그 약간의 진화마저 못한 것 같고. 깔끔하게 헛스윙 삼진.

다시금 삼자범퇴가 만들어지며, 5회 말이 끝났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이닝.

다시 벤치로 걸음을 옮겼을 때, 슬쩍 다가온 브루스가 조금은 심각한 얼굴을 했다.

“Suck, 조심해서 들어. 내색하지 말고.”

“왜? 뭐 이상한 거라도 발견했어?”

이렇게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건 처음이기에, 괜히 나까지 긴장되네.

아무래도 뭔가 엄청난 걸 포착한 것 같아 보여서, 나도 조심스럽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슬쩍 귀를 기울였다.

“크리스 데이비스 말이야. 첫 타석에선 멀쩡하더니, 이번 타석에선 자꾸 딴 곳을 보더라.”

“···그게 뭐 어쨌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투수를 보거나, 공을 봐야 하는데, 허공을 보거나, 땅바닥을 보더라니까? 이거 혹시···”

침을 꿀꺽 삼킨 브루스는 행여 말이 새어나갈까, 속삭이듯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내 새끼가 나한테 귓속말하니까 기분이 진짜 더럽네. 한 대 때릴까, 싶기도 했지만, 진지해 보여서 참았다.

“사인 훔치는 거 아니야? 신호 받는 것 같은데··· 아까 전에 안타 맞을 때도 이상하다 했어. 분명해. 사인 훔쳐서 신호를 보내는 거야 이 새끼들.”

확신에 찬 브루스의 표정에 나는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난 또 뭐라고. 뭐 엄청난 큰일인가 했네.

“ADHD잖아. 원시인이냐? 뭐 그걸 엄청난 것처럼 떠들어?”

“아니, ADHD인 건 나도 알지. 근데 이상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올해 다른 경기에서도 몇 번 그런 적 있어. ADHD가 더 심해진 건지, 네 말처럼 타격에 집중 안 하고 땅바닥이나 허공 보는 게 카메라에 잡힌 적도 있고.”

“아··· 그래? 에이, 난 저번에 휴스턴 때처럼 그런 건 줄 알았네.”

크리스 데이비스가 집중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리그 내에서 아주 떠들썩한 이야기였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비슷한 행동을 보이며, 완전히 정신을 놔버린 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까.

새삼 ADHD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지. 생각보다 무서운 병이야.

‘이젠 약을 더 쎈 걸 복용한다더니, 효과가 없는 건가?’

듣기로는 올해부터는 더 강한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집중력을 유지 못하는 걸 보면 약빨이 안 듣는 것 같다.

오늘 경기 끝나면 또 짤방 생겨서 오리올스 팬들이 뒷목 잡겠어.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현재 상황도 대충 짐작이 됐고.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는 정도라는 거겠지, 오리올스가 생각하는 지금 상황이.’

크리스 데이비스가 주의력결핍장애라는 게 이유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완전히 놔버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똑같은 삼진이긴 했지만, 적어도 첫 타석에선 그렇게까지 집중력을 잃지는 않았거든. 브루스도 갑자기 이상하게 군다고 말했고.

‘다른 타자들도 크리스 데이비스 정도가 아니라서 그렇지, 대부분 비슷하고.’

경기 시작 시점부터 이미 모든 걸 포기했던 오리올스지만, 이젠 정말 풀 한 포기조차 안 남았구만.

‘상대가 항복을 선언했으니, 괜히 질질 그는 것보단 최대한 빠르게 경기를 끝내줘야겠지.’

한시라도 더 빨리 경기가 끝나야, 오리올스 팬들도 더는 고통받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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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예상처럼 경기는 아무런 방해도, 저항도 없이, 아우토반을 풀악셀로 주행하는 것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워졌다.

그나마 타자들이 괜히 불쌍한 오리올스 투수들을 괴롭히며, 시간을 조금 지체하긴 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그 이상은 없었지.

변변찮은 방지턱조차 없었고.

그냥 쭉 달렸다.

“···”

그에 대한 절망감 때문인지, 경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실망스러운 팀을 질책하듯 나를 응원하던 홈팬들은 이젠 나에게 익숙한 모습이 됐다.

