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당연한 말이겠지만, 쿠어스 필드에서 완봉을 거두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평범하게 플라이볼이 됐을 타구도 담장을 넘어가버리는 곳이니, 오죽하겠어.
내가 알기로는 거진 퍼펙트게임 수준으로 희귀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로키스 팬들은 당혹스러운 것 같았다.
“아웃!
자기들이 그런 짓거리를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
여전히 내가 날려 보낸 홈런의 충격이 쿠어스 필드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홈런의 장본인인 나는 오히려 금방 빠져나왔다.
‘홈런만 쳐서 뭘 해. 투수가 공을 잘 던져야지.’
기껏 홈런 쳐놓고 점수 퍼주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결국에는 내 승리를 지키고,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점수를 낸 거니까.
물론 홈런의 짜릿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아웃!”
역시 타자를 잡아냈을 때의 만족감이 더 컸다. 난 그냥 천생 투수인가 봐.
7회 말은 예상했던 것처럼 손쉬운 이닝이 이어졌다.
4번타자, 트레버 스토리는 조급한 스윙으로 공을 빗맞히며 3루수 땅볼으로 물러났고, 그 직후 노엘 쿠에바스는 내야플라이로 물러났거든.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지.
‘많이 초조해 보이네.’
내 충격적인 홈런에 로키스의 전의가 상실되기도 했고, 0대0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리면서, 어떻게든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타자들이 더욱더 조급해진 거지.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잔뜩 흥분해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타자를 잡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휩싸여서, 마구잡이로 스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거든.
“스트라이크 아웃!”
바로 이렇게 말이야.
6번타자, 카를로스 곤잘레스는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큼직한 헛스윙을 뽐내며 삼자범퇴를 장식했다.
원래 우리 팀 출신으로, 08년에 데뷔해서, 그다음 해에 트레이드로 로키스로 넘어간 뒤, 긴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타자인데.
베테랑이라고 할 만한 경력을 지녔는데도, 그 역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홈에서 웬 투수 놈에게 무실점으로 꽁꽁 묶인 것도 모자라, 홈런까지 처 맞아버렸으니, 제정신이면 더 이상하겠지.
특히나, 아직 루키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가 홈에서 멋진 호투를 보여줬는데도, 득점 지원을 못해줘서, 제대로 승리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으니, 쪽팔려서라도 어떻게든 조급해질 수밖에 없지.
승수는 못 올려주더라도 최소한 어떻게든 패전투수만큼은 면하게 해주고 싶을 거고.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지기만 할 텐데 말이야.”
허나 그런 마음이 낳은 조급함이 오히려 카일 프리랜드를 점점 더 패전투수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웃!”
조급한 마음은 결국 부정확한 타격으로 이어지니까. 8회 말, 다시금 마운드 위에 올라온 내 모습에 로키스의 눈동자가 떨리는 한편,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홈런까지 쳤으면 만족하고 물러나야지, 주제도 모르고 쿠어스 필드에서 질질 버티고 있는 투수에게 복수해줄 기회라고 여겼겠지.
허나 그런 삿된 마음이 커질수록···
“스트라이크 아웃!”
더욱더 깊은 나락 속으로 빨려 들어갈 뿐이다. 언제나 한 줄기의 이성은 유지해야 하는 법이지. 완전히 무너져서, 주저앉지 않으려면.
8번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자, 슬슬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경기장 전역에 깔리기 시작했다.
“You Suck!”
물론 극히 일부분의 이들은 점점 더 극락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레이더스 말이야.
가뜩이나 공기도 부족한 곳에서 더 흥분했네. 저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도 죽으면 호상이겠어.
사인은 행복사일 테니까.
그렇게 이번 이닝의 마지막 9번타자. 원래는 투수타석이지만, 당연하게도 대타가 나왔다.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니까.
‘헤라르도 파라, 컨택이 준수한 편이지. 선구안은 별로고.’
09년에 데뷔한 이후, 무난한 커리어를 보내고 있는 타자인데, 컨택은 준수한 편이나, 선구안과 파워는 떨어진다.
작년,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고도 10홈런이면 말 다한 거지. 재작년에는 7홈런이고.
애초에 커리어 전체를 포함해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게, 단 세 번이 불과하다. 그래도 중장거리타를 만드는 갭파워는 제법 출중한 편이지만···
“스트라이크!”
이 정도는 충분히 잡지.
나도 제법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슬슬 공의 위력이 더욱더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력이 남아있거든.
‘인터벌, 가속 안 하기 잘했네.’
