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264화 (264/316)

264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 : 0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슬레틱스의 철벽 투수진, 애스트로스를 완전히 ‘봉쇄’!>

경기는 가뿐하게 애슬레틱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점차 상황에서 내려간 만큼, 자칫 동점이나 역전이 나올 수도 있었기에.

행여라도 연승이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작년과 달리, 튼튼하게 보강된 불펜은 이후 상황에서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조건 이기는 투수, 고유석의 가치는 최소 30승의 가치를 가졌다!>

그렇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연승에 당연히 수많은 찬사가 뒤따랐다.

탱킹을 거듭하며, 이번 시즌 최하위로 내려앉은 팀들과의 승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것에 감탄이 흐르기도 했고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닌, 일개 선발투수 개인의 승수가 웬만한 팀 수준이라는 건 굉장히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일이었으니까.

[#AmazingMets]

[Go는 또 승수 올렸네. 19연승이라던데··· 디그롬한테 X나 미안하다. 팀을 잘못 만났어.]

└누구는 전반기에만 19승을 올리는데, 누구는 타자들 때문에 10승도 아슬아슬하네···

└Suck이 비교불가 수준으로 더 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한데, 그래도 좀 씁쓸하다.

└X발 타자 새끼들은 좀 보고 배워! 득점 지원만 잘해줬어도 지금 벌써 10승은 했겠다!

다만 메츠 팬들은 그렇게 고유석의 연승이 이어지고, 승수가 적립될수록. 점점 더 에이스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 커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에이스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승리도 챙겨주지 못하는 자신들과 달리.

남의 집 에이스의 승리가 복리라도 되는 것처럼 불어나는 모습에 메츠 팬들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면.

<28이닝 51K ‘무득점’, 레인저스의 비운이 애스트로스에게도? 애스트로스, 고유석 트라우마에 빠지다!>

<이번 시즌, Go의 전체 삼진 5분의 1을 담당한 애스트로스! 텍사스 형제, 한 투수에게 눈물을 흘렸다!>

<미닛 메이드 파크를 정복한 Go, 그 앞에서 그저 고개 숙인 애스트로스(사진 첨부)>

그런 고유석에게 이번 시즌에만 벌써 4승째를 챙겨준 애스트로스는 그저 한숨밖에 내쉬지 못했다.

고유석의 호구 중의 상호구로 꼽힌 레인저스가 당했던 것 수준의 호구가 되어버렸으니까.

특히나 마지막 순간, 분명 자신들의 홈인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상대 투수구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그들을 내려 보는데도, 그저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Rangers]

[우리가 Suck새끼한테 털릴 때 조롱하고, 비웃더니. 애스트로스도 별거 없네.]

└우승 한번 했다고 무슨 명문팀이라도 된 것처럼 굴던데, 웃기지도 않지.

└텍사스의 새로운 맹주? 결국 우리랑 같은 처지야.

└X발 아예 완봉까지 했어야지! 우리한텐 완봉해놓고. 같은 텍사스인데 차별하냐?

└애스트로스가 털린 건 기분 좋긴 한데,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조금···

└까놓고 말해서 쪽팔리는 일이지. 텍사스 전체가 투수 한 명한테 발린 거니까.

└왜 코리안들은 X발 왜 항상 텍사스를 괴롭히냐고!

그런 애스트로스를 보며 레인저스는 고소를 흘렸지만, 이내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라는 걸 깨닫고서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게릿 콜, 6이닝 무실점의 호투에도 결국 눈물을 삼켜···>

<6이닝 11K, 게릿 콜, 팀의 패배에도 에이스다웠다!>

그런 참담한 패배 속에서도 에이스 게릿 콜이 밝게 빛났기에, 그나마 애스트로스의 자존심을 채워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잘 던지던 그를 끌어내린 것이 이번에도 고유석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내려간 게릿 콜, 체력의 문제가?>

<0대0의 투수전에서 백기를 들어 올린 게릿 콜, 과연 그 이유는?>

분명 팽팽했던 경기이고, 게릿 콜 역시 어느 정도는 대등하게, 관점에 따라 더욱더 강력하게 피칭했었지만.

