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속 빼고 다 가짐-247화 (247/316)

247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 텍사스 레인저스>

<또다시 완봉! Go,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40이닝째 무실점을 이어가다.>

<이번에도 고유석을 넘어서지 못한 텍사스! 허나 추민수 22경기 연속 출루 성공···>

경기가 끝난 뒤, 레인저스 팬들은 물론 언론 역시 한탄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등판인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폼이 좋았기에, 사실상 이미 예견되었다고는 하나.

정말로 이번 경기에서도 끝내 고유석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레인저스였으니까.

<40이닝 62K 11피안타 1볼넷 2고의사구 ‘Zero ERA’, 글로브 라이프 파크의 진정한 주인은 레인저스가 아닌 Go?>

특히나 그들의 홈,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이어지고 있는 그 경이로운 퍼포먼스 역시 더욱더 짙어지기만 했고 말이다.

한 투수에게 당한 것 치고는 황당할 정도로 참담한 상대전적에 레인저스 팬들은 그저 빨갛게 익은 얼굴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Rangers]

[퍼펙트도 당해, 19K도 당해, 완봉은 이번이 세 번째에, 홈에서 득점은 한 적도 없고. 이 정도면 못 볼 꼴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바닥 밑에 지하가 있었네.]

└대놓고 만루 내줬는데, X발, 그걸 못 받아 처먹냐 어떻게.

└이 새끼들 메이저리거는 맞아? 아니 x발 어떻게 매번 같은 투수를 만날 때마다 이 모양이냐고!

└난 조이랑 주릭슨 내보내는 거 보고 저 새끼 X신인가 했는데, X신은 레인저스였어. 그럼 그렇지.

└진짜 어처구니가 없더라. 무사 주자 2루에, 2사 만루까지 갔었는데, 어떻게 한 점을 못 내냐, 한 점을!

상대 투수가, 그 빌어먹을 고유석이 대놓고 만루를 내줬는데도 틀어막힌 건 충격 그 자체였다.

증오나 실망을 넘어, 레인저스라는 팀에 대한 회의감마저 생길 지경이었으니까.

대놓고 조롱당한 셈이 아닌가? 대충 고의사구로 베이스 좀 채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면, 그런 판단이 나왔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고유석이 자신들을 완전히 밑바닥으로 내려 보고 있다는 생각에 레인저스 팬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외의 이들은 배짱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말처럼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

[#A’s]

[새삼 느낀 건데, Suck은 진짜 Man이야, 그것도 진짜 Big Ball이라고! 와, 그걸 그냥 내보내네.]

└잘 던지는 것도 잘 던지는 거지만, 배짱도 장난이 아니기는 하지.

└사실 저런 배짱이 있으니까, 구속이 느린데도 당당하게 몸쪽으로 공을 넣는 거야.

└우리가 Go를 사랑하는 만큼, 본인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는 거지.

└까놓고 말해서 레인저스가 그만큼 X신이라는 뜻이 아닐까? 주자 좀 내보내도 괜찮다는 판단이 설 정도로.

└그것도 맞고:D

└LIMA 그 상황에서 레인저스 선수들이랑 거기 팬들 얼굴 봤어? X나 웃겨서 배꼽 잡겠더라. 완전 넋이 나갔던데?

└나 같아도 그럴 거야. 얼마나 스스로가 X신 같겠어. 완전히 가지고 논 건데.

특유의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만 보더라도, 배짱이 두둑한 선수라는 것이야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하니 스스로 만루를 만들어버릴 정도로 자신감이 차 있었을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최소한의 심사숙고하는 표정조차 없이, 너무나도 쿨하게 고의사구로 타자를 내보내는 모습은 현실 야구가 아니라, 야구게임이더라도 비인간적으로 느껴졌을 정도였으니까.

<퍼펙트가 깨졌다고? ‘So What?’ Go, 아쉬운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선보였다!>

<자동 고의사구로 타자를 내보내고 웃는 Go, ‘The Best’다운 자신감?>

특히나 퍼펙트가 깨진 직후에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것에, 사람들은 더욱더 감탄하거나 공포를 느꼈고 말이다.

