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 휴스턴, 응답바람!’ 휴스턴, 오클랜드에 Shut Out!>
<애스트로스 감독, ‘아쉬운 경기, 그저 그게 전부’, 계속된 질문에 말을 아끼다.>
<브루스 맥스웰, ‘작년 Go와 나는 휴스턴에게 부당하게 사인을 빼앗겼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Go’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자신감을 밝혀···>
<밥 멜빈, ‘솔직히 이제 애스트로스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에이스가 당연한 승리를 가져온 것’ 휴스턴에게 통렬한 팩트 폭행!>
경기는 끝났다.
A’s의 완벽한 영봉승으로.
완벽하게 보강된 불펜은 튼튼하게 뒷문을 틀어막으며, 휴스턴에게 어떠한 유종의 미도 허락하지 않았다.
워낙 민감한 팀의 경기였기에, 이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고, 자극적인 인터뷰 역시 쏟아졌다.
특히 고유석의 폭행(?)에 이어, 브루스 맥스웰과 밥 멜빈 감독의 아주 자극적인 인터뷰는 애스트로스의 팬들에게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려줬다.
작년, 자신들이 가볍게 내려봤던 애슬레틱스는 이제 없다는 사실을. 이제 그 관계는 반대로 역전되었다는 사실을.
당당했던 애슬레틱스에 비해, 자신들의 홈인데도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간 애스트로스의 모습이 그것을 더욱더 쓰라리게 만들어줬다.
<7이닝 14K, Go, 개막 이후 6전 전승!>
<고유석 통산 500탈삼진까지 단 17개! 역대 최고의 페이스?>
<47이닝 연속 무실점, 다시금 오렐 허샤이저의 기록을 노리는 Go?>
그런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향한 폭행 외에도, 고유석 개인으로서도 다시금 이달의 투수를 확정 지으며, 강점기를 계속해서 늘려나갔다.
[#Indians]
[우리 드론맨도 이번 달에 좀 잘했는데. 택도 없네.]
└그냥 이달의 투수 없애자. 작년부터 계속 한 놈만 타고 있는데. 이게 무슨 상이야?
└제일 잘하는 투수한테 주는 건데, 같은 놈이 계속 제일 잘하고 있으니, 독재가 계속될 수밖에.
└솔직히 이달의 투수가 왜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이달의 선수로 다 합치면 안 되나?
└그럼 그걸 Suck 걔가 계속 쓸어 담겠지. 이름만 바뀌는 거네. 아니지, 타자들도 같이 불행해지니까, 좀 다르긴 한가?
└X발 생각해보니 그렇네.
한 선수의 계속된 독재(?)에 들고 일어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명확한 사실에 기반했기에 어쩔 수는 없었다.
그 밖에도, 작년 다저스를 예민하게 만들었던 무실점 이닝을 계속해서 이어가며.
다시금 오렐 허샤이저나, 돈 드라이스데일 같은 이름들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작년과 달리, 의외로 다저스 팬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전체가 집중한 경기! 북부 오클랜드와 남부 LA가 함께 응원했다!>
팀의 레전드가 보유한 기록도 중요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의 분노도 중요했으니까.
완벽하게 박살나서 정신을 놓안 듯한 애스트로스의 모습은 다저스 팬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겨줬다.
그로 인해 서로 사이가 미묘한 캘리포니아 북부와 남부가 함께 모여 다른 것도 아닌, 애슬레틱스를 응원하고 경기를 지켜본다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고.
그렇게 한 팀의 불행과 모두의 기쁨 속에서 경기가 막을 내린 뒤.
<휴스턴 서포터들, ‘우린 또다시 Go에게 패배했다, 당연히 큰 아픔. 하지만 정정당당했던 패배, 이젠 다른 투수들도 Go를 본받아, 복수가 아닌, 야구에 집중해야···’>
<사무국 관계자, ‘Go는 프로 선수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투수들도 그처럼 행동해야···’>
애스트로스 내부에서는, 차라리 지금까지처럼 은근슬쩍 빈볼을 던지기 보다는.