한숨만 푹푹 내쉬며 침묵하거나, 아니면 결국 참지 못하고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떠나거나.

“휘이이익! 잘한다!”

“You Suck! 이렇게 하는 거 맞지?”

몇몇 이들은 진지하게 나한테 매력을 느낀 건지, 그냥 아예 내 팬으로 완전히 갈아타기도 했고.

그나마 그런 홈팬들이 다 함께 시끄러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크리스 데이비스가 타석에 오를 때겠지.

8회 말, 다시금 선두타자로서 타석에 오른 크리스 데이비스지만, 결과는 지난 타석, 그리고 지지난 타석과 똑같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이지.

그래도 이번엔 이전처럼 냅다 휘두르면서 헛스윙 삼진은 아닌 게 그나마 나으려나?

‘아니지, 다르게 생각하면, 스윙할 집중조차 잃었다는 뜻이지.’

그냥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다가, 한복판으로 날아든 쓰리핑거 체인지업마저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루킹삼진으로 타석을 비웠다.

그걸 보니, 이젠 정말 완전히 망가져버린 것 같아서 왠지 좀 양심의 가책마저 느껴지네.

“연봉 돌려내 이 X새끼야!”

“니가 사람이면 내년엔 최저 연봉받아라! 아니면 은퇴하던가!”

아니다, 저 양반 연봉 생각하니까, 가책이 싹 사라지네. 오리올스 팬의 통곡에 가까운 목소리가 날 일깨워줬군. 역시 우리 편이 분명해.

그렇게 크리스 데이비스가 마지막 타석마저 깔끔하게 망친 뒤, 오리올스는 크리스 데이비스보다는 쬐끔 더 나은 먹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마크 트럼보를 대타로 내며,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푸홀스에게 당한 이후, 난 절대로 먹튀에게 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야지.

연이어 삼진아웃.

허무하게 쓰러진 오리올스 덕분에 투구수를 많이 아껴서, 8회까지 등판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마지막 7번타자가 올라오기 전, 흘끔 전광판을 확인했다.

‘30승이라···’

현재 점수는 7대0.

30승은 이제 99% 확정이다.

그나마 오리올스가 멀쩡했다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겠지만,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역전패는 힘들겠지.

그렇기에 레이더스도 아주 싱글벙글 웃고 있고, 몇몇은 30승이라고 적힌 피켓을 꺼내기도 했지.

‘그렇게들 좋으신가?’

그걸 보니, 왠지 나도 좀 서서히 흥분감이 차올랐지만, 억지로 참아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니까.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참아야지. 끝까지 집중해야 하고.

“스트라이크!”

마지막 7번타자, 헤나투 누네즈. 다른 오리올스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탈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타석에 올랐다.

초구, 바깥쪽 서클 체인지업에 헛스윙. 그것으로 원 스트라이크.

“파울!”

곧이어 2구째에 던진 하이 패스트볼은 가까스로 쳐내며 파울을 만들었다.

짜릿한 손맛을 느껴서 그런지, 뒤늦게나마 정신이 돌아온 것 같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지.

“아웃!”

최선을 다해 휘두른 스윙.

몸쪽으로 날아든 커터를 배트가 맞혀냈지만, 듣기 좋은 타격음은 없었다.

틱-하고 힘없는 소리가 맴돌았을 뿐. 가벼운 내야땅볼.

마지막까지도 내 스스로 끝마치라는 건지, 마운드로 굴러온 공을 가볍게 잡아서 그대로 1루로 송구했을 때.

“Hell Yeah!”

“30승 축하한다, Scuk!”

“300승, 3000승까지 같이 가자!”

“토너먼트에서도 오늘처럼만 해줘! 우승까지 가보자고!”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닌데, 다들 너무 호들갑이시네. 나도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리긴 했지만.

‘결국 하긴 했네, 30승을.’

생각보다 감격스럽구만.

거의 한 달도 전부터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던 30승인데, 막상 진짜로 하니까, 좀 색다르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

이번 오리올스전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이번 경기가 유독 쉽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30승이나 올리면서 그렇게까지 힘겨웠던 적은 없거든.

