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261화 (261/316)

261화

<고유석, 전반기 5완봉, 목표는 시즌 10완봉? 현역 최고의 이닝이터 면모를 과시!>

<‘Go는 우리 시대의 월터 존스’ 데니스 애커슬리, 감탄을 금치 못해···>

<93구 완봉으로 커리어 두 번째 ‘매덕스 게임’을 완성한 고유석!>

<시즌 18연승! 여전히 승률 100%를 자랑하는 Go, ‘운과 실력’이 모두 따라주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당연하게도 여러 가지 기록이 언급됐지만, 딱히 신기록 자체가 주목받지는 않았다.

애초에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것들이 기록이나 다름없으니, 굳이 꼽는 것도 애매했으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록에 주목하기보단, 그저 그런 성적과 그 페이스 자체에 감탄했다. 어쩌면 경악에 가까울 수도 있고.

<밥 깁슨의 재림! 현재 페이스 유지 시 놀란 라이언(67완봉)에 근접할 수도···>

원래도 느릿한 구속과 달리, 시대를 역행해, 올드스쿨의 하드워커 파워피처들처럼 이닝을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은 고유석이긴 하나.

이런 건 올드스쿨 수준을 넘어, 적어도 과거 수십 년의 기록을 통틀어도, 소수의 괴물들이나 해봄직한 일이었으니까.

└이게 사람 새끼임? 한 시즌에 완봉 다섯 번 해도 미친놈 수준인데, 전반기에 다섯 번을 하네.

└사람인 척 그만하라고~ 티 너무 난다고~ 왜 이렇게 대놓고 하냐고~

└보통 커리어 동안 10완봉해도 잘한 편 아님?

└엄청 잘한 건 아닌데,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수준이지, 10완봉이면.

└근데 고유석은 왜 한 시즌 반만에 12완봉이냐?

└사람이 아니니까.

└더 웃긴 건 그중에서 세 개는 퍼펙트고, 한 개는 노히터임ㅋㅋㅋㅋㅋ 매덕스가 두 개고.

그렇기에 감탄과 찬사가 흐르는 동시에 경악 역시 뒤따라 흐를 수밖에 없었고.

시대를 역행한 만큼, 그에 대한 걱정 역시 적지는 않았다.

└이제 139이닝인데, 전반기 150이닝도 가능할 듯?

└그거 ㅈㄴ 혹사 아님?

└ㅅㅂ개혹사지ㅋㅋㅋㅋ 2년차 투수가 풀타임 기준으로 150이닝 던져도 간간히 혹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ㅋㅋㅋ

└상남자특)데뷔 시즌에 235이닝 박음ㅋㅋㅋ

└그냥 고유석 많이 던져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까 좀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튼튼하긴 오지게 튼튼한 듯 저렇게 던지는데 부상이 한 번 안 오네

솔직하게 말해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이었으니까.

애초에 빅리그 데뷔 시즌에 235이닝을 던진 괴물이라고는 하나.

그 기세를 2년째 이어가는 것은, 아니, 더욱더 괴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단순히 그에게 태클을 걸려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고유석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부상이 없고, 강철처럼 탄탄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선수지만,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한순간 터져 나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팬들은 걱정했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고유석 개인에게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구단에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애슬레틱스, 허나 어린 에이스의 혹사로 이루어진 사상누각?>

<‘오클랜드는 당장의 성적을 위해, 역사상 가장 완벽한 재능을 좀 먹고 있다!’, 한 해설위원, 오클랜드에 비판을 가해···>

<‘차라리 더스티 베이커를 감독으로 앉히는 건 어때?’ 전문가들, 애슬레틱스의 투수 운용 방식을 통렬하게 비꼬다!>

지금 고유석처럼 좋은 시기에 무리하여 혹사를 하다, 그대로 주저앉은 재능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몇몇 전문가들이나, 해설위원들은 과거,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렸던 케빈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 콤비의 몰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새로운 오클랜드의 감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최대한 그의 목줄을 틀어잡고 있는 스콧 에머슨 투수코치가 들었다면, 꽤나 억울했겠지만 말이다.