냉철하고 이성적이라는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7회까지 퍼펙트를 이어왔으니, 그것이 깨진 순간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건만, 오히려 더욱더 철저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은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저 자신만만하게 웃는 모습과 그 미소만이 그나마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의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고유석 진짜 로봇 아님?]

-아무리 봐도 카이스트에서 야구로봇 만든 거 실험용으로 미국에 보낸 거 같은데···

└ㄹㅇㅋㅋ

└고유석 저거 빌리 빈이 사무실에서 리모콘 가지고 조종하는 거다. 내가 봤다.

└아ㅋㅋ 로봇을 왜 이렇게 티가 나게 만들었냐고~ 사람 아닌 거 ㅈㄴ 티난다고~

└저거 터미네이터임. 마이너 때 ㅈㄴ 못했다던데, 그때 중간에 슬쩍 바꿔치기한 거임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야구 전용 기계로봇이라는 의심을 말이다. 당연히 농담에 불과했지만···

└작년에 고유석 부모님 나왔었지? 그분들 사실 부모님이 아니라 개발자들임, 아버지로 소개된 분은 하드웨어 만든 거고, 어머니로 소개된 분이 소프트웨어 개발한 거임

└고유석 부모님 고깃집 하시지 않음? 팬들이 가서 찍은 사진도 인터넷에 있던데

└└ㅇㅇ 개발한 뒤에 은퇴하고 퇴직금으로 고깃집 차린 거임, 원래 개발자들 퇴직하면 그게 국룰이잖음 아님 치킨집이거나

└└ㅈㄴ설득력있네ㅋㅋㅋ

└└애슬레틱스 쉑들 왤케 거지인가 했더니, 개발비에 돈 다 쏟아부어서 그동안 거지였던 거네ㅋㅋㅋ

꽤나 그럴듯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0이닝 183K, 작년보다 더욱더 빨라진 페이스, 목표는 400K?>

오늘 보여줬던 모습과 더불어, 지금까지 쌓아온 압도적인 성적이 그 우스운 농담에 개연성을 부과했으니까.

그렇게 한국에서 고유석이 로봇이라는 주장이 농담처럼 퍼져나가고 있었을 때.

미국에서는 직접적으로 그 실체를 파헤치는 이들이 있었다.

####

경기가 끝난 뒤, 추민수 선배님에게 연락이 왔었다. 정확하게는 문자가 왔었지.

꼭 그렇게 잔인해야 했냐고 물으시기에,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다시금 멋쩍게 웃고 말았다. :D라고 말이야.

난 언제나 진실된 사람이기에, 순수하게 마음을 표현할 줄 알거든. 저게 내 진심어린 마음이었고. 사실 멋쩍지는 않았지만.

“진짜 잔인하다니까, 레인저스 타자들 몇 명인 앞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겠던데.”

넋이 나간 추민수 선배와 레인저스를 떠올리며 클클거리자, 앞자리에 앉은 브루스는 그저 헛웃음만 흘렸다.

너도 슬슬 적응해라. 내가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뭐 그렇게 특이한 일이라고.

“계속해서 싹을 밟아 둬야 앞으로도 다시금 안 덤비는 법이지. 그런 의미에서 너도 조심해라.”

“난 또 왜.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냥 요즘 태도가 별로야. 점점 기어오르는 게 느껴져. 언젠가 날 잡고 다시 교육해주지.”

“그니까, 그런 말을 왜 대놓고 하냐고, 선전포고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 말해봤자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얌전히 공이나 받아야 하는 것을.”

“Suck 네 덕분에 포수가 진짜 X같은 포지션이라는 걸 매번 새롭게 배우네. 고맙다, 가르쳐 줘서.”

“고마운 줄 알아서 다행이네.”

자세가 잘못된 녀석이지만, 이렇게 금방금방 알아듣기에 가르치는 맛은 있단 말이야.