이번 경기와 마찬가지로 정정당당하게 붙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네티즌들, 휴스턴 팬덤의 반응에 비웃음? 진정한 ‘징벌’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건 코웃음이었다. 고유석의 후련했던 피칭과는 별개로 여전히 증오는 사그라지지 않았으니까.
[#Dodgers]
[휴스턴 새끼들이 정정당당하게 하자고 하던데. 뭔 개소리야? 먼저 더러웠던 게 누군데?]
└빈볼? 그만하기는 해야지. 위험한 행동이긴 하니까. 단, 우리가 손맛 보고 나서.
└8월에 만나는데. 그때 대가리에 한 세 개쯤 맞히면 그만둘 생각이 있지.
└닥치고 처맞기나 했으면 좋겠네. X같은 Cunt들이 어디서 불쌍한 척이야?
└나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율리 구리엘 그 새끼만 일단 X나게 맞았으면 좋겠어. 나도 아시안인데, 작년 월드시리즈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거든.
특히, 아직 손맛을 보지 못했던 다저스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스러웠던 경기가 막을 내렸다.
<정당했던 경기? 허나 계속되는 의혹! 과연 빌런에게 벌을 내린 히어로는 깨끗할까?>
<끝나지 않는 스캔들, ‘A-Rod급 스타가 관련되어 있어···’ 또다시 Major에 엄습한 도핑의 그림자!>
└이젠 또 누군데?
└이런 기사 하루 이틀이냐? 말만 A로드 급이지, 또 한 며칠 지나면 이름도 모르는 선수가 징계받겠지.
└혹시 Go 아니야? 솔직히 정상적인 페이스는 아닌데.
└뒤지고 싶냐?
└미안, 그냥 개소리 한번 해봤어. 아무튼 누군지 궁금하기는 하네. 우리 팀은 아니겠지?
스멀스멀 다시금 자라나기 시작한 도핑의 전조가, 조금은 찝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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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갔네, 맛이 갔어.
이어진 2,3차전에서 애스트로스는 완벽하게 내려놓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차전에선 전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건지, 제대로 정신줄을 놓았고 말이다.
“쟤들 그냥 개판인데? 죄다 붕붕 돌리기만 하네.”
“멘탈이 터진 거지. 나 잡고 증명하려고 했는데, 정작 영혼까지 털렸으니까.”
“그래도 인터넷 보면 팬들은 은근히 그러던데. 애스트로스가 못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잘한 거라고. 어쩔 수 없다고.”
“그것도 맞는 말이고.”
“···재수가 더럽게 없는데 부정을 못하겠네.”
물론 여전히 자기합리화는 하는 것 같았다. 더러운 치팅과 별개로 우린 잘하는데, 나한테는 그냥 내 실력이 너무 넘사벽이라서 진 거라고 말이야.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독이다. 결국 인정해버린 거니까.
‘자기들은 날 못 이긴다는 걸.’
원래도 그렇긴 한데.
그걸 스스로 인정하고 말고의 차이는 엄청나지.
저도 모르게 심리적인 제약이 걸려버리거든. 나한테 삼진을 당하더라도, ‘아깝네, 나중에 치자’가 아니라, ‘쟤한테는 원래 이러니까’라고 생각하며 의욕을 잃는 거고.
‘마약성 진통제지,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만, 그게 계속해서 반복되기 시작하면, 중독되는 거야.’
당장은 나 하나지만.
이 리그에 애스트로스를 때려잡을 만한 투수는 많다.
특히 컨디션 좋은 날이면, 애스트로스가 아니라, 그 어떤 팀이더라도 손쉽게 쓸어버리는 게 투수지.
이미 한번 ‘예외’를 허용한 애스트로스가, 시즌이 지나, 그런 투수들을 하나씩 만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 예외가 점점 늘어나는 거다. 아, 쟤도 원래 잘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아, 얘도 대단한 투수인데, 이건 당연한 거지.
그게 반복되어, 팀의 정신으로 자리 잡고 나면, 다시 정신 차렸을 땐 때릴 투수가 사라진다.
