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아웃!”
애석하게도 새로운 기록 경신은 실패로 끝났다.
최악을 당하면서 오히려 긴장기 풀린 건지, 양키스 타자들이 잘 치더라고.
8회 초에는 게리 산체스에게만 삼진을 잡아내는 것에 그치며, 범타 두 개를 따냈고.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9회 초에선 닐 워커와 글레이브 토레스를 각각 5구째 서클 체인지업과 4구째 슬라이더로 잡아냈으나.
느낌이 좋던 루크 보이트가 중견수에게 잡히는 큼직한 외야플라이로 잡히면서, 20K에도 실패했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9이닝 동안 가장 많은 탈삼진을 잡아낼 수도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긴 하지만.’
물론 나도, 팬들도 약간의 아쉬움만 가질 뿐, 딱히 그것에 미련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양키스는 기분 좋겠네. 온갖 굴욕을 다 당하긴 했어도, 그나마 하나라도 저지했으니까.
“이제 잡아도 돼지?”
그렇게 경기가 끝난 뒤, 조심스럽게 다가온 브루스는 수줍은 얼굴로 물었다.
아까 전, 날 잡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면서 물러났던 다른 야수들도 마찬가지고.
팬들도 열광하며, 날 당장 들어 올리라는 분위기였기에, 이번엔 막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껏 잡고, 들고, 던지고, 다 해. 아무거나. 음료수도 뿌리던가.”
“Suck이 허락했다! X발 잡아!”
“우어어어어어어어!”
“음료수 가져와아아아! 샤워 시작이다!”
내 허락이 떨어지는 즉시, 수십 개의 팔이 나한테 쏟아졌다.
“머리- 머리채 잡지 마 쓰레기들아! X발 누가 때려!”
아까 전, 400K 달성 직후에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주 격하게 구는데, 영화 속 좀비 떼가 다름없네.
간혹 흥분이 지나친 건지, 머리를 잘못 잡는 놈도 있었지만, 모근이 뽑히는 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저 즐거워할 팬들을 위해서,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 그러니까 하자. 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나도 오지게 하고 싶었나 보네.’
아무래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을 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도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이렇게 기쁜 걸 보면 말이야.
경기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콜리시엄처럼, 내 몸도 이상하게 뜨끈뜨끈했고.
“크하하핳, 400탈삼진 축하한다!”
“이대로 4000K까지 가자!”
“4천? 고작? Suck 체면이 있는데 4만은 돼야지!”
그나마 누군가 뿌려준 음료수 덕분에 조금 더위가 가셨다. 이제 여름도 끝났는데, 참 덥단 말이야.
어쩌면 끝나지 않았기에, 여전히 열기가 이어지는 걸지도 모르고. 이미 거의 모든 걸 이루긴 했지만. 아직 시동을 끌 때는 아니니까.
‘아마, 월드시리즈에서도 엄청나게 덥겠지.’
9월을 지나, 10월, 11월에 다다라도 열기는 가시지 않을 거다.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조금 선선해지겠지.
뭐, 그러다가 또 3월, 4월이 되면 다시 뜨거워져야 하겠지만 말이야.
적어도 모든 걸 끝마치고, 아무런 미련 없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반복되는 끝이 없는 쳇바퀴 같은 삶이겠지만···
‘그래서 재밌지.’
경기는 끝났다.
9이닝 19탈삼진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시즌 29연승이자, 시즌 400K, 정확하게는 403K를 기록하면서.
양키스가 떠나고, 반대쪽 덕아웃이 비어버린 뒤에도 콜리시엄의 흥분은 계속 이어졌다.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없었고.
괴성에 가까운 환호와 행복감에 젖은 노랫소리가 9월의 밤을 가득 채워줬다.
“고막도 찐득 거려서 죽겠네. 다음엔 물 뿌려 물.”
“물이 어딨어, 다 음료수지.”
“너도 오늘 수고했다, 다음 주까지 롤렉스 하나 더 사다 줄 테니까, 잘 간직하고.”