오늘은 평소처럼 중간부터 투구 동작을 빠르게 하지 않은 덕분에 말이야.
그게 체력을 상당히 소모시키는데, 하물며 쿠어스 필드에선 오죽하겠어?
괜히 체력을 훅 써버렸다가, 구위가 떨어지면 그땐 땅볼을 유도하기도 힘들기에, 일부러 오늘은 자제했지.
그 덕에 전체적으로 투구수 소모가 많지 않았던 이번 시즌 대비, 오늘은 조금 많이 던졌는데도 체력은 한참 남아 있었다.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몰리자, 헤라르도 파라의 얼굴에서도 조금씩 초조함이 엿보였다.
컨택이 좋은 타자.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타자이니, 그 초조함을 잘 이용해서, 적당한 코스로 공을 찔러 넣으면···
“아웃!”
이렇게 땅볼이 나오지. 오늘 경기 내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8회 말마저 막을 내리자, 이젠 쿠어스 필드가 조금은 싸늘하게 느껴졌다.
죄다 입조차 뻥긋거리지 않고, 그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악몽 같은 일이겠지.
투수에게 홈런을 맞은 것도.
그 투수에게 완봉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도, 죄다 악몽이니까 말이야.
‘꿈동산 맞네.’
쿠어스 필드는 꿈의 나라가 맞는 것 같았다. 나한테 90마일이라는 꿈을 이루어 줬듯이.
반대로 로키스에겐 악몽과도 같은 하루를 선사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보자고.’
오직 나한테만 행복한 단꿈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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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9회 초 애슬레틱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9회 초 9번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 글러브를 오른손에 꼈다.
그것을 보며, 몇몇 시청자들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흔한 장면은 아니니까.
특히나 그 장소가 덴버, 쿠어스 필드라면 더욱더 희귀하기 그지없는 장면이고.
거기에 [Go You-Suck – 4타석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이라는 기이한 타격 성적까지 겹쳐진다면, 더욱더 희귀해지겠지.
그런 시청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은 캐스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듯 입술을 깨물기도 했고.
“지난 타석에서, 본인이 직접 투런 홈런을 쳐내며, 0대0의 균형을 깨트린 바가 있는 Go인데, 이번 타석에선 얌전히 지켜봤네요.”
바로 직전 타석에서 모두를 놀라 게 했던 홈런을 때려냈던 선수이니, 혹시나 싶었으니까.
만약 연타석 홈런까지 쳐냈다면, 정말, 전대미문의 순간으로 길이길이 기억됐으리라.
중계진의 목소리 역시 자료영상으로서 불멸의 영생의 얻었을 테고.
물론 지금 이 순간 역시 전대미문이라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Go가 스스로 오늘 경기의 첫 득점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의 마지막까지 장식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1-2-3번으로 이어지는 타순이니, 아직은 모릅니다. 오늘 경기에서 많은 투구수를 소모한 Go인데, 자칫 무리하여 마운드에 올랐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예, 아직 로키스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쿠어스 필드에서의 2점차는 그리 넘기 힘든 벽이 아니니까요.”
물론 로키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순이고.
오늘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1번타자 찰리 블랙몬과 3번타자 놀란 아레나도가 타석에 오를 예정이니.
한순간 동점 혹은 역전 끝내기 득점이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쿠어스 필드에선 5점차 이상의 리드도 안심할 수 없었기에, 가능성이 낮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최대한 중립을 유지한 채, 로키스의 가능성 역시 설파했던 해설자지만, 곧 이닝이 시작됐을 때,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스트라이크 아웃! Go! 찰리 블랙몬에게 삼진을 빼앗아 냅니다!”
“인터벌이··· 빨라졌네요. 오늘 경기에선 체력 관리를 위해서인지, 평범하게 유지했었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 시작됐어요.”
이번 경기 동안, 이전까지 파괴적이었던 모습과 달리, 여우처럼 살랑거리며, 조금은 얻어맞기도 했던 괴물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스스로 채웠던 족쇄를 풀고, 칼을 빼어 들었으니까.
한순간 빨라진 투구동작은 이미 그에게 적응한 타자들에겐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4구, 몸쪽, 스트라이크 아웃! 하이 패스트볼을 헛치는 이안 데스몬드!”
“9회 말인데, 또다시 90마일이 찍혔습니다. 정말 대단한 에너지예요. 쿠어스 필드의 경우 다른 구장보다 체력소모가 극심한 편인데도, 오히려 여력이 남아 보이네요.”