그나마 내 스스로 점수를 만들어, 승리를 따내야만 했던 로키스전이나, 크리스 세일과 끝장전을 벌였던 레드삭스전 정도가 힘들었지.

그 외엔 타자들이 5점을 내든, 3점을 내든, 1점을 내든. 어렵지 않게 승리를 따냈다.

가끔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30승 축하한다, 결국 진짜로 하네.”

“캬~ 30승 투수라니, 이 정도면 내년 치 사이 영 까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Suck 너 이러다가 은퇴까지 통산 500승도 찍겠는데? 벌써 56승 아니야?”

“지금 같은 페이스로 20년쯤 하면 불가능하진 않지.”

그래도 기쁜 건 사실이지.

어쨌든 내가 이 팀을, 30경기 동안 승리로 이끌었다는 뜻이니까.

숨 가쁘게 달려와, 레이더스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축하를 건네는 동료들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영광을 즐겼지만.

문득,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몇 번 더 하겠네.”

“응? 뭘 몇 번 더해?”

“30승 말이야. 왠지 두어 번은 더 할 것 같은데? 요새 승수가 별로 가치가 없다는 건 아는데, 기분은 좋네. 앞으로 몇 번 더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어.”

“···미친 소리인데, Suck 네가 말해서 그런가, 이상하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앞으로도 30승 정도는 몇 번 더 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어쩌면 진짜로 500승을 찍어볼지도 모르고. 어처구니없는 소리라는 건 아는데,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 다 이기면 33승, 포스트시즌에서 대충 일곱 경기쯤 나간다 치면, 그거까지 다 이기면 40승인가?’

이것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아웃!”

경기는 우리 승리로 끝났다.

예상처럼 오리올스는 역전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내 30승을 지켜주는 동시에, 107승, 애슬레틱스 구단 역사상 최다승 타이기록을 내줬다.

덤으로 8이닝 17탈삼진 1피안타를 찍기도 했고. 덤이라고 하기엔 좀 큼직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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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애슬레틱스 7:0 볼티모어 오리올스 – 승리투수 : Go You-Suck>

<고유석, 시즌 30연승, 전승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다!>

└결국 하긴 했네.

└솔직히 이미 옛날부터 확정이어서···

└그래도 현대야구에서 30승 찍는 미친놈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경기가 끝난 뒤, 반응은 다소 덤덤했다.

이미 수없이 언급됐던 기록이고, 사실상 무조건 달성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였으니까.

또한 승리라는 스탯의 가치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기에, 그런 것도 있었고 말이다.

<고유석, 벌써 통산 56승! 전문가들, ‘큰 부상이 없는 한, 은퇴 전까지 300승은 손쉽게 가능할지도···’

└지금 페이스면 통산 최다승 깨는 거 가능?

└사이 영 511승이 최다승일 건데, 가능성은 있음. 벌써 56승이라.

└ㅇㅇ지금 페이스 20년 정도 유지하면 되긴 함.

└ㅅㅂ진짜로 가능할 것 같아서 웃기네ㅋㅋㅋㅋ

물론 생각보다 덜하다는 것이지, 아예 없지는 않았다.

특히나 워낙 압도적인, 현대야구에선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의 승리 페이스이기에.

300승 이상, 어쩌면 역대 최다승까지 노려볼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솔직히 혐유석 팀빨아님?]

-오클랜드 지금 역대 최다승 노리는 수준인데, 까놓고 말해서 승수는 팀빨로 올린 게 팩트 아니냐?

└ㅆㅇㅈ 투수 혼자 이기는 줄 아나ㅋㅋㅋ

└고유석 잘하는 건 나도 인정인데, 솔직히 다른 투수들도 오클랜드에서 넉넉하게 득점 지원받으면 30승은 몰라도 25승은 찍을듯ㅋ

└솔직히 요즘 시대에 승리 가치 조또없음

물론 오히려 강력한 팀의 도움을 받아 올린 스탯이라며, 30승의 가치를 폄하하는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대체선수 대비 22승의 가치를 가진 고유석?! 중위권 팀을 우승급으로 만들 수 있는 압도적 퍼포먼스!>

[갓유석 팀빨 아닌 이유]

-지금 WAR 22임. 오클랜드가 고유석빨임ㅋㅋ

└작년에 WAR 19아님? 뭔 2년 만에 WAR이 40을 넘기네.