흡족한 내 미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브루스는 화를 표출하듯 앞접시의 음식을 우걱우걱 퍼먹었다.

별건 아니고, 계속 징징거리더라고. 도핑 의혹이야, 두 번째 검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말끔하게 날아갔고, 폼도 이제 다시 회복했으니, 이제 같이 밥 좀 먹자고 말이야.

분명히 그럴 일 없다는 말을 제대로 돌려서 말했던 것 같은데, 아주 집요하게 요구했지.

‘뭐, 포수랑 밥 한 끼 정도야. 같이 뛴 시간이 얼만데, 한 번쯤은 식사해야지.’

명분이 없기에 계속 거절하는 것도 뭐하고, 징징 거리는 걸 두고 보기도 싫어서, 그냥 홈으로 돌아온 뒤 곧바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제 보니 브루스 너도 고생이 많네, 얘 비위 맞춰주느라 꽤 힘들겠어.”

“죽을 맛이죠. 제드라도 알아줘요. 진짜 무슨 여자친구보다 더하다니까요?”

“그래, 그래보여, 그나저나 Suck 너 이거 봤어? 팬들이 너보고 로봇이라던데.”

“봤어요, 그냥 농담이더만.”

“아냐,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 네가 외부활동도 안 하는 것만 봐도 분명하다면서. 저번에 스폰서 받은 음료수도 사실은 기름이라는데? 경유래. 너 경유로 굴러가냐?”

겸사겸사 할 일 없던 제드 라우리도 같이 꼽사리 꼈고. SNS 중독이라서 그런가, 아주 커뮤니티에 빠삭하네.

별건 아니고, 요즘 들어 내가 로봇이라는 주장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워낙 바깥 외출이 드물고, 외부인과의 접촉이 없거니와, 흔한 여자친구도 없는 데다, 그리피랑 놀아났다는 소문도 돌지 않으니, 이상하다는 거지.

성적 역시 기계수준으로 찍고 있으니, 꽤나 타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기어코 경유로 가동된다는 것까지 밝혀냈군.

‘주접이지, 주접. 낯간지러워서 얼굴을 못 들고 살겠네.’

별건 아니고, 그냥 주접이다. 저런 주접 흔하잖아? 로봇이라더라, 신이라더라, 뭐 그런 것들.

잘하는 사람에게 의례적으로 붙는 주접이지. 워낙 상식 밖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그런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거고.

‘그나마 로봇 취급하는 게, 나한테 신이라면서 나 볼 때마다 아멘 외치는 것보단 낫지.’

차라리 로봇 정도면 나은 편이다. 진지하게 날 신으로 여기면서, 이곳 오클랜드에 신흥 컬트 종교를 만들려는 사람들도 있거든.

레이더스라던가, 레이더스라던가, 이상한 페이스페인팅과 코스튬을 하고서 콜리시엄에 출몰하는··· 레이더스라던가.

로봇 취급이 그저 농담이라면, 그 양반들은 슬슬 진심에 가까워졌더라. 자기들끼리 그렇게 떠들면서 낄낄거리더니, 이젠 진지하게 믿는 눈치야.

가끔 경기 전에 만나면, 나 보면서 성호를 긋거나, 합장하는 사람도 있다니까?

오클랜드를 구원하기 위한 구세주라면서, 무슨 예수님 비스무리한 복장에 내 얼굴을 합성한 판넬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

“입장발표라도 하지 그래? 전 사실 사람입니다 같은 거. 아니면 아이언맨이라거나.”

“자기들끼리 재밌게 놀던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해요. 그냥 냅둬요. 레이더스처럼 광기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레이더스는 진짜 좀···”

“거긴 좀 심하긴 심해. 어째 점점 더 미쳐가더라.”

레이더스의 최근 행태라고 해야 하나, 광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행동이 유명해서 그런지, 내 말에 두 사람은 눈을 찡그렸다.

요즘 따라 더 과해지긴 했거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특히나 도핑 의혹을 멋지게 떨친 이후로 더욱더 심해졌지.