조금 더 길게 이어질 것 같았던 것과는 다르게, 6이닝 만에 투구를 마감하게, 먼저 백기를 들어 올렸으니까.

행여, 부상이라도 닥친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이유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게릿 콜을 무너뜨린 Go의 속도!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경기 템포가 상대 투수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전문가들 의견을 밝혀···>

<자기 자신을 넘어, 경기 전체에 영향력을 끼친다? Go, 팀의 슈퍼 에이스로서 게릿 콜을 저지했다!>

<고유석, 또다시 ‘Ace Killing’을 선보이다, 고유석은 에이스를 잡아먹는 에이스!>

<애슬레틱스의 경기 중반 다득점의 원인은 Go? Go는 천부적인 ‘Hunter Killer’다!>

경기 중간, 한순간 빨라지는 그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서 무너져 내린 투수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심지어는 에이스급 투수들 중에서도 그 템포와 짧아진 휴식을 버티지 못한 채.

이번 경기에서의 게릿 콜과 마찬가지로 두 손을 들어 올린 이들도 제법 많았고 말이다.

마치 저격수에 전문적으로 대항하는 저격수처럼, 상대 타선을 넘어, 투수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고유석을 향해.

몇몇 전문가들은 헌터 킬러라는 별명과 함께, 한순간 급가속하는 인터벌을 에이스 킬링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다시 애스트로스와의 맞대결에서, 고유석이 완승을 가져가며, 열아홉 번째 등판을 마친 뒤.

<애슬레틱스, 3승 1패의 위닝 시리즈! 70승의 고지에 도달하다!>

<전반기 70승, 남은 경기에서 20승만 올려도, 사실상 지구우승 확정?>

<역사상 유례없는 돌풍! 애슬레틱스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을까?>

그 이후로 이어진 시리즈에서도 애슬레틱스가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며, 70승을 올렸고.

그렇게, 전반기의 마지막 시리즈만을 남겨두며, 올스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기대했다.

<고유석, 14일 연고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전반기 마지막 등판! 20승 가능성은?>

과연 고유석이 20연승이라는 위업을 세울 수 있을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타격폼이 특이한 선수 설문조사 1위를 차지한 Go, AT&T에서 보여주나?>

그리고 과연 이번 인터리그에서도 특유의 타격과 놀라운 주루 플레이를 다시금 선보일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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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이 끝난 직후, 우린 다시 오클랜드로 날아갔다.

비록 원정지는 샌프란시스코지만, 어차피 다리 건너라서, 그냥 오클랜드로 가는 거지.

집에서 하루 푹~쉬고, 익숙한 우리 클럽하우스에서 준비한 뒤에, 다리 건너 AT&T로 가면 훨씬 편하잖아?

‘이쯤 되면 거의 홈경기나 다름없지.’

잠도 집에서 자고, 밥도 집밥 먹고, 준비도 클럽하우스에서 한 다음, 콜리시엄이 아니라, 다리 건너 AT&T로 향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전반기에만 70승을 했는데, 고작 한 명이 뭐야, 한 명이.”

“왜? Suck도 확정이니까, 둘 아니야?”

“쟨 논외로 치고. 솔직히 야수들 중에서도 두 명 정도는 배출할 만했던 거 같은데, 좀 아쉽네.”

그렇게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길, 기내 안에서 선수들은 아쉬운 듯 혀를 내둘렀다.

올스타 투표에서 생각보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거든.

그나마 제드 라우리가 2루수 포지션에서 1위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올스타전 선발이 확정되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다들 한 끗발씩 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우리가 잘 나간다고는 해도, 솔직히 자기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1위라고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지.

그나마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엄청 잘하긴 했지만, 솔직히 무키 베츠-마이크 트라웃-애런 저지로 이어지는 슈퍼스타급을 뚫을 정도는 아니고.

“흐흐흐, 그러게 좀 잘들 하지 그랬냐? 나랑 Suck처럼 X나게 잘했으면 너네도 올스타 갔겠지~”

그렇기에 다들 아쉬움에 입맛만 쩝쩝 다셨지만, 제드 라우리는 승자의 표정으로 끌끌 웃었다.

거, 왜 나까지 묶고 그러시나.