‘소니도 그중 하나가 된 것 같고.’
당장 이번 시리즈만 해도 나와 더불어 소니 그레이도 그런 존재가 됐지.
2차전에 나왔는데, 꽤 잘 던졌거든. 타자들도 상대 투수 랜스 맥컬리스에게 막혀서, 경기 자체는 졌지만. 그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선보였으니까.
“앞으로 휴스턴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런가? 그래도 여전히 전력은 강력하지 않아? 투수진도 X같이 잘하고.”
“뭐, 그거야 너희 타자놈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최소한 우린 괜찮은 거지.”
“왜 선을 긋고 그래. 우리 사이에. 파트너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난 홈런 쳤다고. 기억하지?”
“그래, 참 대단하더라. 앞으로도 계속 부탁하마.”
“당연히 그래야지.”
그렇게 오늘 휴식을 가진 브루스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애스트로스의 상태를 평가하던 사이.
“스트라이크 아웃!”
마지막 3차전도 막을 내렸다.
우리의 승리였지.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
스윕이 아니기에, 확실하게 뿌리를 뽑았다고 보기에는 살짝 아쉬운 결과이나.
애스트로스의 모습을 보아,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다. 일단 금방 기세를 회복하지는 못할 듯싶었으니까.
‘안전 장치 하나 달아뒀으니, 그거면 된 거지.’
그렇게 시리즈 종료.
작년의 주인공이자, 올해도 충분히 주역이 될 수 있었던 팀의 몰락은 꽤나 초라했다. 더는 신경쓸 필요도 없을 만큼.
사실 애스트로스에 신경쓸 수가 없는 문제가 새로이 발생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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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웬일이에요?”
휴스턴을 떠나, 다음 원정지로 날아갔을 때. 브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다.
평소 내 일정을 확인하여, 비행 중에는 원활한 휴식과 여행길을 위해 전화를 자제하는 편인데.
그런 브라이언이 먼저 연락했다는 건 조금 신기한 일이었다. 뭔가 특별한 소식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스폰서 문제일리는 없고, 광고 같은 것도 당연히 아니고. 그럼 뭐가 남아 있지?’
더욱더 의아한 건, 그와 딱히 대화할 주제가 없다는 것이겠지.
그나마 시즌 중에 문제가 될 스폰서 같은 것들이야, 제안이 많더라도 죄다 뒤로 미뤄뒀으니, 딱히 없거든.
구단이 일찌감치 연장계약을 제시했다거나 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 사정 알잖아?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스캇 보라스가 갈궜나? 내놓으라고?’
그나마 떠오르는 것이, 나를 놓고 브라이언 그와 그의 사장이 두고 벌이는 힘싸움 정도인데···
설마 잘리기라도 했나 싶었지만, 그럴 리야 없겠지. 그쪽에서도 이젠 나와 브라이언이 공동체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최근 꽤나 민감한 소문이 흘러나와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민감한 소문이요?”
민감한 소문. 그 말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가 그렇게 표현할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닐 테니까.
연락을 준 것을 보아, 나와 관련되어 있기도 할 테고. 예상가는 것은 단 하나.
“도핑인가요?”
도핑.
사실 도핑이라는 단어는 나와 언제나 함께했다. 잘하는 선수에게 의례적으로 따라붙는 훈장이니까.
‘파인타르는 작년에 이미 다 닥치게 했으니, 남은 건 결국 도핑뿐이지.’
허나 도핑한 것치고는 내 구속이 심히 느리기에, 다른 선수들과 달리 그리 끈덕지게 붙지는 않았지.
그래도 타블로이드지 같은 곳에선 은근히 저격기사를 내고는 했는데, 그가 입을 여는 것을 보아, 지금까지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예, 예상하신대로 도핑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솔직히 제 구속만 봐도 아닌 거 알지 않아요? 알리바이가 너무 확실한데.”
장난스럽게 대꾸했지만, 브라이언은 꽤나 심각한 것 같았다.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으니까.