그로 인해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적절하게 자재시키기는 해야 하는데···

“레이더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터넷에서 Suck 네가 적그리스도라면서, 어떤 이상한 종교학자 하나가 종교재판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부수적인 피해가 이미 생겼네.

이럴 줄 알았어, 레이더스 때문에 기어이 내가 사이비 교주로 몰렸구만.

종교재판이라니, 하긴, 그 양반들 행동만 봐도, 중세시대였으면 빼도 박도 못 하고 사형당했을 거야.

“이야, 그렇게까지 간다고? Suck 너 그러다가 나중에는 콜리시엄 마운드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화형 당하겠는데?”

“그것 참 X같은 사인이네. 죽을 때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잠자듯 가고 싶었는데.”

“그건 레이더스가 싫어할 걸? 그렇게 재미없는 죽음은 Suck이 아니야! Suck에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소리칠 거다, 아마.”

“진짜로 그럴 것 같아서 더 무섭네.”

뭐든 간에, 이게 다 내가 너무 잘하고, 인기가 철철 넘쳐흘러서 생기는 해프닝이지.

워낙 잘 나가니, 별의별 말이 다 나오는 거야. 도핑 의혹도 마찬가지고.

“그나저나, 저건 뭐야? 대놓고 사진을 찍네. 팬은 아닌 것 같은데. 가서 말려야 하나?”

저것도 결국 다 인기와 유명세에서 비롯되는 거지.

찰칵거리는 소음에 제드 라우리는 흘끔 주변을 둘러보다, 카메라를 누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혐오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뭐겠어요, 파파라치지.”

그냥 파파라치다.

마찬가지로 슈퍼스타들에겐 아주 흔한 존재들이지. 언제나 따라다니는 경호원과 같은 사람이고.

“파파라치? 여기가 무슨 헐리웃도 아니고··· 배짱도 좋네.”

다만 브루스의 말처럼 헐리웃도 아니고, 오클랜드의 스포츠 스타에게 붙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말이야.

“오클랜드에서 Suck 너한테 저런 짓거리 하다가 레이더스한테 걸리면 맞아 죽을 텐데, 용기가 대단하네. Suck 브이라도 해줘.”

내가 왜 밖에 잘 안 돌아다니겠어. 오클랜드가 위험한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 그래, 귀찮아서.

집 밖에서 얼굴 보일 때마다 찰칵찰칵 거리는데, 어디 돌아다니고 살겠나.

어떤 3루 타블로이드 같은 곳은 팬이랑 사진 좀 찍어준 거 가지고, 여자친구라느니, 숨겨둔 연인이라느니, 그··· S 파트너라더니, 아주 소설을 쓰더라.

S가 뭐냐고? 그···있잖아, 그거, S로 시작해서 X로 끝나는 단어.

“Suck 너도 진짜 피곤하게 사는구나, 네가 무슨 헐리웃 영화배우도 아니고, 저게 뭔 짓거리야.”

“사실 얘 인기가 그 정도이기는 하지, 아니, 웬만한 배우들보다 훨씬 더할 걸?”

아무튼 찰칵거리는 소리와 카메라 플래시에도 내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브루스는 새삼 불쌍하다는 듯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래도 파트너라고, 내가 저런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걸 보니, 안쓰럽긴 한가 보네.

“그러게, 내가 룸 있는 곳으로 가자니까, 왜 굳이 이렇게 개방적인 곳을 골라.”

“엿 먹으라고 그런 거지. 내가 간만에 멋지게 하고 나왔으니, 여자 만나는 줄 알고 기대했을 텐데, 맨날 경기장에서 보는 시커먼 남정네들이랑 음식이나 처먹는 걸 보고 얼마나 한탄하겠어.”

“Suck 너도 진짜 정상은 아니야. 아니지, 그러니까, 저런 꼴 보면서도 멘탈이 멀쩡한 걸지도···”

“어떻게, 지금이라도 자리 옮길래?”