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원래 이럴 땐 닥치고 있는 게 최고야. 괜히 남들 자극할 필요 없거든.

“우우우우!”

“솔직히 제드 니가 실력 덕분에 올스타인 건 아니지.”

“까놓고 말해서 성적인 알투베가 훨씬 낫지 않나?”

“역대급 럭키지. 사인 스틸 덕분에 올스타 간 거야.”

“부정투표야, 부정투표. SNS에 그렇게 투표 독려하는 게 어딨어?”

“그래그래, 마음껏 지껄여라, 이 패배자들아. 니들이 뭐라고 하든, 난 내셔널스 파크로 가니까.”

제드 라우리의 띠꺼운 모습에 당연히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밉살맞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광역 어그로 제대로네.

‘아쉽지만, 기대했던 그림은 못 보겠네.’

그렇게 대부분 올스타가 확정됐는데, 애석하지만, 내가 원했던 그림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거 있잖아, 20승이랑 5승.

양대리그 올스타 선발투수로 그렇게 딱 나왔으면 진짜 좀 재밌었을 거 같은데.

‘슈어저가 확정이지, 이젠.’

다행히(?) 계획대로 나는 승수를 추가하고, 디그롬도 11일에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그의 5승은 유지가 됐지만.

애석하게도 사실상 슈어저의 올스타전 선발등판이 확정돼버렸다.

솔직히 내가 기대했다 뿐이지, 이쪽이 정배이긴 했어. 이닝도 10이닝 정도 차이가 나는 데다, 삼진 수에서도 격차가 심하니까. 승수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ERA에서 디그롬이 여전히 1점대를 기록하고 있기에, 그쪽으로 어필할 만하지만, 그 외에는 슈어저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냥 나만 20승을 하는 수밖에.’

비록 원했던 그림을 완성시키진 못했지만, 나라도 할 일을 해야지.

20연승, 팬들도 그렇고 구단에서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더라. 특히나 적의 본거지에서 대단한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조금 욕심이 나기도 하고. 20승? 거기다 전반기 20승이야? 한술 더 떠서 20번 연승이고? 심지어 그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니고.

같은 지역 내의 라이벌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AT&T 파크라고?

‘이건 못 참지.’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다리 건너, 샌프란시스코를 놀릴 수 있는 티켓을 줄 수 있는 건데, 이걸 어떻게 참아.

물론 그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다.

‘최소한 완봉은 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데, 꼴랑(?) 20승 가지고 어떻게 만족해? 최소한 완봉은 해야지.

절대로 내 사심이 아니야.

자이언츠를 완봉으로 잡아서,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는, 어디까지나 프로선수로서 팬들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희생 어린 마음이지.

아무튼 그렇다.

‘어쩌면 그 이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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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의 반환점이 찾아왔을 때, 가장 선두에 선 애슬레틱스이지만, 당연하게도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어쩌면 그 선두를 지키고, 마지막 결승점까지 통과하기 위해서, 더욱더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중견수 포지션 스카우팅 보고서는 올라왔나?”

“네, 막 올라왔습니다. 후보군은 셋 정도로 추렸고요.”

“선발투수는?”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만, 마땅한 매물이 없습니다.”

“그렇겠지, 선발은 언제나 귀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악성 재고를 받아올 수도 없으니, 최대한 철저하게 검증하라고 해.”

사실 그나마 올해는 행복한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작년과 달리, 크게 구멍이 없는 라인업을 완성시켰으니까.

가장 큰 문제였던 불펜은 올해는 거의 철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 70승의 주역이 되었고.

공갈포 성향이 짙었던 타선은 여전히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제법 기복이 적은 득점 지원을 해줬다.

그나마 아쉬운 곳이 있다면, 중견수 포지션의 빈약함과 선발진이겠지. 그마저도 크게 손색이 있다고는 볼 수 없고.

‘그래도 대비는 해야지. 뎁스가 얇은 만큼, 부상자가 생기기 시작하면, 조금씩 균열이 일어날 테니까.’

다만 팀 특성상, 뎁스가 그리 두꺼운 편은 아니기에, 조금은 아슬아슬하겠지만 말이다.

그 뎁스를 조금 더 강력하게 보완하기 위해서, 지금처럼 열심히 발 벗고 나서는 것이고.