“에이, 안 그래도 되는데···”
“군침이나 닦고 그런 말해라, 침이 질질 흐르는데, 안 그래도 되기는 무슨.”
그나저나 롤렉스 하니까 생각난 건데, 이거 퍼펙트게임 아니야?
나 오늘 안타도 안 맞았고, 볼넷도 없고, 힛바이피치도 없고, 실책 때문에 출루한 것도 없으니까, 퍼펙트네? 어쩐지 마지막 타자가 9번타자더라.
퍼펙트게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일이 걸려 있어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구만.
‘뭐야, 왜 아무도 몰라?’
대충 눈치를 보니,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몰랐던 것 같다.
역시 뭐든 간에 희소가치가 중요해. 내가 허구헌 날 퍼펙트하니까, 이젠 다들 신경도 안 쓰잖아.
‘잘하면 이것도 은퇴하기 전까지 열 번 채우겠는데?’
어쩌면 은퇴하기 전까지 열 번을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다면 나중에 꽤 볼만하겠어.
한 100년 뒤의 야구계에선 의견이 분분하겠지.
어떻게 열 번이나 퍼펙트가 가능하냐? 그건 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그다지 발전되지 않았고, 현대의 트렌드나, 야구의 룰과 다른 시대이기에 가능한 기록다!라고 말이야.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제법 티비 볼 맛이 날 것 같았다. 날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걸 즐겁게 지켜보겠지. 아니지, 그땐 티비가 아니려나?
‘뭐든 간에 상관없지.’
티비든, 아니면 그 시대의 다른 영상 매체든, 앞으로 100년은 가는 건 맞을 테니까.
오늘 이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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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해냈습니다! Go가 400번째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시초의 19세기가! 혁신의 21세기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삼진이 잡힌 순간, 캐스터는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콜처럼 우렁차게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후의 경기는 사실 팬들에게, 관중들에게,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이 생각의 흐름을 꽉 막아버렸으니까.
입에선 그저 욕설이 흘러나왔고, 잠깐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땐, 고유석이 하늘 높이 떠오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A’s]
[이거 꿈 아니지? 현실 맞지? X발 갑자기 자고 일어났는데, 경기 시작하는 건 아니지?]
└나도 좀 안 믿긴다. 엄청나게 기대하긴 했지만, 진짜로 해버리다니···
└Suck은 신이다. Suck은 신이다. Suck은 신이다.
몇몇 팬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과도한 기대감에 어쩌면 자신이 환각을 보거나, 꿈을 구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면서.
꿈만 같은 순간이기에, 그런 의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MLB]
[Go, 시즌 400탈삼진 달성. 역대 7번째 기록.]
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이 그것이 현실임을, 꿈만 같던 순간이 정말로 실현됐음을 알렸고.
그와 동시에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언론과 미디어의 찬사도 불이 붙은 화약고처럼 터졌다.
<뉴욕 양키스 0:1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 승리투수 : Go You-Suck(9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19K>
└그냥··· 미친 순간이었어.
└딱 400개 잡는 순간, 입에서 욕 밖에 안 나오더라.
└132년이라니··· 캐나다 놈들이 백악관이 불태운 게 그때쯤 아니야?
└72년 정도 차이가 나기는 하는데, 어쨌든 지금보단 그때에 더 가깝지
현대야구 최초의 400K. 그리고 역대 일곱 번째 400K.
그것이 2018년에 도래하며, 130년이 넘도록 맷 킬로이가 차지했던 최후의 기록이 뒤로 밀려났다.
스스로 다짐했듯, 고유석이 그의 영광을 기어코 훔쳐냈으니까.
<최후의 단일시즌 400탈삼진은 ‘2018년!’ 고유석, 2세기 만의 쾌거를 해내다!>
<기적의 403K, Go의 위대한 2018시즌이 ‘19세기’로 입장했다!>
영원토록 닫혔던 19세기의 문이 열리며,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방인을 받아들인 순간 앞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객관적인 통계와 수치만을 주워섬기는 냉철한 세이버메트리션도, 이슈와 가장 가까운 만큼, 그에 둔감하기도 한 기자들도.
