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타격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런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역대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워렌 스팟의 명언 중의 명언이다.
투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의 본질이 어떤 건지를 가장 잘 축약한 말이니까.
이건 시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절대로 변하지 않지.
그렇다면,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가장 보편적인 건 구속이지.’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면서, 그렇기에 막강한 절대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구속이다.
빠른 구속은 그 자체만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뒤흔들고, 거기에 디셉션이나 무브먼트 등 다른 것이 적절하게 받쳐준다면, 완전히 빼앗아버리니까.
그렇기에 강속구를 가진 파이어볼러들이 삼진을 넙죽넙죽 잘도 잡는 것이고.
‘그러니 나도 파이어볼러가 돼야지, 삼진을 많이 잡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강속구가 없다.
대단히 강력한 포심이니, ‘강구’는 맞는데, ‘강속’은 아니니까.
그러니 그 존재만으로 타이밍을 망가뜨리는 강속구는 던질 수 없지만, 대신 그것이 내는 효과를 따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파울!”
나는 오늘 좌완 파이어볼러가 됐다. 흔히 지옥에서 데려온다고 표현하던가?
고작 89마일 가지고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싶겠지만, 진짜야. 적어도 오늘 나는 누가 봐도 파이어볼러지.
“파울!”
트윈스의 조금은 빈약한 파워가 그렇게 만들어줬거든.
1회 말, 조 마우어를 비롯해, 1-2-3번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확인한 것은 예상처럼 트윈스가 그리 강력하지 못하다는 거였다.
설사 컨택이 좋은 타자라고 해도, 파워가 부족하다면, 별로 소용이 없었지.
당장 조 마우어만 보더라도 오늘 컨택이 좋아 보였고, 날이 바짝 선 타격감을 첫 타석에서부터 보여줬지만, 정타는 만들지 못했잖아?
이후 계속해서 경기가 이어지는 동안 상대한 다른 타자들에게서도 그걸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니 과감하게 포심의 비중을 늘려야지.’
그렇기에 포심을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던졌다. 아마 오늘 경기에서 던진 공의 열 개 중 여섯 개는 포심 패스트볼일 거야,
같은 구종이 자주 날아오는 만큼, 파울은 늘어났다. 트윈스 타자들이 파워가 딸리는 거지, 컨택이 나쁜 편은 아니니까.
그러니 자칫 잘못했다간, 괜히 투구수가 늘어나거나, 행여 빗맞은 타구가 아슬아슬하게 수비를 꿰뚫어, 안타가 될 수도 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그걸 막는 것이 바로 기술이지.
연이은 파울, 오늘 경기에서의 날쌘 타격감을 뽐내듯, 재빠른 스윙으로 공을 맞혀낸 조 마우어였으나.
이내 순간적으로 느려지는 오프스피드에 결국 배트가 헛돌았다. 이게 맹점이다.
파울이 많이 나오면, 투수에게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하기도 하다. 방금 언급한 단점들이 있잖아?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파울 역시도 스트라이크라는 것이지. 파울팁이나 쓰리번트가 아니라면, 삼진은 될 수 없지만.
“파울!”
저 전광판에 주황색 불이 올라가게 하는 건 가능하지.
조금은 약한 파워, 그리고 그리 나쁘지는 않은 컨택. 그리고 평소보다 더욱더 많이, 그리고 더 강하게 던진 패스트볼.
그것의 조화로 파울을 양산하고, 그렇게 파울이든, 아니면 헛스윙이든, 포심을 충분히 많이 지켜본 타자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가 만들어지면.
“스트라이크 아웃!”
나머지 브레이킹볼과 오프스피드 중 아무거나 하나 잡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
어때? 이 정도면 누가 봐도 파이어볼러 아니야? 강력한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삼진을 미칠 듯이 잡는 건데, 그냥 대놓고 파이어볼러잖아?
‘사실 엄밀히 따지면, 그렇게 대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언제나 상황이 중요하지.’
까놓고 말하면, 애초에 내 피칭 자체가 이런 스타일이다. 힘으로 타자들 찍어 누르고, 타이밍을 찔러서 삼진 잡는 거 말이야.