‘벌써 이만큼 왔군.’

그래도 한편으로는 빌리 빈 역시 뿌듯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기대 이상의 시즌이었으니까. 지금까지만 놓고 본다면.

목표였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이미 확정됐다.

이미 70승을 올려버렸으니, 조금 기세가 떨어져, 무난한 후반기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못해도 와일드카드는 확보가 된 셈이지.

20승 정도만 더 추가하더라도, 지구우승이 가능한 수준이고.

당장의 성적도 그토록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더욱더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은 변해버린 구단 사정 그 자체였다.

[올해 평균 관중 – 29,817(+26.4%)

작년부터, 평균 관중은 나날이 상승세를 보였다.

재작년, 2016시즌 1만 8천을 기록하며, 리그 29위, 뒤에서 2등을 자랑했던 것과 달리.

17년에는 평균 2만 3천의 관중을 동원했고, 올해는 거기서 더욱더 상승해버렸지.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구단이 이제는 중위권의 관중 동원을 자랑하게 된 거다.

매 년 5천명씩 증가하여, 단 두 시즌 만 명 이상의 새로운 유입이 생겨난 거고.

‘Go의 등판일에는 평균 관중이 3만 7천에 달하고.’

그리고 Go가 등판하면, 거기서 다시금 한 줌이 더 늘어난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모든 걸 바꿔놓은 거다.

전국적인 인기까지 감안한다면, 그런 엄청난 효과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고 말이다.

물론 애슬레틱스라는 팀 자체가 잘 나가면서, 관중이 몰린 것도 있고.

워리어스와 레이더스가 차례로 연고지 이적을 확정 지으면서.

오클랜드 내에서의 실질적인 유일한 스포츠 구단이 되었기에, 반사이익을 누린 것도 있기는 하나.

어쨌든 그 한 사람의 공헌이 가장 크다는 걸 무시할 수는 없지. 애초에 그 모든 시작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가 왔어.’

그야말로 퀀텀 점프.

한순간 두 단 계 이상 체급을 상승시킨 애슬레틱스이나, 거기서 한번 더 뛰어오를 찬스가 왔다.

바로 이번 시리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일전이지.

“얼마로 예상하던가?”

“최소한 자이언츠 측에서는 만원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관중석을 추가로 확장했다고도 하고요.”

“실질적으로 관중이 될 만한 인원은 4만 1천명 이상이라는 뜻이군.”

“예, 그래서인지 암표도 가격이 엄청나게 뛰고 있습니다. 특히나 2차전은 더욱더 심하고.”

다시금 관중이 몰려들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원래도 대단한 인기 팀이라, 관중 동원이 상당하기는 하나.

애슬레틱스와 베이 브릿지 시리즈를 벌이는 영향력이 지대하지. 특히나 2차전, Go의 등판이 예정된 경기는 암표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고.

‘애스트로스의 자리를 빼앗으면서, 자이언츠의 자리도 위협하고 있어.’

조금 과장을 보태서, 베이 브릿지를 비롯, 인근 지역 전체의 시선이 몰렸다. 이번 한 시리즈에.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프리몬트와 산호세, 버클리, 리치몬드 등, 북부 캘리포니아가 모두 눈동자를 굴리고 있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방인에게 혹독하게 굴었던, 지역 터줏대감의 봉토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거다.

애슬레틱스가 애스트로스의 왕좌를 찬탈하면서, 성적을 올리고, 슈퍼스타를 위시해 서서히 관심을 빨아들이는데 반해.

자이언츠는 전성기를 뒤로한 채,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니까.

당장 관중 동원만 보더라도.

재작년, 2016시즌 4만 1천, 거의 전좌석 점유율을 자랑하던 것과 달리, 작년을 지나, 올해부터는 AT&T에 빈자리가 생겨났다.

그나마 작년은 4만 명대를 유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긴 했지만, 올해 역시 성적을 내려 박으면서, 3만 7~8천까지 추락했지.

즉, 애슬레틱스가 26%의 상승을 보였다면, 자이언츠는 반대로 하락이 이어진 거다.

그리고 어쩌면···

‘이탈과 이주가 점점 더 커질 수도 있지.’