심지어는 수없이 많은 전설을 직접 이륙하거나, 혹은 함께하기도 했던 여러 전설적인 선수들조차 말이다.
<오클랜드 대축제! 도시 전체가 ‘Suck’을 외치며 환호하다!>
그날 밤 오클랜드에선 전쟁터처럼 폭죽이 터졌고, 어쩌면 베이 에어리어와 실리콘 밸리 전역의 환하게 밝아졌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환호성은 수면을 방해하기 적합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잠에 들고 싶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뜨겁게 달궈진 몸과 두근거리는 심장은 모든 이들을 불면증으로 만들었다.
<뉴욕 양키스,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이자, ‘최후의 400K’ 희생팀이 되다!>
<양키스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애런 분 감독, ‘팬들에게 사죄’>
그렇게 서부에 축제가 이어지는 동안, 반대편, 미국의 심장과 다름없는 도시에선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찼지만 말이다.
[#Yankees]
[양키스가 X발 이딴 짓거릴 당하다니. 망조가 들었어! 감독, 선수, 단장 X발 다 갈아치워야 돼!]
└스탠튼 X신 새끼는 그 돈 처먹었으면 홈런이라도 하나 처 날렸어야지! 그럼 좀 덜 쪽팔렸을 거 아니야!
└저지가 없어서 그래. X신 같은 타자 새끼들은 저지를 빼면 죄다 쓰레기야!
└X같은 레드삭스 놈들이 20탈삼진 대주는 거 보고 비웃었는데··· 우리가 더 X신이었네.
└원정 마치는 대로 걸어서 뉴욕까지 와라. 너희 같은 쓰레기들한테 전용기는 사치니까.
양키스 팬들은 그저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했던 악몽이 정말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콜리시엄, 최다 관중 기록! 56,310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했다!>
<시청자 수 2천만 이상? 월드 시리즈, 그 이상의 주목도! 피크 순간엔 3천만에 달하기도···>
자랑스러운 양키스의 드높은 명예가 수천만 명이 보는 앞에서 단 한 경기 만에 오물에 처박혔기에.
양키스 역시 조금 다른 의미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고.
[#Yankees]
[와일드카드 뚫고 디비전 간다고 해도, 쟤를 또 상대해야 한다는 거 아니야? X같네.]
└그전에 부상당하길 빌어야지.
└포스트시즌에서도 지금처럼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Suck 쟤가 오늘처럼 하면, 우린 절대로 못 이겨.
└저 새끼가 등판하는 경기는 진 걸로 치고, 나머지 경기에서 다 이긴다고 가정해야지. 그거 말곤 답 없어. 다른 팀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고.
어떻게든 와일드카드를 따내고, 디비전 시리즈로 진출한다고 쳐도.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 양키스를 손쉽게 찍어 누른 투수와 다시금 맞대결을 해야 한다는 거니까.
이번 경기에서 약간의 트라우마마저 생겨난 양키스 팬들이기에, 그 사실이 더욱더 무겁게 와닿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슬이 내려앉으며, 다음날 여명이 떠오르는 순간까지도.
충격과 공포, 그리고 환희. 그 세 가지로 압축되는 분위기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다음날 양복을 입어야 하는 화이트칼라도, 아침 일찍 일터로 향해야 하는 블루칼라도. 그저 지금의 여운을 즐겼으니까.
이대로 19세기에 남아, 영원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것처럼.
<400K에 가려진 통산 다섯 번째 퍼펙트게임, Go, 이번 시즌에만 3회째!>
└퍼펙트였어?
└그러고 보니, 퍼펙트네.
└400K에만 집중하느라 신경도 못 썼어. 400K 찍은 뒤에는 정신이 없었고.
└한 시즌 동안 세 번이라니, 어떻게 보면 이쪽이 더 말이 안 되지 않아?
└400K는 1800년대라도 해본 사람이 있으니, 사실 이쪽이 더 희귀하긴 하지.
모두의 정신에서 사라진 퍼펙트게임을 조용히, 남몰래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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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죽이지? 포레스트 검프한테 사인받은 글러브야. 밀러 대위의 사인이기도 하고.”