<올해 Go의 투구수는 리그 중위권 수준? 오히려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100구 이상의 경기가 드문 고유석, 정말로 혹사일까?>

또한 그런 혹사 논란 자체에 대한 반박 역시 적지는 않았다. 비록 엄청난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인 투구수를 따져본다면, 오히려 리그 선발투수들 중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이닝과 달리, 실제로 던진 공 자체는 오히려 적절한 수준이라는 뜻이기에, 그것을 기반으로 한 반박 역시 줄지어 이어졌다.

[#Rangers]

[‘그 새끼’ 완봉한 거 때문에 혹사니 뭐니, 논란 나오던데, 그냥 이참에 깔끔하게 데드암이나, 토미존 같은 거 터져서 푹 쉬자. 그럼 모두가 편해지겠지. 지금 같은 논쟁도 안 일어날 거고. 푹 쉬니까, 혹사라는 말도 안 나올 거야.]

└너 천재냐?

└이게 정답이네,

└그치, 걔가 부상으로 날아가면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 리그도 아주 아름답게 변할 테고.

└뭣보다 나도 다시 야구가 좋아지겠지.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텐데···

그냥 차라리 고유석이 화끈하게 부상을 당해서, 이 모든 논란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라는(?) 소수의 의견 역시 나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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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이 좀 억울해하겠어요. 자기 몸보다 내 몸을 더 끔찍하게 여기면서 관리해주는데. 언젠가는 터질 거라고 저주 퍼붓는 거 보면.”

내가 괜찮다는데, 다들 왜 이렇게 난리인 걸까. 또 서류 하나 쥐고 카메라 앞에서 휘둘러 줘야 하나?

이런 말이 계속해서 나오면 안 되는데, 코치가 이런 여론을 명분 삼아서 나를 옭아맬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날 어떻게든 제어하려고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이니까. 나한테는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구만.

“신체검사 한번 더 받아볼까요? 다들 난리도 아닌데.”

“메이저리거가 계속 병원에 들락날락하는 것도 조금은 보기 안 좋습니다.”

“그냥 해본 말이죠.”

그래서 입을 막아버리려는 마음에 괜히 그렇게 투덜거려 봤지만, 브라이언이 단호하게 막았다.

그치, 아무리 깨끗한 이유라고 해도, 괜히 말 나오기 좋지. 물론 비밀리에 방문한다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겠지만. 혹시나 모를 빌미조차 줄 이유는 없지.

‘뭐, 혹사야 어차피 늘 들었던 말이기도 하고.’

내가 그만큼 이레귤러이기에, 나오는 말이지. 혹사야, 데뷔 이후로 꾸준하게 들었던 것이기에, 그냥 깔끔하게 무시했다. 또 쿨타임이 찼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신경을 끊은 뒤, 나는 브라이언이 건네준 콘티를 확인했다.

“진짜로 금방이네요?”

“예, 어차피 20초 정도의 광고에 불과하니까요.”

이게 바로 브라이언이 오클랜드로 온 이유지. 말했잖아, 광고 찍는다고.

당연하지만, 시즌 중간에 CF 같은 걸 찍다간, 자칫 루틴이 망가질 수도 있기에, 아무리 그림이 좋아도 거절하려고 했지만 저쪽에서 뜻밖의 제안을 걸었다.

‘최대한 맞춰 주겠다더니, 빈말은 아니었네.’

설마 하니, 정말로 스튜디오를 오클랜드에 잡을 줄이야. 기껏해야 샌프란시스코나, 프리몬트, 아니면 산호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걸 오클랜드에 오네.

거기다가 촬영 시간도 한 시간 내로 제한까지 걸었고. 시간도 원정을 떠나기 전, 휴식일로 맞춰줬지.

나머지 장면은 경기 영상을 짜깁기해서, 미리 만들어뒀다고 했던가? CG 작업도 이미 마쳤다고 하고.

‘저쪽도 진짜 어지간히 진심인가 보네, 하긴, 계획대로만 되면 그림이 좀 괜찮기는 하지.’