이제 경기가 끝나갈 차례인데도, 오히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다시금 90마일이 찍힌 포심 패스트볼 역시 독이었고 말이다.
그보다 3~4마일 이상 느린 투심과 커터가 주력이었던 오늘 경기를 돌아보면, 투구동작까지 빨라진 상황에서 로키스 타자들이 그 타이밍을 따라가기란 요원했으니까.
조금 뒤바뀐 느낌이 들기도 했고. 다른 날은 경기를 시작할 때, 이렇게 타자들을 잡아내며, 기세를 잡아버리는 반면.
오늘은 가장 체력이 떨어졌을 9회 말에 이르러서야, 어쩌면 본인 다운 피칭을 보여주는 셈이었으니까.
‘어쩌면, 앞으로 로키스가 허리를 졸라맬지도 모르겠어. 몇 년 뒤를 기약하고.’
고작 오늘 한 경기에 불과하기는 하나, 최소한 이번 경기 동안 보여준 모습을 고려하면. 그에겐 쿠어스 필드라는 핸디캡조차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어쩌면 콜로라도 로키스가 차분하게 자금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가 FA로 풀릴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로키스의 슈퍼 에이스가 될 선수를 직접보고, 직접 당하기까지 했으니까.
“9회 말 투아웃. 놀란 아레나도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로키스의 마지막 기회인데, 그가 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타자, 놀란 아레나도가 타석에 입장했고, 홈팬들 역시 비슷한 기대감을 품었다.
아직, 아직은 모른다고.
놀란 아레나도가 분명히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고. 최소한 완봉이라도 깨트려 줄 거라고.
그건 마치 기도에 가까웠다.
간절하게 신에게 빌 듯, 행운을 바라는 셈이지.
허나···
“아··· 이건, 예, 콜드 고의사구입니다. 애슬레틱스가 콜드 고의사구를 선언하면서, 놀란 아레나도 선수가 자동으로 1루로 걸어 나갑니다.”
마운드 위에 우뚝 선 빌어먹을 사탄 새끼는 그런 로키스 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악독했다.
온종일 찝찝했던 경기를 상징하듯, 마지막 뒤끝마저 아주 철저하게, 굉장히 치사하고 더럽게 장식해 버렸으니까.
놀란 아레나도는 자동 고의사구로 1루로 걸어 나갔고,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한 그는 그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로키스에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공짜로 주자가 생긴 만큼, 홈런 하나면 동점이거든요?”
“예, 그렇죠. 비록 오늘 경기에선 별로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는 하나, 분명 트레버 스토리 선수 또한 파워가 강력한 선수이니 만큼, 일단 띄우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모한 도박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중계진 역시 지적하기도 했고.
설사 놀란 아레나도에게 큰 걸 맞는다고 하더라도, 완봉은 깨질지언정 1점차의 리드는 유지되지만. 그를 피함으로써, 오히려 동점의 찬스를 내준 셈이니까.
그렇기에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아니, 그에게 한방을 먹여줬던 푸홀스 때처럼 분명히 악수가 될 거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5구, 바깥쪽!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Go가 마지막 트레버 스토리까지 잡아내면서! 로키스를 셧아웃으로 잡으며! 22연승을 달성합니다!”
똑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이를 앙 다물고 던진 공에 결국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으니까.
KKK.
비록 세 타자 연속 삼진은 될 수 없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가장 완벽한 마무리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투수에게 홈런을 맞고, 완봉을 당해, 그 홈런이 결승타가 되어버리는 비극이 겪은 로키스 팬들 중.
오늘 하루가 최악의 악몽이었음을 부정하는 이도 없었고.
그것으로 고유석의 행복한 꿈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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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 : 0 콜로라도 로키스 – 승리투수 : 고유석(9이닝 무실점 10K 1고의사구 5피안타)>
<콜로라도 로키스, 산 밑의 왕에게 무너지다! 쿠어스 필드조차 막지 못한 Go!>
<고유석, 최고구속 경신하며, 쿠어스 필드마저 ‘정복!’ 해발 1,610미터에서 달성한 일곱 번째 완봉승!>
경기가 끝난 직후 당연하게도 박수와 갈채가 쏟아졌다.
쿠어스 필드에서 완봉승을 거뒀다면, 충분히 찬사 받아 마땅했으니까.
허나 그토록 진귀한 쿠어스 필드의 완봉승조차, 어쩌면 조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다시금 시작된 무실점 이닝조차 초라한 기사 한 줄 정도로 끝날 정도였고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유석, 투런 홈런과 완봉! 완벽한 투수? 오늘은 완벽한 ‘선수’!>
어쩌면 그보다도 몇 배는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나버렸으니까.