그 비율이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넓게 번질 수도 있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올해 애슬레틱스의 인기가 단순히 오클랜드 내에서의 일일까?

단순히 만족한 오클랜드 시민들이 몰려들었기에, 이러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걸까?

아니, 절대로 아니지.

그 인근 지역, 산호세나 프리몬트 등에서 자이언츠의 ‘백성’들이 넘어온 거다.

‘그리고 다시 만원 관중. 지켜보는 시선은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마케팅 팀은 물론, 여러 부서 및 외부 미디어에서도 이번 시리즈 동안의 시청자 수가, 어쩌면 이번 시즌 최고를 자랑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심지어 도핑 의혹으로 인해, 별로 곱지 않은 관심조차 몰렸던 레드삭스 이상이라고 평가했지.

20연승이라는 엄청난 위업이 걸려 있었으니까.

비록 투수의 승리의 가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의외로 승리는, 특히 길게 이어진 연승은,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나 기록으로서의 영향력은 떨어졌으되, 마케팅적인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거지.

제 아무리 세이버메트릭스가 당연하게 되어버린 시대라고는 하나, 사이 영 상 투수는 최소한 20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남아 있는 시대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연승 외에도 기대감이 있었고. 당장 작년 자이언츠에게 퍼펙트게임을 거뒀던 Go이기에.

어쩌면 올해 역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그런 기대심리가 뒤섞여, 이번 시리즈로 몰렸다.

‘만약 그러한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줄 만한 경기가 펼쳐진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경기를 지켜보고, 머릿속에 애슬레틱스라는 팀이 기분 좋게 남는다면···.’

애슬레틱스가 그토록 바랐고, 자이언츠가 그토록 경계했던 엑소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리라.

‘Go가 잘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결국 모든 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귀결됐다. Go, 그의 손에 달렸지.

한 선수에게 구단의 미래와 희망이 걸려 있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지금까지 쭉 그래 왔던 것처럼.’

그 간절한 믿음이, 최소한 지금까지는 전승을 자랑했다는 거였다. 마치, 올해 그가 지나온 길처럼.

####

오클랜드로 돌아온 직후, 최대한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고, 중요한 것도 걸려 있는 만큼, 웬만하면 최고의 폼으로 던지고 싶었거든.

“그간 갈고닦은 새로운 타격법을 선보일 절호의 찬스군요. 스플래시 히트를 치는 건 어떻습니까? 맥코비만에 공을 빠트리는 거죠!”

시리즈 1차전이 아쉬운 패배로 막을 내린 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을 때. 대니얼은 아침 댓바람부터 저런 말을 해댔다.

홈런이라느니, 스플래시 히트라느니, 풀스윙으로 장타를 날리라느니.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가 정말로 내 타격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아챘을 거다.

“스플래시 히트는 무슨··· 공이 스치지도 않을 텐데. 괜한 소리 하지 마세요.”

“하하, 그거야 지금 당장은 숙련도가 떨어져서 그런 거지, 가능성은 충만합니다. 절 믿으십시오, 지금의 타격이 훨씬 Go에게 더 잘 어울립니다. 인체역학적으로도-”

“알았어요, 알았어, 오늘 안 뛸 테니까, 그만 좀 말하세요.”

그래, 그냥 뛰지 말라는 거지.

타격할 거면, 새로운 타격 방식 대로, 그냥 냅다 풀스윙만 하라는 거고. 슈퍼 소닉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말고.

‘타격은 어차피 기대도 안 해.’

어차피 나도 그럴 생각이다.

슈퍼소닉을 하기엔, 다들 날 너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잖아?

그렇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에는, 새로운 타격법은 아직 갈 길이 머니. 그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해야지.

어쩌면 대니얼과 코치가 내가 이런 마음을 품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구만.

“오늘 몸은 좀 어떠십니까?”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 대니얼은 타격을 논하는 대신, 본격적으로 내 상태를 체크했다.

날 못 뛰게 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물어보네. 본분을 잊지 마십쇼.

“좋아요, 엄청나게.”

일단 폼은 좋다.

눈을 뜨자마자 진짜 좋더라.

비유하자면, 작년에 자이언츠 만났을 때랑 비슷하지.