그렇기에, 내가 파워피처라는 평가를 받고, 이젠 피네스 피처의 탈을 썼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고.
오늘은 그저 그런 성향을 더욱더 극대화시킨 셈이지. 포심의 비중을 확 늘리는 것으로.
대단한 비법도 아니고, 천재적인 전략도 아니지만, 상황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거지.
‘그런 간단한 피칭에 당하고 있으니, 저쪽도 제법 빡이 돌긴 하겠지.’
그런 나에게 조져지고 있는 트윈스의 덕아웃에선 약간의 굴욕감이 감돌기도 했다.
내가 자기네들을 어떻게 조지고 있는 지를 이젠 그들도 충분히 알아챘을 테니까.
자기들이 산 위에서나 90마일을 찍을 수 있는 투수를 파이어볼러처럼 만들어준 거잖아?
그런 별거 아닌 피칭에 트윈스가 완전히 멸망당하고 있는 거고.
그러니 타자들 입장에선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고, 어떻게든 내 코를 꺾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겠지.
‘이제 슬슬 바꿔야겠네.’
제 아무리 내 포심이 더럽게 무겁고, 대포알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그걸 계속해서 치고 또 치다 보면 결국에는 적응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공이라는 게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거든. 그러니까, 과거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마구처럼 느껴졌던 100마일도 요샌 줄기차게 홈런 맞는 거고.
그러니 그 유통기한을 잘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바꿔야 경기에서의 호투도, 커리어도 길~게 이어지는 법이지.
“아웃!”
4회 말 종료.
현재까지 올린 삼진은 아홉.
이제 약빨이 떨어질 것 같으니,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트윈스 타자들은 이제부터는 슬슬 스윙을 크게 낼 거다. 부족한 파워를 보완하고, 파울을 줄이기 위해서.
물론 더욱더 정확하게 컨택하기 위해, 오히려 더 간결하게 스윙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스트라이크!
그러니 이제부턴 다시 평소처럼 변화구들의 비중을 늘리고, 그걸로 조지는 거지.
“파울!”
오늘 아예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는 변형 패스트볼도 적절하게 섞고.
“스트라이크 아웃!”
거기에 이제 경기 중반이니, 빠른 동작까지 곁들이면 더욱더 금상첨화겠지.
이것으로 잠깐의 파이어볼러 놀이는 끝났다. 이제 다시 ‘고유석’으로 돌아온 거지.
물론···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다고 해서 딱히 약해지는 건 아니었다.
####
머나먼 미네소타에서, 미친 듯이 삼진을 잡고 있는 고유석을 지켜보며.
어쩌면 그가 프런트의 생각을 읽었듯, 프런트, 빌리 빈 역시 그의 의중을 읽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열여섯 번째 삼진을 잡아냅니다!
“Go도 400번째 삼진을 여기서 달성하고 싶은 것 같군.”
아무래도 그 역시도, 콜리시엄에서 그 역시적인 순간을 이뤄내고 싶은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원래도 엄청난 삼진율을 자랑하는 투수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약간의 피칭 스타일을 바꿔가면서까지, 더욱더 혹독하게 삼진을 잡아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와 마음이 같았던 건지, 오클랜드는 벌써부터 아우성이었다. 아니, 북부 캘리포니아 전체가 난리였지.
그의 다다음 등판이자, 400탈삼진이 달성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9월 4일, 양키스와의 3연전 시리즈의 2차전이자 시즌 140번째 경기는 아직 그날까지 10일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수백 만 명 이상이 티켓을 갈구하고 있었으니까.
좌석까지도 필요 없고, 경기장 난간 위에 올라가서라도 볼 테니.
제발 입석 티켓이라도 더 많이 배정해달라는 팬들의 항의 전화가 지금도 빗발치고 있지.
당장 데이비드 포스트,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 엄청난 소음이 새어 들어오기도 했고.
“밖은 아직도 전화가 한창인가 보군?”
“오히려 더 많아졌죠. Go가 이번 경기에서 삼진을 엄청나게 잡고 있으니, 가능성이 더 올라갔으니까요.”