-다른 종류의 도핑도 있으니까요. 그 종류는 다양합니다. Go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그렇게 말한 그는 대충 설명해줬다. 날 어떻게 저격하려는 건지, 그리고 무슨 기사가 앞으로 쏟아질 건지에 대해서.
대충 심폐지구력과 회복력을 높여주는 종류의 도핑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내가 했다는 거지.
피지컬적인 도핑은 아무래도 내가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으니, 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혈액이요?”
-의외로 흔한 방법입니다. 사이클이나, 육상 종목에선 늘상 나오는 수준이죠.
대표적으로 자가수혈, 즉 혈액 같은 것들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과거 채혈한 피를 냉장 보관하다가, 다시 수혈하는 방식인데. 그러면 뭐, 적혈구량이 늘어나서 체력이 좋아진다나?
쉽게 말해서 내가 엄청나게 이닝을 먹고 있으니, 그게 수상하다면서 걸고넘어지려는 거지.
마찬가지로 적혈구량을 늘려주는 다른 약물, EPO, 에리스로포이에틴 같은 것들도 언급되고 있고.
“깔끔하게 검사하죠. 뭐, 그게 어렵다고. 그냥 다 닥치게 해버려요.”
-예, 그쪽이 가장 편하니, 미리 준비는 했습니다만, 행여 Go가 마음이 상하실까, 미리 연락을 드렸습니다. 후속 대처 기사들 역시 미리 준비 중이고요. 다만···
솔직히 그냥 깔끔하게 오줌이든 피든 뽑아서 검사하고 털어내버리면 그만이기는 한데···
-대니얼 역시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니얼을요? 왜요?”
-Go도 알다시피, 대니얼 역시 유명세를 끌고 있습니다. 명 트레이너이자, Go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대중들이 아닌, 업계 내부에서 주목받고 있죠. 그리고···
“그런 트레이너들이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가 많고요.”
대니얼도 문제가 됐구만.
이미 말했듯 그는 꽤나 유명하다. 작년 시즌이 끝난 직후 여러 선수, 구단, 에이전시에서 제안받기도 했고.
날 만들어냈잖아?
틀린 말이 아니지.
그 덕분에 제대로 던지는 방법을 깨우쳐서 구위가 비약적으로 올라가버렸으니까.
트레이너들은 때때로 약물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신체에 익숙하니, 어떤 게 약빨이 잘 받는지 알거든.
당장 이전에 터진 여러 도핑 스캔들도 트레이너들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허다하고.
이번엔 대니얼이라는 건데.
-거기다가 대니얼의 경우, Go와 같이 생활하고 있죠. 같은 집에서, 바로 옆에서.
“그래서 나한테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앞서 언급된 혈액 또한 보관이 까다로워, 세심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자가 바로 곁에 있다면 훨씬 일이 쉽죠. 심지어···
“···같은 집에 살고 있다면. 의심이 짙어지기는 하겠네요.”
거기다 바로 옆에서 날 관리하니, 종종 도핑과 관련되어서 언급되는 ‘칵테일’을 만들어주기도 쉽지.
참고로 칵테일은 은어다.
도핑을 회피할 수 있는 종류의 약물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복용하는 것이지.
신체에 과부하를 줄 수도 있는 만큼, 대단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바로 옆에서 같이 살고 있는 피지컬 트레이너가 제격이기는 하지.
“더럽게 걸렸네요.”
-예, 이건 작정하고 Go를 노린 겁니다.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진짜 단단히 계획했구만.
여기저기 다 엮어버렸어.
의심이 갈 수밖에 없도록.
“원정 일정 마치는 대로 바로 도핑 검사받죠, 이거 뭉그적거리다가 덤터기 쓰겠어요.”
그럴듯한 시나리오이니,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다간, 나중에 도핑 검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계속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애스트로스와 마찬가지로, 초장부터 뿌리를 뽑아야겠지. 확실하게 아주 제대로 정색해서.
-예, Go가 그래 주신다면야 일이 편합니다만. 단순히 그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되죠.