“오늘이 휴식일도 아니고, 곧 경기 준비해야 하는데, 옮기긴 뭘 옮겨요. 먹고 나가야죠.”

내 말에 김이 샜다는 듯 숨을 뱉는 두 사람을 본 뒤, 이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또 새로 생겼네. 한동안 잦아들더니.’

사실 기존의 파파라치는 죄다 떨어져 나갔었다. 내 철저한 쇄국정책에 결국에는 두 손 두 발을 들었지.

뭐라도 건질 게 있어야 쫒아다닐 텐데, 나야 뭐, 가끔 외식하는 걸 제외하면 집-콜리시엄-집-콜리시엄-집-공항-원정이잖아.

그러니 결국 제 풀이 못 이겨서 죄다 떨어져 나갔는데, 도핑 의혹 이후로 계속해서 주목이 이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다시금 붙었구만.

‘어디, 이번엔 언제까지 붙어 있는지 한번 보자고.’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떨어져 나가겠지. 아니면··· 나한테 미쳐 있는 레이더스에게 붙잡혀서 ‘교화’당할 수도 있고.

####

“진짜 수도사야 뭐야··· 간만에 광 낸 거 보고 기대했더니, 이번에도 텄네.”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집으로 향해, 때 빼고 광 내고 나온 고유석을 보며, 남자, 고든은 제법 기대했었다.

그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하나를 건지는구나! 싶었으니까. 그 새빨간 스포츠카가 콜리시엄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걸 깨달았을 땐 아주 환호성을 내질렀지.

그러나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그 종착지에는 어여쁜 아가씨, Hot한 배우나 모델이 아닌, 시커먼 남정네들, 그것도 팀 동료였다.

그러고는 정직하게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 아마도 조금 있으면 콜리시엄으로 향할 거고.

“그러게, 포기하라니까, 야구에 미친놈이야.”

그 허무함에 분노를 참지 못한 고든이 발을 동동 구르자, 그보다 앞서서 Go를 따라다녔던 기자(파파라치), 지미가 피식 웃었다.

대부분 저런 반응이었으니까. 이 업계(파파라치)에서 Go는 유명한 존재였다.

그 압도적인 유명세, 인기, 그리고 주목과 더불어, 머리카락 하나조차 찾을 수 없는 철저함으로 말이다.

“그러게, 너도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 여기서 건질 건 없어.”

수많은 파파라치들이 그 철저한 자기관리와 외부인에게 험악한 오클랜드에 무너졌었지.

그렇기에 저 정도의 슈퍼스타인데도 생각보다 파파라치가 많지 않은 것이고.

아마도 이 젊은 파파라치 역시 그렇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 지미의 진심어린 조언에, 고든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야 없죠, 지금까지 버티면서 쓴 돈이 얼만데···”

처음에는 정말 기대감에 가득 찼다. 오클랜드로 파견됐을 때만 하더라도 말이다.

‘금광인 줄 알았으니까.’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 만큼, Go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가졌지만, 연애사 역시 최고의 이슈였다. 지금까지 새어나온 적이 없기에 더욱더 관심이 높지.

그렇기에 오클랜드에 올 때만 하더라도 행복한 상상을 했었다. 그 베일에 싸인 여인이 누굴까, 고민하면서.

최근 오클랜드, 아니, 산호세와 프리몬트,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실리콘 벨리에 인근에 들린 적 있는 모든 유명인이 후보로 올랐지.

‘없는 게 이상하지. 막말로 누구라도 만날 수 있어.’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야말로 모든 걸 갖췄다. 여러 슈퍼모델, 헐리웃 배우, 하물며 재벌집 상속녀까지. 누굴 만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일단 현시점 최고의 스포츠 스타다. 언제나 주목을 받고, 관심이 쏟아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지.

그리고 젊고 유망한 미래의 부자다, 당장 FA까지 갈 필요도 없이, 연봉조정만 하더라도 최소한 2천만 달러를 받을 거라고 하지 않는가?