만약에 내가 끝까지 거절했다면, 대체 어쩌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주면, 내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딱히 없긴 하지.

시즌 도중 광고 촬영을 망설이는 이유가 결국은 루틴에 지장이 생길까 봐 그런 건데.

오클랜드 내에서, 한 시간 내로 촬영을 끝마친다면야, 그냥 잠깐 들렸다가 , 다시 내 스케줄대로 진행하면 되니까.

잠깐 들려서 100만 달러 챙기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은행강도 같네.

‘시급 백만 달러라··· 이건 뭐, 빌 게이츠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은 때때로 그 유명세 하나만으로 억만장자에 오를 수 있다고 하던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어.

“브라이언이 참관한다고 했죠?”

“혹시라도 말이 바뀔 수가 있으니까요. 꽤나 흔한 일이죠. 촬영장에서 일정이 바뀌는 건. 행여 Go가 그런 행위에 말려들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제가 방지해야겠죠.”

물론 마지막까지 철저해야겠지만 말이야. 막상 스튜디오 가니까, 말 바꾸면 안 되잖아?

‘어디, 공 하나 당 33만 달러 챙기러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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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촬영감독을 맡은 레너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자, 곧 온다니까, 다들 빨리빨리 준비하자.”

극도로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그뿐만이 아니라, 촬영장의 전체의 분위기는 별로 좋지는 않았지.

정확하게 말하면, 클라이언트를 제외한 모두가 짜증으로 가득했다.

‘그깟 메이저리거 하나가 뭐라고···’

철저히 한 사람에게 맞춰서 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야, 이 업계에선 흔한 일이지만. 그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했으니까.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그럴듯한 장면을 건져, 빠른 시일 내에 기존의 영상과 합치는 편집 작업까지 마쳐야 하는 강행군은 바쁘게 돌아가는 업계 내에서도 그리 흔한 종류의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그 한 사람을 위해, 이 위험한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다른 베이 지역이나, 실리콘 밸리가 아닌, 굳이 오클랜드에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 역시 보통 일은 아니고.

‘계속 거절하더니, 역시 몸값이나 올리려던 거구만.’

그래서 그런지, 별로 좋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계약금을 더 올리기 위해 계속 튕긴 걸 텐데.

그로 인해, 뒤늦기 체결된 계약에 시간이 굉장히 촉박해지면서, 결국 고생하는 건 자신들이니까.

“촬영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그 사이 최대한 좋은 장면 부탁드립니다.”

“예예, 그래야죠.”

해냈다는 생각인지, 내내 자신들을 쪼던 주제에, 본인은 행복에 겨워 미소가 만연한 클라이언트 역시 밉게 보이는 건 매한가지였고 말이다.

그렇게 촬영 시간이 다가왔을 때, 모든 준비가 갖춰진 뒤에야 그 주인공이 스튜디오에 입장했다. 유니폼까지 챙겨 입고서.

워낙 잘나신 몸이라, 아주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서 왔지.

“혹시나 사전에 논의된 콘티와 다르다면 즉각 철수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철저하게 지키겠습니다.”

그래도 내내 자신들을 독촉하던 클라이언트가 쩔쩔매는 모습에 조금 기분이 풀리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는 주인공, Go의 모습에 다시금 미운 마음이 생겨났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그마저도 실질적인 촬영 시간은 기껏해야 수십 분 수준인데, 저렇게 어색한 사람을 데리고 괜찮은 컷을 따낼 수 있을까?

“저··· 메이크업은-”

“죄송하지만, 메이크업은 거절하도록 하죠. 다음 일정이 있습니다.”

“넵, 그럼···”

클라이언트도 모자라, 깐깐하게 구는 매니저(에이전트)까지 지켜보는 동안에?

그나마 동양인이라기엔 심하게 좋은 하드웨어가 있으니, 제법 그림이 괜찮긴 하나, 미운 마음 때문인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제이크 걔는 저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그와 촬영한다는 말에 제발 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던 동생도 마음에 안 들었고.