선발 투수가 직접 결승 홈런을 때리고, 완봉승을 해버리는, 어떤 의미에선 답내친의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일 말이다.
<동화 같은 일이 쿠어스 필드에서 일어났다! Go, 선발투수 완봉승&결승 홈런, 35년 만의 진기록이 달성되다! 통산 8번째 쾌거!>
<고, 쿠어스 필드에서 완봉승 및 투런 홈런,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투타겸업?>
한국과 미국은, 심지어 일본에서도 각종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올라왔다.
단순히 기록적으로만 따져도 35년 만의 일이지만, 쿠어스 필드라는 특성까지 곁들여진다면, 역대 최초의 일이니까.
<‘답내친’ 고유석, 답답한 타선에 결승 홈런 쾌척! 이후 완봉승까지?!>
└오늘은 진짜 킹갓유석이었다.
└디그롬은 보고 배워라, 승리란 이렇게 쟁취하는 거다. 타자들한테 징징거리지 말고, 네가 직접 쳐라.
└10탈삼진+무실점+쿠어스 필드 완봉+투런 결승 홈런, 이건 뭐하는 혼종임?
└고유석이 진짜 난놈이긴, 난놈이다, 매번 삼단분리 타법 보여주더니, 오늘은 갑자기 ㅈㄴ 대형 홈런을 쳐버리네
└로키스 투수 좀 억울할 듯ㅋㅋㅋ 6이닝 무실점했는데, 정작 같은 투수한테 홈런 맞고 패전투수됐네ㅋㅋㅋㅋ
└쿠어스 필드인 거 감안하면, 무득점한 타자들 줄빠따 쳐야지
└고유석 털릴 거라고 지랄깝싸던 놈들 ㅇㄷ?
└└솔직히 걔들도 홈런치는 거 보고 지렸을 듯
완봉이라면, 고유석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하니, 예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설마 하니 이런 장면이 나와버릴 줄은 그 누구도 몰랐기에, 당연하게도 팬들 역시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심지어 그걸 직접 당해버린 로키스 역시 분노는커녕 황당함을 느끼기도 했고.
경기 초반부터 위태로웠던 고유석을 보며, 드디어 그가 무너질 거라고 기뻐했던 이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거나.
그들조차 비슷한 감정을 토로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유석. ‘110.3마일(177.4km)의 미사일을 날리다! 비거리는 무려 432피트(131.6m)!>
└110마일ㅋㅋㅋ천하장사네ㅅㅂㅋㅋㅋㅋ
└오늘 최고구속 90.2마일로 경신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10마일이었던 거임~
└└아ㅋㅋㅋ 110마일짜리 날려대는 투수를 어떻게 치냐고~~ 이러니까 ERA가 0점대지~
└무슨 스탠튼도 아니고, 타구속도가 저렇게 찍히냐.
└고유석 지금이라도 타자해야 하는 거 아님?
└└오늘 홈런 친 거 보니까, 잘만 다듬으면 시즌 80홈런도 날릴 듯ㅇㅇ
이후 스탯캐스트로 측정된 타구의 속도와 비거리는 과연 이게 투수가 맞기는 한 건지에 대한 의문을 불어 일으키기도 했고.
[#A’s]
[속보)Suck이 날린 홈런이 쿠어스 필드 좌석 하나를 박살 냈다는데? 로키스에서 우리한테 수리비용 청구할 거래.]
└까짓 거 그 정도야 웃으면서 줘야지! Suck이 완봉이랑 홈런을 했는데.
└오늘 진짜 소름 끼쳤어. 타격음이 스피커를 찢고 나오더라니까?
└저번에 자이언츠 전 때도 그렇고, Go가 그 ‘신기한’ 타격과 주루 플레이를 안 보여줘서 좀 아쉬웠는데··· WOW
└재능이 너무 아까운 거 아니야? 우리가 제2의 레지 잭슨이자 제2의 리키 헨더슨의 재능을 썩히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 대신 제1의 Suck을 쓰고 있잖아. 그러면 된 거지.
곧이어 알려진 타구가 관중석의 빈 좌석이 깨트렸다는 것과 로키스가 그에 대한 수리 비용을 애슬레틱스에 청구했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꿈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경기의 화룡점정을 찍어주면서.
조금은 황당했고, 한편으로는 완벽했으며, 그렇기에 꿈만 같았던 경기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