그래, 퍼펙트급이라고.

놀라운 수준의 폼이기는 하나,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레드삭스전 이후로 한번 바닥을 찍은 뒤, 다시 좋은 사이클을 만들었고, 그 흐름 속에서 폼도 계속해서 우상향을 했으니까.

저번 경기에서도 좋았잖아?

직전에 완봉한 터라, 짧게 끊기는 했지만, 폼 자체는 아주 좋았지. 오늘은 그보다도 eej 좋고.

딱히 휴식일이 끼어 있는 것도 아닌데도 힘이 흘러넘치네.

“좋다니 다행입니다만, 오버페이스는 아니겠죠?”

“모르죠, 대니얼도 알다시피, 점점 폼이 올라온 건 사실이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하긴, 그러니까 더욱더 가늠하기 어렵긴 하네요. 원래의 흐름대로 우상향한 건지, 아니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는 건지.”

“후자라고 해도, 올스타전 제외하면 푹 쉬는 것만 남았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다만 이게 오버페이스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렸다고는 하나, 5일쯤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좋은 건 조금 이상하긴 하니까.

다만 오버페이스라서, 갑자기 훅 내려간다고 해도 중간에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으니.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겠지만. 잘하면 올스타전은 날려먹을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보너스도 날아가겠지.’

기왕이면 추가적인 보너스도 챙기고 싶기에, 올스타전까지 폼이 좋기를 기도했다.

30만 달러 추가 보상이 걸려 있거든. 광고 계약에 합쳐서. 기왕이면 그거까지 타 먹어야지.

물론 그다음, 후반기에 들어서서도 쭉 좋으면 너무 좋고. 그냥 계속 좋았으면 좋겠네.

좀 도둑놈 심보인가? 뭐, 어떡하겠어? 난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놈인데.

“슬슬 가죠, 시간 됐네요.”

“예, 바로 가시면 되겠군요.”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곧장 채비를 마치고서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다 함께 클럽하우스에서 모인 뒤에, 버스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가거든.

전날 1차전도 이랬었지. 원정지가 가까워서 참 좋단 말이야. 매번 이랬으면 좋겠네.

아무리 전세기의 특급 좌석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솔직히 막 2천마일 3천마일 거리를 날아가다 보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거든.

뭐, 긴 다리 억지로 구기고, 좁디좁은 버스 좌석에 끼여, 수백 마일을 이동해야 하는 마이너 원정보다야 천국이지만.

‘그러고 보니, 그걸 까먹었네. 마이너에 버스 선물 하나 해야 하는데. 특등급 리무진으로.’

내 살기 바빠서, 과거의 다짐을 잊었구만. 사실 마이너리거들 대부분이 저런 다짐을 한다.

내 자신이 너무 고생스럽다 보니, 내가 만약에 다음에 메이저리거가 돼서 돈 왕창 벌면, 마이너에다가 버스 선물할 거라고.

고물 버스 타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지. 실제로 그렇게 버스나, 식사, 장비 같은 걸 마이너에 기부하는 선수가 은근 많기도 하고.

개구리 올챙일 적 기억 못 한다더니,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구만.

행복한 메이저리그 생활에 젖어서, 배부른 돼지새끼가 돼버렸어.

“요즘 버스 얼마나 해요?”

“예? 뭐요?”

“버스요, 버스. 엄청나게 좋은 거. 좌석도 막 비행기 비즈니스석 만하고 그런 거.”

“···글쎄요, 차보다는 비싸겠죠? 버스 몰고 다니시려고요? 아니면 구단 버스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제가 몰건 아니고, 저도 이제는 내리사랑이라는 걸 좀 해볼까, 싶어서.”

“좋은 생각이네요,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고요. 저는 잘 모르겠고, 다음에 브라이언에게 물어보시죠.”

“자꾸 그렇게 일 떠넘기는 게 좀 미안해서···”

결국 이번에도 브라이언이구만. 이건 뭐 도라에몽도 아니고, 별걸 다 시키고 있네.

그래도 뭔가 부탁하는 족족 다 들어주기는 하지. 그래서 더 미안하고.

‘이렇게까지 잘해줬는데, 배신 대릴 수야 없지. 다음에 독립한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가야겠어.’