“고생하는데, 시즌 끝나면 인센티브라도 두둑하게 줘야겠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상황이니, 그 정도는 해줘야겠죠.”
친밀한 동료이자, 부하직원의 말에 빌리 빈은 정답이라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그대로였다. 어쩌면 그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팀에 입성한 이후, 모든 시즌을 통틀어.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부유한 시기라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만약 정말로 우승까지 해낸다면, 정말로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욕심이 깃들기도 했고.
어쩌면 한 선수를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그토록 지양했던 사심이라는 놈이 생겨난 걸지도 모르지.
철저하게 분석 자료와 보고서, 그리고 객관적인 통계로 판단하기 위해, 직접 경기를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트리고, 경기를 즐기고 있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연봉조정이 된다면, 포스트 자네 생각엔 얼마 정도일 것 같나?”
“못해도 천오백만. 거기서부터 시작하겠죠.”
“그래, 거기가 시작점이겠지.”
Go의 연봉조정은 꽤나 주목받고 있는 소재였다.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지가 의문이었으니까.
일단 그가 내년을 통째로 날리지 않는 한, 아니, 정말 통째로 날리더라도.
올해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세운 연봉조정 1년차 최고 금액인 1085만 달러를 경신하리라는 것은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못해도 1500만 달러, 어쩌면 2천만 달러를 받아낼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였지.
거의 웬만한 대형 FA 계약급의 연봉을 단 한 번의 연봉조정으로 받는 셈이니, 조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그 압도적인 성적이 모든 반론을 삭제시켰다.
“그렇다면··· 이대로 시간이 지나서 23년 FA로 나온다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아주 순수하게 개인적인 예측입니다만, 7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없을 겁니다. 5년 2억, 혹인 3년 1억 5천이겠죠.”
“진심인가?”
“개인적은 예측이니, 제 진심이죠. 객관적이냐고 물으신다면, 고개를 젓겠지만.”
그 이후의 FA는 그마저도 아득하게 초월하리라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만약 지금 같은 성적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그를 장기계약으로 묶을 수 있는 팀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단년 계약을 이어가며, 강제로 저니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였지.
그나마 한 팀에 제법 묶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데이비드 포스트의 예측처럼 길어봤자 5년 정도로 추측했고.
‘투수 한 명에게 못해도 4천만. 많으면 5천만이라···’
이 역시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기는 했다. 빡세게 탱킹을 달리는 스몰마켓 팀의 페이롤 수준이지 않은가?
그 한 명의 연봉으로, 메이저리그 구단 자체를 하나 정도 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정된 시장이기에, 정말로 그 정도로 까지 오버페이를 지불할 팀이 있는지는 의문이니,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지만.
-스트라이크!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의 모습을 보면.
최근 들어 가장 부유한 애슬레틱스가 우습게 여길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팀이라면.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 투수이기에 그가 영원토록 오클랜드의 전설로서 남으리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 아무리 체급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감히 애슬레틱스가 품을 수조차 없는 수준이지.
“만약, Go가 FA로 나가기 전까지 최대한 마켓을 키운다면, 그래서 자금을 모은다면. 그를 잡는 것이 가능할 것 같나?”
그럼에도 한 차례 욕심을 드러낸 빌리 빈이었지만, 친밀한 사이인 만큼, 그는 직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가능하겠죠, FA 직전, 다른 선수들을 거의 다 처분하고, Go와 둘, 셋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로스터를 모두 최저 연봉을 받는 신인으로 채운다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불가능하단 뜻이군.”
꽤나 신랄한 말이었지만, 빌리 빈 역시 이미 내심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리 아프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Go! 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7회 말을 종료시킵니다! 400탈삼진 까진 단 27개! 메이저리그에 절대 불변하게 남을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씁쓸했을 뿐.
수없이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냈지만, 그가 떠나는 순간엔 유독 가슴이 쓰릴 것 같기는 했다.
아니, 어쩌면 그전에 빌리 빈 자신이 먼저 떠나게 될지도 모르지.