└진지하게 은퇴하기 전까지 200도 넘길 듯ㅋㅋㅋ

└이 페이스 그대로 20년 뛰면 앞으로 갓유석이 야구의 신이다 ㅇㅈ?

└└ㅇㅈ 쿠퍼스 타운 앞에 신전 만들어놓고 모셔야함.

객관적인 팩트 앞에선 그저 침묵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모든 지표가 이야기해줬으니까. 결코 팀의 도움만으로 만들어진 승리가 아님을.

오히려 정반대로 미국 내에선 고유석과 더불어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애슬레틱스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팀? Go를 제외하면 와일드카드 수준!>

<월드시리즈 우승 적기! 허나, 에이스의 의존도가 심각한 A’s!>

<‘Only Go’, 애슬레틱스의 가을은 오직 Go에게만 달렸다?>

가을야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기에, 진출이 확정되거나 가능성이 높은 팀들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때.

고유석이라는 절대적인 에이스의 영향력이 워낙 거대하기에 가려졌을 뿐. 애슬레틱스라는 팀 자체는 생각보다 약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꽤 많은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서 나왔으니까.

단순 계산으로 그가 홀로 벌어서 가져다준 22승을 제외하면, 그저 그런 와일드카드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었고 말이다.

[#Yankees]

[솔직히 애슬레틱스는 그렇게 강하다고 보긴 어렵지. Go가 나오는 경기는 그냥 졌다고 치더라도, 남은 경기는 죄다 이길 수 있는 정도야.]

[#RedSox]

[Suck이 그나마 X같긴 한데, 모르지, Suck이 Chicken일 수도.]

[#Indians]

[애슬레틱스는 Go 한 명한테 올인하고 있어. 다르게 말하면 Go가 커쇼처럼 새가슴이라면, 그걸로 끝이라는 거지.]

그렇기에 양키스와 레드삭스, 그리고 인디언스나 매리너스 등.

애슬레틱스와의 가을야구에 대한 위협감을 느낀 팀의 팬들은 고유석의 지대한 영향력과 그가 ‘새가슴’일 가능성을 지적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A’s]

[Suck 이제 420K지? 잘하면 진짜 4위까진 찍겠는데?]

└3위인 483K야 남은 경기에서 21K씩 해야 하는 거니까 힘들지만. 4위 정도는 가능하지.

└요새 우리가 Suck 가진 거에 배알 꼴려하는 놈들이 많던데. 꼬우면 니들도 Suck 쓰던가? 아, 없지 참?

└Suck 안 나오는 경기 다 이기면 된다고? 다르게 말하면 우린 1승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니야?

└그게 정답이지. 3승이나, 4승보단, 1승이 훨씬 쉽지.

애슬레틱스 팬들은 그저 코웃음만 흘렸다. 그 말처럼 설사 애슬레틱스가 지금처럼 대단한 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르게 말하면, 대단치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1승만 올리면 된다는 거니까.

한 투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234이닝, Go, 로이 할러데이에 이어, 최후의 250이닝까지 가나?>

그것은 곧 이런 투수를 가진 특권이었기에, 애슬레틱스는 기꺼이 그 특권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엄청난 부담감과 압박감을 떨쳐내며, 무수한 영광을 이뤄낸 투수가 새가슴일 가능성도 없었고 말이다.

<애슬레틱스, 108승을 달성하며, 구단 역대 최다승 신기록!>

<애슬레틱스, 오리올스를 스윕하며 109승! 과연 01년, 매리너스의 116승을 넘어설 수 있을까?>

고유석의 30승으로 시작된 오리올스전은 이후 애슬레틱스가 무기력한 오리올스를 스윕으로 잡는 것으로 막을 내렸고.

그렇게 여러 가지 추측과 기대, 그리고 걱정과 흥분 속에서, 서서히 가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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