뉴욕 놈이, 뉴욕 선수들을 좋아할 것이지, 반대편 오클랜드 선수를 더럽게 좋아했지.

어쩌면 그렇기에 슈퍼스타고.

비록 마음은 불퉁하지만, 레너드 역시 알았다. 그가 현시점에서 웬만한 헐리웃 배우 정도는 씹어먹는 수준이라는 걸.

농구의 신은 마이클 조던, 풋볼(미식축구)의 신은 톰 브래디, 야구의 신은 베이브 루스.

딱 이 정도만 알 만큼, 야구는 물론, 스포츠 자체에 일천한 레너드 자신조차 그 이름을 익숙하게 들어봤을 정도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물론 그 유명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가 애매할 만큼 짧은 시간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소설 낭독회 같네요.”

“듣기 좋다고?”

“어색하다고요.”

“어차피 좋은 컷 건지긴 글렀어. 대충 찍고, 편집에 더 집중하자.”

어리숙한 모습에서부터 이미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나 본 촬영에서도 스포츠 선수 특유의 어색함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선 계속해서 다시 찍고 싶었지만, 에이전트가 계속해서 눈치를 줬기에, 결국 대충 오케이 사인을 냈다.

어차피 좋은 장면을 건지는 건 이미 포기했었기에, 짧게 한숨을 내쉬던 레너드는 이내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와···”

“공 하나 들었다고 느낌이 확 다르네요.”

“제일 잘 나가는 선수니, 당연하겠지. 역대 최고 수준이라던데.”

짧은 피칭 씬을 따기 위해 야구공, 그마저도 고무공에 불과한 것이 쥐어진 순간, 스포츠 선수 특유의 어리숙한 분위기가 사라졌으니까.

그 어떤 대단한 슈퍼모델보다도 순식간에 스튜디오를 휘어잡았다. 정확하게는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고 표현해야겠지.

‘이거···’

그리고 지시에 따라 정말로 피칭하듯, 가볍게 던지는 듯한 시늉을 했을 때, 레너드는 문득 생각했다.

‘느낌이 완전히 다르잖아?’

어째서 저 사람인지 슈퍼스타인지, 그리고 한 기업이 최대한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쩔쩔맨 건지 알 것 같다고.

주변의 모든 시선을 빨아 당겼으니까. 단순히 공을 쥐고, 약간의 동작을 하는 것 하나만으로.

“오케이!”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한 오케이 사인이 터져 나왔다.

‘잘 편집해서, 올스타전 중간에 나간다면, 그래서 정말로 계획대로 된다면··· 죄다 씹어먹겠는데?’

어쩌면 사실상 반쯤 포기했던 광고가, 어쩌면 자신의 올해 최고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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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약속대로 금방 끝났다. 한 40분 걸렸나? 왕복 이동 시간이 10분쯤 걸렸으니, 진짜로 딱 한 시간 걸렸네.

생각보다 촬영이 잘 된 것 같은데, 짤막하게 만든 가편집본 보니까, 느낌이 좋더라.

오프시즌에 미친 듯이 굴러서 그런가, 아무것도 안 해도 태가 나더라고. 역시 난 배우 체질이야.

기럭지도 쭉 빠진 게 딱 모델 스타일이긴 하지. 모델치곤 좀 너무 굵긴 하지만.

“우리 헐리웃 스타, 촬영은 잘했냐? 여자 모델은 있었어? 번호는 받았고?”

“오스카 상은 언제 준대? 역사상 최초로 MVP, 사이 영, 오스카 3관왕 해야지?”

“모델은 없었고, 오스카 상은 잘 포장해서 나중에 택배로 보내준대. 만장일치라고 하더라.”

물론 어디까지나 진짜는 야구지. 촬영이 마친 다음날, 원정을 떠나기 위해, 합류하니, 몇몇 동료들은 흥미로운 듯 눈빛을 보냈다.

그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급이지. 비록 상영시간은 20초에 불과하겠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천만 관객을 사로잡을 테니까.

‘아니지, 그 이상인가?’

올해 올스타전은 엄청난 시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다.