비즈니스에 사적인 감정이 섞이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우리 정도 사이쯤 되면 어느 정도 섞어야 인간적이지.

그렇게 잡스러운 생각 속에서 클럽하우스로 향했을 때, 차창 너머 오클랜드는 꽤나 즐거워 보였다.

[자이언츠 뒈지는 날!]

[Suck 20연승!]

[Go, 퍼펙트게임 기원!]

저거 봐, 얼마나 즐거워 보여?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플랜카드가 휘날리네. 뒷좌석에 피켓이 가득한 자동차도 보이고.

하긴, 자이언츠를, 샌프란시스코를 떡바를 수 있는 날이니, 오죽 좋겠어.

다리 건너, 참으로 가까운 이웃이지만, 메이저와 마이너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두 도시이기에, 경쟁심이 크니까 말이야.

거기다가, 자이언츠가 압도적으로 잘 나가면서, 쭈그려 지냈던 것과 달리. 이젠 자이언츠가 NL 서부지구 꼴찌를 달리며, 완전 폭삭 주저앉았고, 반대로 우린 아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니까. 더욱더 뿌듯하겠지.

그래서 그런가, 20연승은 기본으로 깔고 가고, 아예 퍼펙트를 바라기도 하는데, 다들 꿈도 야무지지.

누구 팬이길래 저렇게 야물딱진지, 어휴, 참 기특하다, 기특해. 너무 기특해서 등골이 휘겠네.

“Go, 오늘 폼 어때?”

“딱 보면 모르냐?”

“뻐기는 거 보니까 좋나 보네.”

“또 퍼펙트 가나? 저번에 자이언츠 애들 눈물을 질질 흘리던데.”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하나 둘, 동료들이 몰렸다. 다들 내 상태를 체크하기 바빴지.

워낙 주목받는 경기이고, 팬들도 큰 기대를 품고 있기에, 어느 때보다도 내 컨디션이 중요한 날이니까.

대충 자신감이 넘치는, 브루스 표현으로는 뻐기는 듯한 표정을 본 뒤, 안심하고 다들 자기 할 일 했지만 말이다.

“여기선 적당히 몸 체크만 하고, 본격적인 피칭이나, 워밍업은 AT&T에서 하도록 하죠.”

“그래야죠, 강 건너다가 식으면 안 되니까.”

그렇게 클럽하우스에선 적당히 컨디션 체크만을 마친 뒤, 구단 버스에 탑승해 오클랜드를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길은, 어쩐지 애슬레틱스로 가득했다.

“이야, 오늘 다리 건너로 원정 가는 사람 많나 본데?”

“어제도 우리 팬만 거의 만 명쯤 넘지 않았어? 오늘은 그보다 더하겠네.”

“Suck의 날이잖아. 그렇게들 외치는 It’s Suck Time인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거기다 20연승도 걸렸으니까.”

직관하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옆이니까, 굳이 다리 건너 샌프란시스코로 갈 이유가 없으니.

이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 원정팬이라는 거겠지. 어제도 참 많았는데, 오늘은 더하겠네.

‘레이더스도 엄청나게 많겠네. 다른 원정이랑 비교하면.’

이상하리만치 원정 티켓을 잘 구하는 사람들이니, 어쩌면 오히려 평범한 팬들보다 레이더스가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그 엄청난 이주 인파를 보며, 동료들은 은근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보기도 했고.

베이 브릿지에도 함께 올라, 한 길로 쭉 달렸는데, 뭔가 콘보이 해주는 거 같네.

‘아주 그냥 극빈이구만, 극빈. 호위 병력까지 이렇게 쫙 깔리고. 대통령이 부럽지 않겠어.’

그렇게 대통령이 부럽지 않은 수많은 호송 병력과 함께, AT&T 파크, 전반기 마지막 경기장에 입성했다.

‘작년엔 오클랜드에서 즐겼으니, 올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즐겨보자고.’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불태우기 위해서.

고맙게도, 베이 브릿지, 그 긴 다리를 건너는 동안 모든 집중력은 올라왔다.

남은 건, 그런 정신에 맞게끔 몸도 같이 달아올려서, 자이언츠를 때려잡는 것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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