“용케 받았네? 신경 안 쓰는 척하더니, Suck 너도 별 수없네.”
“경기 때야 승부에 집중해야 하지만, 끝나고 나선 다르지. 프랭크 씨한테 부탁해서, 내 사인 글러브랑 물물교환 했어.”
400K 덕분에 소소한 부수입을 올렸다. 톰 행크스한테 사인받았거든.
정확하게 말하면, 클러비인 프랭크 씨가 대신 받아줬지. 내 사인 글러브랑 물물교환 하는 것으로.
“설마 경기에서 쓴 거야? 그러면 네가 너무 손해 아니냐?”
롤렉스라는 인질 때문에 내 자랑을 얌전히 듣고 있던 브루스는 조금 기겁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그날 쓴 글러브는 아니다.
“당연히 아니지. 그건 나중에 은퇴하고 박물관에 전시해야 하는데, 왜 남을 줘?”
그게 얼마 짜린데,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배우라고 해도 그걸 홀라당 넘겨.
나중에 은퇴하고 돈 없을 대 경매 붙이면 못해도 백만 달러는 받을 텐데, 비상금 명목으로라도 가지고 있어야지.
400K 사인볼도 마찬가지고.
특별히 유니폼은 구단에 기증하기로 했다. 언젠가 신구장을 건축하면, 이전에 내가 기증해준 것들과 함께 경기장 통로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다. 요즘 들어 신구장 건축에 부쩍 탄력을 받았다고 하니까.
오클랜드 시에 부지를 통보했다고 하던가? 못해도 20년부터는 착공될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잘하면 나도 신구장 맛 좀 볼 수 있겠네.
“그나저나, 그토록 위대한 투수님께서 왜 휴식을 다 마다하셨어? 안 피곤해? 나라면 고맙다고 넙죽 받았을 텐데.”
얌전히 내 자랑이나 듣고 있던 브루스는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별건 아니고, 양키스와의 3차전마저 승리로 끝나면서, 가뜩이나 서글픈 양키스를 스윕으로 때려잡은 뒤, 구단에선 나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앞으로 한 경기만 더 뛰어서, 30승만 채우고, 포스트시즌까지 편하게 휴식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올해는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야 하니, 미리 체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신체적인 과부하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겠다는 뜻이지.
하지만 깔끔하게 거절했다.
뭐,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식의 투지도 아니고.
“그냥, 좀 아깝잖아. 내가 생각해도 진짜 또라이 같은 시즌인데, 중간에 빠지면 얼마나 아깝겠어?”
후회가 될 것 같더라고.
당장 내년은 어떨지 모르잖아?
어쩌면 올해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선발투수의 전성기는 25~6세부터 시작되고, 28세까지 이어진다고 하니까.
올해 괜히 무리하다가, 그 여파로 인해서 내년에는 푹 주저앉을 수도 있고.
그러니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아까울 것 같았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하는 순간일지도 모르는 시즌을 끝까지 가보지 않고, 중간에 쉬어버린다면. 언젠가 미련이 생길 것 같더라고.
그때 그냥 끝까지 뛰어볼 것을, 한번 젖먹던 힘까지 내볼 것을, 스스로 한탄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아직 너무 멀쩡하거든.”
“진짜 괴물이야··· 그렇게 던졌는데도 힘이 남아돌아? 나였으면 지금쯤 걷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은데.”
거기다 여전히 한참은 더 여력이 남아 있었으니까. 딱히 피곤하지도, 피로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거기다 내가 1800년대의 문을 열어제끼면서, 한번 잡아 볼 만한 기록들도 새롭게 생겨났지.
‘내 위로 여섯 명이었지? 1800년대 사람들이.’
417K-441K-451K-483K-499K-531K. 무슨 비밀번호 같아 보이겠지만, 내 위로 있는 투수들이다. 현대야구 이전, 1800년대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들이지.
483K부터는 힘들 것 같지만. 451K가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해야지.’
이전에도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하다 보니까,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여전히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보는 거지.
도저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