재작년부터 홈런이 펑펑 터지기 시작하면서, 야구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도 있는데. 내 몫도 크지.

그러니 어쩌면 천만 이상일 수도 있겠어. 중간에 광고시간이라고 채널 돌리는 사람을 제외하면.

그런 의미에서 너스레를 떠니, 오스카를 거론했던 브루스는 재교육이 잘 된 건지 능청스럽게 아부를 했지만. 마커스 시미언은 아쉬운 듯 혀를 내둘렀다.

“이야~ 넌 수상했다 하면 죄다 만장일치네. 역시 Suck 넌 최고야.”

“그래,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라.”

“에이, 모델 없었어? 괜히 기대했네. 혹시나 모델한테 번호 받았으면, 넌 어차피 관심 없을 테니까, 나 달라고 하려고 했더니.”

얜 다른 잿밥에 관심이 있었구만.

그리피나, 여자 팬, 리포터 등등 번호를 받은 적은 많다. 대부분은 연락도 안 했지만.

그렇다는 걸 잘 알기에, 혹시라도 이번에는 자신에게 토스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은데.

“꿈 깨 인마. 내가 관심 없더라도, 남한테는 안 줄 거니까.”

“뭐야, 가지긴 싫고, 남주긴 아깝고, 그런 거야?”

“그게 아니라, 괜히 말 나오잖아. 다른 사람의 사생활인데, 그런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한테 주면 안 돼지. 너도 철 좀 들어라.”

가벼운 마음에 그랬다가, 자칫 욕먹기 십상이다. 무슨 사람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느니, 물건처럼 주고받는다느니 뭐니 하면서 온갖 말이 나오겠지.

그럴 바엔 그냥 고이 접거나, 잘게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는 쪽이 훨씬 좋지.

“예예, 거참 대단하십니다. 아주 성인 나셨어. 네가 무슨 Father(신부)냐? Saint Suck이라고 불러줄까?”

“미안하지만 난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어. I‘m Not Your Father.”

그런 내 철저한 자기관리(?)에 질린 건지, 마커스는 계속해서 투덜거렸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

이번 원정 목적지는 클리블랜드였다. 그래, 인디언스가 상대지. 3연전을 벌이는데, 이번이 이번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다. 이 뒤에는 서로 안 만나지.

“아~ 이번에도 또 Suck 너랑 드론맨이랑 딱 만났어야, 입 털어준 거 다시 응징해줬을 텐데.”

“걔 또 입 털던데. 자기랑 한판 붙자면서.”

“어차피 둘 다 로테이션이 안 되잖아? 그거 알고 그러는 거야.”

당연하게도 드론맨은 클리블랜드에 온 나를 환영하려는 건지, 이번에도 본인 SNS에 나를 도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경기 중에도 너한테 눈빛이 장난이 아니더라. 라이벌 의식 제대로던데?”

“걘 진짜 좀 또라이라니까.”

“내가 볼 땐 크리스 데이비스, 어, 크리스 말고 오리올스 크리스요. 아무튼 걔가 아니라, 바우어 얘가 ADHD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

1차전 도중에는 지그시 노려보기도 했고. 계속 내가 튕기니, 더욱더 약이 올라서 엉겨 붙는 것 같은데. 이젠 약빨이 떨어졌어.

난 이미 한번 잡아먹은 상대에겐 흥미가 돋지 않거든. 트라웃만큼 나한테 위협감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면 모를까.

그래도 저쪽에서 계속 이슈를 만드는 탓에, 언론에서도 은근히 라이벌 관계를 부추기고 있는데, 정작 올해는 한 번도 안 만났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도 슬슬 조금 차이가 많이 나는 바우어 대신 다른 라이벌들을 밀어주고 있지.

AL에서는 나랑 멋진 투수전 명승부를 벌인 바가 있고, 또한 서로 올해는 컨탠더급 팀에 속해 있기도 한 크리스 세일이 대표적이고.

“디그롬은 또 노디시네.”

“걔는 진짜 좀 불쌍하더라. 아니, 15승을 해도 안 이상한 성적인데, 어떻게 아직도 5승이야?”