브라이언은 꽤나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투는 평소처럼 깔끔했지만, 그 아래에 깔린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하긴, 브라이언이야 가장 잘 알겠지. 내가 깨끗하다는 거.
멀쩡한 직장과 이미 성공한 본인 인생 걸고 나한테 배팅해서, 이제 같이 배당금 먹으면 되는 사이인데.
그런 나를 더럽게 물어뜯으려고 하고 있으니, 짜증이 나겠지.
“어쩌려고요?”
-근원지를 찾아야죠. 회사 법무팀과 연계하여, 대대적인 고소 조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번 기회에 언론에 목줄을 채워두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역풍이 불지 않을까요? 괜히 언론 쪽 건드렸다가 오히려 똘똘 뭉쳐서 더 지랄할 것 같은데.”
-그러니 갈라야죠. 디바이드 앤 룰. 단결한 언론을 나누고 분할하면 됩니다. 이미 실행해 나섰고요.
날 저격하려는 쪽도 작정했는데, 이쪽도 작정했네. 단순히 브라이언 개인의 힘은 아니겠지.
보라스 코퍼레이션 입장에서도 내가 언젠가 떠날 미운오리새끼라고 해도, 지금 당장은 회사의 얼굴마담이니까.
“뭐, 저야 언제나 브라이언만 믿는 거죠. 그런데, 갑자기 왜 지랄이 풍년인 거예요? 뜬금없이.”
브라이언도 브라이언이지만, 보라스가 직접 나서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러면 뭐, 나는 그냥 엄지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알아서 다 처리되겠지.
그렇기에 마음은 편안했지만, 솔직히 짜증도 났다. 언론에서 지랄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터라 마냥 덤덤할 수가 없거든.
특히나 대니얼까지 엮어서 노렸다는 게 더욱더 짜증스럽고. 일단은 비즈니스적인 관계지만, 솔직히 그 이상이잖아? 룸메이트 내지는 친구에 더 가깝지.
그렇기에 짜증스러운 마음에 물으니, 브라이언이 가볍게 답했다.
-최근 들어, 슈퍼스타급 선수가 도핑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거의 확실하고요. 그쪽은 스테로이드죠. 그걸 빌미로, Go까지 노린 것 같습니다.
“쯧, 걸린 사람한테만 집중할 것이지, 괜히 나한테 지랄이네. 그나저나 슈퍼스타급 선수요?”
슈퍼스타급 선수라.
솔직히 좀 궁금하기는 하네.
이러니까 사람들이 도핑 같은 거 이야기 나오면 귀룰 기울이나봐.
나도 억울하게 엮일지도 모르는데도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고, 조심스럽게 묻자, 브라이언은 이번에는 조금 나직하게 답변해줬다. 마치 비밀을 속삭이는 것처럼.
-정확한 답변은 힘듭니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이름까지 거론된 건 아니니까요. 다만··· 매리너스 선수라는 건 확실합니다.
“···매리너스요?”
매리너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참 공교로웠거든. 지금 내가 날아가고 있는 곳이···
“곧 만나겠네요, 그러면.”
-예, 그렇겠죠. 누군지는 알 수 없겠지만. 혹시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입조심 할게요. 제가 그렇게 나불거리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시애틀이니까.
3연전 시리즈를 치르는데, 3차전에 등판 예정이지.
‘치터들 때려주고 왔더니, 또다른 치터를 만나게 생겼네.’
내가 아는 매리너스의 약쟁이는 둘이다. 오프시즌에 말린스에서 트레이드로 넘어간 디고든과 약빨로 홈런 잘도 넘기는 넬슨 크루즈지.
그런데 뉘앙스를 보아, 이번에 걸린 건 그 둘이 아닌 것 같았다.
‘슈퍼스타급이라···.’
왠지 조금 기분이 X같네.
아니, 왜 한 팀 타선에 약쟁이가 셋이나 있어? 무슨 스테로이드 시대도 아니고.
진짜 X같아서 투수 못 해 먹겠네.