“FA까진 계속 잡고 있어 보자고. 최대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예, 체급을 키워야죠, 그와 영광의 길을 함께하는 동안.”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며, 함께 화려한 영광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트윈스전이 종료됐다.
Go의 7이닝 17탈삼진과 1피안타, 그리고 27연승으로.
373K를 달성하며, 다시금 랜디 존슨을 넘어, 작년 본인이 세운 393K와 그 뒤로 이어진 놀란 라이언과 샌디 코팩스의 383K, 382K에 이어.
1900년대 이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다시금 세운 고유석이었지만, 1900년대 이후 혹은 라이브볼 시대라는 단어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그는 이미 19세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6:1 미네소타 트윈스 – 승리투수 : 고유석(7이닝 17탈삼진 1피안타)>
└오늘은 뭔가, 그냥 미쳤어! 9이닝까지 던지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로.
└1884년이라,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1884년생이실 텐데···
└2차대전도 아니고, 하물며 1차대전도 아니고, 심지어 스페인 전쟁보다도 전이네. 이게 말이 되냐?
그야말로 시종일관 압도적이었던 경기가 끝난 뒤, 생각보다 조금 더 성큼성큼 다가온 기록에 사람들은 헛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워낙 대단한 기록이기도 하거니와, 조금 심할 정도로 오래 전이 기록이 다시 꺼내진 것이니까.
보통 제 아무리 오래된 기록이라고 한들, 2차대전 이전 정도가 거론되고.
그 이전의 데드볼 시대의 기록은 애초에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넘어, 데드볼 시대에서도 전설처럼 여겨졌을 일이기에, 조금은 황당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은 파이어볼러? 트윈스, 고유석의 압도적인 ‘힘’에 완패!>
└한마디로 말해서, Go가 얼마만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 경기였어.
└뭐랄까, 100마일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 같았다고 해야 하나?
└다르게 말하면, 저렇게 대놓고 포심만 던져도, 파울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지. 이게 맞는 거냐?
물론 순수하게 이번 경기 안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역시 충격적이었고 말이다.
어쩌면, 고유석이라는 투수가 가진 느릿하지만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여실하게 드러난 경기였으니까.
└Suck의 패스트볼이 엄청 묵직하다는 거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잘 아는데. 오늘은 좀 충격적이더라.
└대놓고 치라고 던지는 수준이었는데, 죄다 파울인 거 보고 소름 끼쳤어. 아니, 이 정도로? 진짜로?
└솔직히 80마일대 패스트볼이 좋다고 해봤자, 뭐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X발 이건 사기 아니냐?
└이 빌어먹을 새끼는 당장 야구계에서 퇴출해야 돼! X같은 Go가 메이저리그를 망치고 있다고!
물론 언제나 여러 전문가들과 분석가들이 입을 모아 찬양했던 패스트볼이긴 하지만.
한 팀의 타선 자체를 포심 하나만으로 압도할 정도라는 건 여태까진 실감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그를 분석하고, 어떻게든 공략하기 위해 철저히 해부했던 여러 구단들의 전력분석팀마저도.
비록 트윈스의 타선이 별로 좋지 못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충격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A’s]
[아무리 Suck이라도 매리너스한테 27K를 할 리는 없으니, 무조건 양키스전일 텐데. 하아, 전재산을 바쳐서라도 제발 티켓 예매하고 싶다.]
└전재산? 난 티켓 얻을 수 있으면 대출까지 당겨서 볼 겨야.
└난 보스턴놈이야. 그치만 Suck의 팬이지. 이미 비행기 티켓은 예매했어. 그러니, 어떻게든 직관한다.
└└오지 말고 꺼져! 레드삭스나 쳐 보라고! 괜히 여기 와서 자리 차지하지 말고!
└└너나 꺼져! X같은 AssHole 새끼야.
└난간에 매달려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뒤지든 말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게 고유석이 트윈스를 압도하고, 미칠 듯한 삼진을 쌓아 올리면서, 이젠 정말로 가시권에 접어들었기에. 사람들은 기대감 속에서 몸을 떨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순간을, 그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정말로 간절하게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