NL에선 맥스 슈어저와 올해부터 갑작스럽게 떠오른 제이콥 디그롬이 거론되고 있지.

슈어저야, 더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선수고, 사이 영 3연패를 노리고 있으며, 탈삼진도 많이, 잘 잡는 투수이니 당연히 자주 비교됐지만.

올해 그야말로 대폭발을 일으킨 디그롬과도 꽤 많이 비교되고 있다.

어쩌면 슈어저 사이 영 3연패를 저지할 수도 있을 만큼, 제이콥 디그롬도 올해 어마어마한 성적을 올리는 중이니까.

‘아직도 5승이네. 이쪽도 만만찮게 대단하구만.’

다른 의미로 역대급인 어마어마한 승운 덕분에, 슈어저와 달리, 더욱더 서로 비교되는 것도 있고 말이야.

AL 사이영 상과 MVP를 확정 지은 내가 현재까지 무려 18연승을 달리며, 전반기에만 20승을 올릴 기세인데 반해.

마찬가지로 NL 사이 영 레이스에서 슈어저와 선두권 경쟁 중인 디그롬은 이제 고작 5승이니까.

서로 정반대의 의미에서 역사적인 페이스의 승수를 쌓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긴 하지.

‘8이닝 1실점인데 노디시라···’

우리가 인디언스와 1차전을 치렀을 때, 디그롬도 등판했는데, 듣기로 8이닝 1실점인데 승수를 올리지 못했단다.

진짜 좀 심하긴 하네.

8이닝 1실점인데 노디시?

“디그롬 인성이 좋나보네.”

“Suck 너였으면 우리한테 욕 퍼부었을 텐데.”

“욕뿐이겠어? 그쯤 되면 물리적인 행동도 나서야지. 타자들이 금수새끼들이라는 건데, 그쯤되면 말로 해결 안 돼.”

한편으론 디그롬의 인성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참 착해.

솔직히 내가 저랬으면, 그냥 타자들 일렬로 세워놓고 줄빠따 쳤을 텐데, 이걸 참아?

메츠 타자들이 멀쩡하고, 디그롬의 폭력 행위에 대한 기사가 없는 걸 보니, 세인트는 내가 아니라, 저쪽에 붙여야겠어.

‘그래도 우리 타자들이 선녀네. 아주 선녀가 따로 없어.’

그동안 타자들이 조금이라도 점수를 못 낸다 싶으면, 자주 갈구고, 재촉하고, 독촉했는데, 어우, 앞으로는 좀 더 잘해줘야겠네. 최소한 메츠보다는 낫구만.

처참한 승수를 보니, 같은 선발투수로서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차올라, 괜히 입맛이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내면의 악마가 꽤나 오묘한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내가 만약에 남은 전반기 경기 다 이겨서 20승 찍고. 반대로 디그롬은 하나도 못 이겨서 5승 4패인 상태 그대로, 서로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오면···’

양대리그를 대표할 최고의 투수로 꼽힌 두 투수의 승수가 4배나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거구만.

슈어저 쪽이 가능성이 높긴 하나, 디그롬도 성적이 상당하기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정말로 그게 실현된다면···

[Go You-Suck – 20W 0L]

[Jacob Degrom – 5W 4L]

라고 표기가 되는 거지.

정말이지, 잠깐 떠올린 것만으로 같은 투수로서 참담하고, 한탄스러워서,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서글픈 장면이네.

“다음 등판도 이기자. 그다음 등판도. 다들 득점 지원 팍팍 좀 해줘.”

“···대충 무슨 생각했는지 알 것 같은데, Suck 너도 진짜 쓰레기야.”

그런 의미에서 한번 도전해보자.

상상만으로 꿀잼인데, 그게 현실에서 실현된다면 더 재밌겠지.

혹시 알아? 그걸 딱 보고 죄책감이 생긴 메츠 타자들이 각성해서, 갑자기 후반기부터는 득점 지원 잘 해줘서, 승수를 팍팍 쌓아줄지? 다~ 디그롬을 위한 거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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