또한 비록 동양인이긴 하나, 준수한 외모와 운동선수답게 듬직하고 우람한 몸까지 가졌지.

‘그러니 뭐가 있어도 왕창 있어야 정상인데···’

그렇기에 그를 비롯한 파파라치들은 기대했다. 과연 얼마나 걸릴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게 있을까?

저 화려한 영광에 가려진 금광은 얼마나 찬란하게 빛날까?

헛물을 켜는 건 아니다. 당장 Go의 전 세대만 스타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전 여자친구로 야구단을 차렸던 데릭 지터나, 마돈나, 카메론 디아즈 같은 스타들과 어울리더니, 현재도 J.Lo(제니퍼 로페즈)같은 슈퍼스타와 열애 중인 알렉스 로드리게스 말이다.

그와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한 수준의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이니, 분명 Go도 그 정도는 되어야 정상이건만···

“근데 왜 아무것도 없냐고!”

근데 없다. 하나도 없다.

만나는 여자라곤 가끔 외식하며 만나는 식당 종업원과 경기장에 찾아온 팬, 그리고 리포터 정도가 전부지.

그리피들이 그렇게나 따라다니는데도, 남자라면 혹할 만한 여인네들이 수없이 스쳐가는데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파파라치들을 좌절하게 했고, 미치게 만들었다.

분명 하나 건지기라도 하면 무조건 초대박인데, 그 하나가 아예 없으니, 어떻게 눈이 안 돌겠는가?

‘진짜 그쪽 아니야?’

그렇기에 엄한 의심이 생겨나기도 했지. 워낙 걸리는 게 없기에,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졌고. 고든 역시 처음에는 코웃음 쳤지만, 이젠 슬슬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 험악한 오클랜드에 온 이후로, 벌써 몇 주의 시간이 지났건만, 제대로 건진 게 없었으니까. 이젠 거의 확신이 될 지경이었지.

그렇게 서서히 고든이 미쳐갈 때, 그를 안쓰럽게 본 지미는 슬쩍 조언을 남겼다.

“그러지 말고, Go를 따라다니는 건 어차피 답이 없으니까, 차라리 레이더스 쪽을 파보는 건 어때?”

“레이더스? 그게 뭔데?”

“뭐야, Go를 그렇게 따라다니더니, 레이더스도 몰라?”

레이더스. 왠지 조금은 께름칙한 단어에 고든이 표정을 구기자, 반대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쳐다본 지미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원래 헐리웃 쪽에 있었다더니,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쉽게 말해서 Go의 광팬이야. 거의 Stan 수준이지. 모든 경기를 따라다니고, 심지어 원정까지 전부 직관해.”

“원정까지? 그게 어떻게 가능해?”

고든은 경악했다. 비록 지금까지는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Go를 따라다니면서 이젠 잘 알았으니까.

메이저리거의 일정이 생각보다 훨씬 험난하다는 것을.

미국 전역을 비행기 하나에 의지해서 돌아다니는데, 하물며 메이저리거도 아닌, 그저 순수하게 팬인 놈들이 그걸 쫒아다닌다고?

“미친놈들 아니야?”

“그래, 미친놈들이지. 그 정도로 미쳤으니까, 유명한 거고. 아무튼 만약에 여자친구나 애인, 그 비슷한 사람을 원정에서 만났다면, 분명히 이쪽에 걸릴 걸?”

고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처럼 무언가 있다면 분명히 걸렸겠지, 그 광기어린 열성팬들에게.

‘그래, 이런 팬덤이 생길 만도 하지. 그렇게 잘하는데 없으면 이상해. 레이더스, 이쪽이 메인이었구만.’

팬들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자신 같은 기자(파파라치)보다 더하지.

실제로 그렇기에 돌아서서 헤이터가 된 팬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스타에게 피해가 될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니까.

“레이더스, 레이더스란 말이지.”

그렇기에 좌절한 고든의 눈동자에 다시금 생기가 감돌았을 때, 지미는 입맛을 다셨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

왠지, 푼돈이나 벌려던 어린 아해를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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